가을빛 물든 연천에서 평화와 정을 만나다
주말, 댑싸리공원과 연천역 광장의 인삼축제, 그리고 재인폭포를 돌아보며 연천의 가을 풍경을 만끽하고자 집을 나섰다. 들판에 일렁이는 황금빛 물결과 높고 청정한 하늘을 바라보니, 왜인지 마음이 풍성해지고 머릿속까지 상쾌해진다.
댑싸리 정원에 들어서니 가을빛으로 붉게 물드는 댑싸리와 백일홍, 코스모스, 억새, 그리고 메밀꽃이 한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찾아온 관광객마다 한결같이 "참 잘 왔다"라며 즐거운 표정들을 감추지 못한다. 다만 북한과의 거리가 겨우 4km 남짓한 접경지역이다 보니, 화려한 꽃밭 구석구석 '지뢰' 표지판과 함께 출입을 금지하는 통제선이 쳐져 있어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멀리 보이는 옥녀봉 정상에 10m 크기의 '그리팅 맨(Greeting Man)'이 서 있다는 말에 먼 곳을 바라보았으나, 눈으로는 깨알같이 작게 보여 카메라의 10배 줌을 당겨 사진에 담았다. 북쪽을 향해 15도 각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그 모습은 배려와 존중, 그리고 간절한 평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눈앞의 아름다운 꽃밭과 저 멀리 보이는 인사의 실루엣이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준다.
다음으로 향한 연천역 광장에는 하늘 높이 축제를 알리는 애드벌룬이 떠 있고, 그 아래 무대에서는 트로트 가수의 흥겨운 노래가 울려 퍼지며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광장의 열기는 한층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무대 아래에서는 등산복을 맞춰 입은 남녀들과 동네 아낙들이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축제 무대가 있는 곳이라면 우리나라 어디서나 펼쳐지는, 참으로 정겹고 한국적인 풍경이다.
인삼축제라 하여 기대를 품고 들러보았지만, 솔직히 규모는 소박한 동네 잔치 정도였다. 역 광장 한켠에 전시된 옛날 증기기관차와 급수탑을 천천히 돌아본 뒤, 추억을 담은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마지막 목적지인 재인폭포로 차를 몰았다.
재인폭포 주변은 온통 노랑코스모스가 지천으로 피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본격적인 축제 일정은 10월 9일부터 시작인지라 아직 조금 이른 감이 있었지만, 끝없이 펼쳐진 백일홍 꽃밭은 이번 주만 지나면 그야말로 만개할 듯했다. 이곳은 경로 우대로 3천 원의 입장료를 받는데, 그중 2천 원은 다시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주니 천 원으로 이 아늑한 풍경을 누리는 셈이다.
돌려받은 상품권으로 따뜻한 음료 한 잔을 사 들고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았다. 화려한 꽃밭과 정겨운 춤사위, 그리고 감춰진 분단의 현장까지 두루 품고 있는 연천의 가을. 천 원짜리 한 장으로 가슴 가득 담아온 이 풍요로운 가을의 기억은, 다가올 쌀쌀한 계절을 버텨낼 따뜻한 온기가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