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새학기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책정을 전격 시행함으로써, 반값등록금 실현 운동을 위한 시민사회, 정치권의 노력이 더 크게 탄력을 받게 됐다. 오는 4월의 총선과 12월의 대선을 앞두고 어떤 정치세력도 이 문제를 가볍게 비켜가기 어려울 만큼 ‘반값등록금’ 문제는 생활정치의 핵심이슈로 부상했다.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가의 재정적인 투자확대는 교육복지 실현, 심각한 가계의 교육비 부담 완화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다만, 이는 심각할 정도로 불법과 비리의 온상이 돼 있는 사립대학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조치가 병행될 때 실질적 효과가 있을 수 있으며, 국민의 동의도 커질 수 있다.
‘미친 등록금’ 문제는 교육재정 운영이라는 국가정책 차원의 문제로 보면, OECD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는 고등교육 예산의 현실과 결부되어 있다. 국가가 부담해야 할 책임이 개인과 가계에 전가돼 어려움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정부가 약 5조원 내외의 고등교육 재정을 투입해 민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친 등록금’ 문제에는 온갖 예산 뻥튀기와 불법, 편법을 동원해 부당하게 등록금을 인상해왔던 대학들의 관행과 책임이 자리하고 있다. 연간 1,000만원 미친등록금의 문제가 순전히 국가책임이라는 식의 논리는 자칫 대학들 특히 사립대학들의 부조리한 대학운영의 문제를 은폐시킬 우려가 있다.
실례를 들여다보자. 2011년 11월 4일 감사원은 35개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등록금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35개 대학에서 매년 평균 6,552억 원(대학당 187억 원)의 예결산 차액이 발생했으며, 이는 지난해 35개 대학 등록금 수입의 12.7%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학교 수입으로 처리해야 할 기부금을 재단으로 보내거나(연평균 1,982억 원), 재단이 부담해야 할 학교시설 건설비 등을 교비로 부담하고(연평균 1,703억 원), 임대건물 등의 운용수익을 재단에 보내고 대학에는 덜 보낸 금액(연평균 1,056억 원) 등은 제외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등록금 뻥튀기’와 ‘학생·학부모에게 부당하게 부담을 전가’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의 결과발표가 있은 직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대학등록금에 대한 성명을 발표해 “그것은 일부 대학의 문제”이며, “감사원의 감사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감사원의 감사대상이 35개 대학에 그쳤기 때문이지, 전체 대학을 상대로 더 철저한 감사를 했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확신컨대, 대부분의 대학에서 동일한 문제가 나타났을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이란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자율을 의미하는 것이지 등록금을 맘대로 받고, 비리와 부조리를 저지를 수 있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상지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세종대, 광운대, 조선대 등 많은 대학에서 비리재단 문제가 심각하고, 2010년 기준으로 사립대 적립금이 10조 원을 넘어설 만큼 대학운영의 비리와 부조리가 극심한 상황에서 그 어떤 자성도 없이 한편으로는 자율성을 얘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지원의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비영리 재단이라는 사립대학 법인의 위상이 형해화 된지는 이미 오래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립대학이 등록금을 매개로 학생들과 학부모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행위까지 방치돼서는 안 된다. 비리의 온상이 된 사립대학을 정상화하기 위해 △ 추정결산(가결산)에 근거한 예산편성 △ 등록금심의위원회에 학생들의 동수참여 보장과 등록금 및 예·결산 심의권 강화 △ 예·결산 현황 및 등록금 사용 내역의 공개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2007년 사립학교법 재개악을 통해 형식화 돼버린 대학의 개방형 이사제의 정상화를 필두로 사립학교운영의 민주화를 위한 법제도적인 개혁이 다시 이루어져야 하며,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교육부의 종합감사가 시행돼야 한다. 반값등록금을 위한 국가의 재정적 책임과 역할의 확대가 ‘밑 빠진 독에 물 붇기’가 되지 않으려면 전면적인 사립대학 개혁의 병행은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