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5 페북글
인도네시아가 산불 연기에 휩싸여 있다. 지금까지 호흡기 환자만 11만 명이 넘어섰고, 1,250만 명 이상이 산불 연무에 노출됐다. 보르네오 섬의 동물들도 계속 죽어가고 있다. 이 연기는 심지어 말레이시아와 필리핀까지 공습하는 지경이다.
위성사진(왼쪽) 한 장면으로도 산불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전역이 잠식됐다. 산불이 10월까지 이어졌던 2015년의 경우, 산불 연기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1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산불도 10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단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산불로 9월 1일부터 7일까지 단 일주일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 배출량이 무려 1,970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 기간 전 세계 배출량의 3분의 1을 웃도는, 실로 막대한 규모다.
그야말로 인간과 동물에게 치명적 위해를 가하고 지구를 불태우는 산불이다.
그럼 산불이 왜 이렇게 크게 난 걸까? 오른쪽 사진에 그 답이 담겨 있다.
불이 붙은 곳은 숲이고, 불이 붙지 않은 곳은 팜 농장이다. 즉, 인위적인 방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팜유 농장 인근의 숲만 방화된 사진들이 인도네시아 환경운동가들의 아우성과 함께 인터넷에 빗발치는 중이다.
주류 언론들은 기후위기와 슈퍼 엘니뇨를 화재의 주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실상은 팜유가 이 사태의 결정적 화근이다.
아시아뉴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화재로 불탄 지역의 4분의 1이 사업 허가 구역 내에 위치해 있다. 그중 대다수가 팜유 농장 재배지이고, 광산 부지와 펄프용 목재 농장 지대가 그 뒤를 잇는다. 물론 기후위기로 심화된 건조 조건이 산불이 확대되는 이유 중 하나지만 결정적으로는 팜유, 광산, 목재 등의 개발을 위한 인위적 방화가 주원인이다.
산불이 난 지역의 25%가 바로 이탄 습지 생태계다. 반복해서 말하는 것처럼 개발을 위해 가장 먼저 하는 게 습지에서 물을 빼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습지 안에 잠들어 있던 이탄층이 노출되고 점점 건조되면서 불이 붙기 좋은 환경으로 변하게 된다. 이탄은 땅 위에 드러난 석탄과 마찬가지다. 한 번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 않는다. 탄화된 유기물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 타들어간다. 인도네시아 산불이 잘 꺼지지 않는 이유다. 또 연기가 많이 나는 이유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산불 배경에는 팜유 산업이 자리한다.
호르무즈 해협 사태로 인해 국제 원유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팜유 가격이 덩달아 오른 상태다. 주지하다시피 팜유와 팜 부산물은 바이오연료로 분류되며 재생에너지 가중치를 부여받는다. 그것이 한국같은 위선적인 녹색자본주의 국가가 팜유에 환장하는 이유다. 석탄보다 온실가스 발자국이 많음에도 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까닭에 국가보조금 잔치가 벌어진다.
우크라니아 전쟁이 터졌을 때도 바이오연료 가격이 상승했다. 아프리카 빈국에선 식량 가격 상승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을 때, 미국과 유럽에서는 바이오연료를 위해 곡물을 불태웠다. 마찬가지로 이란 전쟁도 바이오연료 수요를 증가시켰다. 가격이 오르니, 거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팜유 기업과 농장들이 더 가열차게 팜유 개발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즉, 불을 더 지를 수밖에 없다.
이윤을 위해 돌아가는 세상은 이렇게 파괴적이다. 전쟁을 일으키고, 또 석유지정학에 기반한 그 전쟁은 식물성 연료 가격마저 올리고, 그에 따라 팜유 산업은 숲에 불을 더욱 지르고, 그 덕에 사람과 동물들의 폐는 생존을 위해 헐떡일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대량 배출로 지구가 더욱 불타오르게 된다. 그 와중에 파병 어쩌고 주접을 떠는 한국 정부의 패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후정의를 위해 파병에 반대하고, 메가 프로젝트에 반대하자고 하면 그것이 기후랑 무슨 상관이냐고, 기후정의에 기후가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세상의 사물들이 어떻게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이 지구 생태시스템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동학과 분리시키고서는 단 1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겠다.
세상은 반드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저 인도네시아 산불 연기 속에서 오랑우탄과 어린 친구들이 죽어가는 비극과 우리의 삶과 정치가 얼마나 촘촘히 연결돼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https://asianews.network/unchecked-businesses-blamed-for-raging-wildfires-in-indone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