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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님의 침묵을 공연하면서 만해 선생님에 대한 공경심으로 하여금 불교 성전이라는 책을
구해 불교 공부를 조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반야심경 이였는데 지금까지 스님들 독경소리로만 들어 이것이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는데 이것을 우리말로 번역해 놓은 것을 보니 부처님이 사리자 란 제자에게 설법하는 내용으로 그 내용이 그리 어렵지가 않고 아주 교육적인 내용 이였습니다.
사리자란 바로 부처님의 10대 제자중 수제자로 지혜가 뛰어나 지혜제일로 불렸습니다. 반야심경은 지혜의 말씀이기 때문에 지혜 제일의 "사리자"를 등장시킨 것입니다. 물론 부처님 생전 그 당시는 글씨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보고 배우는 불경 앞에는 여시아문 이란 글이 나옵니다. 즉, 부처님의 제자들이 나는 그때 이렇게 들었다, 라고 하는 글이 어떤 불경에도 앞에 나오지요. 이것은 세월이 지나면서 불교를 이어가는 교단에서 약간의 말을 붙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 당시 우리말로 옮긴 이 반야심경을 보고 대단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물론 불교에 문외한입니다. 그런데 이 대단한 내용을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문으로 외우고 있으니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그냥 중얼 중얼 거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내친김에 이 번역된 반야심경을 작곡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주를 설 할 때에 오온이 다 비였음을 느끼어보고 모든 괴로움을 여의였느니라.. 사리자여....”
하루에 두 줄씩 짬을 내어 작곡을 해보니 흥미롭기도 하고 아주 신선한 느낌을 내 스스로 느끼기 시작하였지요. 거의 두 달에 거쳐 이 작업을 끝마쳤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는 이일을 못합니다. 생각을 해 보십시오. 쓸 것을 써야지 감히 반야심경을 대중가요 작곡가가 손을 대다니... 하지만 어차피 제 스스로를 볼 때 저는 정상적인 사람이 되기에는 어릴적 에서부터 틀렸다는 것을 제가 잘 압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계신 수많은 스님들이 이 경을 한문으로 매일 매일 암송을 하면 이 공덕이 한문을 사용하는 중국으로 넘어가 중국만 잘 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창공을 지나 중국으로 가 중국만 잘되면 우리나라 스님들은 중국을 위한 스님들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단호히 그럴 수는 없다, 라고 굳게 결심을 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극장 위층 조명실에 들어가 하루에 두 시간씩을 이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작업을 마쳐보니 우리말 옮김 반야심경이 무척 길게 나왔습니다. 연주시간이 15분 정도로 길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제 자신이 대견했습니다.
“드디어 내가 해냈다,”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은 꼭해야만 합니다. 그것은 저도 못 말립니다. 나이가 든 지금도 똑같습니다. 저는 작곡 한것을 취입을 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님 의 침묵” 뮤지컬을 여러번 관람하러 오는 동국대학교 철학과에 다니는 학생을 알게 되었는데 동국대학교 불교합창단도 잘 안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이 학생 (김미현)이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한번 음색을 들어보니 아주 청아한 소리가 나서 제격이였지요. 그래서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당시 3분짜리 가요만 편곡하던 편곡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곡 만들어서 어디다가 쓸 거야?
제가 말했습니다.
“그냥 하는 겁니다.”
편곡자가 자기머리위에 손가락을 대고 빙글빙글 돌렸습니다.
그때 저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나는 돌았다 !!!! ”
그렇지요, 제정신이라면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지요.
학생들을 데리고 녹음을 하려니 학생들이 녹음 경험들이 없어서 힘이 들었습니다. 1984년 부처님오신날 전에 음반을 만들 요량을 하고 작업을 했는데 거의 끝나갈 무렵 생각지도 않던 일이 생겼습니다. 그때는 음반 심의라는 것이 있어서 일일이 모든 음반의 가사를 심의를 통과 해야만 했지요. 그런데 이 반야심경을 누구 작사로 심의를 내야 할지 남감 하더군요. 예를 들면 작사 부처님, 작곡 유승엽 이럴 수도 없고 아니면 작사 미상 이럴 수도 없고 참 난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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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마침 “님 의 침묵” 공연에 헌신적으로 관객을 동원 해주는 스님이 한분 계셨는데 정우스님(사진) 이라는 분이셨습니다. 그 스님이 조계종에 교무 국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계셨는데 내가 이러한 사실을 말하니까 선뜻 자기가 해결해 주겠노라고 약속을 하시는 것 이였어요. 그 분은 저를 조계종으로 데리고 가더니 조계종 총무원장 의 직인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더니 작사 가 아니고 번역 조계종 이라고 심의 란에 쓴 다음 직인을 찍는 것이였죠.
그렇게 해서 심의에 통과가 되었습니다. 계획대로 부처님 오신 날 1주일 전에 음반이 나왔는데 한곡에 15분짜리 음반을 방송국에 주어봤자 음악을 방송에 내 줄 리 도 없고 해서 방송국에는 가지도 않고 극장 옆에 있는 조선일보 문화부에 이 음반을 주었습니다. 그때 문화부 기자가 이것을 어떻게 판단했는지는 모르나 얘기가 된다 싶었는지 기사를 내 주었지요.
“우리말 옮김 반야심경” 대중가요 작곡가 유승엽 씨가 발표
신문기사 내용은 그 어려운 내용을 대중가요 작곡가가 작곡을 했으니 얼마나 신통 하냐 하는 내용 이였는데 번역을 한 내용을 보면 하나도 어렵지가 않았어요. 여러분들도 한번 보세요. 신문에 나간 날 아침에 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KBS 방송국 저녁 6시뉴스 담당자인데 출연을 하자는 거였습니다. 물론 승낙을 했죠. 김미현 씨 와 강남에 있는 봉은사에서 아침에 촬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점심때 또 전화가 왔습니다. 저녁9시뉴스 담당자 인데 조계종에서 촬영을 하자는 것 이였어요. 그래서 6시쯤에 촬영을 했지요. 그리고 저녁 8시쯤에 또 전화가 왔습니다. 밤12시 뉴스에 생방송으로 출연을 해달라는 것 이였지요. 저는 그날 하루에 3번이나 방송에 나갔습니다.
저는 그날 하얀 잠바하나 걸치고 출근을 했는데 제일처음 방송에는 잠바를 벗고 촬영했고, 그 다음에는 들고 했고, 그 다음에는 입고 촬영을 했습니다.
아마 대중가요 작곡가 가 하루에 세 번씩이나 뉴스에 나가면서 또 밤 12시 뉴스에 생방송으로 나간 것은 제가 처음 일겁니다. 무슨 큰일 난 것도 아닌데 밤12시에 생방송으로 대중가요 작곡가가 뉴스에 나갈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제 얼굴은 그 당시 분장 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죽은 깨 투성이 이였지요. 차마 눈뜨고는 못 볼 정도로요. 하여튼 그 다음 날부터 음반이 팔리는데 회사가 비상이 걸렸습니다. 하루에 2000장 정도가 주문이 들어오면 회사는 비상이 걸릴 때였지요. 프레스 기계가 몇 대 없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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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음반을 낼 때 판매를 위해서 만든 것은 아니었고 다만, 이러한 음악도 필요하겠구나 하는 단순한 호기심과 우리말로 옮겨 놓으면 많은 분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서 한일이었습니다. 하여튼 그 후에 대학생들이 미국에 대한 반발로 미문화원 습격 사건이 나는 바람에 음반판매가 주춤할 때 까지 이 음반은 많이 나갔습니다.
그 후에 극장을 그만 두고 불교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동기가 바로 이 음악 때문 이였습니다. 노래를 부른 김미현 씨는 지금은 출가를 하여 해휴 스님이라는 불명으로 정진 중이시고 그 당시 교무국장 으로 근무해 총무원장 직인을 찍어주신 “정우” 스님은 구룡사 주지를 한 다음 지금은 통도사 주지로 계십니다.
그러나 종교를 사업으로 착각을 하면 안된다 는 교훈을 그 후에 저는 가슴깊이 깨닫게 됩니다. “우리말 옮김 반야심경” 으로 번 돈은 그 다음에 만든 몇 편의 불교음반 제작의 실패로 다 날립니다. 아주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야 말로 “공”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이일을 계기로 이민을 가게 되는 동기 가 되고 오카리나에 몰두하게 되는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 모든 세상일들이 연기법에 의해서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을 그 후에 어렴풋이 알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후로 욕심이 없어지더군요. 그나마 늦게 이만큼이라도 알게 된 것 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요...
- 우리말 옮김 반야심경-
유승엽 . 작곡 / 김미현 . 노래 (수월스님)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 를 행할 때
오 온 이 다 비였음을 비추어보고
모든 괴로움을 여의였느니라.
사리자여!
물질이 허공과 다르지 않고 허공이 물질과 다르지 않아서
물질이 곧 허공이요 허공이 곧 물질이며
감각 지각 의지 계속되는 생각 최후의 인식도 그러하느니라
사리자여! 사리자여! 사리자여! 사리자여!
모든 법의 공한 모양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며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줄어드는 것도 아니 니라
그러므로 공함 가운데는 물질도 없고
감각 지각 의지와 계속되는 생각 최후의 인식도 없고
눈, 귀, 코, 혀, 몸, 의지도 없으며
빛과 모양 소리 향기 맛 닿은 법도 없고
눈의 객관과 내지 인식의 객관까지 없으며
무명도 없고 무명이 다함도 없고
늙고 죽음도 없고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 없어서
괴로움 번뇌 열반 수도도 없고
지혜도 없고 얻을 것도 없나니
얻을 것이 아예 없기 때문 이니라
보살이 반야바라밀다 를 의지하여 마음의 걸림이 없게 되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게 되어
뒤바뀐 망상을 여의고 마침내 열반을 이루며
삼세에 모든 부처님도 반야바라밀다 를
의지하기 때문에 위없이 높고 깊고 바른 깨달음 이룩하였느니라
사리자여! 사리자여! 사리자여! 사리자여!
그러므로 알아라
반야바라밀다는 크게 신비로운 주문이고
가장 밝은 주문이고 위없이 드높은 주문이며
동등함이 없는 주문이니
모든 괴로움을 없애주고 진실하며 허망 되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 주를 설하리라
가자가자 어서가자 가자가자 어서가자
열반언덕 어서가자 열반언덕 어서가자
가자가자 어서가자 가자가자 어서가자
열반언덕 어서가자 열반언덕 어서가자
가자가자 어서가자 가자가자 어서가자
열반언덕 어서가자 열반언덕 어서가자
8월은 방학이라 잠시 휴식에 들어갑니다.
다음 편에 계속...
첫댓글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되네요. 감동으로 소름이 돋습니다.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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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이 선생님 곡이라니....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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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곡이라는 것을 수많은 세월을 보낸 이 순간 알게되다니.....
하루님이 놀랠줄 알았쥬 .. 사실은 작곡가는 잘 모르니깐유. 반갑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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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불경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성인들의 말씀은 다 같겠지요... 그리고 다시한번 느끼지만 정말 대단 하신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고맙습니다.
이런것을 이렇게 소중한 것을 지금에서야 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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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청아한 음성 고움에 마음 차분해집니다. 팔만사천에 
한 불교경전을 270字로 요약한게 '반야심경'이라던데....이런 반야심경도 여덟자로 요약할 수가 있다고 하더라구요.'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 으로요.오늘 아침엔 108배후-아침 발원문 낭독하고 반야심경 한편 독송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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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리나를 불어 본적 없는 제가 가입하게 된 계기가 우연히 이 글을 발견하고서 입니다. 반야심경/발원문, 그리고 후일 제작발표된 법구경에서의 백코러스 남성(남학생)가운데 1인이 바로 접니다. 이제 제나이도 48세에 이르렀지만 83학번이던 제가 김미현님의 코러스 섭외를 통하여 합창단 동료 몇몇이 녹음실로 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유승엽 선생님께서는 기억하실런지요? 그간 잊혀지내다 더우기 어렵고 높게만 여겨지던 세계의 분이라 생각조차 못했는데.....선생님께서 이 댓글 보시려나요?
이제야 글을봅니다. 죄송,, 반갑네요. 얼굴은 기억이 나질않지만 한번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