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대낮의 동광단지는 한적함을 너머 고요하기까지 했다. 인근 서리풀공원에서는 초여름의 풀냄새가 진동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테헤란로와 거리상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하다. 흡사 전원주택단지에 들어선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주민들 스스로도 이곳을 ‘강남면’이라 칭하기도 한다.
이런 조용한 마을에 대한 외부의 관심이 뜨겁다. 동광단지는 주소상으로 서초구 방배본동 1번지 일대를 가리킨다. 전통 부촌으로 알려진 서래마을과 인접해 있고, 인근에 대법원과 국립중앙도서관이 위치해 있다. 서리풀공원과 몽마르트공원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 친환경 입지조건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강남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이었던 방배동 일대에 고급 빌라들의 신축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단독주택 재건축, 타운하우스 개발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리풀공원 인근에 미술관과 박물관, 공연장 등이 포함된 문화클러스터 조성계획도 있어 주민 편의시설도 확대될 예정. 2012년 완공예정인 서초-방배 간 장재터널이 완공되면 교통편의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개발호재가 무궁무진하다.
투자자도 많지만 거주를 목적으로 동광단지를 찾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강남권 아파트값의 상승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고, 정원이 딸린 타운하우스형 주택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도 한 원인이다. 같은 값이면 더 넓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바라는 사람이 늘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약 198㎡(60평형) 넓이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30억 이상 주고 판 K씨는 방배동에 330㎡(100평형) 넓이의 빌라를 구입하고도 10억 이상이 남았다. 그는 현재의 쾌적한 주거생활에 매우 만족한다고.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요 증가 시점을 2006년 말에서 2007년 초 정도로 보고 있다.
◇효성빌라가 시초, 빌라 신축 이어져 ◇
방배동에 이 같은 고급빌라촌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86년 아시안게임 무렵. 주로 고급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던 이곳에 효성빌라가 세워지면서 인근에도 서서히 고급 빌라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현재는 방배중학교를 중심으로 약 1만3223㎡(4000평) 넓이에 고급빌라들이 들어서 있다.
외환위기 이후 빌라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강남 아파트 값의 상승으로 인기가 떨어졌던 것도 사실. 하지만 최근 관심이 증폭되면서 다시 한 집 걸러 하나씩 빌라 신축이 이어지고 있다.
신축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 4대 메이저 건설사를 중심으로 대형건설사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빌라는 주로 중소건설사들이 시공을 도맡아 왔고 대형건설사 중에는 삼성건설 정도가 일부 참여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빌라 신축 붐을 타고 대형건설사들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
◇매매가 10∼30억, 거래 꾸준 ◇
동광단지는 대법원과 가까워 법조계 인사들도 많이 살고 있지만 예전부터 이 지역의 주민 중에는 재계인사들이 많았다. 동광단지를 거쳐 간 대표적 재계 인물들로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명예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등이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의 집은 48억원가량에 매각돼 관심을 끌기도 했었다. 현재는 이수빈 삼성 회장과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동광단지에서 이웃해 살고 있다.
동광단지의 시초인 효성빌라는 이제 붉은 벽돌담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지만 여전히 선호도가 높은 빌라 중 하나다. 최근 선호도가 가장 높은 빌라로는 신구리버빌이 있고, 중저가 브랜드 중에는 상지건설의 리츠빌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동광단지 내 빌라들은 대부분 330㎡(100평형) 이상이고, 가장 넓은 곳은 약 595㎡(180평형) 정도다. 최근 시세는 평당 2000만원에서 2500만원 선. 가격 변동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매매는 꾸준히 있다고 한다.
매매가를 기준으로 하면 10억대 중반에서 30억대 중반 정도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신축 중인 빌라들이 완공되고 분양이 끝나면 일대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근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빌라는 호경기 불경기가 따로 없는 편”이지만 “최근 신축 등의 이유로 매매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이재훈 기자 (huny@ermedia.net)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rmedia.net)
◇전문가에게 듣는 고급빌라 투자법 | 럭셔리홈갤러리 성기영 대표◇
“방배동 고급빌라 2년 후 보고 투자”
고급빌라 전문 분양몰인 력셔리홈갤러리의 성기영 대표는 “투자하기에 방배동 고급빌라는 좋다. 다만 신축 중인 빌라의 분양이 끝나는 시점인 2년 정도 후부터 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당장 투자하기에는 일시적 공급 과잉 문제가 걸리기 때문.
성 대표는 방배동 외에도 청담동과 한남동 등의 고급빌라촌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분석하고 있다. 청담동의 고급빌라는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긴 하지만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성 대표는 또한 새로운 투자처로 남산을 끼고 있는 신당동을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반얀트리 리조트(옛 타워호텔) 인근에도 최근 빌라 신축 붐이 일고 있고, 정보가 빠른 부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새로 건설되는 빌라촌에는 한발 앞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성 대표는 말한다. 같은 브랜드라도 나중에 지어진 빌라가 더 높은 가격에 분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실제로 청담동 카일룸 1차는 20억~30억원대에 분양됐으나 2차가 40억~50억원대에 분양되면서 1차도 동반상승했다. 현재 카일룸 2차 중에는 65억원짜리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신당동 일대에 고급빌라촌이 완성되면 앞으로 한강 조망권에서 남산 조망권으로 선호 조망권 자체가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성 대표는 전했다.
일부 고급빌라의 경우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경우도 많아 주의를 요한다. 성 대표는 고급 빌라를 분양받을 때는 주변과의 가격비교가 쉽지 않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선 땅값과 건축비, 인테리어 수준 등을 꼼꼼히 따져 분양가를 검토해야 된다고 한다. 특히 빌라의 경우 인테리어 수준이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테리어 재료가 수입산인지 국산인지 정도는 꼭 확인해야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