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는 단독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보통 몇 개의 증상이 중복되어 나타난다. 같은 작물에 같은 농약을 살포한 경우에도 조건이 다르면 증상은 달라질 수 있다.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될 수도 있으므로 발현시기, 증상, 변화 과정까지도 관찰하는 것이 좋다.
경엽(줄기와 잎)
농약을 살포하게 되면 직간접적으로 작물에 영향을 미치는데, 보통은 육안으로 보이는 것을 약해 증상이라고 한다. 살균, 살충제에는 경엽에 처리하지 않으면 약효를 발휘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살균, 살충제를 경엽에 살포하고 엽면에 부착하게 되면, 큐티클층, 표피세포, 기공 등을 통해서 작물체 내부로 흡수된다. 제초제는 다르다. 대체로 작물에 직접 살포하는 것이 아니라 잡초나 토양에 살포한다. 그러나 토양에 처리하더라도 작물 뿌리에서 흡수되어 증산류를 따라 경엽으로 이행하여 약해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제초제가 작물의 경엽에 직접 접촉 되는 것은 작물의 입모 중에 살포 가능한 선택성제초제이거나, 또는 살포액이 비산하는 경우 등이다. 경엽에 직접 살포된 경우의 약해 증상은 뿌리에서 흡수하고 체내로 이행해서 생긴 증상과는 당연히 다르다.
그림 1-29. 경엽에 나타나는 약해 증상과 진행 방향
경엽에 나타나는 증상에는 잎 변색, 잎 기형, 낙엽 등이 있다. 농약을 살포하면 대체로 먼저 황화(chlorosis) 증상이 나타나고 다음에 괴사(necrosis)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약해가 가벼울 때는 황화, 심할 때는 괴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클로로시스를 쉽게 황화라고는 말하지만, 농약이나 작물에 따라 잎 전체, 잎 가장자리, 엽맥 사이 등 다양한 부위에 백화, 황백화, 퇴록화, 황록화 등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또 네크로시스를 흔히 괴사라고 말하지만 기관, 조직, 세포 등 생체의 일부가 죽는 것을 의미하고 색깔은 갈색, 회백색, 황갈색, 흑갈색 등으로 나타난다. 낙엽은 황화, 괴사가 일어나고 이층이 형성되어 잎이 떨어지는 증상이다. 이 증상은 과수에 많으며, 동제 살포에 의한 낙엽은 자연낙엽과는 달리 엽병을 나무에 남기는 낙엽으로서 한해(寒害), 건조해, 요소결핍 등의 조건이 중복되면 심해지기도 한다. 감귤의 경우 황변, 갈변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감귤의 잎은 3년 정도 나무에 붙어 있어 매년 3~6월에 오래된 잎이 떨어지지만 농약 살포에 의해서 빨리 떨어지는 약해도 있다.
농약에 의한 기형엽은 보통 페녹시계 제초제에 의해서 생긴다. 이러한 약제를 광엽 작물에 살포되면 부분적으로 이상비대 증상이 나타난다. 또 생장점이 괴사되면 그 주변부에서 싹이나 잎이 나오는 기형이 되고, 전개하는 잎 주변부가 괴사하면 잎의 중앙부 엽맥이 신장하여 잎이 컵 모양의 기형이 된다. 유기인계 살충제를 박과 작물의 유묘기에 살포하면 전개하는 잎 가장자리 부분의 생장이 정지하여 기형엽으로 나오기도 한다.
뿌리
뿌리에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발근저해, 기형근, 갈변, 비대억제, 근장 및 근중 감소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주로 종자분의와 토양처리로 생기기 쉽다. 트리플루랄린 등 디니트로아닐린계 제초제는 특히 화본과 작물에서 발근저해나 기형근 등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지상부는 비교적 정상이면서 뿌리 피해로 도복이 일어나기도 한다. 논에 페녹시계 제초제를 살포하면 관근 발생이 억제되기도 한다.
꽃
꽃에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대개 개화가 지연되는 경우로서 기계유 유제를 살포한 낙엽과수 등에서 볼 수 있다. 꽃잎에 약반이 생긴 경우로서 페니트로티온 유제 등을 배(만삼길 등) 개화 시에 살포하면 꽃잎이 다갈색으로 되기도 한다. 또 사과 개화기에 SS기(speed sprayer)를 이용한 경우 저온기일 경우 온도가 더 떨어져 농약에 따라서는 꽃봉오리에 흑변이 나타나거나 잎에 약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살균제인 티오파네이트메틸 수화제, 클로로탈로닐 수화제 등을 개화 중에 살포하면 꽃받침에 약반이 생기기도 한다.
과실
낙과과수의 낙과 또는 낙엽은 줄기와 과경 또는 엽병이 만나는 부위에 이층세포가 형성되기 때문이며, 이층세포는 생장호르몬인 에틸렌과 지베렐린에 의하여 조절된다. 이층세포가 형성되면 에틸렌 작용으로 셀루라제가 분비되고, 이에 따라 박리되거나 세포가 붕괴된다. 한편 지베렐린은 이층형성을 억제한다. 개화 후 15일까지 에틸렌 생성량이 많은 사과(홍옥)에 페니트로티온 등 유기인계 살충제나 카바릴 등을 살포하면 에틸렌 생성을 촉진하고 그 결과 낙과가 조장된다. 반면 에틸렌 생성량이 적은 국광이나 후지품종은 같은 약제를 살포해도 낙과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사과는 일반적으로 과잉 착과하여 어느 시기가 되면 양분공급 부족으로 자연 낙과하게 된다. 이 시기에 디클로르보스 등을 살포하면 낙과가 많아진다. 특히 살포시기가 늦어지면 단기간에 낙과가 집중되기도 한다. 배에 동제를 살포하면 유과가 낙과하기도 한다.
기형과개화 전후 화분형성에서 수정시기까지 약제의 영향을 받아 이상이 일어난 경우에는 기형과가 생기기도 한다. 피망고추에 스트렙토마이신을 연속 살포하면 종자가 작아져 과실 비대가 억제되기도 한다. 하지만 화분에 나쁜 영향을 준다 해도 화분수가 많거나 영향이 일시적인 경우에는 교배기간이 길면 실제 피해는 없다.
약반낙화 직후부터 과실 비대기까지 농약살포에 의하여 과실에 가끔 약반이 생겨 상품가치를 크게 손상시키기도 한다. 증상으로는 녹, 과피 거칠어짐, 갈색 및 흑색 반점, 과피 그을림, 유침상(油浸狀) 약반이 생기기도 하고 심하면 열과가 발생한다. 석회유황합제를 감귤에 살포하면 햇빛을 잘 받는 부분에 암갈색 반점이 생기기도 한다. 동제에 의한 감귤의 흑점 증상도 햇빛을 잘 받는 부분의 과실에 나타나기 쉽다. 사과는 유기인계에 약하여 녹과가 발생하기 쉬우며, 페니트로티온과 다이아지논은 수화제 처리 시 녹과가 발생하기 쉽다. 저온조건에서 유기인계를 살포하거나, 염기성 동을 일찍 살포하거나, 살충제 유제와 살균제 수화제를 혼용하면 녹과 발생이 많아진다.
농약 살포에 의하여 녹과가 발생하기 쉬운 시기는 낙화 후 2개월 정도가 되는 시기, 과실이 급격하게 생장하는 시기이며, 비가 많은 기상조건에서도 발생하기 쉽다. 복숭아의 성숙기에 캡탄을 살포한 경우 약액이 1시간 이상 마르지 않으면 기름기의 약반이 생기며, 심했을 때에는 열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벼에 유기비소계인 네오아소진 액제를 살포한 경우 살포시기에 따라 백수 또는 이삭에 갈색~황백색 약반이 생기기도 한다.
착색농약 살포에 의하여 과실의 착색이 저해되기도 한다. 과실은 성숙하면 바탕색인 녹색이 사라지고, 카로티노이드나 안토시안 색소가 형성되어 각각 독특한 색으로 나타난다. 기계유 유제를 살포한 감귤, 펜토에이트 유제를 살포한 딸기 등에서 착색이 저해되기도 한다. 착색저해와는 다르지만 상품성과 관련이 큰 것으로 포도의 과분형성이 저해되는 경우가 있다. 티오카바메이트계인 만코제브 등은 과분을 녹이는 작용을 한다. 일반적으로 수확 전에 유제를 살포하면 과분이 녹는 경향이 있다.
임실장애농약 살포가 화분발아 등 수정에 나쁜 영향을 미쳐 결실을 저해하는 것이 있다. 이 경우에는 기형과가 되거나, 벼에서는 임실장애로 백수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감수분열기에는 농약 감수성이 높아 화분립이 불완전해지거나 종자가 작아진다. 문고병 방제약제였던 유기비소제인 네오아소진은 방제효과를 나타내는 최저약량과 무약해 최고약량 사이의 (안전)범위가 비교적 좁기 때문에 가끔 벼에 약해가 생긴다.
과잉살포하면 임실장애를 일으키고, 특히 출수 전 10일경 살포에서 장애가 현저하다. 출수 전 10일경은 감수분열기로서 영향을 받는 영화에서는 개화 지연, 개영 불량, 화사 신장불량, 약(꽃밥) 발육불량, 화분 발아저하 등으로 결국 불임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