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끄러미 세상을 바라본다.
지아비의 애틋한 인연도 때로는
겨울 나뭇잎처럼 털고 싶은 것
산이 나뭇잎을 지우고
겨울 바람에 몸뚱이를 내맡기듯
벗어버린 세상의 질긴 모습들이 슬프다.
산을 비추며 흐르는
겨울강을 본다. 강에 새겨진 산을 보고
눈 들어 다시 세상을 바라본다.
청산은 아름다운가?
들었는가?
겨울산에 기대어 귀기울이면
산의 둥치, 거기쯤에서 움터오는
소리, 산속을 흐르며 왼갖 생명을 뎁히며
슬슬, 불 지피는 소리.
앗! 청산인가?
차박차박, 단비 온 세상을 적셔도
마음밭은 자갈밭, 자갈만 키우고
청산은 구름 두르고 하늘만 키운다
강물이 흘러도 그릇만큼만 목 축일 뿐
그저 지나는 세월에 마음 벼릴 뿐
그저 청산은 청산이라 푸를 뿐. |
|
청산이 울고 있다. 하루 점두룩
모진 인연의 뿌리를 손에 들고
청산이 울고 있다
청산의 울음소리가 구름을 부르고, 장대비가 되어
성난 계곡물 산허리를 허물고
아름드리 나무들 뿌리째 뽑힌 그곳에서
가슴을 치면서 청산이 울고 있다.
뜬구름이라고, 세상을 버린 적 없는데
버려진 세상이 청산을 부르고, 울먹이며
부르는 소리에
청산이 울고 있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세상을 단숨에 격파하고 싶던 사람들도
입으로 밭을 갈고 싶던 사람들도
청산의 품에서 청산을 기리던 사람들도,
청산에게 주먹질하여 청산을 팔고
청산을 가리고 청산이라 스스로 부르고
청산을 밟아서 더 우뚝한 청산이라 하고,
그러나 비는 온 누리에 뿌린다
청산은
비탈에서도, 반듯하게 하늘로 나무를 키우고
숲을 길러 스스로 푸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