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거절이 안전에 중요한 이유(김호)

[엠마오]

강의의 시작은 2013년에 우리나라에도 개봉 되었던 '컴플라이언스' 라는 영화로 시작합니다.
실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내용은 맥도널드 매장에서 일하던 10대 소녀가 지갑을 훔쳤다는 의심을 받고 사무실에서 경찰과 매장 매니저의 약혼남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3시간이 넘도록 온갖 변태적인 몹쓸짓을 당했다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경찰이라고 한 사람이 진짜 경찰이 아니었다는 거죠. 단지 경찰이라는 한 마디에 매장 매니저는 아무 죄도없는 피해자 소녀를 의심하게 되면서 그 소녀는 엄청난 일을 당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고 이 일을 계기로 묻혀졌던 70여건의 유사 사건도 드러나게 됩니다.

이런 비슷한 사건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죠. 저도 기억하고 사건인데 한 대학 교수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제자 한명을 자기의 다른 제자와 직원을 시켜 2년이 넘게 집단적으로 괴롭히면서 심지어 인분까지 먹게한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더 충격적인건 그 정신병자 교수도 문제지만 그 교수의 지시를 그대로 따라한 멀쩡했던 그 세명의 사람들은 대체 왜 거절을 하지 못했을까 였어요.
보복이 두려워서? 나의 출세와 생계를 위해서? 단지 그것때문에 자신들이 하는 그 일이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은걸 알면서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리학의 권위자 스탠리 밀그램이 '권위에 대한 복종실험' 을 보면 인분교수 사건도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실험의 내용은 권위자의 지시에 따라 일반인들이 피험자로 실험에 참여해 학생들에게 퀴즈를 내고 문제를 틀린 학생에게는 15v~450v의 전기충격을 주는 실험인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권위자의 지시에 따를까를 연구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실험전에 정신과 전문의들은 1%만 450v라는 전기충격을 따를 거라고 했지만, 결과는 놀랍게도 65%의 사람들이 권위자의 지시에 따랐다(복종)고 합니다.

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말은 나와 다른사람의 안전에도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거절' 이란 단순하게 싫다라는 것보단 우리 마음속의 진실과 다른 사람의 의견이 다를 때 그것을 꺼내서 전달할 수 있는 용기를 말합니다. 또한 무조건 다수의 의견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난 싫다" "난 생각이 다르다" "난 좀 불편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라는 속담이 있듯이 그렇게 자신의 의사를 당당하게 표현하는데 사회적 분위기가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라는 속담은 집단주의 사회 문화가 반영된 속담입니다.
'집단주의' 와 '개인주의' 는 다른 뜻인데, 우리나라는 개인주의를 이기주의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죠. 그렇지만 우리의 안전을 지키고 사회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개인의 선택과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 이러한 뜻에서의 개인주의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는 흔히 집단주의 사회는 이타적인 사회, 개인주의 사회는 이기적인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네덜란드의 문화/문화 학자 홉스테이더는 각 나라의 문화권을 개인주의 척도로 나눴을 때, 한국은 18, 일본은 46, 독일은 67, 미국은 91로 이들 세 나라는 우리 나라보다 훨씬 개인주의의 정도가 높게 나타납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집단주의 문화인 나라죠.

OECD에선 매년 커뮤니티 지수라는 걸 조사하는데 이 커뮤티니 조사라는 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라는 걸 묻는 조사인데, 우리보다 개인주의가 심한 미국과 독일, 일본은 90%가 넘은 사람들이 그럴 사람이 있다라고 대합했지만 한국은 76%에 그칩니다. 76%면 그래도 괜찮은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연 그럴까요?

놀랍게도 OECD 38개국 조사국 중 멕시코(75%)에 이어 당당히 꼴찌에서 2위인 성적이네요.
역시 나쁜건 상위권 안좋은건 하위권을 차지하는 대한민국다운 결과에요~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치이념으로서의 민주주의에서 라이프 스타일로서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아직도 가정과 학교, 직장에선 여전히 비민주주의 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전 이 부분에서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공감이 갔습니다. 지금 온 나라를 뒤집어놓은 박근혜게이트가 비민주주의의 정점을 찍었다고 봅니다. 그런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주의적인 일들이 수년간 계속 되면서 지금 우리의 생활이 점점 피폐해져 간다는 생각이 들때 너무 화가납니다. 다행스러운건 우리 국민들이 이제 참을만큼 참았다는 생각에 적극적인 거절의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정말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뿌리내리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기울임체:세령공주 아빠 님 의견)

 '라이프 스타일로서 민주주의' 의 핵심은 거절의사와 다른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와 용기를 말하는 것인데 우리가 그런 자유와 용기를 소리내기 시작한거죠.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갈등은 민주주의의 엔진" 이라고 했습니다. 갈등이 없는 조용한 게 민주주의가 아닌 갈등을 드러내는게 진정한 민주주의라는거죠. 그렇지만 우리사회는 단합=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보이지 않는 폭력들이 도처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5년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7시까지 회사일을하고 단합대회란 명목으로 회사에서 지리산 등반을 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한 직원이 과로로 중간에 사망하게 된 사건입니다.
정말 너무 어이가 없는 사건이었죠. 가족과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보내야 될 크리스마스날 회사에서 단합대회란 이름으로 주말에 명절에 이런 행사를 하는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최근에 있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제때 사과하고 제때수습해야 한다고 목소리 내는 사람들이 회사에 있지만 이런 의견은 최고경영진과 외국의 모회사 경영진을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옥시뿐만 아니라 폴크스바겐 역시 마찬가지죠.

그들은 대체 왜 사과하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한국에선 불매운동이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선 그냥 잠시 가만이 있다가 맞을거 맞고 지나가면 된다라는 생각!!
기업이나 정부가 잘못을 했을때 우리가 확실하게 거절의사를 표현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그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거죠.
우리가 거절의 소리를 내지 않으면 기업과 정부는 시민을 졸 즉 호구로 보게 됩니다.

누군가는 "그건 내가 어찌한다고 되는게 아니잖아"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나하나 소리낸다고 사회가 달라지겠어" 라면서 무력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개를 이용한 한 실험을 통해 "학습된 무력감" 이란걸 알수 있습니다.
실험은 아주 작은 벽에 개를 넣어두고 전기충격을 가합니다. 전기충격을 받고 작은 벽을 뛰어넘은 개는 다음에도 또 벽을 뛰어넘지만 벽을 뛰어 넘지 못한 개는 전기충격이 와도 그냥 가만히 당하고 있게 된다는 실험입니다. 그 개는 왜 계속 전기충격을 받으면서 있을까요??
바로 무력감을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그런 무력감을 갖고 있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탠리 밀 그램의 다른 실험 "대리자"라는 개념이란 부모, 상사, 선생을 대리자로 생각하고 그들이 우리 대리자로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기를 강요하는 부모나 상사, 일하는 며느리를 못 쉬게 하는 시부모, 폭언이나 폭행을 하는 선생님과 선배, 무리한 요구를 하는 상사나 고객, 휴가는 왜 쓰는 거야라며 눈치 주는 상사, 돈과 권력에만 집착하는 기업인과 정치인들...우린 이런 사람들의 대리자가 아닙니다.
대리자가 되지 않기 위해선 우린 당당하게 거절을 해야 합니다.

거절하는 방법3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관행에 맞서 자기만의 철학을 실현하기' 서울대병원 임재준 교수는 3분진료의 문제점을 깨기위해 주말에 나와 15분 진료를 실천하는 실험을 1년 넘도록 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로서 NGO나 정의를 위해 힘쓰는 올바는 정치인, 사회복지사, 각종 단체 등을 후원하고 도와주는 일

세번째는 '분노에서 행동으로 옮겨가기' 갑질하는 그들에게 그냥 분노만 하지말고 적극적인 행동으로서 거절을 표현해야 합니다.

좌측: 거절의 의사, 우측: 열림과 기대를 표현하는 손

거절을 할 때 기억해야 하는 건 바바라 데밍이 말한 "비폭력적인 두 손" 입니다.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는 한손과 열림과 기대를 갖는 한손입니다.
예를들어 난 선생님과 부모님과 직장상사와 잘 지내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이러지 말아주십시요 라고 말하는 비폭력적인 두 손 입니다.

심리학자 셀리 밀그램은 전기충격을 주는 실험말고 또 다른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3사람의 피험자 중 앞에 두 사람이 거절의 의사를 밝히고 나가면 남아있는 한 사람의 피험자는 어떻게 반응할까? 라는 이 실험에서 무려 90%가 거절을 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이 주는 의미는 나 혼자 거절하기 어렵다면 같이 연대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그들과 함께 거절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컴를라이언스의 실제 여주인공과 인터뷰를 할 때 "그 때 왜 거절을 하지 않았느냐?" 라는 질문에 그 소녀가 한 대답은 부모님이 집에서 "어른의 말을 잘 들어라. 어른이 시키면 그대로 해야 한다" 라고 교육을 받았고 그 소녀는 부모의 말대로 그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가만히 험한일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파트라샤 지아노티 박사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부모가 할 일에 대해 말합니다.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하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표현할 수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싫습니다'라고 말할 능력을 갖게 되며 권위자 앞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된다"
올바르게 아이를 키우고 싶은 부모님들이라면 꼭 기억해야 될 말인것 같아요.
비록 우리는 지금 어떤 불합리와 외압으로부터 굴복하는 일이 많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의 자녀들은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면 안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각자 처한 입장에서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선배나 상사에게 또는 고객에게서 그들이 나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생각했을 때 걱정하지 말고 당당하게 "싫습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 거절이 나의 안전을 지킬수 있습니다.

 [출처] 세바시 : 나의 거절이 안전에 중요한 이유|작성자 세령공주 아빠/ 인터넷에서 복사해 왔습니다. 

세령공주 her story : 네이버 블로그

[엠마오]

이 글은 유투브로 세바시 강연 "김호" 또는 "나의 거절이 안전에 중요한 이유"제목으로 들으시면 훨씬 공부가 됩니다.
강추합니다. 잘 배워서 민주적 복음적인 성숙한 자신 시민 조직과 단체 국가와 나라의 일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저부터.

[엠마오]

제가 녹음을 해서 전문을 올리고 싶은데 잘 요약하고 편집해서 인터넷에 공유해주신 블로거 세령공주 아빠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