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찰구를 빠져나와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누군가 달려들어 두노아빠의 가방을 나꿔채는 것이었다. 두노아빠는 가방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뛰었다. 그 때 누군가 뒤에서 ‘도둑이야, 저 도둑놈 잡아라’하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술 취한 두노아빠는 그것이 자신을 향해 내지르는 소리인줄 모른 채 가방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달렸다.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두노아빠는 숨이 가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역전파출소에 잡혀온 두노아빠는 그 가방이 틀임 틀림없는 자신의 가방이라고 우겼다.
“이 자 보게. 이 자가 전문적인 치기밸껍니다. 내 가방을 제 꺼라니 참 뻔뻔하기 가.”
“아닙니다. 이 가방은 틀림없는 제 가방입니다. 제가 왜 남의 가방을 훔치겠습니 까.”
“당신 술 마셨어?”
“예.”
“이 가방 안에 돈 들은 거 알지?”
“돈이라뇨?”
“경찰관님, 보십시오. 오리발 내미는 겁니다. 서울로 새벽시장 보러가는 돈입니다. 적은 돈이 아닙니다. 이런 친구는 콩밥을 먹여야 합니다. 법대로 처리하십시오.”
피해자라는 사람은 물건을 사야 한다면서 다음 기차로 떠나고 두노아빠는 새벽까지 지구대에서 대기하다가 경찰서로 실려 갔다. 술이 깨자 지난 밤에 일어난 일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일이 어떤 사건으로 발전 되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두노아빠는 약식 재판에 회부되어 벌금형을 받았다. 죄명은 절도였다. 집나간 아내를 찾아다니다가 지쳐 술을 마셨고 취해서 남의 가방을 자신의 가방인줄 알고 잘못 내렸노라고 수없이 말해도 아무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천으로 만들어진 검은색 가방은 생김새가 비슷했다. 재판은 두노아빠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그 사건이 있고나서부터 두노아빠는 두노엄마를 찾는 일을 포기 했다. 두노아빠가 남의 돈 가방을 훔치다 잡혀 재판을 받게 되었다는 소문을 온 동네에 퍼트린 것도 읍내에 자주 나가는 정이아빠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두노아빠를 두둔하기도 하고 사람 보기와는 다르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