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가는 길
영국을 떠나는 공항은 첨단 서비스로 모든 시스템이 전산화 되어있다. 아이슬란드로의 출국 도장도 찍지 않는다. 화물을 보내는 시스템도 잘 되어있다. 아이슬란드로 들어오는 한국 관광객은 거의 없다. 우리에겐 너무 먼 나라다. 영국은 많이 오지만 영국에서 다시 아이슬란드까지 들어오기엔 경비가 너무 많이 소요되는 까닭이다.
아이슬란드는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대부분 모든 물자를 수입하니 그렇다. 인구는 33만 명이며 거대한 빙하가 덮여있다.
세계에서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 1위다. 교육은 모두 무료이며, 7∼15세 사이에는 의무교육을 받는다. 아이슬란드는 화산 활동이 활발하며, 지열의 작용도 거대한 규모로 이뤄진다. 또한 북극권 바로 아래에 국토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수목의 생장에 제한을 받으며 빙하의 흐름도 활발하다.
2016년 7월 5일 우리는 아이슬란드 공항에 내린다. 버스를 타고 근처 렌터카 사무실로 간다. 관광지를 경유하는 버스도 있지만 정보 부족으로 우리는 렌터카를 예약한다. 20도 정도 되는 낮 기온이 쾌청하다. 지금 이곳은 백야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밤 11시53분에 해가 지면 새벽 3시에 해가 뜨는데 세상은 어두워지지 않고 해만 없을 뿐 여전히 밝다. 반대로 겨울에 가장 낮이 짧은 날인 동지는 12월 21일, 한겨울 레이캬비크에서는 해가 오전 11시 30분에 떠서 오후 3시 30분에 다시 진다. 겨우 4시간동안만 낮 시간이 되는 것이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도로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우리를 보며 깃발을 흔들고 환호한다.
최 선생님이 창문을 열고 이들의 환영에 같이 손을 흔든다.
“아니 우리가 왔다고 이렇게 환영인파까지 나왔네요?”
그런데, 우리가 지나갔는데도 그들은 계속 손을 흔들며 좋아서 미칠듯한 표정이다.
바로 그때 최 선생님이 말을 한다.
“우리를 환영해 주는 게 아니고 축구에서 아이슬란드가 8강까지 진출해서 그렇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들이 우리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하하.”
변변한 프로축구 리그도 없는 아이슬란드가 28일 새벽(한국 시간) 프랑스 니스 알리앙츠 리비에라에서 열린 ‘유로 2016' 16강전에서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와 맞붙어 2-1로 승리했다.
유로 2016, 축구선수라고 해봐야 해외진출 선수와 아마추어리그 선수를 포함해 100여명 남짓인 아이슬란드가 유로 대회 본선에 처음 진출한 것도 놀라운 일인데, 인구 6000만 명의 축구 종주국을 물리치고 8강까지 오르는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전체 인구의 10%가 프랑스 구장으로 응원을 가는 바람에 비행기 표 값이 폭등했다는 설도 재미있다.
숙소를 찾아가니 계산대에서 여성 관리자가 봉투를 건넨다. 그 곳에 방의 열쇠가 있다. 샤워를 하는데 이상한 냄새가 난다. 마치 하수구 썩은 냄새 같다.
‘이상하네, 아이슬란드 물은 깨끗하다고 했는데…….’
샤워 후, 일행에게 묻는다.
“물이 이상해요. 무슨 냄새가 나는데요?”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본다. ‘혹시 온천수가 아닐까?’
이때 긴요한 게 스마트폰이다. 나는 바로 검색을 해 본다. 그것은 바로 온천수 이었던 것이다.
“계란 썩는 냄새가 나는데 온천수라 그렇답니다. 수돗물은 그냥 마셔도 된대요. 찬물 쪽으로 돌리면 냄새가 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틀간 온천수로 샤워했더니 피부가 유난히 매끈하다.
밖이 환해서 우리는 커튼을 치고 잔다. 훤해도 상점은 제 시간에 문을 닫고 대부분 사람들은 취침에 들어간다. 일부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지만 환한 밤이라도 밤은 밤이 맞다.
아이슬란드 글씨는 영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들은 영어가 아닌 아이슬란드 어를 쓴다.
내일은 골든 서클이라고 하는 아이슬란드의 가장 핵심적인 관광지를 둘러볼 예정이다.
골든 서클
골든 서클(The golden circle)은 레이캬비크를 출발해 싱벨리어 국립공원(Thingvellir National Park), 간헐천 게이시르(Gyesir), 굴포스(Gullfoss) 폭포를 도는 코스, 이 3개 관광 포인트가 원을 그리며 위치해 있어 ‘골든 서클’로 불린다.
시간이 촉박한 관광객은 이 골든 서클만 돌아보고 떠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사실은 골든 서클뿐 아니라 그 외 관광지도 너무나 아름답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으로 우리는 차를 몰았다. 이곳에는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 판이 만나는 판의 경계지다. 판과 판 사이는 갈라져있다. 마치 신이 막대기로 금을 그어놓고 땅을 분리해 놓은 듯하다. 그렇다고 갈라진 틈이 지하 수천 미터까지 보이는 것은 아니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서기 930년 세계 최초의 의회가 열려 1798년까지 이어진 곳으로 지금도 대대적인 국가 행사가 열리는 아이슬란드의 심장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자연경관만 우리를 반겨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폭포와 땅이 갈라진 판의 경계를 보고자 몰려온다.
우리는 다시 게이시르로 향한다. 두꺼운 암석층을 사이에 두고 뜨거운 온천수의 압력이 최고조로 오르면 일순 수십 미터를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것이다.
치솟아 오르는 장면을 찍고자 수많은 인파의 시선이 온통 웅덩이의 한가운데로 집중된다. 물의 온도는 80도에서 100도에 이른다. 언제 솟아오를지 몰라 우리는 모두 긴장한 가운데 숨을 죽인다. 갑자기 물이 울컥거린다. 그리고 갑자기 폭탄 터지듯 하늘 향해 우렁차게 솟구치는 것이다. 흡사 사랑의 과정에서 참고 참다가 마침내 절정에서 뿜어내는 황홀한 순간과도 비슷하다. 치솟는 높이는 60미터에 달한다.
근처에도 간헐천에서 물이 끓는다. 끓은 물이 산 아래를 향해 졸졸 흐른다. 정말 끓는 물인가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나는 그 물에 손가락을 넣어본다.
‘앗. 뜨거!’
하마터면 데일 뻔 했다. 계란을 놓으면 바로 삶아질 것 같다.
우리는 다시 굴포스를 향해 달린다.
맑던 하늘이 굴포스에 가까워지자 흐려지더니 소나기가 퍼붓는다. 빗물과 빙하가 녹은 물이 섞여 흐르는 강이 있는데 강 이름이 흐비타(Hvita)강이다.
굴포스는 강물이 32m 협곡 아래로 떨어지는 3단 폭포다. 한때 굴포스의 소유주가 이곳을 영국에 팔고자 했으나 그의 딸 시그리드 토마스도티르의 반대로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폭포 주변에 어떤 시설도 세우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는 굴포스를 아이슬란드에 기증해 지금에 이르렀다. 시그리드 토마스도티르는 아이슬란드 최초의 여성 환경운동가로 여겨지며 굴포스 근처에도 그녀를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졌다. 그래서 굴포스에 가면 그 어떤 인공적인 건물이 하나도 없다. 아이슬란드는 모든 곳에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드넓은 강물이 일순 협곡 아래로 고공낙하 하는데 웅장한 소리와 환상적인 풍경으로 우리는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웅장하고 멋진 폭포다.
사람의 눈은 참 간사하다. 내가 빅토리아 폭포를 보고 오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굴포스를 보고 너무 아름다워서 어쩔 줄 모른다고 수십 번 썼을 텐데, 굴포스의 스무 배쯤 되는 빅토리아를 본 후여서 그런 감흥은 일지 않는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하고 온 후에는 자신의 눈높이를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
아름다움은 크기로 설명되어지는 것도 아니다. 작은 것은 작은대로 아름답고 소박한 것은 그대로 위대한 것이다. 길도 없는 산 외진 곳에 해마다 피는 제비꽃을 보라. 그 예쁜 보라색 꽃도 결코 산 너머 다른 세상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비를 흠뻑 맞으며 폭포 구경을 해도 즐겁다. 지금 보지 않으면 평생 다시 볼 수 있겠는가.
돌아오는 길에 언덕위의 교회가 아름다워 그 곳으로 차를 돌린다.
작은 교회인데 주위의 초원과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조금 후에 suv차량이 한 대 도착한다. 바퀴가 얼마나 큰지 탱크 같다. 운전자는 남성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젊은 여성이다. 우리는 너무 놀란다. 편견이 무섭다. 두 여성은 트레킹을 하려나 보다.
‘좋은 곳이 있나? 나도 가 봐야지’
나는 일행에게 눈앞에 보이는 산까지만 올라갔다 오겠노라 말하고 부지런히 산을 오른다.
두 여성은 꽃이 만발한 오른쪽으로 오르고 나는 길도 없는 왼쪽 산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은 풀 한포기 없는 돌과 이끼만 존재한다.
푹신푹신한 이끼가 말라 죽어있다. 파란 이끼가 아니다. 정상인줄 알고 오르자 울퉁불퉁한 평원이다. 끝이 보이지 않아. 다시 내려온다.
우리는 시내에 있는 전망대로 향한다.
흰 건물이 많이 보이는 노르웨이 시내는 한가롭다. 높은 건물도 없고 인구가 많지 않아 여유가 있어 보인다.
“식사는 무엇으로 할까요?”
교수가 묻는다.
“오늘은 근사하게 저녁을 먹죠.”
일행들이 말한다.
‘과연 근사할까? 엄청 비싸다고 들었는데.....’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유명한 교회로 간다.
할램스키르 교회인데 주상절리에서 영감을 받아 1937년에 아이슬란드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했단다. 안에 들어가면 거대한 오르간이 있는데 오르간의 파이프가 5275개나 된다고 한다. 행사 때는 진짜 연주를 들을 수 있단다.
폰으로 맛집 검색을 하다 교회 건너편 레스토랑으로 우리는 자리를 옮긴다. 맛집답게 식당 안엔 사람이 많다. 우리는 잔뜩 기대를 하며 돈을 떠나 가장 맛있어 보이는 요리를 시킨다.
그런데...... 맛이 없다.
아무리 맛있게 먹으려 해도 우리나라 시골의 횟집보다 맛이 없다. 모두들 표정이 굳어있다. 속으로 집에 가서 라면이나 끓여먹을 걸 하는 표정들이다.
배가 고팠던 차여서 그래도 모두들 그릇은 다 비운다. 이렇게 많이 음식을 시키는 관광객은 우리 밖에 없다. 1인당 요금이 거의 10만 원 선 이었는데 왜 그렇게 돈이 아깝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