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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깝고도 먼 우리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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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보조인연대 고미*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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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 : 이야기를 들으면서 불편한 지적들은 많은데요. 서비스의 질을 이야기 하시면서 그 말 속에 '나이 많은 여성들의 서비스는 하찮을 것이다.' 라고 하는 생각이 깔린 것 같아요. 특히 '마트에서도 안 받아준다' 이런 말씀 속에는... 하지만 여성들은 그 나름의 세월이 엮어 놓은 뛰어난 자신의 능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장애 아동을 케어하는 경우 어떤 남성들 보다도 나이 많은 여성분들이 훨씬 잘 합니다. 본인 스스로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연구하기도 하고, 솔직히 장애인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대부분의 활동보인은 젊은 남성들입니다. |
활동보조인 일이 기본적으로 돌봄 서비스이고,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보니 현재 나이 많은 여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실정이다. 하지만 장애인 이용자 수도 여성이 많은게 아니다 보니 남성 이용자를 여성 활동보조인이 맡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도 많다. |
고미* : 제가 활동보조인 연대 일을 하면서 어떤 이용자 분과 활동보조인 사이의 문제가 있어서 직접 가서 확인해 보려고 하다가 결국 못 갔어요. 그 이유가 뭐였느냐면, 활동보조인이 남편에게 자신이 남성 장애인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원치 않으셨던 거예요. 이 분은 자기가 다른 남자의 옷도 갈아 입혀주고 목욕도 시켜준다는 사실을 알리길 두려워하신 거죠. 대부분의 성비 불균형 문제가 이래서 여성 활동보조인은 문제를 숨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예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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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3 : '이용자의 부당한 요구' 와 '활동보조인의 봉사정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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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의 또 하나의 주제는 활동보조인의 '일의 범위' 였다. 활동보조인들이 '내가 이 돈 받고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라고 느끼는 경우 중 다수는 이용자가 자신과 관련이 없는 주변 사람들의 일을 부탁하는 경우 특히 가족들의 일까지 해달라고 요구할 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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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가 제기될 때 가장 교과서적인 답변은 '활동보조인이 못하겠다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정도이다. 그러나 매일 같이 얼굴을 보며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 활동보조인의 노동 특성상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활동보조인 구* 씨는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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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 사실 우리가 현장 나가보면 항상 불만인게 워냐면요. 특정된 이용자만 하는게 아니라 가족분들도 같이 한단 말이죠. 솔직히 말해서 가족 일까지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잘라야 한다는 말이 맞아요. 그런데 실제 활동보조인 중에서 그걸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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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갈등을 해결할 방법의 하나는 활동보조인이 그냥 참고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활동보조인은 정당한 권리를 가진 '노동자' 라기 보다는 장애인을 위해 헌신하는 '봉사자'가 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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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으로 장애인 이용자들은 자신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봉사정신'이 있다고 자부하는 활동보조인에게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이용자가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은 자립생활의 기본 원칙으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활동보조 서비스 이용자이기도 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수*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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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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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 : 아까부터 봉사정신 이런 말씀 많이 하시는데 이용자 입장에서는 봉사정신 이런 것은 좀 부담스러워요. 그냥 이용자가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만 충실히 해 주시면 된다고 봐요. 봉사정신 보다는 활동보조 '사비스'를 제공한다는 이런 마음으로.... |
하지만 이 문제가 그리 간단치 만은 않다. 실제로 활동보조인들은 업무의 현장에서 늘 '봉사정신'을 요구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김연* : 봉사정신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그걸 들으면서 우리와 생각이 많이 다르구나라고 느꼈어요 많은 이용자분이 '이런 일 봉사정신 없으면 못 한다' 라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어떨 때는 활동보조인이 10시간을 추가로 일해 드렸는데 '봉사도 할망정 이런 일 못하냐' 고 하시는 분도 있고요. 봉사로 말하지 말라 하면서도 '봉사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더 잘할 것이다' 라고 하는 생각이 있는 거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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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 시간 동안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활동보조인과 이용자들은 어느 때에도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한 현장의 말들을 쏟아냈다. 때로는 너무 거침없는 말들이어서 서로가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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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 서비스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삶이고,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한 노동이다. 서로 다른 목적과 방향을 가진 그 만남의 고정에서 여기저기 부딪치고 상처도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그 숨어 있던 말들이 조금씩 말문이 터지는 순간부터 갈등의 해결 방법 또한 만들어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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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처 : 가깝고도 먼 우리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 작성자 newsbemin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