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1:13-22
찬송가 212장 ‘겸손히 주를 섬길 때’
현자들에게 묻되
에스라, 느헤미야와 함께 에스더서는 포로 귀환 시대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에스더서는 제1차 포로 귀환과 제2차 포로 귀환 사이인 페르시아 제4대 왕 아하수에로 곧 크세르크세스 시대 페르시아의 수도인 수산에 살던 디아스포라 유대인 공동체를 중심으로 기록된 내용입니다. 어제 새벽에는 왕궁에서 열린 세 번의 잔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두 번은 왕이 베푼 잔치였고, 한 번은 왕후 와스디가 여인들을 위해 베푼 잔치였습니다. 아하수에로 왕은 잔치가 절정에 이르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왕후 와스디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기 위하여 와스디를 잔치에 불렀습니다.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진 왕이 왕후를 잔치 자리로 나오라 불렀으나 왕후는 왕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와스디 왕후가 왕의 명령에 불응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일로 인해 왕이 진노하게 된 내용을 어제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함께 읽은 본문은 자신의 명령대로 따르지 않는 왕후로 인해 진노한 왕이 취한 행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13절~15절입니다. 왕이 사례를 아는 현자들에게 묻되 (왕이 규례와 법률을 아는 자에게 묻는 전례가 있는데 그때에 왕에게 가까이하여 왕의 기색을 살피며 나라 첫 자리에 앉은 자는 바사와 메대의 일곱 지방관 곧 가르스나와 세달과 아드마다와 다시스와 메레스와 마르스나와 므무간이라) 왕후 와스디가 내시가 전하는 아하수에로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아니하니 규례대로 하면 어떻게 처치할까
‘사례를 아는’은 ‘시대를 아는’이라는 의미이며, ‘현자’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라는 의미입니다. 오늘날도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결정하기 위해 그 방면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듯이 아하수에로 왕은 잔치가 끝나자 현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왕은 자신의 부름에 불응한 왕후의 행동에 대한 처분을 혼자 내리지 않았습니다. 자문을 구하며 자신에게 일시적으로 일어난 단순한 감정으로 왕후에게 보복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기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왕에게서 자문을 요청받은 현자들은 곧바로 왕의 기색을 살폈습니다. 현자들이 왕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왕과 현자들과의 관계가 친밀했으며, 이들의 신분은 페르시아 신하들 중 최정점에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왕이 왕후 와스디와 관련한 자문을 구하자 일곱 현자들은 서로 협의를 하였고 므무간이 대표로 자신들의 의견을 왕에게 전달하였습니다.
16절~20절입니다. 므무간이 왕과 지방관 앞에서 대답하여 이르되 왕후 와스디가 왕에게만 잘못했을 뿐 아니라 아하수에로 왕의 각 지방의 관리들과 뭇 백성에게도 잘못하였나이다 아하수에로 왕이 명령하여 왕후 와스디를 청하여도 오지 아니하였다 하는 왕후의 행위의 소문이 모든 여인들에게 전파되면 그들도 그들의 남편을 멸시할 것인즉 오늘이라도 바사와 메대의 귀부인들이 왕후의 행위를 듣고 왕의 모든 지방관들에게 그렇게 말하리니 멸시와 분노가 많이 일어나리이다 왕이 만일 좋게 여기실진대 와스디가 다시는 왕 앞에 오지 못하게 하는 조서를 내리되 바사와 메대의 법률에 기록하여 변개함이 없게 하고 그 왕후의 자리를 그보다 나은 사람에게 주소서 왕의 조서가 이 광대한 전국에 반포되면 귀천을 막론하고 모든 여인들이 그들의 남편을 존경하리이다 하니라
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왕후 와스디의 잘못은 왕의 엄명을 거역함으로 왕의 위신을 실추시킨 것뿐 아니라 왕후의 왕명 거역은 일반 백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왕후의 행동은 모든 여인들이 왕후의 행동을 본받아 자신들의 남편을 멸시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자들은 왕후 와스디를 폐위시켜 왕명을 거역한 와스디를 공개적으로 징계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 아내들이 남편에게 불복종하지 못하도록 할 뿐 아니라 이 결정을 명문화할 것도 요청했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의 전통 중 하나는 왕의 도장이 찍혀 법률화된 사항은 절대 그 효력을 취소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와스디가 이후에 권세를 회복하여 자신을 폐위시킨 사람들에게 보복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더 나은 사람을 왕후의 자리에 앉힐 것을 권면했습니다. ‘더 나은’이란 ‘더 아름다운’, ‘더 덕스러운’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와스디보다 더 아름답고 더 덕스러운 여인을 왕후 자리에 앉히면 신분이 높은 고관의 아내에서부터 평민의 아내까지 모든 아내들이 남편을 존경하게 될 것이기에 가정과 국가의 기강이 다시 설 것이라고 논리였습니다. 왕후 와스디를 폐위한다고 하여 모든 아내들이 남편을 존경할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되어 보입니다. 그러나 므무관은 와스디를 폐위시켜야 한다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 했습니다.
21절~22절입니다. 왕과 지방관들이 그 말을 옳게 여긴지라 왕이 므무간의 말대로 행하여 각 지방 각 백성의 문자와 언어로 모든 지방에 조서를 내려 이르기를 남편이 자기의 집을 주관하게 하고 자기 민족의 언어로 말하게 하라 하였더라
므무관의 제안을 들은 아하수에로 왕은 왕후 와스디에 대한 폐위 주청을 받아들이며 그 안을 즉각 실행시켰습니다. 왕이 왕후를 즉각 폐위시킬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왕의 감정 상태와 왕의 의사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현자들과 지방관들까지 모두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의 옳고 그름의 기준은 누가 더 큰 힘을 가졌느냐, 얼마나 내게 더 이익이 있느냐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왕후 와스디의 폐위는 전국에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던 페르시아 제국 영토에 사는 사람들은 남편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명령도 함께 전달받았습니다. 고대 페르시아는 다민족 사회로 민족들간의 교류도 활발했기 때문에 부부간에 민족과 언어가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결혼한 경우 아내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은 남편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명령이었습니다. 이 명령은 남편, 즉 가장의 권위를 강화시켜 주는 조치가 되었을 것입니다.
에스더 1장은 페르시아 제국의 왕실 역사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의 역사는 이스라엘을 위한 하나님의 구원 역사로 이어집니다. 앞으로 살펴볼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이방 왕의 마음을 움직이시며 이스라엘을 구원하시는 은총의 역사로 전개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의 역사하심 안에 있는 백성은 복 있는 백성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 속에 있다고 하여 모든 날들이 평안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눈물을 흘릴 때도 있고, 때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 속에 거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할지라도 우리가 낙망하지 않는 것은 이미 2천 년 전에 죄 가운데 허덕이던 우리를 십자가로 말미암아 우리를 주님의 기업으로, 주님의 청지기로 삼아주셨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오늘 우리의 삶의 자리가 눈물 흘리는 자리라 할지라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의 자리라 할지라도 주님을 향한 찬송을 이어 가는 것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우리를 지금부터 영원까지 책임지시기 위해 십자가의 길을 완주하셨기 때문입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왕후 와스디는 진노한 왕에 의해 결국 폐위되고 말았습니다. 주님의 뜻에 순종하기보다 각자의 욕망대로 살았던 우리에게 진노의 잔을 쏟지 않으시고 구원의 잔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삶을 날마다 순간마다 돌아보며 주님께서 허락하신 사람들과 화평을 이루며 살아가는 은총을 누리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우리를 기업삼아 주시고, 주님을 향한 찬송을 이어가게 하신 주님과 함께 날마다 각자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길을 완주하게 하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왕에게 조언해야 했던 현자들이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지 묵상해 보십시오.
2. 누군가에게 조언했던 경험을 떠올려보고 나의 관점이 어디에 있었는지 묵상해 보십시오.
3. 우리 가정은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살아가는지 묵상해 보십시오.
4. 나는 어떤 경우에 가족을 향해 진노하는지 묵상해 보십시오.
5. 나의 성품이 가족을 힘들게 한다면 나의 성품을 다스릴 지혜와 힘을 구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작성: 이영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