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패가 물었다.
"노나라의 소공은 예를 아는 분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예를 안다."
공자가 물러가자 진사패는 공자의 제자 무마기에게 읍하고 말했다.
"듣자하니 군자는 무리를 지어 편을 들지 않는다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선생 같은 군자도 같은 무리를 편드는 겁니까? 소공은 유가의 법도에 너긋나게 같은 성씨의 아내를 맞이하고는 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오맹자'라 불렀다 합니다.
만약 구런 소공이 도를 안다고 하면 세상에 예를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무마기로부터 이 말을 전해 들은 공자가 말했다.
"나는 정말이지 행복하다. 잘못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그것을 알려주니 말이다."
채환공과 고여백
우리 주변에는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여 다른 이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있어 다른 사람의 충고는 자신에 대한 무시와 모욕일 뿐이다.
그런 사람들은 분명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다. 편작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 채환공처럼 말이다.
전국시대 제나라에는 의술이 뛰어난 진월인이라는 의원이 있었다. 신기에 가까운 그의 의술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편작扁鵲(상고시대의 명의 - 옮긴이)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그의 본명보다는 편작이라는 별명에 익숙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날 우연히 채환공을 만난 편작은 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말했다.
"공게선 병이 있으십니다. 허나 병이 피부에 퍼져 있으니 속히 치료하면 관찬을 겁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채환공이 불괘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슬데없는 소리! 난 아픈 데 없네."
편작을 쫓아버린 채환공은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의원들은 왜 다 저 모양이라지. 아픈 데도 없는 사람에게 병이 있다고 말하며 고명한 의술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나!"
닷새가 지난 후 편작이 다시 채환공을 찾아와 말했다.
"공의 병은 이제 근육까지 퍼졌습니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병이 위중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채환공은 여전히 그의 말을 무시했고 편작은 어쩔 도리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시 닷새가 지나고 채환공을 찾아온 편작은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제 병이 장가지 번졌습니다. 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채환공은 이번에도 편작의 말을 듣지 않았다.
도다시 닷새가 지난 후 채환공을 찾은 편작은 그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채환공이 시람을 보내 그 이유를 물었다.
"왜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갔느냐?"
그러자 편작이 대답했다.
"병이 피부에 머물고 있을때는 더운물로 몸을 데우는 것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근육에 퍼진 병은 침을 맞으면 금세 회복되지요. 병이 장에 퍼졌을 때는 탕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골수까지 퍼진 병은 무엇으로도 고치기 힘들지요. 지금 공의 병은 골수까지 퍼졌습니다. 치료하고 싶어도 이제 방법이없습니다."
하지만 채환공은 끝까지 편작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그로부터 닷새 후 채환공은 갑자기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제야 편작의 말을 믿게 되었지만 때는 이미 늦은 터였다.
채환공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훗날 사람들은 이이야기를 통해 '휘질기의諱疾忌醫'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어냈다. 병을 숨기고 의원을 꺼린다는 뜻으로,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지적해도 인정하지 않는 행동을 꼬집는 말이다.
명나라의 고여백이 진사에 급제하자 그를 키운 숙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네가 진사에 급제했지만 나는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걱정이 앞서는 구니. 관직에 오르면 마음가짐이 헤이해질 테니 이제 매일 너의 행동을 기록해 내게 버내도록 해라."
그러자 고여백이 섭섭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태껏 숙부님의 옆에서 자란 저를 아직도 믿지 못하신단 말입니까?"
하지만 못내 마음이 편치 않았던 고여백은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혹시 조금이라도 변했는지 물었다.
"옛날과 비교해보면 조금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그 말에 충격을 받은 고여백은 숙부의 충고대로 매일 자신의 언행을 빠짐없이 기록하기 시작했다. 생각 외로 너무 많은 결점을 발견한 고여백은 그때부터 열심히 경문을 공부하며 인격 수양에 힘썼다.
시간이 갈수록 공책에 쓰인 결점이 점점 줄어 훗날 그는 제학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청나라의 서문경 역시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매일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는 노란 콩과 검은 콩을 가까이 두고 좋은 일을 하면 노란 콩을 , 나쁜 일을 하면 검은 콩을 병에 넣었다. 처음에는 검은 콩이 더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병 속에 담는 검은 콩의 개수가 점점 줄어 마침내는 노란 콩이 훨씬 많아졌다.
<인생지침>
잘못을 숨기고 인정하지 않는 행동이 자신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올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것은 바로 어리석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현자는 항상 자신의 말과 행동을 반성한다. 알면서도 잘못을 범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