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가 시작되는 모닝콜이 귓전을 때린다. 설 연휴와 기름진 음식, 편안한 자리에 익숙해진 몸뚱이는 기상 의지를 거역하고자하는 유혹을 뒤로한 채 산행장비를 챙기고, 잠을 설치며 산행 준비를 해준 마눌의 고마움을 간직하고 문을 나서면서 셔틀버스기사와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아침인사를 건네며 지하철로 향하고 교대역에 도착하니 산행을 위한 리무진 버스가 천천히 진입한다. 무작정 믿고 싶어지는 하루가 시작되고 하늘은 한줄기 소나기라도 뿌릴 것처럼 흐리고 어두움이 반긴다. 대관령 눈 산행 후 1주일가량 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릎에서는 약간의 가려움과 통증을 동반한 신호를 보내나 무시하고 회장, 산행대장, 회원님들과 새해인사를 나누면서 탑승 8시 10분경 교대 출발하여 광혜병원, 만덕, 덕천에서 회원들을 태우고 오늘의 목적지 팔공산을 향한다. 새해를 맞이하여 오늘 산행지인 갓바위에서 빌면 소원 한 가지는 들어준다는 설이 있다는데 소원하나씩 품어보라는 회장님의 새해인사에 이어 한반도의 중추적 산맥인 백두대간이 남향으로 향해 힘차게 내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곳에 높이 솟아 병풍처럼 둘러쳐진 팔공산, 옛부터 우리나라의 명산영악(名山靈岳)으로 손꼽혀 왔으며 옛사람들은 산세가 삼존불, 즉 세 부처님의 형상이라 하여 신령스러운 영산으로 믿어왔고
대구광역시의 북동쪽을 장벽처럼 둘러싸고 있는 팔공산(八空山·1192.9m)은 대구시와 경상북도 5개 군에 걸쳐있으며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 바위절벽을 이룬 능선 그리고 깊은 골짜기와 울창한 수림 등 명산이 갖추었다는 산행대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갓바위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10분을 시계바늘은 가리키고 모두 산행채비를 하여 나선 후 20분이 지난시간 산행들머리에서 인사를 나누고 산행 시작 약 900m 정도에 갓바위가 있다는 안내표지판을 보면서 가파른 돌계단을 오른다. 춥디춥다는 정월의 날씨가 마치 봄날같이 온기가 묻어나는 기온 속에 비탈진 언덕을 오르니 땀은 온몸을 적시고 목 타는 갈증 속에 갓바위에 도착시간 11시10분, 많은 불자들이 절을 하며 기원을 드리고 비좁은 길속에 조망이 좋은 곳을 찾아 한 컷. 녹녹치 않는 생 혹, 생애 오르막이 남아있다면 부디 갓바위 오르막길 만큼이길 바라면서
험준한 바위와 짙은 안개가 언제 어느 곳에서 반겨줄지 모르는 게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 채워지지 않고 끊임없이 추구하는 삶 숨 쉬는 동안 한번쯤은 깊이 빠져들고픈 욕망의 샘 ! 욕망과 기원! 그 끝은 어디에 있을까 ? 욕망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의 소원 담아 기도를 하고 눈과 입 손을 모아 그칠 줄 모르고 쉼 없이 절을 하는 불자들을 뒤로하고 능선재를 향한다. 새로난 등산로를 따라 1시간가량 걸었으나, 인봉은 나타나지 않고 아기자기한 능선만 계속되는 듯하더니 전망이 좋은 큰 바위를 발견하고 그 위에 오른다. 첩첩이 쌓인 산들과 그 품속의 마을 ! 안무에 쌓인 능선, 잔설이 남아있는 아스라한 비탈면, 경기가 없어서인지 손님이 끊어진 허허로운 골프장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위험스러워 보이는 바위를 좋아하는 회원들이 많다. 바위는 산을 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재미를 더 해준다는 거친 매력을 가졌다는데. 허지만 난 언제나 태연히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산행을 즐기곤 한다. 능선재에 도착하니 12시 20분, 앞서온 회원들이 점심을 같이하자하여 양지바른 곳에 앉아 허기진 배를 채운다. 오늘의 산행종점인 은혜사까진 6km가 남았고 1시간30분 내지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산행대장의 안내가 귓전을 스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눈이 녹아 얼음 된 빙판길이 하산의 위험을 감수하게 한다. 아이젠을 착용할까 잠시 생각하다 조심과 안전한 걸음을 할 것을 다짐하면서 산행은 이어지고 겨울이 익숙한 것은 일속에 파묻혀 있던 일상을 탈출하여 공허한 마음으로 무작정 올랐던 호젓한 숲 ! 시간의 제약이 없는 추억들이 아른거리며 펼쳐져서 그런가 ? 아님 일이 손을 떠난 계절과 같기 때문일까 ? 작은 능선을 몇 차례 오르고 내려 14시에 큰 묘가 있는 영천 치일리 인종태실에 도착한다. 인종태실! 궁금해서 살펴보니 왕자나 공주의 태(胎)를 묻는 석실을 말하고 이곳은 인종의 태실이라나. 사람팔자 예나 지금이나 조상을 잘 맞나면 ........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한 컷, 하산을 서두른다. 이제 떠나야할 시간이다. 멈춤도 또 다른 흐름이란 것을 !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다시 오고 오늘의 갈무리는 내일의 눈부신 태양을 예약하고 있음이 아닐는지 ? 조급해 하지 말고 세월에 쉬어감도 좋지 않겠는가 ? 겨울이 품고 머문 자리 ! 문득 너의 안부를 묻고 싶다 ! 이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그리움이 고개를 쳐들면 천천히 눈을 떠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떠올리며 삶의 아름다움을 읊조린다. ==============================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오늘을 마무리하면서 담고 싶은 추억하나 건졌으면 그걸로 됐다, 사는 게 마음먹은 되로 되지 않는 내 인생 가장 암담한 시절 ! 끊임없이 속삭인다, 산을 넘고 내를 건너 크고 깊은 곳에 그냥 그대로인 채 머물고 싶다고...... 그 기억 위를 걸으면서 예쁜 소리함과 정자, 얼음 치는 동심을 지나 은혜사를 건너 종착지에 도착하니 14시40분, 하산식 준비로 물을 끓고 어묵과 국수로 하얀 김이 아른거리고, 15시가 조금 넘으니 밖으로 나오라는 집행부 대장님. 어묵에 소주! 하산식과 하산주로 산행의 대미를 지으며 또 하루를 이렇게 속절없이 보낸다. |
|
|
|
|
|
|
|
|
|
|
|
|
|
|
|
|
|
|
첫댓글 회원님 ! 기축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역마님 정초에 좋은 곳 다녀 왔군요. 오래 전에 다녀온 팔공산.... 님의 덕분으로 다시 갔다온 느낌~~ 잘 보고 갑니다.
선비님 올해는 좀더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그리고 김사갓님은 조금 멀리하심은 어떨는지요?
좋은곳 다녀오신 역마님 새해 "복" 마니마니 받으시소 ^^ 그라고 자주놀러 오시소 ㅎㅎ
아찌님 수고 많으십니다. 계속 분투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