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21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입니다.
【디카시 강좌】
"디카시의 귀결점은 아포리즘(Aphorism)의 울림이다."
정 유 지
(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
"디카시의 맛은 아포리즘이다."
아포리즘은 금언·격언·경구·잠언 따위를 가리킨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아포리즘은 히포크라테스의《아포리즘》 첫머리에 나온다. 즉,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말이다. 또한 파스칼의 아포리즘도 유명하다.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한 줄기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라는 말도 널리 알려진 경우이다. 문학적, 철학적 아포리즘이 담긴 책은 라 로슈푸코의《잠언집》, 니체의《서광(曙光)》등이 있다.
국내 아포리즘 디카시를 살펴본다. 김왕노 시인의 디카시 <독작>이란 작품을 소개한다.
#디카시
독작(獨酌)
상처라도 끓여 혼자 홀짝이니
미운 사람 하나 없는 세상이다
- 김왕노
‘독작(獨酌)’은 남부터미널 모 카페에서 홍차를 마시다가 얻은 디지털 영상과 디지털글쓰기로 완성한 작품이다.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의 3박자를 두루 지닌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독작(獨酌)’이 주는 메시지를 분석하면, 세상은 해소의 세상이고 용서와 화해, 상생의 세상임을 암시하고 있다. '찻잎을 덕음질로 상처를 입혀 차 맛이 우러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창작한 작품이다. 달관의 미학과 해탈의 철학이 담겨진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끝없는 발품으로 얻은 디카시다. 디카시 쓰기는 세상에 다가서기였다. 피사체 안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세상이 사라지지 않고 존재함을 알았다. 현실과 꿈의 괴리감으로 세상에 대해 가진 부정적인 선입견을 버리며 이제 나이 들수록 디카시를 쓰는
가슴 뜨거운 사람이 되어야겠다. 내가 타서 재가 되더라도 디카시의 불꽃으로 누군가의 시린 손이 따뜻하기 바란다. 디카시를 대하고 쓸 때마다 디카시와 모든 사람이 육화되는 생활문학이 세상에 펼쳐지기 바란다. 디카시 쓰는 가족이 늘어나기 바란다."
인용된 것은 김왕노 시인의 네번째 디카시집 『독작(獨酌)』에 나오는 <시인의 말>이다.
2020 제주N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박주영 시인의 디카시 <늦가을>을 소개한다.
#디카시
늦가을
하강하는 나뭇잎 하나
툭, 던지는 한마디
세상은 모두 순간이라고
-박주영
인용된 작품은 디지털영상, 디지털글쓰기로 빚어낸 '늦가을' 정취 속 사색과 사유의 심장을 지피고 있다.
인생의 무게가 담겨진 작품이다. 무릇 삶을 바라볼 때, 꽃 피고 열매 맺을 줄만 알았지 떨어질 줄 모르는 삶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결국 '하강하는 나뭇잎'은 '순간'임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김영빈 시인의 디카시 <태엽시계>를 소개한다.
#디카시
태엽시계
이 조그만 태엽
열두 바퀴 힘으로
四季가 돌아간다
- 김영빈
인용된 것은 김영빈 시인의 디카시 <태엽시계> 전문이다. 원래 이 작품의 제목은 끝부분에 위치해 있었으나, 편의상 앞으로 조정하여 배열하였다. 초월적 세계관으로부터 비롯된 자연의 순환과 원리를 터득한 작가의 섬세한 직관력은 무한한 창조적 상상력을 발현시키고 있다. 이상옥 교수는 "그의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읽어내는 경구고 잠언이며 심오한 경전을 읽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소중한 순간들을 헛되이 잊고 싶지 않아 언제부턴가 많은 것들을 사진에 담아 디카시로 남겼다. 디지털의 힘을 빌어 아날로그 감성이 쌓이는 공간,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겐 좋은 기억으로 펼쳐질 수 있을까."
김영빈 디카시집 『pause』에 나오는 <시인의 말>이다.
'pause'란 멈춤 또는 잠시 멈추다, 정지시키다 등의 의미를 지닌다. 제목부터 철학적 사유와 자기반성의 메타포가 함유되어 있다. 메타포는 그리스어로, 메타포(Metaphora : 의미를 바꾸다)에 어원을 두고 있다. 형태나 기능의 유사성을 근거로 의미를 바꾼다는 뜻인데, 예를 들면 "이 조그만 태엽 / 열두 바퀴 힘으로 / 四季가 돌아간다"에서 조그만 태엽(떡잎)은 12개월을 잉태한 사계절에 대한 메타포라 할 수 있다.
메타포는 사전적으로 은유를 뜻한다. 어원적으로는 전이(轉移)의 뜻한다. '숨겨서 비유하는 수사법'이다. 왜냐하면 'A는 B와 같다'는 식의 비유가 아닌, 오히려 '~같다'는 비교를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A는 B다'는 식의 어법을 말하기 때문이다.
"촌철살인의 아포리즘 작품은 짧으면 짧을수록 그 시적 울림이 강하다."
디카시는 치열함이 그 생명력을 담보하고 있다. 치열한 디카시인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짧고 굵은 아포리즘이 통한다.
부산디카시인협회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디카시 전문 단체다. 디카 총으로 포획한 생생한 디카시들이 밴드를 통해 24시간 활어처럼 움직인다.
#디카시
[금주의 디카시 한편]에 정경미 님의 <붉을 희망>을 소개한다. 디지털영상을 촬영하면서 동시에 디지털글쓰기, 디지털제목 모두를 융합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영상(사진), 디지털글쓰기, 아울러 디지털제목의 3종세트가 희망의 서곡을 연주하고 있다.
정경미 님은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은 '봄이 아니어도 타오를 수 있다'는 인생의 아포리즘을 덧칠하고 있다. 창조적 상상력의 날개로 겨울 하늘을 비상하고 있다. 시적 역량과 내공에 놀라울 뿐이다.
디지털영상과 디지털글쓰기로 융합된 디카시 아포리즘의 울림은 기존 활자 중심, 지면 중심의 아날로그 세상을 디지털 세상으로 연결시키는 통로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의 뜨거운 맥박이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맥박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진정 디카시를 창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다."
“디카시는 디지털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멀티종합언어다. 2004년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디카시를 발명했고 대한민국이 디카시의 종주국이다."
디카시는 K-컬쳐 한류 열풍을 이끄는 디지털문학의 아이돌이다. 디카시를 아끼고 사랑하면 할수록 디카시 세계화는 앞당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