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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내 인생의 지도를
https://youtu.be/-PmZ2KcfGCI?si=PEyLPBLNv0wEsYUS 나민애
https://cafe.daum.net/rnjstlgur/DiFC/22 권시혁
제가 지금 약간 울라고 하는데 이거는 유전병의 일종이에요. 저의 집에는 저보다 더 잘 우시는 한 분이 계세요. 훌쩍훌쩍 우시면서 걸어 다니는 한 할아버지가 살고 계시거든요. 아부지 나는 누구지 라고 물어봤더니, 빨리 가서 시를 써야 돼 막 이렇게 하면서 어디론가, 어디론가 막 삶을 사는데 저한테는 어떤 게 가장 절실했냐면 인생의 지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게 제일 절실했어요.
내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세상이 다 말하는데 그러면 나는 여기 왜 사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은 제 이름을 아시죠. 네 저는 여러분 이름을 몰라요. 00:55
그래서 끝나고 나서 여러분 가실 때 제가 밖에 서 있을게요. 이름을 알려주시면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박수 안 치셔도 되는데 저를 이제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를 모르겠는데 아 저 여자는 유 퀴즈에 나왔던 여자야 이런 생각을 하셨을 것 같고, 그다음에 나는 저 여자보다 저 여자 아버지를 좋아하지. 이런 생각을 또 하셨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데 저는 이제 유 퀴즈 얼마 나가 얼마 전에 나가서 이렇게 돈봉투 상금 봉투를 받았어요. 그런데 만 원짜리가 꽂혀있는 그 상금 봉투를 받아왔는데 저희 아버지가 봉투 빈 봉투를. 돈을 다 썼고요. 빈 봉투를 보시더니, 그 봉투를 나한테 팔아라. 이렇게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얼마 주실래요. 그랬더니, 10만 원 주신대. 그래서 아닌데 10만 원에 팔 물건이 아닌데 내가 가만히 안 판다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올리시더라고요. 그래서 20만 원 가만히 있었더니, 30만 원 그래서 아 이렇게 있으면 계속 올라가겠구나. 그래서 안 판다고 했어요. 01:54
왜 안 판다고 했느냐면 아부지가 이제 사려고 하는 그 물건이 저도 사실 하나밖에 없잖아요. 제가 언제 또 유퀴즈를 또 나가겠어요. 그죠. 그래서 음 저한테도 기념품이니까. 아 나는 아버지 주지 말고 내 것이니까 내가 활용을 하자 해서 어떻게 활용을 했냐면, 얼마 전에 저 모교 고등학교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는데요. 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지금 막 힘들 때니까 네가 선배니까 와서 애들한테 이제 꿈과 희망이 그런 응원의 메시지 강연을 좀 해달래요. 그래서 옳다구나 됐다. 이제 봉투를 쓸 날이 왔다. 이렇게 생각을 한 거죠. 2:29
그래서 그 아이들이 140명이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돈 140만 원을 찾았어요. 그래서 만 원짜리 신권으로 바꿔 달라고 은행을 돌아다녔어요. 있죠. 신한은행 가서 바꿔주세요. 우리는 우리은행 가서 바꿔주세요. 국민은행 가서 바꿔주세요. 농협 서울은행 가서 바꿔주세요. 안 바꿔주세요. 설날에는 만원짜리가 신권이 있는데, 5만 원짜리밖에 지금 없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생각했어요. 02:52
아! 그럼 140명한테 5만 원짜리 신권을 줘야 되는 것인가? 그랬더니, 정말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그래서 끝까지 다니면서 이쪽 은행에서 10만 원 저쪽 은행에서 10만 원 이렇게 신권을 바꿔가면서 인제 140만 원을 채웠어요.
그래서 그걸 끌어안고서 간 거죠. 막 시골 인제 애들 만나러 갔습니다. 가서 갔더니, 저는 고등학교 졸업한 지 거의 30년이 다 지났어요. 애들 입장에서 보면 저건 무슨 고조선 시대 할머니냐? 이런 생각이 들 거예요. 그런데 이제 갔는데 제가 가서 어 얘들아! 너에게는 꿈과 희망을 가져라. 좌절하지 말고 공부를 열심히 하라.
이런 얘기를 해 봤자 그 친구들 귀에 들어가겠어요. 저도 세상 그런 거 싫거든요. 그래서 가자마자 돈봉투를 딱 꺼냈습니다. 선배가 돈을 주러 왔어. 이렇게 얘기했더니, 애들이 그때부터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서 신권 만 원짜리 세뱃돈이라 생각하고 이렇게 선배가 나중에 돈 더 많이 벌면 그땐 진짜로 5만 원권 줄게. 그런데 그때는 니네가 없을 거야. 하면서 이렇게 허필 공약 빌 공짜에 공약을 하고선 이렇게 주고 왔어요. 03:52
그러고 나서 제가 고등학교 때 첫사랑 이야기. 고등학교 때 친구랑 떡볶이 먹었던 이야기 막 그런 얘기를 해줬어요. 별거 아닌 얘기였는데 애들이 막 우는 거예요. 막 울면서 자 봐봐. 내가 너를 만나러 왔는데 나는 너를 우연히 만나러 왔고 니가 여기 있는 줄도 몰랐고. 너도 내가 올 줄을 모르고 기다렸어.
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만났잖아. 이 지구라는 아주 큰 별에서 우린 스치듯 이렇게 만났지만, 이 작은 우연의 조각이 너 안에 잠들어 있을 거야. 나도 너를 기억할지 못 할지 모르겠지만, 이 우연히 잠들어 있을 거예요. 여러분하고 오늘 나도 마찬가지예요. 여러분을 제가 잊어버리고 저 여러분도 저를 잊어버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오늘 분명히 만났고요. 그리고 이 만남의 조각이 어딘가에는 잠들어 있을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해서 만약에 내가 오늘 줬던 만원이 기분이 좋았다면 그럼 내 부탁을 하나만 들어줘. 네 옆에 있는 친구한테 상냥하게 대해줘.
그리고 너한테 너 자신한테 다정하게 대해줘. 그게 너한텐 지금 제일 필요한 거야. 그랬더니, 애들이 막 펑펑 펑펑 우는 거예요. 네 그래서 애들이 막 펑펑 우니까 저도 막 펑펑 울었어요.
그랬더니, 제가 운다고 또 애들이 울지 말라고 하면서 또 우는 거예요. 그래서 그 고등학교 애들을 붙잡고 이제 울다가 왔어요. 제가 지금 약간 울라고 하는데 이거는 유전병의 일종이에요.
저희 집에는 저보다 더 잘 우시는 한 분이 계세요. 노을이 예뻐도 울고 꽃이 예뻐도 울고 어떤 아이가 귀여워도 울고 막 훌쩍훌쩍 우시면서 걸어 다니는 한 할아버지가 살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유전병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해 주시길 바래요.
자 저는 독서 얘기를 하러 왔는데 이 독서라는 거는 사람을 만나는 거랑 똑같아요. 우연히 어떤 책을 만나서 그 책의 어떤 한 구절이 우연히 내 맘에 들어오는 거예요. 운명적으로 걔를 만나야겠다. 또 그 사람하고 어떤 연애를 하겠다. 결혼하겠다. 친구가 되겠다. 05:51
이런 계획을 가지고 가는 게 아니고요. 서점을 가셔서 도서관을 가셔서 우연히 어떤 사람인 것처럼 툭 걸리는 그냥 표지가 예뻤을 뿐이에요. 그 책이 그냥 거기 있었을 뿐이에요. 그 책이 만약 내 시선 닿는 곳에 놓여 있었을 뿐이에요. 사람을 만나듯이 그냥 만나시는 거예요.
만나셨을 때 그 책의 어떤 구절이 정지용이 시 구절에 이런 구절이 있었어요. 당신은 내 맘에 꼭 맞는 이 이런 구절이 있어요. 다른 사람한테는 안 맞아요. 그 사람이 한 사람만 나한테 맞아요.
그 당시는 내 맘에 꼭 맞는 이 같은 어떤 구절이 나한테 확 바뀔 거예요. 10권을 만나도 못 할 수 있어요. 제가 대학교 때 소개팅을 나갔는데 소개팅 열심히 나갔거든요. 남자 친구 사귀고 싶어서 10번을 소개팅을 나가도 한 명도 내 맘에 맞는 이를 못 만났어요.
그런데 지나가다가 우연히 캠퍼스에서 어떤 인간을 만나서 그 인간하고 20년간 살고 있거든요. 마찬가지예요. 우연치 않게 어떤 이를 만날 거예요. 어떤 구절을 만나실 거예요. 그 구절을 붙들고 사시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러 왔어요.
책은요, 남이 네가 읽어라. 읽어라 해서 읽는 게 아니고요. 누가 책을 읽으면 좋아 책 읽는 거 좋은 줄 몰라서 안 읽어요. 우리가 다이어트하고 좋은 음식 먹고 그런 거 그 운동해야 되고 그런 거 좋은 줄 몰라서 안 합니까? 힘들어서 안 하고 오래 하기 힘들어서 안 하고 그러는 거거든요. 못하고 그러는 거거든요.
책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어디 나가서 이렇게 책 읽으면 참 좋아요. 독서를 전도하고, 다닙니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집에서 감시와 통제를 당하고 있어요. 저의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인데 제가 집에서 드라마를 좀 보러 가면 밖에 나가서 분명히 독서한다고 얘기했는데 집에서 드라마를 본단 말이지. 이렇게 얘기를 해요.
책이 페이지가 안 넘어갔어. 어제랑 같은 페이지를 읽고 있어. 그러면 와서 검열을 해요. 그 페이지인 것 같은데, 어제 그 페이지 아니야. 막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화를 냈어요. 나 원래 책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네가 자꾸 그렇게 감시하고 통제를 하니까 내가 책이 싫어지려고 한다. 07:49
심지어 어떤 상황이 됐느냐? 식탁에서 인제 드라마를 볼 때도 책을 이렇게 손에 쥐고 봐야 되는 이런 심각한 상황까지 온 거예요. 그래서 책을 읽는 거, 독서를 하는 거는 사실은 자기가 좋아해야 하는 거고, 운명적으로 어느 순간은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때 하시면 되는 거고,
그래서 제가 여러분들한테 독서 얘기를 하고 하러 왔다고 생각하시면 대부분 저 여자는 책 안 읽어. 빨리 읽어. 이런 얘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데 전혀 안 그렇습니다. 저도 읽고 싶을 때 읽고, 안 읽고 싶을 때 안 읽고 이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고 싶을 때 책을 읽었던 이야기를 조금만 해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충남 공주에 있는 어떤 연탄집 셋방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태어나 보니까 인제 저는 솔직히 어렸을 때부터 이런 게 참 궁금했어요. 왜 내 이름은 나민애지. 나는 여기 왜 왔지. 이런 생각이 대개 궁금했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물어봤습니다. 엄마 나는 누구야 라고 물어봤어요. 08:47
그러니까 엄마가 참, 시답지 않은 소리 하고 있다. 와서 밥이나 먹어라. 너는 내 딸이지. 그래서 아 저 사람은 나한테 밥을 먹이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저 사람은 나를 사랑하나 보다. 그래서 밥을 먹으면서 아 난 엄마 딸이구나. 라고 인지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한테 물어봤어요. 아버지 나는 누구지 라고 물어봤더니, 아버지는 너가 누군지는 나도 모르고, 나는 내가 누군지를 아는 게 정말 중요해. 우리 아버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하얀 토끼 같은 사람이었어요.
늘 빨리 가서 시를 써야 돼. 막 이렇게 하면서 어디론가, 어디론가 뛰어다니시는 분이었어요. 늦었어. 시 쓸 시간이야. 하시면서 하셨어요. 그런데 우리 아버지가 주로 어디를 가셨냐면요 늦었군. 벌써 시간이 다 되다니 하면서 막 가시면 어디로 가셨냐? 학교로 가셨어요. 초등학교 학교 선생님이었거든요.
그래서 학교에 뭔가 있나 보다 그래서 저도 유치원 때부터 아버지 따라서 학교 놀러도 가고 하면서 이제 학교를 가게 됐죠. 학교에 가면 누굴 만납니까 선생님 만나잖아요. 그래서 선생님 저는 누구입니까? 라고 물어봤어요. 09:46
그런데 선생님이 너는 학생이다. 학생은 무엇 하는 사람입니까? 그랬더니, 공부하는 사람이래요. 그래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했어요. 하다 보니까 잘하게 됐습니다. 왜 계속하니까요? 계속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계속 공부를 해서 성적이 좋아졌고. 그래서 고등학교도 잘 가고 대학교도 서울대를 가고 지금까지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인제 사회인이 되었는데 아직도 저는 제가 누군지를 잘 모르겠어요.
보세요. 어머니는 저한테 분명히 그랬어요. 인애야 넌 사랑하는 나의 딸이야. 밥을 많이 먹으렴. 이렇게 얘기를 하셨어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가 안 계시면 전 어떻게 될까요?
제가 어딘가 취직하러 가서 안녕하십니까? 저는 저의 친애하는 김성애 여사의 사랑스러운 딸입니다. 저를 취직시켜 주세요. 라고 하면은 취직시켜 줄 것 같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이제 학생일 때는 성적이 좋으니까 좋은 학생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10:43
그런데 학생이 아니게 된 다음부터는요.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요. 그러면 저는 나쁜 사람이 되는 건가요? 나는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요? 단단한 내가 없다는 것이 정말 큰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인제 사회인이 되면요. 제가 어떻게 인제 인정을 받게 되느냐 노동을 하고 이 노동이 어떤 돈으로 환산이 되고요. 어떤 조직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이 조직에서 내가 없어도 사실은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나는 어떤 부품 같은 한 일부구나. 내가 사라져도 그 사람이 사라졌어. 이 조직은 이제 망했어. 라고 울부짖을 사람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면 다시 근원적인 문제로 가는 거죠. 나는 왜 나민애지? 나는 누구야? 나는 여기 왜 있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누군가는 밥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너는 참 사치스럽구나.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어요.
11:43
저는 김치에다가 밥 하나만 놓고 먹어도 이거는 우리 엄마가 준 김치고. 이거는 내가 한 밥이야. 라고 하면 그 밥이 그렇게 의미가 있을 수가 없어요. 똑같은 밥이어도 의미를 부여하는 거에 따라서 이거는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지 쌀 한 톨까지 다 먹어야지
이 김치는 얌전하게 먹고 꾹꾹 눌러서 내일 또 먹어야지 의미가 달라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 나의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것이 저는 상당히 중요해졌습니다.
게다가 살면서부터 살면 살수록 이 세상이 자꾸 내 의미를 조금씩 지워나가는 것 같아요. 너는 대체 가능한 인력이야. 너는 수많은 노동력 중의 하나야. 네가 없어도 세상은 너무 잘 굴러가. 내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세상이 다 말하는데 그럼 나는 여기 왜 사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인간의 정의를 찾아봤습니다. 12:40
인간은 생각하고 언어를 말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그리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래요. 그래 인간의 정의는 사전에 그렇게 적혀 있어요. 그런데 내 정의는 사전을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거예요.
나민애는 누구지? 나민애는 뭐야? 나민애는 여기 왜 있어? 라고 하는 정의는 어디에도 없어요. 그거는 내가 만들어야 되는 거였어요.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내 맘에 꼭 맞는 어떤 구절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헤르만 헤세의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어요. 내 안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길을 따라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토록 힘들었던가 게다가 이름이 멋있잖아요. 해로 시작해서 다시 해 핸들이 너무 멋있는 이름을 가진 사람인데 이 사람도 자기 마음대로 사는 게 그렇게 어려웠대요. 그러면 위안이 돼요. 13:39
아!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어. 나는 내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를 잘 못 듣고 있어. 그게 위안이 돼요. 저렇게 위대한 사람도 몰랐대요. 그다음에 헤르만 헤세의 또 다른 책 이런 좋은 구절을 발견했기 때문에 다른 책을 보면 또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황야의 일이라고 많이들 안 읽으시는 책인데 제가 좋아하는 책이에요. 거기에 뭐라고 했냐면 실제 너의 자아란 별들이 빛나는 작은 하늘이라고 얘기를 해요. 네 안에 통일된 완전한 너는 없어. 네 안에는 수많은 너가 있어.
어느 날 윤동주의 자화상이라는 시를 보세요. 한 사나이는 그 사나이가 미워졌대요. 한 사나이는 한 사나이가 가여웠대요.
자! 내 마음속에는 나를 미워하는 나도 있고 나를 가여워하는 나도 있고 나를 사랑하는 나도 있고 나를 좀 찜찜하게 생각하는 나도 있어요. 나를 부추기는 나, 나를 채찍질하는 나, 나를 보듬는 나도 있어요. 이 많은 나가 다 나라는 거를 알게 돼서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14:40
이렇게 작은 문장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이 문장들 외에는 사실 그렇게 뭔가 디테일한 줄거리라는 게 그런 게 많이 남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저 문장이 내 안에 들어와서 내 맘에 꼭 맞는 이가 되었고 저는 그 문장을 잡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가 있었어요.
여러분 책을 읽는 건 누군가하고 대화를 나누는 거랑 비슷해요. 그리고 책을 이렇게 활용하시면 좋아요. 저는 대학교 때 게임을 좀 했는데요. 인터넷 피씨 게임을 좀 했는데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있었어요. 고개를 끄덕거리신다. 그쵸.
우리 같이 늙고 있어요. 자! 그런데 그 게임을 하면요 처음부터 모든 게임이 많이 다 보이지는 않습니다. 클릭을 해서 진지를 구축하고 싸움도 좀 하고 하면은 그쪽 부분이 환하게 불이 들어와요. 요즘도 그런 게임이 많아요. 15:33
예를 들어 내가 npc라고 하는 그 구역을 설명해 준 어떤 npc의 이야기를 듣고 클릭해서 퀘스트를 승인을 받습니다. 그러면 그쪽 맵이 열려요. 이렇게 그러면 가서 거기서 퀘스트를 수행하는 거예요. 이쪽에 가서 이쪽 mpc 얘기를 듣고 그다음에 클릭해서 뭔가를 하면 이쪽 맵이 열려요.
이런 작은 맵들과 퀘스트들이 모여서 나는 쭉 저 머나먼 빌런 혹은 저 머나먼 어떤 목적지까지 가게 됩니다. 비슷해요. 이게 어떤 책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이 책을 읽어요. 이 책 안에 어떤 것이 딱 읽으면 그 주변에 불이 들어와요. 그럼 한 걸음 가세요.
거기 있는 문장을 하나 나의 지도 삼아서 이쪽 지도를 익히세요. 그다음에 또 어떤 책을 읽어요. 그러면 책이 놓이면 그 주위에 불이 들어와요. 그러면 한 걸음 더 가세요. 한 걸음 더 가서 조금씩 조금씩 갈 수 있어요. 16:31
뭘 생각하시면서 가면 좋으냐면 오즈의 마법사를 향해 가는 도로시를 생각하시면서 가면 정말 좋아요. 멋진 노래가 있어요. 오버 더 레인보 웨이. 자! 우리는 이 길이 점점 올라가는 길이 될 거예요. 내가 저기에 뭔가 멋진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뭔지는 몰라요.
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책을 타고 길을 밝히면서 나아갈 수 있어요. 저는 그랬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예요. 삶을 사는데 저한테는 어떤 게 가장 절실했냐면 인생의 지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게 제일 절실했어요. 17:20
어떤 전공을, 전공을 해야 내가 잘 먹고 잘살까? 어떤 직장을 잡아야 할까? 혹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어떤 절대적인 인생의 지도가 있어서 그 인생의 지도가 인애야 이쪽으로 가. 이게 좋은 길이야 라고 알려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았어요.
때로는 부모가 그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시대는 빨리 바뀌고 부모는 나이가 들어가시고 그다음에 나는 이 세상에 많은 변화와 갈등 속에서 흔들리는 한 아주 연약한 자아기 때문에 많이 흔들리면서 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인생의 지도는 사실은 처음부터 절대적인 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은 일종의 지도. 작은 지도들 작은 한 스텝 한 스텝이고 그거를 걸어서 여러분들은 여러분만의 지도를 만들어 가시면 좋겠어요. 18:19
자 그러면 그걸 영상으로 하면 안 되겠니? 라고 물어보실 수도 있겠죠.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여러분 꿈속에서 여러분 목소리 들어보신 적 있어요. 꿈속에서 다른 사람 목소리 들어보신 적 있어요.
저는 꿈속에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는 건 느껴져요. 어 누가 쫓아오고 있어 지금 떨어지는 거야. 아 여기서 지금 소부루빵이 나타나서 이 빵을 먹으면 난 감기에 걸릴 거야. 약간 몇 가지 징크스가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꿈속에서 다른 사람 말소리는 잘 안 들려요. 책은 분명히 누군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거를 읽으면요. 내 목소리로 들려요. 제가 좋아하는 구절 중에 김초엽 소설가의 작은 단편 sf 소설인데 거기서 안나란 할머니가 이렇게 얘기해요.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알고 있어. 저는 그 말이 너무너무 멋있어서 여러 번 읽었어요. 19:17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알고 있어. 이렇게 읽으면요. 그건 분명히 안나라는 작중 인물이 한 이야기고 김초엽이라는 나랑 다른 사람이 쓴 말이지만 내 말로 들려요. 내 목소리로 들릴 수 있어요.
그래서 책을 읽을 때는 책 속에 있는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서 재생이 되기 땜에 꿈속의 내 목소리처럼 내 말로 들립니다. 유튜브, 유튜브 얘기하면 안 되는지 너튜브 아니면 다른 영상물에서 보면 그 영상물에 입혀진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요.
그것이 내 목소리가 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이 하얀 종이에 검은 문자로 돼서 사실은 이게 멀어 보이지만 그걸 내 말로 내 목소리로 읊을 수 있기 때문에 그거는 나의 일부로 들어오기가 참 쉽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 좋아요. 20:13
게다가 다시 돈 얘기를 할게요. 책은 가성비가 굉장히 좋은 그런 문화소비재입니다. 저는요. 저는 뭐 다낭 푸켓 일본 그런 여행 바라지 않고요. 제가 정말 가고 싶은 여행은 나 혼자만 집에 있는 시간 그런 여행이에요.
무슨 말인지 여기 어머님들 너무너무 이해하실 거예요. 아들이 엄마를 딱 숫자를 정해놓고, 불렀으면 좋겠어요. 하루에 10번만 엄마를 부른다. 엄마를 부를 때는 엄마 엄마 엄마 이렇게 부르지 않고 엄마 한 번만 불러준다. 요런 게 있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이제 남편한테 부탁했어요. 남편이 오케이를 해 줬어요. 1년에 한 번 애기 아빠가 애들 둘을 데리고 36시간 동안 여행을 가줍니다. 1.5일을 그 지금 와 내가 들어오잖아. 다 너무너무 부러운 거야. 어 진짜 럭셔리한 5성급 호텔 필요 없어. 나를 혼자 두세요. 21:14
자 그런 건데 아침에 나가요. 애들 둘을 데리고 다음 날 저녁에 들어옵니다. 그러면 서른 몇 시간. 안녕, 안녕 잘 가 문 딱 닫고 저는 바로 통닭을 시켜요. 통닭을 시키고 맥주나 이제 콜라를 그리고 하루 종일 그 통닭을 나눠서 조금씩 조금씩 식어가는 그 통닭을 즐겁게 즐겁게 먹습니다.
먹으면서 뭘 하느냐 그날을 위해 준비했던 3권의 책을 읽어요. 너무너무 행복하죠. 딱 그 책을 세 권을 준비해 놓았거든. 서로 종류가 다른 게 좋아요. 하나는 소설책 하나는 에세이 책. 하나는 조금 읽고 싶었던 학술서 대중학술서 이렇게 준비를 해놓고, 골고루 맛보는 거예요.
그러면 36시간 후에 남편과 아이들이 돌아오잖아요. 제 얼굴이 펴 있어요. 피부관리실 갔다 온 것처럼 확 펴 있어요. 왜 나는 세 곳에 여행했거든요. 22:12
만나고 싶었던 세 사람과 이야기를 충분히 나눴거든요. 나한테 아주 좋은 글귀들을 읊어줬거든요. 그중에 몇 개는 내 마음에 꼭 맞는 이였거든요. 그래서 애기 아빠가 감사하게 매년 그렇게 해줍니다.
올해는 바빠서 못 갔는데 저는 제가 지금 힘들어질 때 올겨울에는 다시 한번 부탁할 거예요. 겨울방학 때는 제가 힘들어질 때 그 36시간의 충전이 상당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여기 계신 아버님들 어머님한테 한번 해보세요. 어머님들 아버님한테 한번 요청해 보세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자 여러분 책 읽는 거는요 누가 시켜서 하는 거 아니고요. 되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요. 높고 훌륭하고 멋있는 것만 읽어야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브런치에서 친구 만나듯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 불러내듯이 가끔 안부 전화하듯이 그렇게 읽으시면 좋습니다. 재미있고 즐거워야 오래 하니까요? 여러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나를 좋아한다.
https://mail.daum.net/newWindow/INBOX/0000000000015at/ 고도원
나는 나를 좋아한다.
이렇게 말하면 얼마 전까지는
"뭐야? 엄청난 나르시시즘인데!",
"아, 기분 나빠!"라는 식으로 밉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자기 긍정감이라는
말이 커다란 붐을 일으켜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게 됐다.
- 요시카와 미쓰히데의 《나는 매일 남이 버린 행운을 줍는다》 중에서 -
* '자기 사랑'은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가?
이 물음의 답을 찾으려 할 때 꼭 거쳐가야 할
과정입니다. 내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어떤
답도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생애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 할 이는 바로 나입니다.
영원한 동반자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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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