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일본이 미국의 소비 시장을 무섭게 잠식해 들어오면서 미국의 대외 무역 적자 폭은 커져갔다. 미국 정부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1985년에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G5 선진국 재무장관 회의를 열어 당시 1달러에 250엔이던 환율을 120엔으로 조정하는 이른바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실로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환율이 1달러에 1300원 정도 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합의했다면서 "이제부터 1달러에 600원이야."라고 한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 것이며,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또 얼마나 크겠는가. 일본은 당장 수출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수출주도형 전략을 취하고 있던 일본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대처하는 일본 정부의 정책이었다. 일본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제일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기업들이 힘들어지고 수출이 안되니까 일단 돈을 풀어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금리를 낮추고 적극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다. 시중에 엄청난 돈이 풀리기 시작했고 경기가 슬슬 살아났지만, 그것은 실질적인 경기회복 없이 시중에 자금만 넘쳐나는 유동성 장세의 상황이었다. 일본 경제에는 버블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바로 여기서부터 일본의 불행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