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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분단 멜로, <국경의 남쪽>인가? 코미디 장르의 최고 흥행배우로 거듭난 이후, 그가 선택한 <혈의 누>와 <박수>는 차승원이라는 센 배우가 가진 매력도 있었지만, 배우 이전에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김대승과 장진이라는 감독의 이름이 그의 이름과 함께했다. 그러나 그가 그 이후 신작으로 선택한 <국경의 남쪽>은 ‘차승원’이라는 배우의 이름만이 하나의 거대한 태그 라인으로 작용하는 작품이다. 이름하여, ‘차승원의 첫 번째 멜로 영화’라는 태그 라인 말이다. 왜 <국경의 남쪽>이었냐고요? 일단은 스토리가 좋으니까 했고요. 그런데 다 찍고 보니까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조건 ‘스토리가 재미있어야 한다’인데, 보통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재미있다”라고 말하는 기준이 웃음 아니면 감동이잖아요. 저한테 <국경의 남쪽>은 그간 해왔던 작품의 기준과는 다소 다른 감동과 웃음을 주는 영화거든요.
흥행 연타석의 신화 만들기? 항상 잘될 수만은 없겠죠. 언젠가 한 번은 안 되는 날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차승원 영화 중에서 쑥대밭이 되도록 안 될 영화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말의 뉘앙스가 이상했나요? 솔직히 코미디는 제가 여러 작품을 해왔기 때문에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면, 특별한 느낌이 오거든요. 이게 될지 안 될지 말이에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진짜 잘 모르겠어요. <혈의 누> 때와 <박수칠 때 떠나라> 보고 나서도 흥행 정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거든요. <혈의 누>는 생각보다 훨씬 관객 동원이 잘되어서 놀랐고, <박수칠 때 떠나라>는 느낌보다 흥행이 조금 덜됐거든요. 흥행의 변수는 늘 예상치 못한 데에 있는 것 같아요. 진짜 모르겠어요. 초조하지는 않은데 궁금해 죽겠어요. 그런데 배급사가 우리 영화를 좋게 봐서 개봉을 한 주 앞당겼거든요. 그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데, 일부러 톰 크루즈의 <미션임파서블3> 개봉주에 우리 영화를 붙였겠어요. 그만큼 이 영화의 흥행성을 어느 정도는 타진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
이름에 대한 주인정신 “대한민국에 나오는 매체 중에 <가로수> <벼룩시장> <교차로> 빼고는 아마 다 인터뷰했을 겁니다.” 충무로에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 홍보에 가장 적극적인 배우로 유명한 차승원이 불과 몇 년 전에 했던 말이다. 마케터들 사이에서 “충무로에서 배우 차승원과 함께 영화 홍보하는 것 아니면, 누구나 다 힘든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는 홍보와 인터뷰에서 여타 배우와는 다른, 적극적인 주인정신으로 홍보에 임하는 배우다. 그가 영화 개봉 2달 전에 기획까지 참여하여 방영됐던 모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의 ‘차승원의 헬스 클럽’은 그야말로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을 만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미디 배우인 짐 캐리를 보세요. 언론은 그에게 특유의 미소를 보여 달라고 아우성을 치죠. 그럼 늘 그는 영화 속에서 보여주던 특유의 바보 같은 미소를 보여줘요. 그런데 그가 정말 바보라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걸까요? 아니오. 그만큼 자신의 작품에 자신이 있고,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SMAP의 멤버이자 10년째 변치 않는 일본의 아이돌 스타인 기무라 타쿠야를 봐요. 일본에서 흥행한 역대 10대 드라마 중에 7작품이 기무라 타쿠야의 것이래요. 그런데 아세요? 그런 대스타가 TV에 나와서 말도 안 되는 쇼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심지어는 다른 멤버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우스꽝스러운 카메오 출연을 일삼는 것. 그는 그렇게 엄청난 대스타이지만, 동시에 대중들에게도 너무나 친근한 스타예요. 우리나라도 이제 좀 달라질 때가 되지 않았나요? 그러기에 앞서 나는 대중들도 스타를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유연해졌으면 좋겠어요. 뭔가 대중들에게 쇼맨십이 활달한 스타들을 두고 대중들은 “저 사람 왜 저렇게 망가졌어? 왜 저래?” 뭐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잖아요. 내가 보기엔 그런 대중들의 손가락질이 무서워서 스타들이 자꾸 은둔하는 거라고 봐요. 그러니까 다들 재미없게 천편일률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들만 보여주면서 영화 홍보를 하는 거지요. |
로맨틱 코미디 VS 누아르 액션 속의 차승원 현재 자신이 품고 있는 이미지를 거스르는, 혹은 전복하는 작품 선택으로 점철된 그의 필모그래피가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자신의 이미지에 딱 맞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와 누아르 액션 장르에는 단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솔직히 주변 사람들 및 지인들, 그리고 팬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소리 중의 하나가 왜 가장 외양적 이미지에 부합하는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 혹은 누아르 액션 장르에는 출연하지 않느냐는 말이에요. 대체적으로 여자들은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하는 차승원을, 남자들은 누아르 액션에 출연하는 차승원이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사람들이 저 배우는 저런 이미지일 것 같다”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지막 순간에 해보고 싶어요. 그런 센 이미지의 배우가 그런 이미지의 영화를 1시간 50분 내내 시종일관 매혹적으로 내뿜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누아르 액션의 경우에는 배우가 관객들에게서 100퍼센트의 호감도를 가져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연기는 대체 언제 볼 수 있냐고요? 그러기 이전에 먼저 <국경의 남쪽>부터 잘되고 봐야죠. (웃음) |
글 김수연 기자|사진 이전호 2006.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