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합니다》
제19화 「야식은 삼각김밥」
오후 10시 15분.
한빛패션 기획팀.
사무실에는 형광등 몇 개만 남아 있었다.
모니터 불빛만 조용히 책상을 비추고 있었다.
공동 프로젝트 마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날이었다.
윤하늘은 기지개를 켜며 한숨을 내쉬었다.
"배고프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꼬르르륵.
배가 크게 울렸다.
하늘은 민망해서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또 시작이네."
멀리서 그 소리를 들은 오대리가 웃으며 가방을 들었다.
"난 먼저 간다."
"야근은 젊은 사람들이 하는 거야."
김부장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팀장님."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잠시 후.
넓은 사무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윤하늘.
그리고 강서준.
오후 10시 40분.
강서준이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
"잠시 쉬었다 합시다."
"네."
"출출하지 않습니까?"
하늘은 솔직하게 웃었다.
"많이요."
강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편의점 다녀오겠습니다."
"드시고 싶은 것 있습니까?"
하늘은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제가 사 올게요."
"오늘은 제가 가겠습니다."
짧은 말과 함께 그는 사무실을 나갔다.
10분 뒤.
강서준은 작은 비닐봉지를 들고 돌아왔다.
봉지 안에는 삼각김밥과 따뜻한 캔커피, 그리고 컵라면 두 개가 들어 있었다.
하늘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이렇게 많이요?"
"배고프면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오늘도 그 말씀이네요."
"사실입니다."
하늘은 웃으며 삼각김밥을 하나 집었다.
"참치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강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번 회식 때 말씀하셨습니다."
하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걸 기억하세요?"
"기억력이 좋은 편입니다."
하늘은 피식 웃었다.
"무섭네요."
"좋은 의미입니까?"
"네."
"조금은요."
탕비실 작은 테이블.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삼각김밥을 먹기 시작했다.
잠시 조용한 시간이 흘렀다.
하늘이 먼저 입을 열었다.
"팀장님."
"네."
"학생 때도 공부만 하셨죠?"
강서준은 삼각김밥 포장을 접으며 웃었다.
"아닙니다."
"축구도 좋아했고."
"밴드부도 했습니다."
하늘는 젓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
"밴드부요?"
"기타를 조금 쳤습니다."
"팀장님이요?"
"네."
하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죄송한데..."
"전혀 상상이 안 돼요."
강서준도 작게 웃었다.
"다들 그렇게 말합니다."
이번에는 강서준이 물었다.
"윤하늘 사원은 왜 기획자가 되었습니까?"
하늘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사람들이 웃는 걸 좋아해서요."
"좋은 옷도 사람을 웃게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도 사람을 웃게 하잖아요."
"그래서요."
강서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이유입니다."
"팀장님은요?"
"왜 기획자가 되셨어요?"
강서준은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버지가 작은 공장을 하셨습니다."
"좋은 제품도 팔리지 못하는 걸 많이 봤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만드는 사람만큼."
"기획하는 사람도 중요하다는 걸."
하늘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처음 들었어요."
"처음 이야기했습니다."
둘 사이에 잠시 따뜻한 침묵이 흘렀다.
삼각김밥을 다 먹은 하늘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신기하네요."
"뭐가 말입니까?"
"팀장님이 아니라..."
"그냥 강서준이라는 사람하고 이야기하는 기분이에요."
강서준은 잠시 미소를 지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윤하늘 사원이 생각보다 말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하늘이 장난스럽게 입을 삐죽 내밀었다.
"칭찬 맞죠?"
"반은."
"그럼 나머지 반은요?"
"조용하면 더 빨리 먹을 수 있습니다."
순간 하늘이 웃음을 터뜨렸다.
"팀장님."
"오늘 농담 정말 많이 하시네요."
"야근의 부작용일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밤 11시 30분.
다시 사무실.
프로젝트는 거의 마무리되고 있었다.
하늘은 문득 생각했다.
'삼각김밥 하나였는데...'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한 건 처음이네.'
강서준도 조용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미소를 감췄다.
'윤하늘.'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군.'
그날 밤의 삼각김밥은 평범한 야식이었지만,
두 사람에게는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가장 따뜻한 한 끼가 되었다.
― 제20화 「대표님의 특명」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