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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신부님은 탐정》
## 제21화 ― 「미사책 속에서 나온 열쇠」
평일 아침미사가 끝났다.
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가 제대에 입을 맞춘 뒤 제의방으로 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제대 위에 놓인 매일미사 책 사이에서 작은 물건 하나가 떨어졌다.
딸랑.
바닥에 떨어진 것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놋쇠 열쇠였다.
김맑음 신부가 열쇠를 집어 들었다.
열쇠에는 번호 대신 짧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가장 먼저 온 사람에게.’
김맑음 신부가 안경을 고쳐 쓰며 열쇠를 살폈다.
표면에는 하얀 가루가 묻어 있었다. 열쇠 머리에는 은솔성당의 옛 문장으로 보이는 작은 십자가와 소나무가 새겨져 있었다.
복례가 가까이 다가왔다.
“신부님 열쇠예요?”
“처음 보는 열쇠입니다.”
“그런데 왜 신부님 미사책에서 나와요?”
“저도 그것이 궁금합니다.”
그 말을 들은 오미자 안나가 성큼 다가왔다.
“‘가장 먼저 온 사람에게’라고 쓰여 있죠?”
“그렇습니다.”
오미자가 자랑스럽게 가슴을 폈다.
“그럼 제 열쇠네요. 오늘 제가 가장 먼저 왔거든요.”
뒤에서 장태식 요셉 관리장이 고개를 저었다.
“회장님은 여섯 시가 다 돼서 오셨잖아요.”
“성당 안에 들어온 시간이 그렇다는 거죠. 저는 네 시 반부터 성당 마당에 있었어요.”
최병철 베드로 사무장이 비품 대장을 품에 안고 다가왔다.
“새벽 네 시 반에 마당에서 무엇을 하셨습니까?”
“기도했어요.”
“어디에서요?”
“차 안에서요.”
“잠드신 것 아닙니까?”
“눈을 감고 기도한 거예요.”
그때 복례가 말했다.
“두 분 다 늦었어요. 저는 새벽 다섯 시에 왔습니다.”
오미자가 눈을 크게 떴다.
“다섯 시가 네 시 반보다 늦잖아요.”
“나는 성당 건물 안에 들어왔다는 말이에요.”
장태식이 손을 들었다.
“그러면 제가 가장 빠릅니다. 저는 어젯밤부터 있었습니다.”
“어젯밤부터요?”
“보일러를 점검하다 관리실에서 잠깐 졸았습니다.”
최병철이 수첩을 펼쳤다.
“근무 중 취침으로 기록하겠습니다.”
“철야 점검 중 휴식이라고 적어주세요.”
네 사람이 서로 자신이 먼저 왔다고 주장하는 사이, 성가대원 윤정희 체칠리아까지 다가왔다.
“저도 어젯밤부터 성당에 있었습니다.”
오미자가 물었다.
“정희 씨는 또 왜요?”
“성가대 연습이 끝난 뒤 교리실에서 뜨개질하다 잠들었어요.”
최병철이 차분히 말했다.
“그러면 오늘 성당에 가장 먼저 온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두 분은 어제 오신 겁니다.”
오미자가 감탄했다.
“역시 사무장님은 추리를 너무 재미없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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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철은 사무실에서 전자 출입기록을 확인했다.
성당 정문과 옆문은 새벽 두 시 이후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 첫 번째 출입기록은 오전 5시 12분, 복례의 카드였다.
“그러면 장 관리장님과 윤정희 씨는 건물 안에 있었고, 복례 어머니가 처음 문을 여신 겁니다.”
오미자가 물었다.
“제 차가 마당에 들어온 기록은요?”
“성당 출입기록입니다. 주차 기록이 아닙니다.”
“그럼 ‘가장 먼저 온 사람’은 복례 언니네요.”
복례가 열쇠를 바라보았다.
“나는 저런 열쇠 처음 봐요.”
김맑음 신부는 출입기록보다 열쇠에 묻은 하얀 가루를 살폈다.
“이 열쇠를 숨긴 분은 오늘 아침 성당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미자가 물었다.
“어떻게 아세요?”
“하얀 가루는 벽에서 떨어진 석회가루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성당 안에서 벽을 수리한 곳이 없습니다.”
장태식이 열쇠를 들여다보았다.
“오래된 회벽에서 나온 가루 같군요. 요즘 사용하는 재료와는 다릅니다.”
김맑음 신부는 매일미사 책의 표지를 만져보았다.
책의 뒷표지가 다른 부분보다 두꺼웠다. 낡은 천을 살짝 들추자 안쪽에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열쇠는 오늘 넣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 언제 넣은 겁니까?”
“아주 오래전에 책 표지 안에 숨겨둔 것 같습니다. 미사 중 책을 펼치다가 낡은 접착 부분이 떨어지면서 열쇠가 나온 것이지요.”
복례가 물었다.
“그 미사책은 언제부터 쓰셨어요?”
“지난주부터입니다. 사무실 책장에서 발견했다고 최 사무장님께서 주셨습니다.”
최병철이 장부를 확인했다.
“기증도서 정리함에 있던 책입니다. 기증자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오미자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럼 열쇠가 수십 년 동안 미사책 안에 숨어 있었던 거네요.”
그때 고해소 안에서 누군가 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
“콜록, 콜록.”
모두가 고해소를 바라보았다.
오미자가 김맑음 신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신부님, 안에 누가 있어요.”
“저도 들었습니다.”
“먼저 확인해 보세요.”
“방금까지는 탐정단장이 아니셨습니까?”
“탐정단장은 뒤에서 전체 상황을 지휘해야 해요.”
김맑음 신부가 고해소 가까이 다가갔다.
“안에 누구 계십니까?”
잠시 뒤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 안에서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왔다. 아이는 성당 복사들이 신는 갈색 실내화를 신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복례가 아이를 알아보았다.
“민우야, 네가 왜 거기 있니?”
아이는 근처에서 오래된 시계방을 운영하는 문요한 노인의 손자 문민우였다.
민우가 고개를 숙였다.
“할아버지를 찾으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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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아래에서는 작은 운동화 한 켤레가 발견되었다.
민우의 신발이었다.
아이는 새벽에 할아버지가 사라진 것을 알고 성당으로 찾아왔다. 운동화에 진흙이 묻어 있어 성당을 더럽힐까 봐 제대 아래에 벗어두고, 제의방에 있던 여분의 복사 신발을 신었다.
그런데 미사가 시작되자 어른들에게 혼날까 봐 고해소 안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민우 군은 언제 들어왔습니까?”
“미사가 시작되기 조금 전에요. 사람들이 들어올 때 같이 들어왔어요.”
“할아버지께서 성당에 오신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어젯밤에 오래된 상자를 꺼내셨어요. 그리고 오늘 자기가 은솔성당에 가장 먼저 가야 한다고 했어요.”
오미자가 열쇠를 가리켰다.
“가장 먼저 온 사람이라니, 이 열쇠와 관계가 있겠네요.”
민우가 열쇠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할아버지가 찾던 열쇠예요.”
“무엇을 여는 열쇠인지 아니?”
“할아버지가 성당에 숨겨진 첫 번째 문을 여는 열쇠라고 했어요.”
오미자의 눈이 반짝였다.
“숨겨진 문이 있었어요?”
장태식이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모르는 문이 성당에 또 있단 말입니까?”
최병철은 즉시 성당 건물 도면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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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성당 입구에서 낯선 노인 한 사람이 들어왔다.
낡은 감색 외투를 입고 나무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었다.
그의 손에는 오래된 성경책이 들려 있었다.
민우가 달려갔다.
“할아버지!”
문요한 노인은 손자의 어깨를 감싸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민우야, 네가 왜 여기 있니?”
“할아버지를 찾으러 왔잖아요.”
“나는 새벽 산책을 다녀온다고 했는데.”
“새벽 산책에 성경책하고 줄자를 들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노인의 가방에서는 낡은 줄자가 삐죽 나와 있었다.
오미자가 말했다.
“아이가 상당히 논리적이네요.”
김맑음 신부가 노인에게 열쇠를 보여주었다.
“어르신께서 이 열쇠가 맞는 곳을 알고 계십니까?”
문요한은 열쇠를 보자 눈시울을 붉혔다.
“아직 남아 있었군요.”
“이 열쇠는 무엇을 여는 것입니까?”
“은솔성당의 첫 번째 주춧돌을 여는 열쇠입니다.”
장태식이 물었다.
“주춧돌에 문이 있습니까?”
“아주 작은 문이지요.”
문요한은 성당이 세워진 초기부터 이곳에 다닌 교우였다. 정확히는 은솔성당에서 세례받은 첫 번째 신자였다.
육십 년 전, 은솔성당은 지금처럼 큰 건물이 아니었다. 작은 공소를 허물고 새 성당을 세우면서 당시 주임신부와 교우들은 주춧돌 안에 작은 상자를 넣었다.
“신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성당에서 가장 먼저 새 삶을 시작한 사람에게 열쇠를 맡기겠다고요.”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온 사람에게’라고 새겼군요.”
“오늘 일찍 도착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오미자가 조금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새벽 네 시 반은 아무 소용이 없었네요.”
최병철이 말했다.
“차 안에 계셨으니 원래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문요한은 자신이 은솔성당의 첫 세례자였지만, 당시에는 열쇠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저보다 나이 많은 분도 많았고, 성당을 짓는 데 더 큰돈을 낸 분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열쇠를 미사책 안에 숨겼습니다.”
“왜 다시 찾으려 하셨습니까?”
“오늘이 제가 세례받은 지 꼭 육십 년 되는 날입니다.”
노인은 성경책 사이에서 빛바랜 쪽지를 꺼냈다.
‘육십 년 뒤, 성당에 가장 먼저 온 사람들과 함께 열어보십시오.’
“그동안 그 말을 잘못 이해했습니다. 오늘 가장 먼저 성당에 도착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김맑음 신부가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두 가지 뜻이 모두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늘 가장 먼저 온 분들이 모두 모여 있으니까요.”
복례와 오미자, 장태식, 윤정희, 최병철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실제로 누가 가장 먼저였는지는 여전히 의견이 달랐지만, 모두 이른 아침부터 성당을 지키던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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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의 안내를 따라 사람들은 성당 제대 옆의 오래된 돌기둥으로 갔다.
기둥 아래에는 다른 돌보다 조금 밝은 주춧돌 하나가 있었다.
열쇠에 묻어 있던 것과 같은 하얀 석회가루가 틈에 남아 있었다.
장태식이 벽면을 살펴보다 작은 열쇠 구멍을 발견했다.
“정말 문이 있었네요.”
오미자가 말했다.
“관리장님도 모르는 곳이 있었군요.”
장태식이 목덜미를 긁었다.
“육십 년 전에 만든 것을 제가 어떻게 다 압니까?”
최병철이 수첩에 적었다.
“숨은 보관함 한 곳 추가.”
“그것까지 비품 대장에 적으십니까?”
“발견된 이상 관리해야 합니다.”
문요한이 열쇠를 김맑음 신부에게 건넸다.
“신부님께서 열어주십시오.”
“어르신께 맡겨진 열쇠입니다. 직접 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노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손자의 손을 잡았다.
“민우야, 함께 열자.”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열쇠를 돌렸다.
딸깍.
작은 돌문이 열리자 안에서 나무상자 하나가 나왔다.
상자 안에는 오래된 은솔성당 사진, 첫 교우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 작은 나무 묵주들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편지 한 장이 있었다.
김맑음 신부가 편지를 펼쳤다.
‘먼 훗날 이 상자를 여는 은솔성당의 교우들에게.’
‘성당은 돌로만 세워지지 않습니다. 매일 가장 먼저 문을 열고, 가장 늦게 불을 끄며, 이름 없이 봉사하는 사람들의 기도와 수고로 세워집니다.’
복례가 조용히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요.”
편지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 상자를 발견한 날, 가장 먼저 온 사람과 가장 늦게 온 사람이 함께 식사하십시오.’
오미자가 활짝 웃었다.
“그럼 식사를 해야겠네요.”
최병철이 물었다.
“가장 늦게 온 사람은 누구입니까?”
모두의 시선이 김맑음 신부에게 향했다.
김맑음 신부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왜 저를 보십니까?”
복례가 대답했다.
“오늘 제일 늦게 성당에 나오셨잖아요.”
“저는 사제관에서 바로 왔습니다.”
“그래도 성당 문 안으로 들어온 시간은 제일 늦었어요.”
오미자가 말했다.
“첫 번째와 마지막이 같이 밥을 먹으라고 했으니 신부님이 점심을 사셔야겠네요.”
“편지에는 누가 계산하라는 말이 없습니다.”
“마지막에 온 사람이 내는 게 자연스럽죠.”
“그런 규칙은 처음 듣습니다.”
최병철이 편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식사 비용에 관한 규정은 없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안도했다.
복례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국수 삶을게요.”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그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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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는 사제관 마당에 긴 탁자가 놓였다.
문요한과 민우, 새벽부터 성당에 왔다고 주장한 다섯 사람, 김맑음 신부까지 함께 앉았다.
식사 전에 김맑음 신부가 기도했다.
“주님, 오래전 이 성당을 세운 분들과 오늘 이곳을 지키는 분들의 수고를 기억하게 해주십시오. 우리도 가장 먼저 대접받으려 하기보다 먼저 사랑하고 먼저 돕는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기도가 끝나자 오미자가 국수 그릇을 앞으로 당겼다.
“제가 오늘 네 시 반에 왔으니 먼저 먹겠습니다.”
복례가 젓가락을 가볍게 내려놓았다.
“나는 국수 만든 사람이니까 내가 먼저예요.”
장태식이 말했다.
“저는 어젯밤부터 있었으니 날짜상으로는 제가 가장 빠릅니다.”
윤정희도 물러서지 않았다.
“저도 어젯밤부터 있었어요.”
최병철이 대장을 펼쳤다.
“정확한 순서를 정하려면 내부 폐쇄회로 영상을 확인해야 합니다.”
문요한이 웃으며 말했다.
“육십 년 전에도 누가 먼저 왔는지를 두고 많이 다퉜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그때는 어떻게 정하셨습니까?”
“국수가 불기 전에 그냥 같이 먹었습니다.”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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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이도현 형사가 성당에 들렀다.
사람들 앞이었으므로 그는 김맑음 신부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신부님, 열쇠 사건이 해결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형사님.”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해결하셨군요.”
“범죄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고해소에 사람이 숨어 있었다는 신고는 받았습니다.”
민우가 손을 들었다.
“저였어요.”
이도현은 아이의 갈색 복사 신발을 내려다보았다.
“다친 곳은 없습니까?”
“네. 그런데 운동화를 제대 아래에 두고 온 건 잘못했어요.”
“다음부터는 어른에게 먼저 도움을 청하세요.”
“네.”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고 두 사람만 남자 이도현이 물었다.
“맑음아, 정말 오늘 가장 늦게 왔어?”
“사제관에서 강론을 정리하느라 조금 늦었어.”
“아침미사를 집전하는 신부가 교우들보다 늦게 오면 어떡하냐?”
“미사 시작 전에는 왔어.”
“그게 자랑은 아니야.”
“복례 어머니에게 이미 충분히 들었어.”
이도현이 국수 냄비를 바라보았다.
“남은 건 없냐?”
김맑음 신부가 빈 냄비를 보여주었다.
“조금 늦었네.”
“늦게 온 사람도 함께 먹으라는 편지는 없었어?”
“그 문장은 없었어.”
이도현이 아쉬운 얼굴로 돌아서려 하자 복례가 부엌에서 나왔다.
“형사님 것도 따로 남겨뒀어요.”
이도현의 표정이 밝아졌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도현아, 방금 늦은 게 자랑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
“밥은 예외야.”
육십 년 만에 열린 작은 돌문은 다시 잠기지 않았다.
성당의 첫 번째 기억은 이제 한 사람의 비밀이 아니라, 모든 교우가 함께 나누는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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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회 예고
### 제22화 ― 「버스 종점에 놓인 생일 케이크」
은솔시 외곽의 버스 종점.
매일 저녁 막차가 떠난 뒤, 정류장 의자에 생일 케이크 하나가 놓인다.
케이크에는 촛불이 열 개 꽂혀 있지만 이름은 없다.
버스 기사는 아무도 케이크를 가져오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크 상자 안에서 은솔성당 주일학교 출석표가 발견된다.
명단에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의 이름 하나가 적혀 있다.
‘윤별.’
한서윤 기자가 묻는다.
“신부님, 생일을 맞은 아이를 찾으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한 기자님. 이 케이크는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놓인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이도현 형사가 정중하게 말한다.
“신부님, 이번에는 막차를 놓치시면 안 됩니다.”
“이 형사님, 저는 버스를 타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 순간 버스 문이 닫히고 막차가 출발한다.
정류장에 홀로 남은 김맑음 신부가 멀어지는 버스를 바라본다.
“지금은 타야 했던 것 같습니다.”
열 개의 촛불.
오래된 출석표.
매일 한 조각씩 사라지는 케이크.
그리고 밤 열한 시가 되면 종점에 나타나는 작은 그림자.
김맑음 신부가 빈 케이크 상자를 바라보며 말한다.
“기다리는 사람은 아이가 아닙니다. 아이를 잊지 못한 어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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