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번째 헌화 / 05. 05. 15
헌 화 / 정 성교, 류 영숙 권사.
제 목 / 사업의 발전.
소 재 / 부들, 댑싸리, 볼푸륨.
골든볼, 소국, 옥잠화.
작 품 / 이 순이 집사.
사 진 / 정 의상 집사.
댑싸리
명아주과 싸리비를 만들지만 싸리나무는 아니기 때문에
댑싸리 또는 대싸리라고도 한다. "지부자(地膚子)’라 하여
강장제나 이뇨제 등으로 씀.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늘 아침에 마당을 곱게 쓸어 만든
빗자루의 자욱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요.
이른 아침 할아버님은 앞 마당 뿐 아니라 골목길을
모두 빗자루로 쓰셨지요.
아침 학교에 가려고 나서면 그 빗자루 자욱이 아주 정겨웠어요.
깨끗하게 쓸어진 골목길을 따라 난 빗자루의 자욱들...
어려서 사용하던 빗자루들은 대개 수숫대로 만든 빗자루나
싸리나무로 만든 싸리비 혹은 댑싸리로 만든 비를 사용했는데
정성들여 댑싸리를 키우고 그걸 곱게 엮어서 빗자루로 만드시는
할아버지는 참으로 못하시는 것이 없구나 하고 옆에서 보며
감탄하던 꼬마의 제 모습도 떠 오릅니다.
기차를 타고 먼 곳을 가다 보면 역 근처엔 으례히 댑싸리가
소담스럽게 자라고 있었지요.
이젠 기차를 타고 가도 댑싸리를 만날 수 없더군요.
역이 가까우면 혹시라도 볼 수 있으려나 목을 길게 빼고
쳐다 보건만...
몇 해 전 부터 이 댑싸리가 그렇게 보고잡고 그리운거에요.
그래서 시골에 탐사를 갈 때 마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 보았지요. 그래도 잘 보이지 않더군요.
플라스틱 빗자루를 사용하니 누가 심어야지요.
기억을 더듬으니 과천에 처음 이사와서 사그막골 초입에서
본 것 같은거에요.
그래서 작년 여름 무더위도 아랑곳 않고 무작정
사그막골로 갔지요.
제가 보았던 곳에는 이미 예전의 집들 대신 으리으리한
대궐같은 집들이 들어섰고 왜철쭉으로 모두 단장을 해 놓아서
정감어렸던 예전의 길을 생각하고 온 것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지 후회하게 되더군요.
땀방울을 흘리며 지친 몸으로 내려오다가 지나 가시는
할아버지께 혹시나 해서 여쭸지요.
'할아버님, 안녕하세요?
혹시 댑싸리라고 아시나요?'
'어찌 댑싸리를 다 아슈?"하고 물으시는거에요.
할아버지가 데리고 가신 곳은 그곳 토박이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주말농장이었어요.
그 주말농장의 하우스 입구에 댑싸리 서너포기가 자라고
있더군요. 어찌나 반가운지 그 앞에 그냥 쪼그리고 앉았어요.
할아버지가 제가 왜 왔는지 설명을 하셔도 정작 주인
할아버지는 대꾸조차 없으시네요.
'그냥 보았으니 만족하자'하고 돌아 서려는데
'아줌마 성함이 뭐요?' 하고 물으시더니
'내가 아끼는 건데 작은 걸로 하나 드리리다' 하고
퉁명스레 말씀을 하시곤 작은 것으로 하나를
아주 조심스레 뽑아서 건네 주시더군요.
그리고는 '점심 안 먹었으면 먹고 가슈' 하시는데
어찌나 고마운지 90도로 절을 했지요.
그리곤 두분의 기념사진을 박아 드렸어요.
사진을 뽑으면 다시 인사 온다고 하고는 소중하게 들고 와서
화단에 심었지요. 그리곤 바쁜 일이 겹쳐서 한달쯤 지나
사진이랑 소주를 사 갖고 찾아 갔어요. 어찌나 반기시던지...
정말로 사진을 들고 올 줄 몰랐대요.
그래서 할아버지와 오랜 가족처럼 되었답니다.
올해는 그녀석이 씨앗을 떨구어서 여러포기가 올라 왔어요.
다만 빗자루를 만들만한 것이 아니라 화초용 댑싸리라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얼마나 정감있는지 모릅니다.
댑싸리가 동글 동글 줄지어 자라는 길을 걸어 갑니다.
제 마음의 고향은 연록색의 댑싸리 길을 지나서
파란 대문이 보입니다.
그 골목길을 할아버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른 새벽이면
빗자루 자욱 선명히 만들어 놓으셨지요!
부들 꽃말 유래
아주 먼 옛날 어느 외딴섬에 토끼가 살고 있었습니다.
토끼는 육지에 한번 가고 싶었으나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갈 수가 없어 이리저리 궁리를 하던 끝에
하루는 잔꾀를 내어 그 부근의 바닷 속에 있는
악어들을 모두 불러서 의논을 하였습니다.
토끼가 악어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악어야,너의 악어들의 무리는 얼마 안 될거야.
하지만 우리 토끼들의 무리는 굉장히 많단다.”
그러자 악어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너희 토끼 무리는 지금 너밖에 또 누가 있단 말이냐.”
토끼는 이에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이 섬의 바위 틈이나 나무 그늘에 나의 동족들이
수없이 살고 있단 말이야.
내 말이 믿어지지 않으면 우리 한번 모여서
그 숫자를 헤아려 보기로 할까.”
악어는 쾌히 승낙하며 말했습니다.
“좋아. 하지만 그 수를 누가 어떻게 헤아린단 말이냐?”
“그거야 아주 쉬운 일이지.
너희 악어 무리를 모두 불러 모아서 이 섬에서
저쪽 육지까지 한 줄로 나란히 떠 있게 하면
내가 그 수를 헤아릴 수 있지.
그 다음에 우리의 종족이 모일 때는
너희들이 헤아리면 되지.”
이렇게 해서 악어는 그 부근 바다에 있는
모든 악어들을 불러 모아 토끼가 하라는 대로
일렬로 물 위에 떠서 마치 섬과 육지 사이에
다리를 놓은 것처럼 하고 기다렸다.
토끼는 쾌재를 부르며 바다에 떠 있는 악어의 등을
깡총깡총 뛰어 육지로 건너갔습니다.
다음은 토끼의 무리를 헤아릴 차례였습니다.
그러나 온종일 기다려도 토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악어는 토끼에게 속은 것을 알고는 토끼를 찾아가
배신당한 앙갚음으로 토끼의 털을 물어뜯어
빨간 알몸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때 마침 그곳을 지나던 신이 토끼의 몰골을 보고
토끼에게 사연을 물었다.
토끼는 전후 사정을 말하고 구원을 요청하였다.
신은 토끼의 행위를 꽤심하게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했습니다.
“이 산을 넘어 양지 바른 곳에 가면
부드러운 풀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 풀을 모아 깔고 누어있으면
너의 몸의 상처는 가셔질 것이니 그리 하여라.”
신은 이렇게 말하고는 어디론가 훌쩍사라져 버렸습니다.
토끼는 신의 지시대로 산을 넘어 마른 풀을 모은 다음
그 곳에서 며칠을 지냈습니다.
그러자 상처도 아물고 털도 모두 새로 나게 되어
전과 같은 몸이 되었습니다.
이때 토끼가 사용한 풀이 바로 부들이었다고 합니다.
이 전설에서 부들의 꽃가루나, 꽃이 지고 난 뒤의
솜 같은 열매가 지혈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옥잠화에 얽힌 전설 / 꽃말 : 추억
옛날 옛적 중국에 피리 부는 솜씨가 뛰어난 사람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달 밝은 밤에 몰아지경의 상태로 피리 한 곡조를
읊고 있는데 홀연히 하늘에서 선녀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옥황상제의 따님이 방금 곡을 다시 듣고 싶어하시니
한 번 더 불러달라고 말했습니다.
피리의 명수는 선녀의 부탁대로 하늘의 공주님을 위해서
아름다운 연주를 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선녀는 고맙다고 하고는 하늘로 올라가면서
자신이 꽂고 있던 옥비녀를 그에게 던져주었습니다.
그러나 옥비녀는 피리의 명수의 손을 스치며 땅에 떨어져서
그만 깨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후회해도 소용 없는 일이었지요.
후에 그 자리에서 이름 모를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봉오리의 모습이 선녀가 던져주었던
옥비녀와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꽃을 옥잠화(玉簪花)
즉 '옥비녀꽃'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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