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신문들에 "최고 기부천사는 이름 안 밝힌 20대 여성 탤런트"라는 기사가 실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창립 10년을 맞아 개인과 법인 최고 기부자 9명의 이름을 밝히면서 지난 5년간 8억5000만원을 내 1위에 오른 개인 기부자 신상만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금회는 일주일 전 이 탤런트 소속사에 이름을 밝히자고 제의했지만 "조용히 숨어서 돕는 게 본인과 가족들 뜻"이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언론과 네티즌들이 이 '이름없는 천사'를 추적하면서 연예인들 이름 여럿이 등장했다. "그런 돈을 기부할 리 없는 탤런트" "돈만 아는 여자"라는 악성 댓글들도 올랐다. 모금회 측은 다시 탤런트 측에 연락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서는 곤란하지 않으냐"고 했다. 탤런트 가족들은 회의 끝에 "확인을 원하는 언론사에만 알려 달라"고 했다. 이름없는 천사는 문근영이었다.
▶5년 전 이맘때 '기적의 도서관' 기금을 모으던 공동모금회 계좌에 '문근영'이라는 이름으로 첫 기부금 1000만원이 입금됐다. 모금회는 기부금 영수증을 처리하기 위해 연락하면서 그가 고교 1년생 탤런트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근영의 어머니는 "앞으로 열심히 기부할 테니 외부에 절대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문근영은 광고 출연료가 생길 때마다 500만~2억 원씩 10차례 입금했다. 소아암·백혈병 환자들에게 써달라고 했을 뿐 얼굴 한번 내밀지 않았다.
▶문근영의 도움을 받은 소아암 어린이 6명은 지난 5월 문근영의 생일파티를 열겠다며 그를 초대했다. 문근영은 언론에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승낙했다. 그는 음식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일 케이크를 자른 뒤 책을 선물하고 격려 편지도 일일이 써줬다. 그의 기부는 도움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나중에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독서운동을 벌이는 '행복한 아침독서'에 3년간 1억여 원을 후원한 사실도 올해 초 이 단체가 결산 내용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문근영은 기부만으로도 행복해한다. 부모도 "대중의 사랑으로 사는 연예인이 수입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국민 여동생'이라는 호칭은 얼굴 예쁘고 연기 잘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스타의 선행은 스타를 사랑하고 닮고 싶어하는 대중의 가슴에 자비심의 불을 지펴주기에 더욱 값지다. 이래저래 스산한 시절, 그와 가족들의 소리 내지 않는 나눔과 보탬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