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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보람찬 하루>
장면순서
0장면 공고교실
1장면 교무실
2장면 분회모임
3장면 집회
4장면 데이트
5장면 천대성 집
6장면 거리(해직)
7장면 천대성 집 +와인바
8장면 선주의 집
에필로그
대본 3
# 0장면. 공고교실 : 천대성 수업장면
한 명(3) 자고 있고
한 명(1)은 멍때리며 mp3 듣고 있고
한 자리 비어있다
수업하는 교사. 대사는 없다. 모션만있고 아이들은 마치 정지장면 같다.
뒤늦게 들어온 학생(2). 3에게 책상의 소재를 묻는데 3은 귀찮아 한다. 의자를 가져다 앉는다.
종이 친다.
교사 : 오늘은 여기까지! 야! 끝났다. 일어나~
학생 2 : (1에게) 야, 내 책상 어디갔냐?
학생 1 : 담임이 뺐어.
학생 2 : 또 뺐어? 아이씨....삼 일 됐는데...
학생 1 : (피식) 야, 오늘은 왜 늦었냐? (소지 꼽아보이며) 이거 땜에?
2 : 아니야~ 꼰대 때문에..
1 : 왜? 또 술먹고 깽판쳤어?
2 : 언젠 안그랬냐..
1 : 너도 고생이다.
3 : (1에게) 휴지 줘봐~ 아 똥마려~
2 : 저건 눈만뜨면 똥질이야. 야, 그냥 잠이나 자.
1 : 이공공
3 : 아 띠바~ 똥 묻어
1 : 잘 접으면 네 번은 닦아
3 : 그럼 접어서 팔던가....(움찔) 그냥 줘, 빨리!
1 : 아껴서 서 색햐. 이게 다 나무야. 삼공공
3 : 담배도 있냐?
2 :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겐 담배를 팔지 않습니다, 이 십할 놈아
1 : 자 ! 이거나 빨어! 오공공!
3 : 무슨 사탕이 오백(움찔)....아윽....달아둬
1은 장부에 적는다
2 : 띠바~ 야, 학교 때려치까?
1 : 왜? 절반이나 버텼는데.. 좀 있으면 취업하잖아
2 ; 취업은 .. 씨.. 빠이닉스 취업한 선배들 얘기 못들었냐? 비정규직으로 부려먹다 짤린거..
1 : 그래두 용주형은 기능장 따고 자격증 따서 20대 후반에 사장됐대~
2 : 그건 용주형 하나고!
1 : 아니야! 신문봤어? 우리처럼 공고생인데 열나게 공부해서 서울대 건축과 갔대. 공고에서 서울대를 간거야!
2 : 그럼 둘이네! 또 있냐? 있어? 없잖아!
1 : 그런가?
서현 들어온다. 학생들 인사한다.
서현 : 헤이 관철! 팔로우미!!
1 : 뭐야 또...(따라 나가다가)아, 야. 김대중, 노무현, 전두환. 다 실업계잖아. 다섯이네!
2 : (1의 매장으로 가면서) 전두환, 김대중, 노무현....(담배 물었다가) 대통령....해야되나?...쓰읍, 하기 싫은데.....
#1. 교무실
불켜지면 교무실 천대성..
불이 들어오면 천선생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시큰둥하게 클릭을 계속하며
천대성 : 아.. 이거 대신 눌러줄 사람 없나? 애를 하나 불러? 에이씨 다 늦게 연수는 무슨 연수야? 성과급 까짓거 얼마나 된다고 .. 연수점수라니 에이 더러워서... 내가 가르친 세월이 얼만데... (클릭) 이거 왜 안넘어가? 에이! (다 밀쳐버리고 뒤로 기대 발 한 쪽 올리고 잔다)
신서현이 관철이를 데리고 같이 들어온다.
서현 서 있는다.
서현 헤이 관철 ! 컴 위드 미! 싯다운!
관철 앉는다
서현 Why were you absent from class yesterday?
관철 ....
서현 (천천히) Why 왜 were you 과거형이죠? absent from class 수업에 빠졌나요? yesterday?
관철 예스터 .. 데이... 어제? 어제 뭐요?
서현 어제 방과후 수업 왜 빠졌냐구.
관철 알바땜에요... 배달이 밀려서 빨리 가봐야했거든요. 게다가 새벽까지 했다구요.
서현 그래도 방과 후 수업은 해야돼요. 관철이는 머리가 참 좋아요. 공부만 조금 열심히 하면 대학도 갈 수 있어요.
관철 저 대학에 관심없어요.
서현 그건 지금 생각이예요. 대학을 나오는거랑 그렇지 않은 거랑 연봉이 달라요. 연봉이~
관철 ....
서현 자, 수업 빠지면 어떻게 한다고 했죠? 맨투맨 레슨이에요. 자, 리슨 앤 리피트
서현 I really want to improve my English.
관철 아이 리얼리 원..투... 뭐요?
서현 I really want to improve my English.
관철 아이 .... 아이 씨 짜증나
서현 관철아.. 배달 알바는 순간이지만 이건 네 평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영어 수업이야. 알았니?
관철 저 돈벌건데요.
서현 (앉으며) 어떻게? 평생 아르바이트만 할거야?
학생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장사할거예요.
서현 꿈이 왜 이렇게 없어?
관철 (일어나며)저 꿈 있어요. (자기망상에 빠짐)장사해서 사장될거라니까요. 돈 많이 벌어서 메이드랑 집사가 있는 집에서...
서현 (중간에 적당히 끊고 일어나며) 관철아!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지? 자 빨리 앉아요. 자 따라하세요
서현 I really want to improve my English. 관철아, 따라해~ I really want to improve ...(돌아보다가 문자를 쓰는 관철을 본다)
서현 그거 나중에 보내면 안되겠니?
관철 아 이것만 보내구요.
서현 너 선생님이 이렇게 남는 시간 쪼개서 개별수업까지 해주는데 이렇게 할래?
관철 아, 그럼 선생님도 하지 마요.
관철이가 핸드폰을 도로 뺏는다.
서현 앉아. 너 안 앉아?
관철 이씨 짜증나.
서현 짜증나? 내가 이러는 건 다 너의 미래를 위해서야. 영어를 한다는건 세상 모든 문을 열 수 있다는거야. 영어를 못하면 아무 기회가 없다구. 장사를 하더라도 외국도 나가고 바이어도 만나고 그래야 되잖아.
관철 돈벌어서 영어 잘하는 애 고용하면 돼요! 갈래요~
서현 관철아! 이거 다음시간까지 보고 와. 캐나다 수업자료야. 선생님이 어렵게 구한거야.
관철 ...
서현 유 해브투 스터디 잉글리쉬~ 유노?
관철 (중간에 짜르고 들어감) 아이씨 영어 좀 쓰지 마요~ (천선생 깬다) 어차피 들어도 몰라요. 못알아듣는다구요! (나가며 혼잣말) 에이씨.. 한국말놔두고 왜 영어질이야.. 재수없어...
서현 관철아! 이거 가져가! 야!!
아이 나간다.
서현 어휴...
천대성 뭐야? 왜그래?
서현 아니에요...
천대성 그 @ 열 많이 받은 모양인데...하긴 태초에 절규가 있었으나 인생에 해답은 없도다!! (다시 컴퓨터를 쳐다본다) 앗싸! 한 단원 끝났네! (클릭) 오늘 3일치는 끝내겠네... (신선생보며) 근데 신선생! 애들 거 영어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방과후에 보충에 개인레슨에..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여기 애들이 영어 쓰고 살 일이 뭐 있다고...
서현 그래도 .. 가르쳐야죠..
천대성 (일어나서 봉투를 건네며) 참 이거 교감이 아까와서 전해달라던데... 뭐야?
서현 네.. 다른 교육청에서 영어 공개수업한 자료요...
천대 아 이번에 교육청 공개수업도 신선생이 한다며?
서현 뭐.. 할 사람이 없다고..
천대성 실업계에서 영어로 수업한다고 다들 난리 났다며..
서현 뭐.. 그냥 할 수 있는 부분만...
천대 대학원도 나왔다매...신선생 같은 사람이 왜 여깄어?
서현 네?
천대 젊었을 때 부지런히 해서 올라가야지. 거 신설 외고 교사 모집한다던데 그런데나 가든가... 실력있는 사람이 여기서 꼴통들 가르치려면 힘들지.. 가르쳐봐야 빛도 안나고...외고 생각 없어?
서현 글쎄요.. 생각을 안해봐서...
민선생 들어온다
선주 (천대성에게 선전지 주며) 이 거 좀 읽어보세요. 자기두~(서현한테도 준다)
서현 뭔데요?
선주 성과급 균등분배하자고! 성과급이란게 기준을 뭘루 정해도 교사들을 등급화하는 거고 결국 우리 월급 가지고 장난치는 거쟎아. 그리고 뒷면은 일제고사 관련!
서현 뭐예요 그건
선주 우리반 애들 내일 모둠별 게임할려구 화이트보드 좀 빌렸어. 점수판 하게!
서현 선생님반 애들은 참 좋겠어요..저한테도 노하우 좀 전수해주세요.
선주 노하우는 무슨... 아! (막대 사탕을 꺼내며) 이거 먹을래? 상품으로 산 거... 나 참 고딩인데도 사탕하나에 목숨을 걸어~ 나 원 참..
서현 선생님 요즘 맨날 애들하고 운동장에서 축구하시던데 힘들지 않으세요?
선주 어? 발악하는거지 뭐... 하두 답답해서.. 뛰면 좀 나아.. 나두 애들두.. 애들이 껴주니 고맙지 뭐.. 하하..
서현 (사탕을 만지작 거리며) 선생님은 가르치는 거 행복하세요?
선주 (사탕먹다가) 왜?...무슨 일 있어?
서현 아니 그냥요..(사탕을 입에 넣고 선전지를 보며) 참 제 친구 학교는 순환등급한다던데...
선주 작년에 우리도 순환등급 했었어. 근데 부장들이 자기들 C 받았다고 올핸 싫다 그랬나봐 어차피 균등분배할거구.. (사탕문다)
서현 우리 선생님들은 다 하세요? (사탕문다. 둘 다 눈을 마주치고 사탕을 문 채로 천대성 눈치 본다)
천대 (못들은척하며) 일제고사? 아~ 학업성취도 평가! 우리 애들 한 반에 삼분의 이가 90% 이상인데 성취도 평가는 무슨.. 성취를 한 게 있어야 평가를 하지..
선주 선생님! 안그래도 여기 애들 패배의식이 큰 애들이에요. 근데 그 애들을 지켜줘야 하는 우리까지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천대 여기 애들 몰라? 수업시간에 봐~ 몇 놈이나 듣나? 어이그 외고 가라니까 신선생~
선주 외고? 자기 외고 갈려구?
서현 아니요 천선생님이 말씀하시니까 한번 생각해볼까 하구요.
선주 거기 가면 뭐 달라져? 자기 같이 열심인 사람이 여기 있어야지.
서현 애들한테 잘 안먹히는 것 같아서요.
선주 애들이 자기 마음처럼 열심히 해 주지를 않지?
서현 .....
선주 애들한테 맞는 방법을 더 고민해 봐. 여기서 못찾으면 거기가도 똑같애.
천대 똑같긴...아니 외고애들하고 여기애들하고 어떻게 똑같나? 외고가! 여기 꼴@새@들.. 프린트에서 고대로 내도 어렵다고 지@이고... 답을 불러줘도 못써.. 내 참.
선주 그건 우리 애들만의 문제는 아니죠. 어렸을 때부터 자꾸 경쟁만 시키고 낙오되면 버려지니까 애들이 여기까지 온 거 아니에요? 이건 사회가 책임을 져야죠. 경쟁을 시켰으면 진 애들도 끌어올려줘야 그게 교육이죠
천대 민선생 참 훌륭한 교사야
선주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천대 민선생 참 바쁘게 산다고. 집안일에 애키우고 학교와서 가르치고 학교밖 고민하고 후배한테 신경쓰고..
선주 (민선생은 발끈) 선생님
천대 아니 뭐 재미가 있어야 가르치지. 어쩌다 한 놈 대학을 보내도 등록금 없어서 알바나 하고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에..(전화온다) 여보세요? 네 어디요? 예 알겠습니다. (전화끊는다) 에이 00들... 이것들이 또! (나가려고한다)
천대 (선주를 신경쓰며) 우리 경쟁에서 낙오된 불쌍한 애들이 너무 힘들어서 (주택가에서 떼거지로) 담배 좀 피셨다고 주민신고 들왔네.. (민선생은 화가 나서 나가버린다) 아니 뭐 이게 애들만의 잘못이겠어? (나가려고 하는데 전화가 온다)
천대 네! 교감선생님! 네... 알았습니다. (전화끊고) 뭐야! 용건이 있으면 지가 오든지 하지 꼭 오라고 불러! 에이! (나간다)
서현은 인터넷을 검색한다.
서현 자격조건이...
펀드 선생님~ 혼자 계시네요. 이거 한 번 보시죠(전단지 내민다)
서현 네.
펀드 징검다리 캐피탈 아무갭니다.(명함내민다)
서현 아 네. 근데 전 별로..
펀드 교직에는 몇 년이나 계셨죠?
서현 네? 3년 정도.. 근데 전 이런 거 들 여유없어요
펀드 누군 여유 있어서 하나요? 여유 만들려고 하는거지.. 그런데 자산관리를 많이 하고 계신가봐요?
서현 아뇨 그런거 없는데..
펀드 (급반색하며) 선생님 그럼 저 정말 잘 만나신거예요. 선생님은 정말 이제라도 저 만나신걸 감사하셔야해요. 저만 믿고 따라오시면 돼요. 7년 직장생활 하고 집 사신 분도 얼마나 많은데요.
서현 그래요? 저는 모아놓은 돈이 하나도 없는데..
펀드 선생님은 일단 안정적인 수입이 있잖아요. 월급이 안 나올 염려도 없고. 그렇죠?
서현 음.. 그렇죠.
펀드 그러니까 기간을 가지고 투자를 하시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서현 아 네.
펀드 결혼은 하셨어요?
서현 아니요. 아직
펀드 일단 선생님은 결혼이 가장 중요한 재테크가 될 수 있어요. 교사시니까, 결혼하시면 일단 선생님은 선생님 수입을 모두 재테크에 사용하실 수 있게 되는거잖아요.
서현 그런가요?
펀드 : 선생님한테만 드리는 말씀인데......사실 저희가 남교사들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남교사 월급,그건 생계비죠, 하지만 여교사 수입은 여윳돈 아닙니까? 보통 여선생님들의 남편분들은 수입이 좋으시니까, 본인의 수입은 전액 투자를 하시더라구요.(서현 손을 살포시 잡아 올리며)오늘 제게 손을 내밀어 시작하시면 선생님도 부자가 되실 수 있습니다.
서현 : 아, 네에-.
펀드 : 자, 그럼.
신뢰와 정직을 바탕으로 빠르고 폭넓은 지식을 갖춘 재무설계사 박부자, 지금부터 전문컨설팅 시작하겠습니다. 선생님은 일단 결혼비용을 모으는 투자를 중심으로 진행하겠습니다.(관객 박수 유도)
1단계, 재무구조파악.
서현 : 재무구조....
펀드 : 일단 본인의 재무구조를 정확히 파악하셔야합니다. 어디에, 얼만큼 여윳돈을 만들수 있는가? 아셔야합니다. 2단계, 종자돈 마련.
서현 : 종자돈 마련...
펀드 : 2-3년 간은 종자돈을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종자돈이 모일 때까지는 무조건 모으셔야합니다. 3단계, 공격적인 투자.
서현 : 투자....
펀드 : 고수익을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더이상 공격적인 투자를 망설이실 필요가 없습니다. 선생님, 눈 앞에 성공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서현 : (홀린 듯 말을 흘리며...) 보여요
펀드 : 제가 관리하는 여선생님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만든'자산관리프로그램'입니다.(오른손 높이들어 서현에게 제시)......사실 제가 요 일대 학교는 꽉 잡고 있거든요.
서현 : 네에....제가 살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펀드 : 망설이지 마시고 연락주십시오. 징검다리 캐피탈 박부잡니다.
서현 : 안녕히 가세요.
펀드 : 재무설계사 박부잡니다.
펀드 나가고
서현 자산관리...? 대학원은 되고 연수점수는...
#2. 분회모임
막이 열리면 모두 침묵하고 있는 분회모임
선주 어떻게 할까요.
(침묵)
선주 의견을 좀 내주시죠.
(침묵)
선주 김선생님.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침묵)
선주 선생님부터 쭉 돌아가면서 얘기하죠
1-저는 일제고사 얘기가... 참 힘든데... 그거를 가지고 우리가 교사라는 직업을 걸만큼.. 그렇게 중요한건지 잘 모르겠어요
2- 교사들이 다 하는 것도 아니고
3- 성과급도 1/n 안하는 현실이잖아요.
1- 누구 누구 안했는데?
2- 우리 부장 했어요?
3- 했어
2- 안했을거야.
3- 이번에 씨잖아.
1- 어머, 부장 씨야? 하하하
선주 이번 일제고사에서 평균보다 점수 낮은 과목주임들 다 교장실로 불려갔대요... 이제 점수 올리라고 난리칠걸요? 김선생님 교장실 갔다오셨죠? 뭐래요?
1- (김선생) 지진아들 반 만들어서 일주일에 두시간씩 국영수과 보충하고 그 애들을 9시까지 보충 수업을 시키래
2- 아우 어떡해? 한다고 그랬어? 이러다 전체 야자하는거 아니야?
3- 늦게까지 남아야 하는거야? 아우 싫어
선주 장난아니에요. 애들 서열이 교사서열 되구, 학교서열이 될 거에요. 일제고사는 그 상징이구요. 그래서 어떡하든 우리가 막아야 하지 않겠어요?
2- 아니 전교조 본부에선 뭐하는거야?
3- 사실 위에서 싸우지도 않으면서 우리한테 하라 그러면 부담스럽지.
1- 분회장도 너무 부담스럽쟎아 저번에 징계도 받았는데...
선주 아무리 부담스러워도 교사가 해야죠. 제 생각엔 가정통신문으로 선택권을 안내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1- 학부모들중에 가정통신문 읽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안읽을거야~
2- 그래 아들 분명히 가정통신문 비행기 날릴빌기다!
3- 어차피 우리가 얘기 안해도 애들은 5분만에 엎어지는데..
선주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지는거에요. 성과급도 보세요. 처음에 10% 그 까짓거 하고 가만있다가 결국 이렇게 확대 되고 있쟎아요. 차선책이긴 하지만 훈화로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알려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1- 저.. 훈화도 어렵지 않겠어요?
2- 애들이 또 제대로 전달이나 하겠어요? 가서 또 엉뚱한 얘기하면 우리만 덤태기 쓰고
3- 우리반 애들은 조종례를 안들어~미치겠어
모두- 하여튼 애들이 문제야.
2- 우리학교 어떤 학부모가 교장실 들어가서 그랬대. 심화반 영재반 확실히 꾸려서 대학 보내달라구.
모두- 학부모가 문제야.
3- 그래서 교장이 얘기해가지고 사회랑 영어는 방과후 영재반 꾸렸대쟎아
2- 어머 누가?
3- 걔, 신서현하고 김지영
모두- 어우, 젊은 애들이 문제야.
선주 .. 그럼. 각자 알아서 하는 방법으로 할까요?
조합원 (이때는 단결을 잘한다) 그래 그러지 뭐
선주 ... 그리고 오늘 여의도에 교육주체결의 대회 쪽지 받으셨죠. 가실 수 있는 분?
1- 저는 좀.. 못갈 것 같은데...
2- 차빼라고 전화오네.
3- 밥해놔야지. 우리 애 학원에서 올 시간이야. 사람들이 주섬주섬 일어난다.
선주 아, 안건 하나 더 있어요! 차기 분회장이요~
1- 분회장? 자기가 해.
선주 저 4년째예요. 또 해요?
2-1년 더 해
선주 돌아가면서 해야죠...
3- 내년에 새사람 화
선주 저도 힘들어요. 좀 바꿔주세요.
1- 그냥 자기가 해. 누가해?
1,2,3 - 우리학교 분회장은 자기야.
선주 제가 또요?
1,2,3 - 그래 또!!
하면서 다들 나가버린다.
혼자 남은 분회장.. 벙 찐다.
#3. 집회
집회 교사가 연설을 하고 있고 천대성 선생이 눈을 꿈적거리면서 나무 뒤에 숨어 있다. 군중 속에서 서성대며 코를 풀기도 하고 화장실도 못가고-아는 선생 만날까 봐- 봉투만 만지작대고 있다. 연설 도중 “저기 숨어계신 장학사님 그리고 교장선생님 부장님들 학생들이 나왔나 감시하러 나오신겁니까?” 하고 말하고 사람들이 나와 나와 하자 얼른 외면하고 피해서 구석에서 담배를 피운다. 핸드폰 울리면 받는다
대성 아무도 안 왔는데요. 네. 봉투 잘 가지고 있습니다. 네. 잘 전달해야죠.
동미가 다가온다
전단지를 내민다
대성 뭐야?
동미 : 동신전자는 비정규직으로 3년동안 열심히 일한 회사직원 40명을 해고통지도 없이 몰아내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정리해고 반대 서명에 동참해주십시오..
대성 뿌리치며 나간다
서현이가 나온다. 동미는 서현에게 전단지를 준다
서현은 “자기야 어 여기 시위하나봐 되게 시끄럽다 뭐라구? 잘 안들려~” 하면서 나간다
동미는 관객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반대편에서 선주 허겁 지겁 들어 온다 핸드폰으로 말하면서
선주 응 엄마 일있어. 집회.. 뭐? 이상한 짓?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저녁은 샌드위치 만들어 놨으니까 먹고 학원 가. 뭐! 미안해. 미안하다고 하잖아. 야. (핸드폰을 보고 다시 건다.) 너 엄마가 말하고 있는데 왜 끊어? 뭐? 몰라서 물어? 니가 더 중요하지. 제발 엄마한테 이러지 좀 마라! 알았어. 얼굴만 비치고 갈게! (걸어가다가 다시 핸드폰 울린다) 네! 어머니! 병원이요? 네 알았어요. 어휴 미치겠다. 진짜(빠른 걸음으로 나간다.
(선주 두리번거리며 지회 깃발을 찾고 있는데 동미가 알아본다)
동미 선생님!
선주 동미이? 아 동미야!
동미 아. 선생님. (반가워서 손잡고 흔들며) 집회오신거에요? 아직도 전교조하시는구나!
선주 허 니가 그걸 어떻게 알어?
동미: 그때 애들 다 알았었어요...
선주 10년간 분회장이다. 아주 쩐다 쩔어
동미 와 선생님 하나도 안변했어요..
선주 넌 어쩐 일이야? (행색을 살피며) 뭐야 그건? (전단지를 빼앗아 읽는다) 동신전자 비정규직 부당해고 중단하라? 너?
동미 아니. 전 그전에 나왔구요.. 스무명 버티다가 지금은 다섯 남았어요.
선주 괜찮니?
동미 그냥.. 그래요.
선주 직장은 구했어?
동미 매일 공단에 가보긴 하는데 불경기라 그런지 모집하는 데두 없네요.
선주 이놈들은 왜이러니 도대체! (휴) 도대체! 내가 뭘 한 거지? 니네들한테.
동미 (원망쬬로) 우리한테 다 니네 꼴리는 대로 크라고 하셨잖아요? (팔짱을 끼면서) 걱정마세요. 저 자격증도 있으니까..
선주 그래..넌 잘할거야 늘 당찼으니까,
동미 선생님... 저. 영한이 기억나세요?
선주 맨날 사고치던 놈? 한 오년 전인가 쇼핑몰한다면서 고물차 몰고 학교 한 번 왔었어. 잘 산대?
동미 저기 그거 하다가 때려치구.. 수능본다구 검정고시 공부 했었는데.. 작년에 오토바이 타다가 새벽에 버스랑 박았대요.
선주 많이 다쳤어?
동미 저흰 장례식에 갔었는데.. 연락 못드려서 죄송해요
선주 어휴!
동미 (부축한다)
선주 (쪼그리고 앉고 동미도 같이 앉는다) 우리 애는 나보고 왜 이런 이상한 집회에 다니냐고.. 힘들지?
동미 (눈물이 핑 돌며) 요샌 잠이 안와요. 좀더 버틸 걸 괜히 퇴직서 써준 거 같아요. 이백만원 더 줬거든요.
선주 자책하지 마. 그러면 우리가 지는거야.
동미 한보름 집에만 쳐박혀 있었는데 안되겠더라구요.
선주 (잘했다,)
동미 (전단지를 보다 일어서며) 그냥 힘들어도 이렇게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선주 ( 일어서며) 내가 뭐 도울 일이 없을까?
동미 그냥.. 계셔주시면 돼요.
선주 미안하다 동미야
동미가 목도리를 둘러 준다.
선주 너 춥잖아.
동미 젊잖아요! 오늘도 보람찬 하루네요. 선생님 만났으니..
선주 응? 아! ( 웃고 등을 탁 때린다.) 그래 그랬지! 똥싸느라 지각했다. 참 보람찬 하루였다. 오늘 덮다고 단축 수업했다. 참 보람찬 하루였다. (합창 웃음)
동미 생각해 보면 학교 다닐 때가 좋았어요. 선생님! 건강하세요.
선주 그래 너두~
동미 동미 하트그리고(선생님 힘내세요!) 나간다
선주 그래 너도 파이팅~~
선주 동미의 뒷 모습을 보다가 돌아서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해직이 나타난다
해직 : 민선생~
선주 : 어 선생님
해직 : 늦었네 (우산을 씌워준다)
선주 : 네 저도 분회 모임하다가 늦었어요
동미 : 선생님~ 이거요
선주 : 뭔데?
동미 : 빵이요 드세요~ 선생님 파이팅~
해직 : 누군데?
선주 : 제자요.. 비정규직 복직 투쟁 한다고 애쓰네요
해직 : 아구 제자 잘 키웠네 좋겠어~
선주 : 어서 가요 늦었어요
둘이 나간다
암전. 음악이 나온다.
#4. 데이트
서로 말없이 사랑하는 장면 2분간 지속.
서현 공부는 잘 돼?
용덕 그냥 그렇지 뭐.
서현 힘들겠다.
용덕 그래도 계속 해야지.
서현 자기야, 나 외고갈까?
용덕 외고? 갑자기 외고는 왜?
서현 그냥.. ...내가 여기서 뭐하고 사는 건가 싶어.
용덕 왜? 너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서현 아니
용덕 애들이 힘들게 해? 내가 가서 때려줄까?
서현 응. 때려주라.(둘다 웃음)
용덕 무슨 일이야, 신서현씨.
서현 그냥 너무 답답해. 난 정말 최고로 잘 가르쳐보고 싶은데.
용덕 너 지금 잘하고 있잖아, 왜.
서현 잘하긴.. 아무리 가르쳐도 애들은 아무것도 몰라
서현 우리 애들은 꿈이 없어.
용덕 꿈없는 사람이 어딨어?. 너 한테 말 안한거지
서현 아니 장사나 그런거 말고 좀 더 높은 이상을 향해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용덕 무슨 이상? 대학 가는 거? 그 애들 기술 배우잖아. 그럼 자기 앞가림은 하겠지.
서현 앞가림...? 아니야. 아무것도 안 해. 아등바등 가르치는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라니까?
용덕 그러는 걔들은 어떻겠어? 나도 시험 떨어질 때마다 얼마나 힘든데......
서현 힘들었어용~?
용덕 나한텐 잘하면서......애들한테 잘해줘
서현 그냥 잘하는 애들만 가르치고 살면 안되나? 나도 좀 재미있어야지... 명색이 영어교산데 맨날 fine, thank you
용덕 and you?
서현 (웃는다) 응. 그런 것만 하고 있을 순 없잖아. 내가 아는걸 썩히고 있는 것 같아. 시간낭비 하는 것 같다고.
용덕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서현 근데 우리 애들도 안쓰러워. 이런 애들일수록 잘 가르쳐줘야 하는데.
용덕 난 신서현 씨가 더 안쓰럽다.
서현 나 다리 아프다
용덕 다리아파? 내가 업어줄까?
서현 아냐, 됐어.
용덕 왜, 업어줄께. 업혀봐.
서현 치마입었잖아.
용덕 그럼 안아줄까? 이렇게~~~
서현 왜그래, 하지마~~
서현 나 추워.
용덕 추워?
옷을 벗어준다.
용덕 자기야 저기 좀 봐봐.
서현 와~보라색이야.
용덕 여기 너무 좋지?
함께 노을을 본다.
용덕 나는 해질녁이면 여기 와서 어두워질 때까지 있어. 그 시간이 참 평화롭고 좋아.
서현 나는 매일 지나다녔는데, 왜 몰랐지?
함께 있다.
서현 자기야, 배고프다. 어디 들어가서 뭐 먹자.
용덕 소주 마시러 갈까?. 꼼장어 사줄게.
서현 냄새 나는거 싫어. 와인 마시러 가자.
용덕 난 와인 맛있는 줄 모르겠더라.
서현 그럼 파티갈까?.
용덕 파티?
서현 응. 친구들 호텔 빌려서 크리스마스 파티 한데. 남자친구들 다 데리고 온다는데 우리도 가자.
용덕 싫어.
서현 왜애~~
용덕 내가 거기 가서 뭐하니? 치킨에 맥주마시러 가자.
서현 치킨 냄새 싫어. 옷에 밴단 말이야.
용덕 어쩌자고 그럼?
서현 일식집 가자. 내가 살께.
용덕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지금.
서현 왜 화를 내고 그래?
용덕 넌 나를 대체 왜 만나니?
서현 왜그래? 나 오늘 기분이 너무 않좋은데 좀 맞춰주면 안돼?
용덕 그래서 돈도 없는데 번번히 와인바가고 일식집 가자고? 날 왜 만냐고?
서현 장난해? 좋으니까 만나지?
용덕 나 보고 말해. 나 같은 놈이 어디가 좋냐고?
서현 좋아좋아. 다 좋아. 눈도 좋고 코도 좋고 코 밑의 점도 좋고 다 좋아!!! 난 억울해 정말, 살수가 없어. 와인바 한번 가자는게 그렇게 잘못했어. 나 오늘 기분 진짜 칙칙하다고
찡찡거린다.
용덕 미안해 (안아준다.)
서현 너무해.
용덕 그래, 그래. 알았어. 미안해. 와인바 가자.
서현 그래.
용덕 가자.
걷는다.
서현 난 자기가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니까 좋아. 자기는 남들이 못 보는 걸 보는 능력이 있다. 자기 정말 짱이야.
용덕 아, 왜그래, 쑥스럽게.. 그만해.
서현 있잖아...(주머니에 카드를 꺼낸다.)이걸로 자기가 계산해
용덕 나도 돈 있어.
서현 아니 공부하다가 맛있는 것도 사먹고 그러라고 맨날 라면만 사먹지 말고
용덕 나 돈 있다니까.
서현 그러지 말고 받아도. 언제 어떻게 필요할지 모르잖아.
용덕 괜찮대도!
서현 아니, 난 자기 생각해서 그러는건데 자기는 왜그래? 고집만 피우고?
용덕 왜? 내가 창피해? 내가 불쌍해? 내가 안되보여? 넌 나를 뭘로 보냐?
서현 그런 뜻이 아니잖아.
용덕 와인바를 가든 파티를 가든 니가 가고 싶은 데로 가. 나 초라하게 만들지 말고
남자 퇴장
여자 카드를 들고 서있는다.
#5. 천대성 선생 집
아들은 컴퓨터.. 군대 갔다 와서 졸업하고 벌써 일 년짼데 저러고 있다.
티브를 켠다. 계속 티브이 채널을 바꾼다..
대성 엄마는 어디갔냐?
아들 할머니 병원갔어요.
아들 아버지 티브이 소리 좀 줄여 주세요.
소리 줄이고 다가가서 보다가 에이 꺼버린다.
배가 고프다.
대성 저녁 먹었냐? 오늘 애비하고 술 한잔 할까?
대답이 없다.
대성 그러고 있지 말고 나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좀 사람답게 살아봐!
아들 다들 바빠서 만날 애도 없어요.
대성 너도 올해 4월에 시험 한번 더 보고 아무데나 취직해. 아니면 대학원을 가던지..
아들 대학원 나오면 뭐 뾰족한 수가 있어요?
대성 난 아르바이트해서 대학 다녔어. 낼 모레가 서른인데 너도 자립할 생각을 해야지.
아들 저보고 나가라고요?
대성 너! 야? 남자 놈이 좀 꿈이 있어 봐. 왜 그렇게 비관적이냐구.
아들 아버지는 어떤 꿈이 있으셨는데요.? 전 공무원시험 준비 하잖아요~
아들이 가방을 걸치고 나간다.
아들 도서관 가요.
멍하게 앉아 있다가 소주 한 병에 김치찌개 있던 걸 내온다.
대성 선생님은 이번 성과급에서 베스트를 받았습니다. 베스트? B? 이게 인생 다 바쳐서 선생질한 사람에 대한 대운가? 사실 이거 우리 월급 줄 걸로 생색내는 건데 경력으로 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이제 얼마 안 남으신 선생님들 신자유주의에서 살아 갈 후배를 위해 양보하십시오. 이것들이 젊었을 때는 선배한테 양보하라더니 나이 드니까 후배한테 양보하래? 애들 등록금도 대야지 돈 쓸 일이 우리가 더 많지. 정말 내가 치졸해서 생각 안할려구 했는데..
소주를 홀짝인다.
텔레비전을 켠다.
텔레비전에서 광고가 나온다. 성공한 자식에 대한 "너는 나보다 행복할 것이다. 너는 나보다 사랑받을 것이다(공익광고)"같은.
텔레비전을 끈다.
대성 그래. 좋겠다. 일생 남의 자식 잘되라고 가르쳤는데.. 어휴.. 내자식 꼴은... 내가 누구한테 뭘 잘 못했나? 애들을 너무 팼나? 너무 짤랐나? 그래도 애들 잘 되라고 그런건데. 아, 이빨. 희철이 걔가 해준건데 이거. 요샌 전화도 없네. 내가 먼저 전화할 수도 없고..
기침기침
대성 이제 담배도 끊어야지.
주머니를 털어서 돈 계산 한다. 동전은 저금통에.. 고구마가 생각난다. 컴퓨터 앞에 놓는다.
대성 장학사 있는데 내가 거길 가서 왜 밥을 얻어먹냐. 어려울 때 총대 좀 매달라고 사정사정 하더니 뭐? 형님은 그 나이되도록 밥만 축내고 뭘 했냐구? 어린 새0가 교장 됐다구. 개새@
#6. 거리
경찰과 대치 중인 집회 경찰이 마구 밀치면서 연행한다. 군중들 사이에 선주 있다.
휙 호르라기 소리 후루룩 어둠 속에서 쫓기고 지나가고 그리고는 잡혀가고 후루룩 소리.
선주가 해직의 팔을 붙들고 있다. 얼굴부터 물감을 뒤집어 쓴 해직교사.
해직 니네들 이러면 안되지. 우린 니네 적이 아니라 국민이야. 어떻게 만든 민주주읜데 한 줌도 안되는 00들이 감히 이렇게 해!
선주 선생님 얼른 가요.
해직 이거 봐 이거! 물대포로 물감을 뿜어? 우리가 적군이야? 게릴라야?
선주 선생님 .. (마구 닦아준다)
해직 (온 몸을 맡긴 채)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귀신들이 아직도 살아서 우리를 짓누르고 있어...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야 최소한 무슨 희망이라도 있어야 하잖아
선주 선생님..(닦아준다)
해직 민선생... 선주야... 나... 아프리카 파견 신청했어 화병으로 죽을 순 없어서... 놀러 와! 킬리만자로 근처니까! 난 간다! (가다 돌아서며) 민선생, 미안해.... (해직 나간다)
선주 선생님!
선주 경희대에서 전경들 새까맣게 밀려올 때 선생님이 제 손 잡아주셨잖아요. 그 때 저 초임이었어요. 민선주! 내 어깨를 잡아 이렇게! 팔짱을 끼라구! 질서 질서 ... 손 놓치면 안돼 저쪽 도서관 쪽으로 질서 질서... (목도리를 떨어뜨려 그걸 본다) 동미.. 동미야 동미야~~
#7. 천대성 집+와인바+유선주 집
천대성 집.
꿈
벽을 타고 올라가는 천대성 선생. 다 올라왔다 생각하는데 벽이 뒤로 넘어간다. 악 소리치며 잠을 깬다.
아들 컴퓨터 앞에서 자고 있다.
눈을 부비면서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들 옆에 먹다 만 고구마가 있다.
대성 교장이 이 징계 출두 요구서를 김선생한테 전달하래. 시국선언 참석했다구. 아버지 남한테 굽실거리지 않고 대쪽처럼 살았던거, 너 알지? 교감도 내 눈치보고, 교장도 안 무서웠어. (목소리가 커지며) 왜냐구? 내가! 천대성이니까! 하늘처럼 크게 되라 해서 천대성이다.
아들이 깬다.
아들 아버지 목소리 좀 줄여요.
대성 (목소리 줄여서) 야, 너 아버지 꿈이 뭔지 아냐?
아들 아부지가 꿈이 어딨어?
대성 아냐~ 아버지 꿈이 사실은 시인이었어.
30대 와인바의 인물과 오버랩
재즈 음악이 나온다.
와인바.
서현, 혼자 있는데 용덕 들어와 옆에 앉는다. 잠시 지켜본다. 서현 말없이 술을 마신다.
용덕 취했니?
서현 응. 파티 끝나고 좀 마셨어. (파티 때 썼던 눈가면이나 뭐 그런걸 쓴다.)
용덕 전화는 왜 했어?
서현 .......
반쯤 남아 있는 잔에 술을 따르려는 서현. 용덕이 술병을 빼앗는다.
용덕 그만 마셔
서현 잔에 남아 있는 술을 마시려고 하고 용덕은 잔도 뺏는다
서현 (손만 내밀며) 내놔
용덕 (침묵)
서현 (코웃음치곤, 사이) 나 외고 원서 왜 쓰는지 알아? 공고 애들이랑 있으니까 나까지 구질구질해지는 것 같아.
용덕 구질구질? 그럼 남은 애들은? 걔들은 못 떠나 너처럼
서현 나 애들 좋아해
용덕 무시하는 건 아니구? (사이) 애들 탓하지마. 문제는 너야.
서현 지겨워. 다 삼류같애
용덕 일류가 되고 싶은 거니?
서현 자긴 행복해? 난 무서워!
용덕 뭐가 그렇게 무서운데?
서현 (사이 가면을 벗으며) 미경이는 독일 유학간대. 공부는 내가 더 잘했는데.
용덕 그래?
서현 (술잔을 가져와 남은 것을 들이키곤) 한잔해. 이거 93년산 보르도야
와인을 따른다
용덕 그만하자 (용덕은 나간다)
서현 가지마.
서현은 눈가면을 벗고 병을 들어 와인을 바닥에 따른다 그리고 멀리있는 병으로 손을 뻗다가 미끄러진다.
대성, 징계출두 요구서를 보고있다.
대성 민선생...중학생이 있는 애기 엄만데 참 열심히 해. 생각도 깊고. 아들 아버진 너 믿는다. 니가 어쨌든 인생을 잘 겪어내리라고... 그 열열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나홀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아들 아버지 이제 그만 잠 좀 자자.
대성 내일 교장실에 가서 말할 거야. 나도 너 만큼 노력하고 살아왔다고.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서현 컵 떨어뜨리고, 대성은 징계 출두 요구서를 찢는다
암전
# 8장면. 선주의 집
선주가 들어온다. 물대포가 더 많이 묻은 우비 와 목도리 입고, 짐 들고, 목도리 너덜너덜 걸치고 지친 상태로 들어온다
우비를 벗고 쟈켓을 벗으려다가 빵을 발견한다
주머니에서 빵을 꺼내 우적우적 먹는다
목이 메인다. 목도리를 풀러 앞에 놓는다. 물을 찾아 마신다. 벌컥벌컥~ 사레가 걸린다. 기침을 하며 뿜는다. 목도리도 젖는다. 그걸보고 영한이 생각이 나서 크게 운다. 또 먹는다. 끝까지 부스러기도 주워서 먹는다.
# 에필로그
알람소리후 장면 열리면 신서현이 엎드려 자고 있다. 관철 눈치보며 슬금 슬금 다가 온다.
관철: 선생님
서현: 아 왜
관철: 어제 술마셨어요? 어휴 냄새.. 잠깐만요 (앞으로 멘 가방에서 컨디션 꺼낸다) 이거요!
서현: 뭐야?
관철 : 하하... 숙취해소!
서현 : 참 너도... (마신다)
관철 : 샘 ~ 4000원이요~ 선생님이니까 특별히 원가에 모시는거에요~
서현 : (마시다 풋!) 너~ 참 내! 나한테 장사하니?
관철 : (얼른 가방에서 메뉴판 꺼내어 보여준다) 샘 뭐 또 필요하신 거 없으세요?
서현 : (한대 쥐어박으며) 없어 이놈아~ 근데 너 이거 팔러 온거야?
관철: 아 맞다! 그거요. 전에 그 캐나다 수업자료~ 그거 저 주세요!
서현 : 왜? 공부하게?
관철 : 에이 전 똘빡이라 봐도 몰라요
서현 : 근데 그건 왜 달래?
관철 : 히~ 팔게요. 복사해서 공부 좀 하는 애들한테 팔면 대박인데...
서현 : 너 진짜 이 길로 나가라 아주 딱이다 딱!
관철 : 그죠? 제가 봐도 전 딱 장사체질이라니까요
서현: (이제 정신이 난다) 너 모른대매 맨투맨 렛슨마저 하자. 아이 리얼리 원투~~
관철: 알바 가야돼요.
서현: 안돼! 너 수업 빠지면 죽을 줄 알어
관철: 꺅~ 살려주세요. 갈게요.
서현: (나간 곳을 보며 혼잣말) 그래... 니 자료는 내가 새로 만들어 놓을게.. 꼭 와라..
핸드폰을 본다. 만지작대다 전화기를 연다.
서현; 나야..... (웃으며) 음...
천대성이 허겁지겁 들어 오고 민선생이 뒤따라온다. 서현 전화 끊는다.
선주: 왜 도망가세요.
천대성: 사람들 많은데 복도에서 균등분배하시죠? 에이 사람이 눈치가 없어
선주: (서명용지 내밀며) 뭐 어때요? 안하실거예요?
천대성 : (좌 우를 살피고는 탁 누른다) 아니.. 내가 뭐 연예인인가? 복도에서 자꾸 싸인해달라 그러게..?
서현은 웃으며 걸어와 싸인한다.
서현: 쌤 이건 뭐예요?
선주: 어 3학년 시험 끝나고 뻘쭘하잖아. 그래서 학급대항 구기 대회 짠거야. 이건 유시시 만들려구. 졸업식때 틀어주면 좋아 애들 진짜 좋아해
서현: 와 진짜 선생님은 언제 쉬어요?
선주: 그러게 그럼 지금 좀 쉴까? 그럼 이거 자기가 좀 찍어봐. 젊은 감각으로 엣찌있게! 알았지. 난 이거 붙이러 간다. 그럼 오늘도 보람찬 하루!
서현 : 네! 아! 샘 잠깐만요!
선주:?
서현 : 찍으래매요~
서현 찍으려하고 선주 웃으면서 보람찬 하루를 외치며 포즈! 그 때 슬금슬금 천대성이 다가와 선다
대성 : 흠흠...
선주 : (웃으며) 자기도 일루와 우리 다 같이 찍자!
서현 : 아 네.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세명이 보람찬 하루!를 외치고 서현과 선주는 뒤로 물러나 천대성 얼굴만 왕만하게 나오게 한다. 뒤 화면에 나오면 ? 암전되고 화면에 사진나오고 음악흐르고?
나머지 배우들이 나오면서 우리도 찍어줘~ 하면서 찍으려고 포즈를 취하는데 암전. 나머지 배우들은 둘씩 나와서 컷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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