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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용철 <KBS> 피디가 9일 국가인권위에서 민화협 여성위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제가 볼 때 2012년도 남북한을 통틀어서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돈이 아닐까? 어쨌든 북한에서 돈이 중요해졌다는 것은 북한사회의 굉장한 변화를 전제로 한 것이다.”
중국으로 나온 북한 주민들을 다수 인터뷰한 공용철 <KBS> 피디(프로듀서)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시작된 ‘김정은 체제’ 5개월여 동안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시장 통제 완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공용철 피디는 9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에서 민화협 여성위원회가 주관한 강연회에서 최근 북한 주민의 삶을 ‘돈’이라는 주제로 풀이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시장을 대폭 열어주면서 주민들이 김정은 영도자에 대한 지지도가 굉장히 높다”며 장마당(시장)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여성의 나이를 50세 이상에서 40세 이상으로 낮췄다고 전했다.
그는 “전에는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서 50세 이하는 장마당에 나오면 단속을 하거나 벌금을 물리거나 제재조치를 취했다”며 “지역별로 교차확인해 본 바에 따르면 시장을 많이 개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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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북한 주민들을 취재해온 공용철 피디는 동영상과 사진들을 통해 실감있는 설명을 이어갔다. 사진은 안주시장 모습. [사진제공 - 공영철] |
또한 평안남도 주민과의 최근 인터뷰를 근거로 “4.15를 전후로 해서 식량배급을 많이 줬다”며 “물론 지역적으로 약간씩 편차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지난해에 비해서 식량사정이 좀 나은 것 같고 그래서 주민들이 새 지도부에 대한 지지도가 굉장히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식량사정이 편치는 않다”며 “북한이 대표적으로 지금 가장 심한 춘궁기(2-6월)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민들 표현에 의하면 북한은 세금은 공식적으로 없는 나라지만 사실은 잡부금이 엄청 많은 나라다”며 “북한말로 ‘내리먹이는’ 잡부금들이 참 많아졌는데 그것들이 많이 없어서져 또 인기가 올라가는 요소인 것 같다”고 최근 소식을 알렸다.
우리의 통반에 해당하는 북한 인민반을 통해 희천발전소 건설 같은 대형 국책사업도 주민들에게 세외부담을 지우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도토리, 메뚜기, 토끼가죽 등을 바치도록 해 학부모가 사실상 돈으로 내야한다는 것.
그는 “북한 대부분의 기관이나 단위들은 상부에서 예산을 주는 것이 없다”며 “김일성대학만 해도 국가에서 예산을 줘서 겨울에 난방을 하고 학교의 비품을 사고 이런 게 아니고, 학생들이 스스로 다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김일성종합대학도 기여입학제가 오래전부터 운영되고 있으며, 통상 600달러에서 1,000달러를 주면 기여입학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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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장마당(시장) 장사를 통해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제공 - 공용철] |
이같은 상황에서 들어선 ‘김정은 체제’가 잡부금을 줄이자 인기가 올라간다는 것. 공용철 피디는 지난 1일 평화통일시민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수령님은 인덕 정치를 했고 장군님은 선군 정치, 대장님은 법 정치를 할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며, 세외부담이 없어진 것도 ‘위법활동에 대한 법적 조치’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국가 배급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북한이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기가 되면서 국가 배급이 중단돼 아사자가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결국 시장이 활성화됐지만 농민이나 광부 등 “시장에서 소외된 세력의 원성이 많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돈과 평등”이라며 2009년 북한의 화폐개혁 조치에 대해서도 “화폐개혁은 개인의 소유를 평등화시킨 혁명적인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신권 교환을 일정액으로 한정해 일부가 시장에서 축적한 부를 사실상 국가가 몰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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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에 참석한 민화협 여성위 관계자들은 북한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그는 “시장 확대로 나타난 2012년 북한의 가장 큰 숙제는 빈부차이”라며 농민과 광부와 같은 시장 소외층은 물론 “가장 빈곤층으로 추락하기 쉬운 집단이 어머니가 아픈 집”이라고 지적했다. 남성은 국가에서 정해준 직장을 이탈할 수 없지만 여성들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통해 가계를 꾸려가기 때문이다.
그는 “빈부차이가 형성되고 ‘돈주’가 등장하면서 초보적인 노동시장이 형성됐다”며 일당제 노동이나 월급제 가정교사와 가정부 등의 사례를 들었다.
북한식 표현인 돈주는 장마당에서 식료품이나 공업품을 파는 수준을 넘어 지역간 시세차익을 노리고 트럭 한 차 분량의 물건을 구입해 다른 지역에 파는 식의 일종의 도매업자를 말하고 1만 달러 이상의 운영자금 굴리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신의주나 평양지역에는 20만 달러나 심지어 100만 달러를 굴리는 돈주들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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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용철 피디는 남북간 적대감 해소와 민간교류 회복, 인도적 지원 재개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그는 이 외에도 시장확대와 함께 한국상품은 물론 한국 대중문화와 기독교의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한국 드라마를 1주일 후에 평양에서 다 본다. 평양에서 유통은 간부 부인들이 한다”고 전했다.
당국의 입장에서는 시장이 약화된 계획경제를 보완해주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요소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자 외부 문화와 정보의 소통공간이기도 하므로 “허용과 통제를 반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북한 주민 102명을 대상으로 통일의식을 조사한 결과 '경제호전' 45명, '같은 민족' 43명으로 나왔고, 남쪽은 역으로 비용부담 입장에서 통일을 보고 있다고 남북간 간극을 지적하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평화 유지로 상호 적대감 해소 △민간교류 회복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를 남북 간의 접점 확대를 위한 과제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