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개괄
2. 그리스신화 피그말리온
3.버나드쇼우가 1938년각색한 영화, 피그말리온 Pygmalion
4. 할리우드의 마이페어레이디 영화감상평
5. 영국런던에서 공연중인 마이페어레이디
6.피그말리온 효과
1,개괄
한편 피그말리온 효과는 영화로 만들어져 널리 알려졌다. 다음은 유시주님의 <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관련된 부분에 대한 설명을 담은 글이다. 서양문화의 중요한 두 축을 형성하고 있는 그리스신화를 알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데, 이러한 영화를 볼 때에도 또 다른 즐거움을 가질 수 있기도 하다.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꼽히기도 하는 쥴리아 로버츠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영화 <귀여운 여인 The Pretty Women>도 이러한 주제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사회비평가인 죠지 버나드 쇼는 이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이용하여 5막짜리 희곡 <피그말리온>을 남겼다. 주인공인 히긴스는 음성학자였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검증할 학문적 실험의 일환으로 가난한 소녀 일라이자를 자기 집으로 데려온다. 일라이자는 런던의 거리에서 꽃을 팔아 살아가는 하류 계층의 소녀였다. 히긴스는 일라이자의 엉망진창인 발음과 사투리, 빈민층 언어를 교정해서 귀부인으로 변신시키고 애초의 목표대로 사교계의 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상아 처녀를 인간으로 변화시킨 피그말리온처럼. 그러나 그는 학문적 실험의 성공에 만족할 뿐 일라이자를 이성으로 대해 주지 않는다. 이에 실망하고 모욕감을 느낀 일라이자는 그의 곁을 떠나 버린다. 이들은 신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행복한 결말을 맺지는 못했다. 결말을 이렇게 처리한 것이야말로 날카로운 기지와 독설로 유명한 버나드 쇼다운 점이라는 평도 있다.
버나드 쇼의 이 희곡은 1938년 영화로 만들어진다. 버나드 쇼는 자신의 희곡을 직접 screen play 로 개작했는데 그가 참여한 영화 Pygmalion 역시 MyFairLady 에서처럼 해피 엔딩이다. 버나드 쇼 답게, 후에 나온 미국적 뻔한 사랑타령 대신에 유려한 말장난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 제법 오래 지속되는데 히긴스와 Eliza (이라이저)의 입씨름 장면이 꽤 이지적이다. 이 영화가 1964년에 MyFairLady 로 다시 탄생하게 된다.
1964년 미국에서 뮤지컬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 MyFairLady>로 제작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청순한 얼굴을 가진 배우 오드리 헵번이 일라이자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에서는 끝 부분이 신화의 결말처럼 해피앤딩으로 개작되었다. 즉 히긴스가 일라이자를 가르치는 도중에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2. 그리스신화 피그말리온
피그말리온은 여자의 결점을 너무나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마침내 여성을 혐오하게 되어 한평생 독신을 지내기로 결심하였다. 퓌그말리온은 조각가였다. 그래서 훌륭한 솜씨를 부려 상아의 입상(입상)을 조각하고 있었는데, 그 작품의 아름다움은 산 여자 따위는 접근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의 완전한 겉모양은 처녀의 모습으로, 정말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기술이 완벽했기 때문에 그 작품은 사람의 손으로 된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것처럼 보였다. 퓌그말리온은 자기 자신의 작품에 감탄한 나머지 자연의 창조물같이 보이는 이 작품과 사랑에 빠졌다. 그는 그것이 살아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종종 손을 조각 위에 대보았다. 손을 대보기는 했지만, 그것이 단순한 상아에 불과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소녀가 좋아할 만한 것들-반짝이는 조개껍대기라든가, 반들반들한 돌, 또는 조그만 새 등, 갖가지 꽃이라든지, 구슬과 호박 등을 선물로 주었다.
그는 입상에 옷을 입히고, 손가락에 보석을 끼우고, 목에는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귀엔 귀걸이를 달아 주고, 가슴에는 진주를 꿴 끈을 달아 주었다. 옷은 잘 어울렸으며, 옷을 입은 맵시는 입지 않았을 때나 다름없이 매력이 있었다. 그는 그녀를 튀로스 지방에서 나는 염료로 물들인 클로드를 깐 소파 위에 뉘고, 그녀를 자기의 아내라고 불렀다. 그리고는 그녀의 머리를 가장 보들보들한 깃털을 넣어 만든 베개 위에 뉘었다. 깃털이 보드라움을 그녀가 마음껏 즐길 수 있기라도 한 듯이.
아프로디테의 제전이 가까워졌다. 이 제전은 키프로스 섬에서 굉장히 호화롭게 거행되었다. 희생의 연기가 오르고 향내는 공중에 가득했다. 퓌그말리온은 이 제전에서 자기의 임무를 끝내고 난 뒤에, 제단 앞에 서서 머뭇거리며 말했다. "신들이여, 원컨대 나에게 나의 상아 처녀와 같은 여인-그는 나의 상아 처녀라는 말은 감히 하지 못했다-을 아내로 점지하여 주십시오." 제전에 참석했던 아프로디테는 그의 말을 듣고 그가 말하려고 한 참뜻을 알았다. 그리고 그의 소원을 들어 주겠다는 표시로 제단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세 번 공중에 세차게 오르게 했다. 집으로 돌아가자 퓌그말리온은 그의 조각을 보러 갔다. 그는 소파에 기대어 조각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 입술에 온기가 도는 것 같았다.
그는 다시 조각의 입술에 키스하고 그 팔다리에 자기의 손을 대어 보았다. 그러자 그 상아는 그의 손에 부드럽게 느껴졌다. 손가락으로 눌러 보니 히메토스산(산)의 밀초처럼 들어갔다. 퓌그말리온은 기뻐하며 한편으로는 어떤 과오가 아닐까 근심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열정을 가지고 여러 번 그의 희망의 대상에 손을 댔다. 그것은 정말 살아 있는 것이었다. 혈관이 손가락으로 누르면 들어가나, 손을 떼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이때 비로소 아프로디테의 숭배자인 퓌그말리온은 여신에게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자기의 입술처럼 살아 있는 처녀의 입술에 입술을 갖다 댔다. 처녀는 키스를 받자,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수줍은 듯한 눈을 뜨고 애인을 응시했다. 아프로디테는 자기가 맺어준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해 주었다. 이 결합으로부터 아들 파포스가 탄생했는데, 아프로디테에게 바쳐진 파포스라는 마을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3.버나드쇼우가 아카데미 각색상 받은 영화, 각색을 함
피그말리온 Pygmalion (1938) * * * 1/2
감독
안소니 애스퀴스 & 레슬리 하워드
Anthony Asquith & Leslie Howard
주연
레슬리 하워드....헨리 히긴즈 교수
Leslie Howard....Prof. Henry Higgins
웬디 힐러....일라이저 둘리틀
Wendy Hiller....Eliza Doolittle
윌프리드 로슨....알프레드 둘리틀
Wilfrid Lawson....Alfred Doolittle
마리 로....히긴즈 부인
Marie Lohr....Mrs. Higgins
스코트 서덜랜드....피커링 대령
Scott Sunderland....Colonel Pickering
진 캐들....피어스 부인
Jean Cadell....Mrs. Pearce
데이빗 트리....프레디 에인스포드 힐
David Tree....Freddy Eynsford Hill
1.
전 될 수 있는 한 방영 제목을 그대로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어쩔 수가 없군요. 다솜 방송에서 이 영화의 방영 제목으로 쓴 건 [마이 페어 레이디]였답니다. 그 사람들은 원작이 같으니 이런 제목이 핑계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어림없습니다. 시청자들의 혼란만 유발시킬 뿐이죠.
2.
문제 하나 낼게요. 아카데미 상과 노벨상을 한꺼번에 받은 유일한 사람은 누굴까요?
답은 조지 버나드 쇼입니다. 바로 이 영화 [피그말리온]으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답니다. 재미있죠? 나중에 퀴즈같은 걸 낼 기회가 되면 한 번 써먹어 보세요.
하지만 제가 과연 이 영화의 각색에 만족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사실 각색의 당위성도 별로 느끼지 못하겠답니다. [피그말리온]의 원작은 영화용 각본으로도 무리없이 통하거든요. 오히려 연극으로 상영하는 게 힘들죠. 그래서 원작은 일반 극장에서 상영할 때 삭제해도 되는 부분을 따로 지정해두고 있답니다. 일라이저가 '공주'로 변신하는 유명한 대사관 무도회 장면도 삭제 대상입니다.
물론 영화는 대사관 무도회 장면을 자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반대로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살려야죠. 상업적 포인트가 되니까요.
대신 영화는 다른 걸 잘랐습니다. 쇼가 연극에 삽입한 다양한 철학적 대사들이 사라지고 만 거죠. 쇼는 자기가 직접 쓴 영화 각본에 이것들을 그대로 넣었고 또 제작자인 가브리엘 파스칼에게 지우지 말라는 약속까지 받았대요. 하지만 결국 잘리고 말았으니 슬픈 일이죠.
"일라이저, 그 망할 슬리퍼는 어디 있지?"라는 유명한 대사도 쇼의 아이디어는 아니랍니다. 아시다시피 원작에선 히긴즈 교수와 일라이저는 끝끝내 맺어지지 않죠. 쇼는 이 결말을 영화에서도 그대로 고집했는데, 이 역시 먹히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결국 '슬리퍼'는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쇼는 이 결말을 아주 경멸했대요.
그러나 쇼도 잘못이 없었을까요? 예를 들어 당의를 입힌 것처럼 묘하게 평이해진 대사들과 상황들(이중엔 심지어 [마이 페어 레이디]도 그대로 살리고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은 나름대로 대중과 접촉하려는 쇼의 서툰 시도 쯤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3.
앤소니 애스퀴스와 레슬리 하워드의 연출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네요. 전 조금 밋밋하다고 생각해요. 이들은 이런 실내극을 활기차게 각색하는 데엔 좀 실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필수적이라고 할 치고 빠지는 리듬감이 떨어져요. 역시 [마이 페어 레이디]의 조지 쿠커와 비교가 됩니다. 쿠커의 영화들이 단순히 '영화로 옮긴 연극'이 아닌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쿠커는 이런 연극적 상황들을 매끄럽게 영화로 옮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4.
가장 빛나는 건 배우들입니다. 특히 레슬리 하워드의 히긴즈 교수 역은 렉스 해리슨의 그것과 견줄 만 합니다. 하워드의 히긴즈는 해리슨의 히긴즈보다 더 날카롭고 괴팍하며 더 에너지에 차 있는데, 그 나름대로 개성적이고 재미있습니다.
웬디 힐러 역시 좋은 배우로, 기술적인 면은 오드리 헵번을 훨씬 능가하며 쇼의 원작도 훨씬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배우에겐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오드리 보다 훨씬 덜 예뻐요. 레슬리 하워드가 힐러보다 훨씬 더 예쁘답니다.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오드리가 보여주었던 화려한 아름다움에 익숙한 사람들은 아마 힐러의 무도회 장면에 꽤 부정적이 될 겁니다. 그러나 힐러가 보여주는 꽃파는 아가씨는 헵번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5.
지금까지 계속 투덜거리기만 한 것 같지만, 그래도 [피그말리온]은 여전히 좋은 영화입니다. 그만큼 쇼의 원작이 막강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난 거죠. 반대하시고 싶은 분들도 많겠지만, 이런 것들만으로도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있답니다. (99/02/09)
언젠가 피터 오툴이 히긴즈를, 마곳 키더가 일라이저를 연기한 텔레비전 판 [피그말리온]을 본 적 있어요. 그건 연극을 그대로 텔레비전 화면에 옮긴 것으로 (무도회 장면도 없습니다) 결말도 쇼가 의도한 그대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4. 할리우드의 마이페어레이디 영화감상평
[감상]마이페어레이디 류명선 2000-10-17 189
DVD-Title에서 사본 것은 아니고 용산에서 사온 것이지만
리뷰를 올리는 것이야 상관없겠죠? (어, 안되나요?)
사실 아마존에 올라온 리뷰들을 보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아마존 고객 리뷰를 보기 전에는 마이페어레이디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예전에 티비에서 이 뮤지컬을 본 뒤로 이 작품을 좋아하게 돼서 DVD까지 구입하게 된 것 뿐이니까요. 스토리 자체도 흥미를 자아내지만 그보다도 위트가 넘치는 대사와 노래, 무대장치, 의상등이 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이걸 보고 나면 여기 나오는 노래 중 한 두곡 정도는 흥얼거리게 만드는 마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드리 헵번 대신 줄리 앤드류스가 일라이자 역을 맡았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아쉬워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다른 사람이 노래를 대신 불러줬다고는 해도 오드리 헵번은 신데렐라 역할에 정말 꼭 들어맞는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촌티가 팍팍나는 액센트의 꽃파는 소녀 역에서 반항적인 학생, 외국의 왕자와 춤을 추는 우아한 공주역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는 줄리 앤드류스를 상상하기란 저에겐 무리입니다. 사운드오브뮤직이나 매리포핀스를 보더라도 비록 훌륭하게 연기를 하고는 있지만 시종일관 같은 이미지의 줄리앤드류스밖엔 볼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어쨌든 예전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초반부에 꽃파는 소녀가 오드리 헵번인지 몰라봤다가 후반부에 들어서야 엇, 오드리 헵번이쟎아! 하고 놀랐을 정도이니까요.
렉스 해리슨도 시니컬하고 무미건조한 영국식 유머감각의 히긴스 교수 역을 멋지게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또, 영화를 보면서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부록을 보면 이 작품이 얼마나 방대한 스케쥴 하에 제작되었는지, 그리고 왜 이런 작품이 다시 나타나기가 그렇게 힘든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이다보니 무작정 도에 넘치는 칭찬만 늘어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뮤지컬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소장을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5. 영국런던에서 공연중인 마이페어레이디
런던에 가시는 분들은 꼭 한번 뮤지컬 공연을 보고 싶어합니다. 세계적인 뮤지컬 본산지의 하나인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에는 많은 극장이 몰려있답니다. 웨스트엔드의 극장위치를 알아보겠습니다. http://www.clickhotel.co.kr/?c=info&no=16
마이페어레이디 My Fair Lady
공연극장 : Theatre Royal Drury Lane (지도상의 13번)
공연일 및 시간 : 월~토 19:30, 마티니 - 수,토 14:30
요금 : £7.50-£40
6.피그말리온 효과
미국의 교육학자인 로젠탈(Rosenthal)과 제이콥슨(Jacobson)은 1968년, 교육학 관련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 결과의 요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교사가 어떤 학생에게 '저 아이는 장차 성적이 크게 오를 것' 이라는 기대를 하면 그런 기대를 받은 학생은 실제로 성적이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국민학교를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하였다 실험 대상이 된 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 하류 계층에 속했으며 학생 수는 650명이었다. 1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전학년에 걸쳐 능력별 반편성이 되어 있었는데 읽기 성적을 기준으로 우수반, 보통반, 열 등반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열등반에 속한 학생들은 대부분 가정 형편이 아주 어려웠고 주로 멕시코계였다.
두 사람은 먼저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하였다. 그러면서 교사와 학생들에게 지능검사의 목적을 '성적이나 지능이 크게 향상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물론 이것은 교사와 학생들을 속이기 위해 계획된 거짓말이었다. 지능검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각 반에서 약 20%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뽑아냈다. 그리고는 이들의 명단을 교사들에게 돌리면서 '이번에 실시한 지능검사 결과, 성적이나 지능이 크게 향상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된 학생들'이라고 알려주었다.
이것도 역시 실험을 제대로 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꾸민 거짓말이었다. 무작위로 뽑았으니 만큼 지능검사 결과와 명단에 오른 학생들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었다. 그러나 교사들은 연구자들의 말을 그대로 다 믿었다. 교사들로 하여금 명단에 오른 학생들에게 '성적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 연구의 전제이자 핵심이었던 것이다.
8개월 뒤에 학생들은 앞서의 것과 똑같은 지능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일반 학생들의 점수는 앞서의 검사 결과에 비해 8.4점이 오른 반면 20%의 학생들, 즉 실험 집단의 점수는 12.2점이나 높아졌던 것이다. 일반 학생들의 평균점보다3.8점이나 높은 수치였다. 특히 학년 별로는 1학년과 2학년에서 일반 학생과 실험 집단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으며 저소득 계층에 속하는 멕시코계 학생들의 점수가 두드러지게 향상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했다. 로젠탈과 제이콥슨은 이러한 연구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에 대한 교사의 기대감은 실제로 성적 향상을 가져오는데, 이러한 기대 효과는 저학년 그리고 하류 계층 학생들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우리의 경험을 돌이켜 보더라도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여러 선생님들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모든 선생님들 앞에서 한결같지 않다는 느낌을 한번쯤은 가지게 된다. 어떤 선생님 앞에서는 공연히 주눅이 들거나 위축되고 어떤 선생님 앞에서는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행동거지가 단정해진다. 꼭 선생님뿐 아니라 친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친구에게는 굉장히 너그럽다가도 어떤 친구에게는 사납게 군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행동이 그리 되는 듯하다. '저 선생님은 나를 단정치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이상하게도 그 선생님 앞에서는 늘 단정치 못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이 말이다. 좀처럼 그런 일이 없다가 어쩌다 단추가 떨어진 옷을 입고 오면 꼭 그 선생님에게 지적을 당하게 되는, 그런 식이다. 반대로 '저 친구는 나를 참 의젓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로 그 친구 앞에서 만큼은 더할 수 없이 의젓해진다.
그런 경험 법칙을 되살려 보면 교사의 기대가 학생들의 성적을 실제로 향상시키게 되는 심리적 과정을 어렵잖게 이해할 수 있다. 연구자의 의도를 모른 채 학생의 지능과 잠재 능력을 신뢰하게 된 교사는 그 학생에게 평소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쏟게 될 것이다. 교사의 기대감과 신뢰는 눈빛과 말씨, 행동에 그대로 드러나고 학생은 그것을 느낀다. 설혹 그 학생이 당장 좋은 결과를 나타내지 못하더라도 교사는 그 학생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실망치 않고 계속 격려하고 애정을 기울일 것이다. 그 학생에게 기대감을 가지기 전이라면 '넌 어쩔 수 없구나'하고 포기할 일도 잠재력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가를 생각한다면, 그런 기대와 격려를 받는 학생들이 어떻게 행동하리라는 것 역시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 학생은 선생님의 신뢰와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저학년과 멕시코계 학생들에게서 그러한 기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저학년은 아직 자신의 학습 능력에 대한 판단(이를 '학문적 자아 개념'이라 한다. )이 영글어 있지 않다.
'나는 어쩔 수 없어' 라는 생각이 아직 굳어지기 전이라 교사의 기대감에 따라 '나는 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을 하기가 훨씬 수월한 조건 아래 있는 것이다. 또 계층적으로 가장 극빈한 층에 속하는 멕시코계 학생들은 아마도 교사의 기대와 신뢰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
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면에서 스스로에 대해 체념하거나 부정적인 자아 개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뜻하지 않게 선생님의 신뢰와 애정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라. 없는 힘도 쑥쑥 생겨나지 않겠는가.
로젠탈과 제이콥슨의 연구는 이른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론을 교육 현장에서 검증한 것이었다. '자기충족적 예언'이론이란 '어떻게 행동하리라는 주위의 예언이 행위자에게 영향을 주어 결국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다'는 이론이다.
그것을 다른 말로 '피그말리온 효과' 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