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단촌면 하화리 국도를 달리다 보면 동화 속 그림 같은 예쁜 집 두 채가 보인다. 지난 2002년 말부터 박근식(46·의성축협 상무)씨가 아내, 세 딸과 함께 보금자리로 자리 잡은 곳. '어울마실(사람과 자연이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뜻)'이라는 간판이 먼저 눈에 띈다.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지은 이름입니다. 나무를 가꾸는 일이 취미이자 부업이지요."
4천 평 대지에 건평이 30평인 집 한 채와 35평인 창고가 바로 옆에 자리한 공간. 해송이 향나무 모양으로 자라고 주목도 우리나라 지도, 하트 모양을 만들어 내는 등 멋스럽게 자란 나무들로 보기 좋은 농장이 마치 정원인양 여겨졌다. 의성에서 수집한 연자방아, 크고 작은 항아리들, 원두막 등이 절로 운치를 자아냈다.
"오전 4시 30분, 5시쯤 일어나 농장 관리하고 8시에 출근했다가 오후 6시에 퇴근하면 밤 11시 넘도록 조명을 환히 켜놓고 농장에서 일합니다. 풀 매는 것만 일하는 사람을 부르고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지요."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열심히 산다고 말하는 박씨를 보며 아내 이화자(43)씨는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니까 하지, 누가 시켜서는 못 할 일이라며 웃음지었다. "1988년부터 꽃집을 했는데 2년 뒤부터 조금씩 땅을 사들이며 농장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경수 농장을 만든 뒤 2001년부터 1년 6개월 동안 집을 지었으니 이렇게 농장과 집을 마련하는데 10년이 넘게 걸렸네요."
박씨는 지금은 번듯해 보이지만 처음에는 도로보다 3m 정도 푹 꺼져 비가 오면 물에 쓸리는 땅이었다고 한다. 이곳을 매립하기 위해 부은 흙이 15톤 트럭으로 3천500대 분량. 혼신의 노력을 다해 농장을 만든 셈이다. 그는 황토 집을 짓는데도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먼저 집 골조를 세우고 지붕을 올렸다.
시멘트 기초를 빙 둘러 한 다음 10∼20㎝ 두께로 황토를 채워 넣고 양수기로 논에 물을 대듯 물을 넣어 흙을 다지고 또 황토를 넣은 뒤 흙을 다지기를 4번 정도 해서 바닥을 완성했다. 그는 시판되는 흙벽돌이 상품성 등을 고려해 만들다 보면 각종 이물질이 섞일 수 있다는 생각에 순수한 흙집을 짓기 위해 직접 흙을 준비하고 전문가와 기계를 불러 흙벽돌을 만들게 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흙벽돌이 1천300∼1천500원 선인데 전문가와 기계를 불러 만드니 한 장에 1천100원 선으로 흙 값을 더해도 좀더 싸게 치는 것 같다고 했다. 비에 훼손될 것을 염려해 적벽돌을 1m 정도 한 줄로 쌓은 뒤 그 위에 흙벽돌을 2줄로 쌓았다. 미장은 은행잎,약쑥,천궁,볏짚을 50%, 흙을 50%씩 섞어 해초와 솔순을 달인 물로 반죽해 썼다. 약재는 흙에 금가는 부분을 줄이고 향이 나서 좋다는 것. 혈액순환 개선제를 만드는데 쓰이는 은행잎은 침엽수이지만 섬유질이 많아 엉기는 작용을 하고 방충(防蟲) 기능도 있다고 한다.
"습도가 많은 꽃집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다가 건조한 아파트에서 생활해 보니 갑갑하고 적응이 안되더군요." 그는 적정 습도가 잘 유지되는 흙집은 생활하기 쾌적하고 온도 변화에 민감하지 않으며 건강에 좋은 이점이 많다고 했다. 오래 전부터 고가구, 민속품을 수집해온 그는 집안을 화려한 가구로 치장하는 대신 낡은 재봉틀로 식탁을 만들고 옛날 떡판과 툇마루를 이용해 컴퓨터 책상을 만드는 등 집안을 순수 웰빙 소재들로 꾸몄다.
"밖에서 보면 패널·콘크리트 집처럼 보이지만, 건강에 좋은 흙집과 생활의 편리성을 살린 현대 건축이 잘 조화를 이룬 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기초 설계부터 시공까지 박씨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직접 지은 집. 집 옆 창고 작업실에서 도자기, 한지 공예 등을 하는 아내와 함께 가꾸어 가는 집은 사람과 자연이 절로 어울린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
출처: 흙집마을 원문보기 글쓴이: 비즈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