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지 보름쯤....
여러가지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나라.
우리 기본 상식이나 생각으로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것이
필리핀 사람들의 생활 태도나 생각들이다.
여러가지 일들이 이 짧은 나날동안 많았지만
이상하다....싶으면서도 이해해야만 하는것이
이 나라 기후와 국민성(?)때문에 생기는 생활환경과 사고방식.
우선 한없이 늘어지고 무엇이든 정확하지 않은 것은
더운 나라들 특유의 생활방식들이니 이해해야 한다 치자.
하지만 가정생활에 있어서는 부지런하지 않으면 어렵다.
특히 먹을것에 있어서는 부지런히 관리를 해야한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부엌환경.
개미와 날벌레, 모기, 파리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렇다고 아주 많지도 않고 그냥 그러려니...할 정도)
징그럽다거나 싫지는 않다. 바퀴벌레 역시 그저 곤충일뿐~
저녁무렵부터 눈에 띄기 시작하는 작은 도마뱀(리자드?)이 오히려 고마울지경.
그러다 보니 음식물이 한 방울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금방 개미천국이 된다.
하다못해 음식을 만들다가 벽에 튄 자국에도 개미가 모인다.
그러니 열심히 싸고, 덮고, 쓸고, 닦고, 버린다.
부지런히 청소하지 않으면 금방 지저분해 진다.
완전히 오픈되어있는 집 구조와 작고 허술하고 엉성한 부엌환경.
부엌은 보통은 가사도우미들의 공간이라 좋게 만들지를 않는다고 한다.
또한 물기 많고 빨리 시드는 채소는 손을 바쁘게한다.
더운 날씨는 채소 무르게 만들기와 썩게하기, 시들게하기를 훌륭히 해 낸다.
장을 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채소를 다듬어 밀폐용기나
비닐팩에 넣고 밀봉해서 냉장보관 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처럼 '좀 있다 하지...뭐'하다간 조금씩은 꼭 버리게 된다.
그리고 음식을 남기거나 음식물 쓰레기가 집에 있으면
밤새 고양이, 개 들이 온통 뒤집어 놓기도 한다.
우리집 동물들이 아니다. 그냥 돌아다니는 동물들의 소행이다.
그러니 쓰레기도 부지런히 치워야 한다.
무엇이든 시키는대로만 하는 도우미들. 생각해서 하겠지...는 순전히 우리생각.
덥고 할 일이 많지 않은 나라에서 사람을 부리려면
일일히 말로 설명하며 시키고 확인하고 재촉해야한다.
하루일과가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나고,
낮엔 더위가 사람을 늘어지게 하는 나라.
자연과 늘 함께 생활하며 여유로운 맘을 갖게 하는 나라.
조금만 생각하고 부지런을 떨면 살아가기도 어렵지 않은 나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환상을 가지기에 충분하지만
그 환상대로 살아가려고 필리핀에 온다면 후회할거라는게
확실하다.
하지만 필리핀은 살아가기에 여유롭다.
경제적으로도, 마음으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순박하고 악의없지만 가끔 이해하기 힘든 현지인들과
깨끗하고 풍부한 자연환경 안에서의 생활은
삶에 지치고 힘들었던 '나'를 되돌아보고 다시 살아가게 해준다.
첫댓글 필리핀 잠보앙가라는 곳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