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묵었던 <상주선원>, 10년전이나 지금이나 1박에 2만원을 받는다
주말동안 익산 총부에 다녀왔다. 입교한지 3년이 되도록, 인연이 없던 곳이었는데 드디어 가게 되었다. '원불교 덕분에 익산이 산다'는 소문을 확인시켜 주듯, 터미널의 규모며, 시내 풍경이며, 그리 크지 않은 도시 이미지였는데, 원광대학교, 원광보건대학교, 원광디지털대학교가 함께 모인 거대한 캠퍼스와, 원광병원, 한방병원, 치과병원까지 붙어 있고, 길 건너편은 고즈넉한 총부가 자리하고 있었다. 학교와 총부는 모두 첫인상이 '거대한 숲'이라 생각될 정도로, 잘 관리된 크고 작은 나무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학교가 망하면 나무만 팔아도 남는다'는 우스개소리가 믿길 정도였다. 학교는 아니겠지만, 총부는 외부용역을 쓰지 않고 순전히 교무님들과 교도들의 힘으로 관리된다고 하였다. 목사나 신부, 스님 같은 타종교의 교역자와 원불교 교무가 다른 점을 찾아보면 소소한 재미가 있겠지만, 일단 학교 교육과정에서 '경운기, 트랙터 운전'을 배운다는 사실이 많은 것을 말해 주는 듯 하다.
새벽녘, 묵었던 '상주선원' 근처를 산책하다가 고양이 한마리를 보았다. 나를 보고도 전혀 경계의 기색없이, 부르면 '야옹'하고 대답을 하기도 하는 녀석이었다. 오죽 나를 잘 따르던지, 지나가던 교무님이 "같이 산책하는 고양이냐?" 물을 정도였다. 나무 위에 있는 몇 마리의 새들을 호시탐탐 노리더니 마음을 바꿨는지 저러고 태평하게 앉아 있다. 나무 위에선 저 놈 때문에 어치 비슷하게 생긴 새들이 시끄럽게 경고음을 내며 아우성인데, 저녀석은 천하 태평이다. 영락없이 까치 형태로, 알록달록 빛깔이 예쁜 새가 유난히 총부 숲 속에 많았다. 줌으로 당겨 사진을 찍었더니 이러하다. 머리는 검고, 날개는 푸르며 등쪽은 붉은 빛이 나는 예쁜 새였다.
어치는 아닌 듯 한데....'꽃검색'처럼, 조류 검색이 가능한 포털이 아쉽다. 나무나 꽃이름보다는 새이름 외우기가 그나마 나을 듯 한데, '자연치'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났을 뿐, 부산에서 줄곧 자란 나는, 늘 전라도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지금도 여전하다. 사는 곳을 떠나 멀리 이주해 보는 것이 중요한 공부의 방법이라는 k선생의 지론에 깊이 공감한 나는,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고 넘나드는 감성과 지성을 키우는데 관심이 많다. 익산이라는 작은 도시, 크지 않은 작은 전시관임에도, 걸려있는 '졸업작품전'의 수준이 내가 사는 곳에서 본 것과 비교하면 훨씬 윗길로 보였다.
영산선학대학교처럼, 총부 역시 제공되는 급식의 맛이 좋았고, 선학대학교와는 달리 종합대학과 이런저런 기관이 한데 어울려 있어선지 훨씬 더 바쁘고 조직적인 인상이 컸다. 영산이 어딘지 거칠고 야성적인 느낌이라면, 총부는 잘 가꾸어진 정원 같다고 할까. 다만, 시간이 멈춘 것 같던 총부의 그 '장소감'만은, 두고 두고 인상에 남았다.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본 수국 중 가장 큰(-과장없이, 정녕 '세숫대야'만 했다) 꽃을 거기서 보았고, 지팡이를 길 위에 내려 놓은 채, 길가에 엎드려 '대산종사성탑'에 큰 절을 올리던 허리 굽은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경건함'을 보았다. 교사(敎史)에서 배웠던, 선진들의 봉분없는 묘가 구석구석에 있었고, 선원에 입선하던 오후 4시 쯤, "저녁 식사시간은 5시반입니다"고 안내받은 뒤론, 다음날 9시에 나올 때까지, 어느 누구로부터도 방해받지 않았던 '완벽한 홀로있음'이 낯설었다.
첫댓글 '물까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류도감에서 본 사진 중 가장 비슷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