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박힌 제도권 교육을 거부하고 개인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대안학교도 진화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면서 특화된 교육을 실시하는 대안학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해외유학을 목표로 하거나, 종교를 기반으로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 대안학교도 있다. 특색 있는 커리큘럼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안학교들을 알아봤다.
국제화 교육으로 '글로벌 크리스천 리더' 키워
쉐마기독학교 -비전 펼쳐지는 학교
2006년 개교한 쉐마기독학교(www.ishema.org)는 '세계를 품는 크리스천 리더'라는 교훈 아래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유대인식 교육으로 영성과 지성, 인성을 겸비한 크리스천 리더를 양성하는 초·중·고 대안학교이다.설립자인 김종준 목사(꽃동산교회 담임)는 현 공교육 구조에서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크리스천 리더를 길러내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하고 쉐마기독학교를 설립했다. 내년에는 대안학교설립인가를 받아 보다 안정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매일 아침 예배와 Q.T로 하루를 시작한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 중학교 신입생들에게는 조금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1학기를 지낸 후 변화되고 홀로 서는 모습이 놀라울 정도라고 한다.쉐마기독학교는 많은 크리스천 인재들이 독서를 통해 창조적인 사고력을 키운 것에 근거해 아기피아독서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1주일에 1권의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정리 요약하며 쓰기 훈련도 병행한다. 고등학교 고학년들에게는 논술훈련으로 연계된다.◆또 하나의 야심작 '국제학교, 예술학교'쉐마기독학교는 미국의 사립 초·중·고등학교와 MOA를 체결해 미국의 정규교육과정을 미국의 현직교사가 직접 지도하고 한국교육과정의 기본교과는 한국교사가 지도하는 국제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외국 조기유학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제화 교육의 효과는 극대화해 국제적 감각을 갖춘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쉐마기독학교 학생들의 연주 모습. 예술학교는 다양한 음악전공과 공연예술부를 개설하고 있다. 성악, 피아노, 관악, 현악, 실용음악, 국악, 공연예술 등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조기에 발굴해 영성교육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예술의 열정을 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음악부는 합리적인 수업 체제 안에서 음악 기초 지식 함양과 능력 계발을 돕는다. 전공별 실기 위주의 교육으로 대학 진학과 해외 유학을 비롯한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며 한 학기에 한번 연주회를 개최한다. 또 각종 음악 콩쿠르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음악적 기능 향상을 추구해 나가도록 교육한다. 공연예술부는 탄탄한 기본기를 쌓을 수 있는 기초 연기 교육을 비롯한 전문적인 무대 연기자로의 실무를 익히도록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비전이 펼쳐지는 대안학교학부모의 만족도도 크다. 학부모 박준섭씨의 말이다."부모로서 너무 공부만 강요하고 잘못 키운 것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영성을 바탕으로 진리에 이끌려 가다 보면 본인과 사회에 유익한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쉐마기독학교를 통하여 비전을 이루기 위한 도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동대 입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품는 크리스천 리더의 꿈은 아이들을 세상에 도전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한 모습을 보면서 쉐마기독학교를 선택한 것이 우리에게는 축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쉐마기독학교 학생들은 행복하다. 그 증거는 학생들의 표정에 나타나 있다. 교사들 역시 늘 학생들의 곁을 지키며 그들과 함께 기도하고 세계를 품는 크리스천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독서마라톤·저자 강의… 교과서에 없는 깨달음 가르쳐
꿈의학교 -독서학교로 시작한 명문학교
꿈의학교(www.dreamschool.or.kr)는 공동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학교의 구성원인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를 아우르는 말이다. 교직원이 학부모 같고, 학부모가 교직원 같은 곳이 '꿈의학교'다.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다시 학교를 찾아온다. 여전히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경조사에는 교직원 못지않게 바쁘게 찾아다닌다. 후배들을 돕고 섬기기 위해 찾아오고, 때론 위로받기 위해 찾아오고, 그리워서 찾아오기도 한다. 대학에서 받은 장학금을 후배들을 위해 기부하기도 한다.
꿈의학교 전경. 이곳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좋은 스승 밑에서 올바른 세계관을 익히고 남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학교를 선택했다. 그래서 이들은 적극적으로 학교 일에 동참한다. 정기적으로 학교에 모여서 기도회와 간담회를 갖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각종 교육자료를 활용해 함께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학교에서는 '학부모 학점제'라 부르는 학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학부모와 교사가 한목소리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계속 모임을 갖고 물심양면으로 모교를 후원한다.학생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기 때문에 학부모 모임이 지역 단위로도 이뤄진다. 이 지역별 학부모 모임은 누가 시켜서 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 학부모들은 수시로 모여서 교제를 갖고 학교와 자녀들을 위해서 기도한다. 그리고 학교의 해외봉사활동과 아웃리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녀에게 아름다운 본을 보인다."아이들이 아니라 우리가 꿈의학교에 입학한 것 같아요."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나오는 말이다.◆사랑으로 세계를 품어라(Embrace the world with love)꿈의학교는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학교이기 때문에 기독교 신앙 교육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 성경말씀묵상, 성경수업, 채플 등을 통한 영성 훈련과 해외봉사활동, 제자훈련, 해외 아웃리치 등을 통한 나눔 훈련이 중요하게 다뤄진다.아이들은 캐나다, 중국 등의 해외연수와 김장체험, 노동체험 등의 경험들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고 비전이 자라간다. 아이들 중에는 의료선교사를 꿈꾸는 학생들도 있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국제 NGO단체에서 봉사하기를 원하는 학생들도 있다. 꿈의학교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도 있다.또 꿈의학교 학생들은 매년 여름 100㎞ 이상 국토행진을 한다. 올해 여름에는 양평에서 시작해 오두산 통일전망대까지 140여㎞를 걸었다. 더 이상 걸어가지 못하는 곳에 이르러 다 함께 통일을 염원하는 애국가를 불렀다. 어른들도 걷기 힘든 코스를 초등 6학년부터 고3까지 모두 함께 걷는다. 학생들은 힘든 여정 속에서 동료를 도와주고 응원하면서 함께 이기는 비결과 자기 극복의 기쁨을 느끼며 이런 문화 속에서 배려와 존중, 나눔과 섬김의 정신을 배워간다.◆독서학교로 시작한 명문 대안학교꿈의학교는 1996년 독서학교로 출발했다. 초·중·고등학생들과 함께 방과 후에 독서를 통해서 학습하는 일종의 작은 대안학교였다. 지금도 꿈의학교의 가장 중요한 커리큘럼 가운데 하나는 독서과목이다. 특히 '독서마라톤'과 '독서인증제'를 자체 개발하여 학생들이 책을 통해서 재미와 깨달음을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또한 학생들은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초청토론'이라는 시간을 갖는다. 이 수업을 위해서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저자를 연구하고 관련 저서를 읽으며 철저한 준비 후에 저자를 초청하여 토론을 벌인다. 이 수업을 거쳐 간 강사들은 조만제 교수, 용혜원 시인, 이영덕 전 국무총리, 박노해 시인, 김순권 박사, 강영우 박사, 김진경 총장, 김대중 전 대통령, 이만열 교수, 손봉호 교수 등이 있다.2006년 졸업한 이승욱 학생은 현재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있고 의학전문대학원을 거쳐 의학의 길을 가고자 한다. 병들고 다친 몸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치료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씨의 말이다."입학할 당시만 해도 대안학교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다소 적응기간이 필요했지만 차츰 대안교육의 가치를 느껴가면서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물론 입시에 매달리는 학생들에 비해서 수능시험 등 학업에서 부족한 부분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뒤처진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안학교에서 제가 배운 것은 교과서에서는 나오지 않는 것이고,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한 아이들을 기준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향후 꿈의학교는 학생 3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캠퍼스 조성과 10% 이상의 학생들이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국제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국제화 교육과정'을 별도로 마련하고 예술분야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 '종합예술과정'을 세울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새터민(탈북민)과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교육계획도 가지고 있다.
美 중·고교 커리큘럼 운영 "한국 안의 작은 미국"
앤탐슨아카데미 -세계를 품는 한국인 양성
ATA(앤탐슨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경험한다. 학생회는 모의 공화국 형태로 운영되며 공화국에는 수상과 5개 부처의 장관이 있다. 또한 학생들은 도서관장·체육관장·봉사단장·강의실 관리국장·식당 관리국장·세탁실 관리국장 등 다양한 직책을 분담해 학교를 직접 운영한다. 이와 같은 내각제 학생회를 운영하는 배경에는 학생의 문제는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학교의 신뢰와 교육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ATA의 독특한 북스 수업. 지난 3월 개교한 ATA(www.atacademy.co.kr)는 조기유학에 대한 대안학교로 미 중·고교의 정식학력을 인정받는 커리큘럼을 운영한다고 학교측은 설명한다.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에 위치한 이곳은 울창한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한 약 2만3천㎡(7천평)의 부지에 30개의 크고 작은 건물로 구성돼 전원 마을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난 학기 28명으로 시작해 현재 41명이 재학하고 있으며 원어민 교사 10명과 한국인 교사를 포함하면 교사 대 학생의 비율이 1대 3에 해당한다.◆세계를 품는 한국인으로 교육한다ATA는 미국 중·고등학교 커리큘럼에 기초한 국제교육은 물론 국어·국사·동양고전·태권도 등 한국인의 정체성 교육을 통해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학생들은 미국학교의 정식 졸업장과 더불어 SAT(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 점수로 미국 명문대학 진학을 꾀하고 동시에 국어와 국사에 대한 이해를 높여 조기유학의 폐단을 보완하게 된다. 또한 겨울방학 2주간 해외에서 갖는 리더십 체험은 주니어 앰배서더(Junior Ambassador) 프로그램을 선행해 학생 개개인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사라는 의식을 갖추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2주간 인도네시아에 머물면서 의회 지도자, 정부 고위관리, 대기업 사장, 대학 총장과 교수 등 사회 지도층 인사를 방문하고 글로벌 이슈에 대해 함께 토의하도록 계획돼 있다.학생들은 재학 중 록밴드, 오케스트라, 벤처클럽 등 다양한 특별활동과 함께 태권도·승마· 수영·축구 등의 체육 활동을 경험한다. 특히 태권도는 모든 학생들이 매일 아침 1시간씩 수련한 뒤 하루를 시작한다.◆신뢰와 교육환경이 변화의 열쇠"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은 조금 불편하거나,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쉽게 불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럴 때 학생들은 자기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과장해서 말하기 쉽습니다. 자식의 불평에 대하여 '학교의 방침을 따르면서 학생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해줄 때, 학생들은 보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레프팅을 하고 있는 ATA 학생들. ATA의 이관응 이사장은 학생을 바라보고 있는 학부형의 시각이 바뀌어야 성공적인 대안교육을 완성할 수 있다며 학생의 불평을 중심으로 교육현장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를 통해서만이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ATA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소그룹 활동으로 학교행사에 학생들을 직접 참여시키고 학교의 시설 관리도 함께하면서 질서의식과 시민의식을 키우도록 유도하고 있다.ATA는 향후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학들이 앞다투어 데려가고 싶어 하는 인재들을 배출하는 대안교육의 장을 꿈꾸며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자유로운 환경에서 지적 능력을 높이기 위한 학습활동은 물론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리더십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