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삶의 무게에 눌려 숨조차 막혀버린 나에게 숨통을 틔어 준다는 이유로 마누라가 제안한 여행.....
그러나 진짜 이유는 지가 가고싶어서지만....
암튼 그렇게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회사도...애들까지도...)
간 곳이 인도네시아....발리섬.

거긴 적도가 가까은 섬이다..
그들의 종교는 95% 힌두교....5% 이슬람교....
그런 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일까?...
호텔 입구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솜으로 장식한 하얀 눈까지.....

지나는 길거리에서 만난 한 백인 아주머니......
내가 사진 좀 찍자는 제안에 흔쾌히 응한다. 단 옆에 있는 인도네시아 어린 소녀에게 약간의 돈을 기부하란다.
(아주머니와는 아무 관계없는 그냥 옆에 있는 인도네시아 소녀에게...)
요구대로 얼마의 돈을 소녀에게 건네자..흔쾌히 포즈를 취해준다.
왜 그런 복장을 하고 있냐 묻자....크리스마스를 자축 하는 스스로의 이벤트라 한다.
저 나이에(사실은 할머니란 표현이 맞을듯...) 저런 여유와 낭만이... 참 보기 좋았다.

크리스마스라고 하지만 거기는 적도가 가까운 인도양의 섬이다..
호텔 옥상에 있는 야외풀장에는 수영복 차림으로 한가로이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히 수영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렇게 여유로움을....앞에 펼쳐진 바다를 즐긴다.


마누가가 얘기한다....
적도의 석양은 정말 아름답다고...
내가 얘기했다......그 황홀하고 아름다운 석양은 내일도 볼수 있으니까 오늘은 그냥 눈으로 즐기자고..
그래서 카메라를 내려놨다...
이런 젠장!.....그 날 이후로 계속 비만 왔다....헐

이른 아침..식당 창가에 놓인 음식과....창밖 풍경이 카메라를 손에 잡게 만든다...
물론 그림을 위해 마누라는 옆으로 치웠다.....ㅋㅋㅋ

인도네시아는 12월이 우기란다.
오전에 주로 이렇게 비가 억수로 왔다가.....오후에는 대부분 개인다.

여행중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 머문적이 있다.
그곳은 주로 화가들이 많이사는 예술인의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마누라가 그곳에 유명한 재즈카페가 있단다....
물론 우리 부부 성격에 그런 곳을 지나칠리가 없다....
카페 벽에는 여기저기 도마뱀들이 활보하고 다니다. 그러나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처음에는 신경 쓰이던 것이 나중에는 그 자체로 정겹다.

재즈카페라 주로 재즈음악을 연주한다...
나는 재즈를 잘 모른다...하지만 듣는 건 쟝르를 가리지 않는다(클래식만 빼고...)
이 친구가 나 보고 신청곡을 얘기하란다....자신있게...Love Me Tender 라고 외쳤다....
왜냐...아는게 그거 밖에.....
즉석에서 연주와 노래를 해 준다....나도 신나게 따라 불렀다.

손님중에 한 사람이 노래 신청을 했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앞에 등판 보이는 여자셋중에 가운데가 우리 마누라다...)

와우!...이 아줌마 장난이 아니다.......
뒤에서 연주하던 뮤지션들도 넋을 잃는다....정말 잘한다.....혹시 재즈가수 출신이 아닌가 싶다..
잘 모르는 음악이지만 손님들 모두가 너무 신나한다.

재즈카페에서 나와 묵고 있는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이라기 보단..펜션에 가깝다....
시내에서 떨어진 외딴곳에..조용하고....새벽이면 닭우는 소리에 잠이깨고...정원이 아기자기한 그런 곳이다...
하지만 가격은 매우 착하다....
어두워지고 난 후의 호텔 정원이다.....너무 멋져서....한 컷





새벽닭 우는 소리에 잠을 깼는데 어젯밤 보았던 정원의 아름다음이 눈에 어른거려 조용히 카메라를 들로 밖으로 나왔다.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는 여명을 배경으로 다시 담아 봤다.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차분한 새벽대기, 어린시절 내게 익숙했던 새벽녘 시골의 정막, 아름다운 자연이 하나로 조화를 이룬다.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호텔 SECURITY가 순찰을 돈다. 혹 하는 마음에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나 아무짓도 안했다고...그냥 새벽 경치가 너무 좋아 사진찍고 있다고...
그 친구가 웃는다.
겸연쩍어 한 마다 더 던졌다.
" 아침 일출을 찍으려면 어디가 제일 좋소"
그 친구가 나보고 따라오란다....
따라 가보니 호텔 옥상의 어느 구석으로 나를 안내한다.
거기에서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곳의 들녘이 보인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나에게 멀리 보이는 자기가 사는 집도 알려줬다....
그렇게 둘이서 한참을 얘기햇다..
마음이 편하다...왠지 오랜 친구같은 정겨움이 느껴진다....
.
.
.
내가 기억하는 발리는 괌이나 사이판처럼 그렇게 자연 경관이 수려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다시가고 싶은 일순위의 여행지다.
나는 거기서 잠시나마 그들과 호흡하며....사람을 느꼈다....그리고 그들의 문화도...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비행기표만 달랑들고 간 여행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생각한다....거기서 사람 냄새를 느낄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
.
.
.
맛 뵈기로 올려본 여행기입니다...
분위기 봐서 땡기면...기냥 시리즈로...........ㅎㅎㅎ
첫댓글 덕분에 발리 맛 뵈기 감상 잘 했습니다.
시리즈가 기대 되오니 어렵드라도 올려 주시면 좋은 여행이 되겠습니다.
예...짬나는 대로 후속편 준비 해 보겠습니다...
발리여행 가보고싶었던곳~
시리즈 2탄 기대할께요^!^
설 연휴에 비 온다는데 후속편이나 준비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