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걸의 재발견 [해양천국]
성룡, 중국식 발음으로 불러줘야 한다는군요, 그래서 천룽.
늘 명절 때마다 TV 특선영화의 단골 주인공. 이런 성룡이 심각한 영화에 등장한다면, 글쎄 어색하지 않을까요?
출근길 라디오에서 흘러 나온 어느 문화평론가의 나레이션이었다. 진심으로 공감한다. 격하게 동의한다.
이연걸, 중국식 발음 리렌제가 변발하고, 공중을 나르며, 왼손으로 한 놈, 오른손으로 한 놈, 양발로는 줄지어 늘어선 적들을 쓰러트리는, 물론 쓰러지는 적들은 한결같이 피를 토하고, 타격을 당한 자리에선 먼지가 인다.
이런 장면을 접한 내게 [해양천국]에서 만난 이연걸은 왠지 낯설었다.
21살 자폐 아들 따푸를 키우는 해양공원 전기기사.
아내는 일찍 죽었고, 따푸를 맡아줄 친척도 없는 상황.
더군다나 보호시설에서는 따푸의 나이가 많아 돌봐줄 수 없다고 한다.
왕신청(이연걸 분)이 혼자서는 어떤 일도 못하는 아들 따푸를 다른 곳에 맡기려는 이유는 그 자신이 간암 말기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고향 마을 바다에 한가로이 쪽배를 띄워놓고 아버지와 아들이 앉아 있다.
그런데 그 둘의 발목에는 줄이 묶여 있고, 줄 끝에는 무거운 쇳덩어리가 달려 있다.
그리고 물 속에 몸을 던진다.
하지만 해양공원에서 수영으로 하루를 보내던 따푸에게는 물에 빠져 죽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따푸는 자폐아다. 누구의 의도대로 움직여지는 아이가 아니다. 결국 아버지까지 구해낸다.
아버지는 자신이 떠난 후 혼자 남겨질 따푸를 위해 해양공원의 청소부 자리를 마련해 주고, 걸레질 하는 법, 버스 타는 법, 옷 갈아 입는 법 등을 가르친다.
주변 사람들도 돕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장례식.
21살 천진한 자폐 아들 따푸의 얼굴에는 언제나 그렇듯 아무런 생각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이다.
성룡, 주윤발, 이연걸과 같은 배우들이 소위 진지한 영화를 한다고해서 소화해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단지 우리들이 느끼기에 어색할 뿐이다.
이연걸은 [해양공원]에서 자폐 아들을 둔, 간암 말기의 아버지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새롭게 보인다.
물론 영화는 가족드라마의 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