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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전곡리에 ‘저승골’이라 부르는 골짜기가 있다. ‘저승골’이라는 지명이 언제부터 불리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울진군과 봉화군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매우 험한 골짜기다. 옛날, 병석에 누워계시는 노모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가는 총각이 한 명 살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총각은 너무 놀라서 이곳저곳을 찾아보았지만,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를 찾아 산속을 헤매다가 피곤함에 지쳐 잠시 잠이 들었을 때, 어머니가 나타나 아버지를 따라 어느 골짜기에 와 있다고 하였다. 꿈에서 깬 총각이 어머니가 있다는 골짜기를 가보니, 그곳에는 어머니의 싸늘한 시체만 남아 있었다.
울진군 금강송면 전곡리에 소재한 저승골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전곡리에 ‘저승골’이라 부르는 골짜기가 있다. 금강송면은 울진군에서 가장 면적이 넓지만, 인구가 적기에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다. 금강송면의 대부분 지역이 태백산맥 산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금강산 면에는 통고산(通古山:1,066m) · 오미산(梧味山:1,071m) 등 1,000m 이상의 산이 있고, 지역 대부분도 500m 이상의 고지대이다. 한편, 높은 산으로 인해 생기 골짜기에는 많은 계곡이 있는데, 광천(光川)과 왕피천(王避川)의 상류에 해당한다. 원래 금강송면이 울진읍 내에서 서쪽에 자리 잡아 지명을 서면이라 하였다가, 2015년 금강송 군락지이기에 금강송면으로 지명을 변경하였다. 금강송면에 있는 많은 골짜기 가운데, 울진군과 봉화군 경계지점의 협곡 중간쯤에 있는 골짜기를 ‘저승골’이라 부른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총각
‘저승골’이라는 지명이 언제부터 불리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울진군과 봉화군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매우 험한 골짜기다. 골짜기를 흐르는 물은 낙동강으로 가고,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옛날 저승골을 마주하는 계곡 건너 언덕에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이 한 채 있었다. 오두막에는 병석에 누워계시는 노모를 모시고, 어렵게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총각이 한 명 살고 있었다. 총각은 유복자로 태어났다. 이른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어머니는 먼저 세상을 뜬 남편을 그리워하면서 고달프게 한평생을 살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몸져눕게 되었다.
홀어머니의 꿈에 나타난 아버지
그러던 겨울의 어느 날 밤,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쳤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총각은 그날도 어머니 방에 불을 따뜻하게 지피고는 어머니 잠자리를 봐 드렸다. 그리고는 자신도 어머니 옆에 누워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가 지났을 때, 총각은 젊은 여인의 비명에 놀라 잠에서 깼다. 그리고 옆에서 자는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식은땀을 흘리며 겁에 질린 모습으로 벌벌 떨고 있었다. 총각은 어머니를 흔들어 깨워 끌어안고서 “어머니, 왜 그러세요?”라고 물었다. 한참 정신이 없던 어머니는 자신이 꿈을 꾼 것임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네 아버지를 만나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한없이 따라갔는데,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다음에 당신을 데리러 오겠소. 오늘은 빨리 집으로 돌아가시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흰 강아지 한 마리를 주면서, “이 강아지만 따라가면 집으로 갈 수 있을 것이오.”라고는 어디론지 사라졌다는 것이다. “내가 그래서 흰 강아지를 따라서 집으로 오는 길인데, 얼어붙은 냇물을 건너야 해서 이미 흰 강아지는 얼음 위를 걸어서 먼저 건너가고, 나도 뒤따라 얼음 위를 건너가는데, 갑자기 얼음이 깨지면서 그만 물속에 빠지고 말았단다.”라면서 어머니는 꿈 이야기를 총각에게 모두 들려주었다.
저승으로 가는 관문인 경상북도 금강송면의 저승골
아버지를 따라서 간 어머니
어머니가 그러한 꿈을 꾸고 나서 몇 달이 지났다. 봄이 찾아오고 산골짜기에는 일부에만 눈이 쌓여 있었다. 어느 날 밤 어머니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총각은 너무 놀라서 이곳저곳을 찾아보았지만,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며칠 밤낮을 찾아보았지만, 어머니 흔적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하루는 어머니를 찾아 산속을 헤매다가 피곤함에 지쳐서 잠시 잠이 들었다. 그런 총각의 꿈속에 어머니가 홀연히 나타났다. 그리고는 “너의 아버지를 따라가느라고, 지금 어느 골짜기쯤에 와 있다.”라는 말을 남기고는 사라져버렸다. 깜짝 놀라서 꿈에서 깬 총각은 꿈에서 어머니가 있다는 골짜기를 향해 달려갔다. 어머니가 알려준 지점에 이르렀을 때, 그곳에는 싸늘한 어머니의 시체만 남아 있었고, 어머니가 신고 나섰던 짚신 발자국만 눈 위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한 일이 있고 난 뒤부터 마을 사람들은 어머니의 시신이 발견된 골짜기를 저승으로 가는 관문이라고 해서 ‘저승골’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죽은 이후의 세계를 설명하는 지명 유래담
「저승으로 가는 관문인 경상북도 금강송면의 저승골」은 죽음과 죽음 이후의 세계인 저승과 관련한 지명 유래담이다. 곧 사람이 죽어서 가는 사후세계라고 할 수 있는 저승을 언급하고 있으며, 저승을 어떻게 가는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머니를 데리고 가는 방식으로 죽음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고대에서 현재까지도 전해지는 사후세계인 ‘저승’의 개념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자료
단행본
울진문화원.울진의 설화,경북 울진:1998.117-119.
집필자
최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