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도시 밤에서 오후에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직선 거리로만 500km가 넘어 자정께에나 도착하지만 이란은 보기보다 치안이 잘 되어 있어 밤에 돌아다니는 것도(남자에 한해 ^*^) 그리 어렵지 않다. 버스는 또 그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저쪽 지평선 너머로 해가지고 또 밤이 온다는 것으로만 알 수 있을 뿐 차창밖으로 평쳐지는 풍경은 파키스탄 남부부터 계속 따라다니는 황량한 사막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이 사막 가운데 도시가 보인다면 그것은 오아시스 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란의 모든 도시는 오아시스이다.
이란의 버스는 맘에 든다. 꼭 고급 볼보버스가 아니더라도 타는데 불편함이 없다. 낮에는 40도가 넘지만 이곳은 습도가 낮아 태양이 뜨겁다는 생각만 들 뿐 그늘만 찾는다면 굳이 선풍기나 에어콘이 필요없다. 단 습도가 너무 낮아 잠결에 살짝 입이라도 벌리고 잠든다면 깨어날 때 입안이 말라붙어 한동안 혀가 움직이지 않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또 이란은 석유산유국이라 1리터의 휘발류가 놀랍게도 120원이다. 그동안 아시아를 횡단하면서 기름값이 아직 우리보다 비싼 곳을 못 보았다. 보통은 우리의 반 가격이였는데 이곳은 우리의 1/10 수준이니 우리식으로 생각한다면 공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문인가? 택시요금이 좀 비쌀 뿐 장거리 버스의 경우 한 10시간 탄다고 해도 3-4000원 수준이다.
자정께에 도착한 숙소는 꽤나 맘에 든다. 올드시티 한 복판에 위치한 궁전과도 같은 전통가옥을 개조해 만든 고급호텔이다. 여기에 적당한 가격의 도미토리(1인 4000원)에 짐을 풀면 고급숙소의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진흙벽으로 높게 담장이 쳐 있는 마당엔 레스토랑이 있고 그 안에 넓은 평상을 갖다 놓아 여기서 만난 여행자들과 얘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도 되고 누구는 물담배를 시켜 이곳의 정취를 흠뻑 즐긴다. 누구는 옥상에 침대를 갖다놓아 별을 이불삼기도 한다.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진흙으로 만든 오아시스에서 전등불이 켜지고 다시 꺼지기 시작하면 밤하늘엔 무수한 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하늘을 쳐다보다가 잠이 든다.
이곳은 스탭들도 친절하다. 친절도 전염이 되는가? 이곳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서로 꽤나 친근하다.
아쉽게도 배낭을 맨 여행자들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지기 일쑤이다. 인도의 경우는 이스라엘리와 비이스라엘리로 나뉘어 지고 나머지는 다시 서양과 동양인으로 나뉘어 진다. 그리고 제법 여행자가 많아지면 다시 국적에 따라 그룹핑이 된다. 그저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고 종종 신경전을 펼치며 그들끼리의 얘기꽃을 피우기에 바쁘다. 그런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 여행자가 적어 그런가? 그리고 국적도 좀 더 다양하다. 일단 이스라엘리들은 아에 없고 아마 미국인도 구경하기 힘들 것이다. 주로 유럽인들이 많고 남미나 동유럽에서도 많이 온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본인들도 열흘 동안 1명을 봤으니 한국인들은 이보다 적을 것이다. 대부분 서에서 동으로 대륙횡단을 하는 장기 여행자들이다. 어떤 커플은 자전거를 끌고 대륙횡단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집차에 온갖 살림살이를 들고 다니기도 한다.
사진 - 모스크의 첨탑 위에서 본 구시가지의 모습
어떤가? 작은 골목들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저 미로같은 골목들을 헤집고 다녀 보고 싶지 않은가?
이곳에는 흥미로운 구조물이 있다. 바드가스라고 불리는 일종의 바람탑이다. 탑을 높이 세워 공중의 바람을 실내로 유입시키는 이 장치는 멀리서 보면 꼭 그리스신전의 파사드 같기도 하고 제법 규모가 되는 가옥에는 꼭 하나씩 세워 이곳 야지드에서만 볼 수 있는 상징이다. 지금에 와서는 이 자리를 에어쿨러(물의 기화열을 이용해 찬바람을 만들어 내는 장치)에 자리를 넘겨 주었고 이곳은 습도가 낮아 에어쿨러에서 나오는 바람은 에어콘이 부럽지 않다. 아니 습도까지 조절해 주니 에어콘 보다 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