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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들어간 최흥근씨의 유기농 열무, 잘 받으셨어요?
오늘 한 회원님이 전화오셔서 열무 더 주문할 수 없냐고 하셨어요.
친정 어머니께 갖다드렸는데 이런 열무 어디서 났냐며 이렇게 약 안친 열무는 요즘엔 보기 힘든데 옛날 맛 나서 너무 좋다시며 더 주문할 수 없냐고 하셨다고 합니다.
열무는 밥상에 내놓을 분량만 심은 거라 더 드릴 수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는데요, 것보단
그 전화를 받고 내심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시중에서 파는 열무는 무도 새하얗고, 잎도 고르고, 손질하기도 편하고 그렇잖아요.
밭에서 막 뽑아온 유기농 열무는 흙도 많이 묻고 고르지도 않고,
저도 시장에서 열무를 봤는데요, 어찌나 가지런하고 하얗게 이쁘던지 ...
아무리 유기농이라도 이렇게 힘든 열무 사람들이 싫어하겠지.. 싫어할라나?..그러고 있던 참에 유기농 열무의 진가를 알아봐주시는 이 있으니 어찌 뿌듯하지 아니할까요...
감격에 감격... ㅜ.ㅜ
사무실에 있으면 좋은 얘기보단 불만 하나 하나에 더 귀가 가게 되거든요.
그런데 한번씩 이런 얘기 들으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회원님들~! 불만도 많이 얘기해주시면 시정하는데 큰 도움 된답니다만 종종
저희 힘내라고 좋은 얘기도 일부러 해주셔요~ ^---------------^
자~ 이제부터 이 감격 고대로~ 개구지의 막장 열무김치 레시피 올리겠습니다~
사실 제 경우 유기농 열무든 일반 열무든 열무를 대하는게 첨이라..
이번 밥상에 열무가 나갔는데 나름 열무에 대한 공부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도 뭔가 열무에 대한 공부르 다 하지 않은 찜찜한 기분에 열무의 '열'이라도 알고자 주말엔 무모하게 열무김치에 도전해봤답니다. 이름하여 '막장 레시피'라 하겠습니당~
1. 열무 보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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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야, 너 열무 김치 바로 담글꺼야? 이거 들고가면 바로 해야해~
네~ 할거예요~
에이~~ 너 오늘 안할꺼지~
아니예요~ 할거예요~
야~ 이거 곰방 잎 노랗게 돼서 바로 바로 해야해~! 자신 있으면 들고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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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꼼꼼하시기로 유명한 정화샘은 제 성격을 아는 터라 내심 담그지도 못하고 상할 열무 걱정을 대신 해주셨습니다.
네.. 열무는 보관할 방법이 따로 없어 보입니다. 뽑으면 뽑는대로 바로 바로 해 먹는 것이 상책! 신문지에 싸고 냉장고에 보관한다고 해도 바로 바로 해먹어야 한답니다.
그런데 시중에서 파는 열무는 분명 바로 바로 뽑아온 것은 아닐 텐데 어떻게 잎 색이 변하지도 않고 어떻게 보관이 되는지 그게 참 궁금합니다.
어쨌든 저는 열무 김치를 꼭 하리라 다짐하고 금요일, 퇴근하고 집에 돌아옵니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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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열무 김치 어떻게 담궈요?
열무는 무조건 빨리 해먹어야 해. 잎이 금방 변하거든.
그리고 이런 어린 채소는 살살 다루는게 중요한데 씻을때도 절대 빡빡 씻으면 안돼고 흐르는 물에 살랑 살랑.. 버무리는 것도 안돼고 슬쩍 눌러주는 식으로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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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며 설명만 들으면 무지 간단한 열무 김치 담그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지만 엄마 말씀에도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빨리 해먹어야 한다는 것.
꼭 오늘 안으로 해먹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어요.
그런데.. 엄마 전화를 끊고선 고냥 잠이 들었습니다. ㅡ.ㅡ;;
그렇게 하루가 지났어요. 토요일이 됐지요.
열무,, 열무.. 열무,, 밀린 일처럼 머리에 둥둥 떠다니더랍니다.
아.. 별거 아닌 열무 한 단이 참.. 일거리다 싶은게.. 시작도 안했는데 짜증이 밀려오더랍니다. ;;;;
어쨌든 느즈막히 일어나 정말 잎이 노랗게 변했으면 어떡하나 하고 살펴봤는데 다행히 괜찮다 싶더라고요.
이 정도면 괜찮나요?
2. 열무 손질하기
자취생이라 마땅히 큰 소쿠리 같은 것도 없고 해서 개수대를 깨끗히 씻어내고 거기서
손질을 시작했어요. 엄마 말씀이 무에 묻은 흙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특히 잎과 무 사이 흙을 잘 털어내야 한다고 하셨는데 딴에는 잘 턴다고 박박 털수세미로 열심히 닦아 냈습니다.
하나 하나 닭아내는데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열무 1단 별거 아니네 싶었는데 닦아내고 닦아내도 흙때가 남아 있어 다듬는 것부터가 고역이었어요.;;;
결국 닦다가 닦다가 도무지 흙때가 지지 않아 칼로 슬슬 긁어냈어요. 그렇게 씻는데만 2시간 걸렸으니 진이 다 빠지더랍니다. 열무 이거 하나 해먹겠다고 이렇게나 시간 투자를 해야 한다니 하면서 투덜투덜.. 나중에야 들은거지만 첨부터 칼로 슬슬 긁어내면 되는 거라고..ㅡ.ㅡ;;;
어쩃든 겨우내 열무 씻기 끝~. 노란잎을 따줘야 한다던제 뭘따야 하고 뭘 둬야 하는지 분간이 잘 안돼 어차피 내가 먹는거 고냥 다 먹어버리지. 하고 다듬는 건 패스.
물에 한 번 더 살랑살랑 씻어주고 5~7cm정도의 크기로 슬슬 썰어줬습니다.
썬 후에 몇 개 뜯어서 생으로 맛봤는데, 신기하게도 간이 살짝 베어 있는 것이 고냥 먹어도
아삭 아삭 참 맛나더라구요~
그리고 잘라낸 열무 위로 굵은 소금을 뿌려줘야한다는데 그게 없어서
집에 있던 맷돌 소금을 위에 뿌려놓고 살짝 눌러줬습니다.
그렇게 겨우내 재워놓고 생협으로 갔습니다. 밀가루를 사러요. 근데 생협 간사님 말씀이 감자 갈아 넣어도 맛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요.
3. 국물 만들기
원래 열무 물김치 국물은 생수에 밀가루 풀 넣고 하는거라면서요.
그런데 생협간사님 조언에 따라 마침 집에 있던 감자 두개를 갈았습니다.
그런데 집에 생수가 없는거예요.
저는 정수기도 없고 해서 수돗물을 끓여 결명자차 해먹거든요.
생수 사러 나가기도 귀찮고 그렇다고 수돗물을 넣을 수도 없고.. 하다가 번뜩 든 아이디어가 어차피 물을 많이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어 물이 많은 토마토가 떠올랐습니다.
감자도 갈아 넣어도 된다면 토마토는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토마토를 갈았어요.
그래도 물이 적다는 느낌에 마침 수박 남아 있던 것이 있어 수박까지 몽땅 갈아넣었습니다.
그렇게 물 많은 과일 채소들을 몽땅 갈아서 채에 걸러주고 맛있는 국물을 만들었습니다.
4. 양념 만들기
이렇게 맛있는 국물을 준비해놓고, 양념은 다른 것 없이 마늘이랑 고추면 끝이래요~
간혹 양파 있음 갈아 넣어도 된다는데 양파가 없는 관계로 예쁘게 색을 낼 홍고추를 갈았는데요~ 저는 매운 걸 좋아해서 마침 청양고추가 있길래 함께,
그리고 마늘까지 슥슥 갈았죠.
이때부터 막 신났습니다. 다듬는건 정말 참 재미없는데 제가 믹서기 산지 얼마 안된지라 갈고 갈고 또 갈고 하는게 재밌더라구요.. ^-^
5. 버무리기, 간맞추기
짠~ 드디어 재료 준비 끝!
우리집에서 제일 큰 김치통을 꺼내 재워둔 열무를 차곡 차곡 깔고 그 위로 곱게 간 마늘, 홍고추, 청양고추를 얹고,, 드디어~! 국물을 시원~하게 부어 줍니다. 그런데 맷돌 소금이라 그런지 영 싱거워서 중간 중간 소금을 넣어가며 간을 맞췄습니다.
보기에도 시원하지요?~!
아.. 그런데 영 열무에 비해 국물이 많이 부족한 듯 하더라구요..
결국.. 비장의 카드..
제가 집에서 마시는 결명자차를 꺼내들었습니다...
열무 물김치에 토마토와 수박과 결명자차...
어떤 맛일까 갈수록 그 맛이 궁금해집니다.
그래도 슬슬 버무려서 담아놓고 보니 보기엔 시원~하게
맛있는 색을 내더라구요~!
중간 중간 소금으로 간을 맞춰가며 했더니 결명자 맛이라던지 토마토 맛이라던지는 온데 간데 없고 고냥 맛있는 열무 김치 맛~이었습니다~!
아하... 다행.... ^^
그런데 요기서 끝~ 낼까 하다..
풀내 풀내 하던데.. 사실 풀내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다 담아놓고도 잘 모르겠던데 그 풀내를 없애기 위해 밀가루 풀물이나 찹쌀 풀물을 한다는걸 또 들어서리.. 먼가 부족한 듯 해서 밀가루를 물에 풀고 걸죽하게 끓여 풀물을 만들어 또 부어주었지요..
그렇게 밀가루 풀물을 다시금 넣고 섞이라고 통을 마구 마구 흔들어 줬더니
국물이 조금 탁해졌습니다.
6. 반나절 실온에서 보관후 냉장고에 넣기!
이렇게 해서 요 것 조 것 넣은 열무 물김치를 반나절 실온에 둔 후 냉장고에 넣으니
별 크지도 않은 냉장고 열무김치로 꽉찼습니다.
와.. 이래 저래 하는데 한나절이 다 걸리더군요.
중간 중간 생협에 놀러도 갔다가.. 딴짓도 조금 했다가 하긴 했지만
열무 김치 담그는데 하루가 다 가버렸네요. 에흐..
게다가 레시피 올린다고 중간 중간 사진 찍으면서 하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더라구요.
휴대폰으로 찍은 건데 물이 묻어 통화가 뚝뚝 끊기기도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간만에 아주 아주 어수선한 주방이었지만 나름 재밌었고, 또 냉장고가 꽉차니 뿌듯하기도 하네요. 이 글을 등록 시켜 놓고 얼마나 익었는가 맛 좀 봐야 것어요~
회원분들도 열무 김치 다 담그셨어요? 맛이 어떤지 좀 얘기해주셔요~!
오늘의 막장 레시피 끝입니다~
맛있는 여름 나세요~!
ps. 열무 나가기 전날의 밭 풍경입니다.
열무가 비맞은 후 해 나면 금방 망가지신다며 밥상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신 최흥근씨 말씀때문에 내내 조마조마했었는데 다행히 무사히 나갈 수 있었네요. 요즘은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 모든 농작물이 늘 아슬아슬하게 나오고 있어요.
풀이 좀 무성하긴 한데 벌레 먹은 열무 귀엽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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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 밥상 받던 날 약속이 있어서 바로 못 하고 그대로 밥상통에 넣어놓고 다음날 봤더니 벌써 물렀더라구요~~..
그래도 혹시나 싶어 열심히 다듬어 절여서 씻어놨는데..도저히 냄새가 나서 못해먹겠더라구요~..
안타깝지만 걍 버렸어요.. 홍고추를 우찌해야할 지 고민중이네요~..,ㅠ.ㅠ..아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