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
제목 : 나 없는 내 인생 (My Life Without Me)
연도 : 2003
제작 : 캐나다, 스페인
감독 : 이자벨 코이셋
배우 : 사라 폴리(앤 역), 마크 러팔로(리 역), 스캇 스피드맨(돈 역), 데보라 해리 (엄마 역)
이 영화는 마치 배우 사라 폴리의 삶은 다룬 것 같다. 물론 사라 폴리가 자궁암에 갈렸다는 얘기가, 또 죽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라 폴리는 현재 캐나다에서 잘 살고 있다. 이제는 배우로서만이 아니라 삶의 이면과 인간의 숨결을 잘 담아내는 역량있는 여성 감독, 영화제작자, 대본작가(자신의 영화 3편 모두 자신이 씀)로서도 자리를 매김하고 있다.
그녀의 데뷔작인 <어웨이 프롬 허(2006)>는 삶을 마감하는 노 부부의 진정한 사랑과 이별, 헌신과 희생을 보여준 작품으로,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깊이와 성찰을 보여준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현재를 보여주는 듯하고 흔들리는 사랑의 진실을 그린 <우리도 사랑일까(2011)>에서도 여성 특유의 세심한 인물묘사와 심리를 그리고 있어 평단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렇듯 활발하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면서 활동할 수 있게끔 만든 작품이 여럿 있지만 이 영화만큼 자신의 이력을 빛낸 작품도 없을 것이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경력을 쌓았지만(그녀의 10대 때 어린 모습을 보고 싶다면 테리 길리엄 감독의 <바론의 대모험(1988)>을 보시길) 정작 그녀를 진정한 여배우로 각인시킨 작품은 이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그녀를 위한 맞춤형 배역이었고, 최고의 주연작이었으며, 씽크로율 100%에 달하는 작품이었다.
사실 알고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그녀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영화에서 처럼 그녀의 십대는 '나 없는 내 인생'이었다. 지옥이었다. 영화 속의 대사처럼 '꿈이 없는 삶은 fuck you!'라고 내뱉듯이 개같은 세상이었다.
그녀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 토론토에서 다섯 자녀 가운데 막내딸로 태어났다. 아버지 마이클 폴리는 영국 태생으로 배우이면서 보험외판원이었다. 어머니 다이애나 네 맥밀란은 아일랜드 출신 배우이자 캐스팅 담당이었다. 이처럼 배우의 피가 흐르는 가풍 덕에 그녀는 4세 때부터 배우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아역배우로 여러 TV쇼에 출연을 했고 캐나다의 TV 시리즈인 <애본리로 가는 길>에 나오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11살 때 암으로 어머니를 여의었고(마치 영화의 앤처럼), 공립 대안학교인 서브웨이 아카데미와 공립고교인 얼 헤이그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졸업은 하지 못하고 자퇴했다. 그녀 역시 영화 속의 앤처럼 고등학교 시절을 지옥처럼 고통스럽게 지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그녀가 왜 그렇게 앤의 역할에 빙의됐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연기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감독은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사실 감독은 미국, 캐나다 곳곳에서 실시된 수십 차례의 오디션에서 앤을 찾지 못했다. 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뉴욕 오디션에서 사라 폴리를 만나는 순간, 감독은 얼어붙었다고 한다. 바로 “앤이 문을 통해 걸어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발걸음, 눈빛, 손짓 그리고 목소리까지. 너무 평범한 인물인 극중 앤의 성격 때문에 감독이 미처 구체화 시키지 못하고 고민했던 작은 디테일까지 사라 폴리는 완벽하게 스크린에 펼쳐 놓았다고 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 든 배우들 덕분에 벵쿠버 외곽에서의 촬영 기간 동안, 일부 구경꾼들은 사라(앤 역)와 스캇(돈 역)이 아이들을 데리고 노는 모습을 보고 실제 가족으로 착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앤이 의사에게 암진단을 받는 순간은 완벽 연기의 절정이었다. 충격에 휩싸였다가 이내 진정하고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려고 결심하는 찰나의 순간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소화해낸 사라 폴리의 열연은 스탭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게다가 직장 동료 로이에게 토하는 이유를 토해내는 장면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명연기 장면이다. 또한 극 중에서 점점 내적으로는 강해지면서 육체적으로는 약해지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면서도 남편에 대한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이중적인 심리와 디테일한 행동들은 사라 폴리가 아니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역할이었던 것이다.
사라의 이런 연기를 보고 감독은 “사라는 앤을 연기한 것이 아니었다. 앤 바로 그 자신이었다.”라고 표현할 정도였으니까.
뿐만 아니라 제작자인 스페인의 세계적 명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눈을 사로잡는 미인은 아니지만, 강하고 아름다우며 달콤한 모든 것을 한번에 표현해 내는 매력을 가진 배우"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의 시작은 비를 맞으며 서 있는, 마치 비 속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듯한 앤의 모습으로부터 시작한다. 앤의 표정과 몸짓, 촬영이나 음악, 나레이션 등이 완벽히 조화를 이룬 오프닝 씬이다.
17살 때, 너바나의 마지막 콘서트에서 만난 남편 돈과 첫 사랑을 나누고 첫 아이를 낳은 24살 물병자리의 앤. 6살 딸 페니와 4살 된 팻시를 키우는, 아직은 세상물정 모르고 신나게 놀아야 할 앤. 낮에는 살림과 두 딸을 키우고 오후에는 대학교 청소부로 일하는 억척 워킹 맘 앤. 그녀는 두 딸과 막노동판에서 일하는 남편과 함께 친정 엄마 마당 뒤켠에 있는 트레일러에서 살고 있다. 남루하고 버겁고, 지루한 일상이긴 해도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과 토끼같은 딸과 함께 있어 하루 하루를 작은 행복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앤은 설거지를 하던 중 갑작스런 복통으로 쓰러진다. 셋째 아이 임신을 기대했 앤에게 청천벽력 같은 자궁암 말기 진단이 떨어진 것이다. 살 수 있는 시간은 겨우 2달.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앤은 큰 충격을 받지만 일체의 치료를 거부한다. 항암치료를 받으며 괴물 같은 몰골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지 않고, 가족들에게도 고통과 시련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 누구에게도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않고 혼자 담담하게 죽음을 수용하서 삶을 정리하기로 마음을 굳힌다. 그리고 죽기 전에 해야할 일들을 조용히 적어 나간다.
살아있는 동안 삶에 충실하기 위해, 나 없는 동안 남아 있는 가족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결국 남은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약속을 한다.
1. 아이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2. 남편에게 어울릴 아이를 좋아하는 새 아내 찾아 주기
3. 아이들이 18살 될 때까지의 생일 축하 메시지 녹음하기
4. 가족과 함께 웰러비 해안으로 소풍가기
5. 하고 싶은 만큼 담배 피우고 술 마시기
6.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기
7. 다른 남자와 사랑하는 것이 어떤지 알아보기
8. 누군가 날 사랑하게 만들기
9. 감옥에 계신 아빠 면회 가기
10. 손톱 관리 받기, 머리 모양 바꿔보기
10가지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 앤은 하루 하루를 살아가면서 하나씩 약속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삶이 생각했던 것 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되고, 가족의 소중함과 미처 보거나 듯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폐부 깊숙이 담아뒀던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표현하기도 하고, 타인을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용기도 내어본다.
어린 두 딸과 침대에서 땟목놀이를 하며 사랑을 먹여주고, 쉐어의 사진을 들고 와 그렇게 되기를 꿈꾸는 카페 종업원에게 좋은 생각이 아니라며 자신의 생각을 즉석에서 일갈하기도 하고, 헤어드레서와 함께 술집에 가서 방탕하게 놀기도 하고, 머리 모양과 네일 케어를 받으며 자신만의 멋을 부리기도 하고, 용기내서 만나보지 못한 아빠도 만나러 면회가고, 옆 집에 이사온 같은 이름의 앤을 남편과 친하게 지내도록 하고, 남편 외에 다른 남자를 만나 또 다른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면서(비록 외도이긴 하나 상처 뿐인 앤과 리,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살아가는 모습은 죽음을 준비하는 앤의 모습 같지않다. 오히려 활기 있고 건강한 삶의 모습이다. 그녀의 모습은 과거 철부지 인생이거나 꿈을 포기한 모습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는 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이다. 불치병이 목숨을 갉아 먹어도, 죽음이 눈 앞에 있어도 삶은 삶이다. 죽음은 삶의 연결고리이다. 이렇듯 이 영화는 단순하고 평범한 한 여인이 자신의 삶을 정리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들에게 삶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다.
기존의 멜로, 신파처럼 질질짜거나 시한부 인생의 기구한 삶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굳굳하게 버텨내고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그게 현실이고 맞다. 사실적 묘사가 가장 감동이 아닌가? 슬픔이 절제될수록 가슴은 먹먹해지지 않는가?
결국 그녀는 죽지만 죽는 모습을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나레이션과 함께 10가지 소박한 소망이 하나씩 이루어져 가는 모습들로 수를 놓는다. 오프닝 씬과 마찬가지로 엔딩 씬 역시 마치 한폭의 파스텔톤 같은 동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이 영화는 바쁘게만 살아가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아프고 병든 이들에게 한줄기 단비처럼 촉촉하고 정겨운 마음의 안식을 줄 수 있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마음에 빈 자리를 한 켠 내주고 바람과 볕을 쐬어줄 수 있는 이 영화로 휴식과 셀프 힐링을 하고 '나 없는 내 인생'이 아닌 '나 있는 내 인생'을 여유있게 꾸며나가길 바라본다.
* 영화 감상을 위한 Tip!
이 영화에서는 다양한 문화적 코드가 숨어 있다. 중년을 넘어서 호텔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있어서 영 시덥잖고 인생 루저로 보이는 딸을 보면서(실은 자신도 그러하면서) 생각하는 것은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삶이다. 그녀 역시 그렇지 않지만 딸만은, 자식만은 그러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옆집에 새로 이사올 사람은 정상인이라고, 배리 매닐로우라고 농담삼아 말한다. 농담이지만 딸이 들으라는 가시박힌 소리이다. 정상적으로 살라는 질책이다. 배리 매닐로우! <When October Goes>, <Copacabana>, <Can`t Smile Without You>, <Ships>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유명한, 결손 가정에서 불우한 유년시절을 겪었지만 줄리어드 음대를 거쳐 7,80년대를 풍미한 그야말로 인생역경과 성공한 정상인으로 보이는 배리 매닐로우 아닌가? 그러니까 엄마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이리라.
또한 엄마는 자신과 딸의 삶이 투영된, 유명한 마이클 커티스 감독의 헐리우드 느와르의 고전 <미드레드 피어스 Midred Pierce(1945)>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느와르를 보면서 '왠 눈물...?' 하겠지만 미드레드(조안 크로포드 분)가 왜 자살을 하려고 했는지, 전남편을 죽이고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했는지, 그 이유가 17세 딸 때문이라는 이유를 안다면 이 영화와 어떻게 코드가 매치되는지 알 수가 있다.
한편 그런 엄마는 또 누구인가? 바로 7,80년대 그 유명한 블론디(Blondie)의 리드 보컬 아닌가? <The Tide is High>로 1981년 1월 빌보드 챠트 1위를 기록하고 <Call Me>, <Heart of Glass>,<One Way or Another> 등의 히트곡을 빛나는 블론디로 휘날리면서 한때 섹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장본인 데보라 해리 아닌가? (미국 비주류 영화계의 대부이자 게이이며, 전설의 <핑크 플라밍고>와 <암컷소동>을 연출한 존 워터스 감독과의 음악작업을 통해 영화와 인연을 맺은 그녀는 이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컬트무비 <비디오드롬(1983)>과 존 워터스의 코미디 <헤어스프레이(1988)> 등을 통해 영화배우로서의 발판을 다져나갔으며 현재는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로 노년을 즐기고 있다.)
또 청춘시절 앤과 돈이 처음 만났다는 콘서트 장은 어떠한가? 커트 코베인이 죽긴 전인 너바나의 마지막 공연장에서 둘이 만났고, 눈물을 흘리며 열광하던 앤에게 휴대신 티셔츠를 벗어주며 사랑을 키우지 않았는가? 둘의 매개는 얼터너티브 록의 전설인 너바나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앤을 절대적으로 사모하는 리가 그녀의 빨래망 속에 넣은 책은 또 어떠한가? 책 표지 뒤에 전화번호가 있어 슬쩍 책표지는 지나치지만 그 책은 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의 <Middlemarch>이다. 1830년대 영국의 작은 마을 미들마치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여러 인간형들의 각기 다른 인생행로를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여성임에도 남자의 필명을 사용한 조지 엘리엇은 개인과 그들의 결혼생활을 꼼꼼하게 보여주고, 어떤 인생도 결코 격리될 수 없는 사회, 정치, 경제의 문제가 개인의 사사로운 측면에 어떻게 관련되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 작가로 유명하다. 마치 코이셋 감독의 취향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재미있고, 귀엽고, 지적이면서도 전방위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감독의 다양한 문화적 토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음악에 대한 감독의 센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영화를 더욱 기억하게 만들고 가슴을 애잔하게 만드는 1등 공신은 무엇보다도 OST일 것이다. 영화에서 흘러 나오는 대표 음악들은 아래와 같다.
1. Baby don't forget my number - Milli Vanilli
2. God only knows - Brain Wilson
3. Senza fine - Gino Paoli
4. Try our wings - Barr, McGregor
5. Sometime later - Alpha
미용실 헤어드레서의 말대로 립씽크를 할 수도 있지만(또는 원곡과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가수의 음악이 다를 수도 있지만), 또 조금 생소하고 모르는 뮤지션도 있긴 하지만 음악만큼은 두고두고 들을만한 명곡들임에 틀림없다.
먼저 영화의 오프닝 씬에서 주인공 앤이 비를 맞으면서 나오는 노래가 무척 인상깊다. <Senza Fine>라는 곡으로 이탈리아 가수 지노 파올리Gino Paoli의 61년도 노래이다. 모니카 맨시니(<티파니에서 아침을>, <로미오와 줄리엣>, <핑크 팬더>, <하타리>, 그리고 TV 시리즈 <가시나무새> 등으로 유명한 영화 음악가 헨리 맨시니의 딸. 스탠다드 팝과 재즈 보컬리스트)가 영화 <고스트 쉽(2002)>에서 이 곳을 불러서 더욱 유명해진 곡이다. 바다에 떠있는 유령선에서 귀신이 날뛰는 영화에서 이런 곳을 불렀다는 게 영 납득이...? 암튼 Senza는 이탈리아 어로' ~ 없이'라는 뜻이라고 하고 'Fine'는 영어의 end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끝없이(no end)...'쯤으로 할 수 있을 듯하다. 마치 앤이 죽어도서 끝없이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를 하겠다는 소망의 독백을 영화 말미에 하듯이...또한 죽음은 삶을 이어주는 고리임을, 그래서 인생은 끝없이 계속 된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함으로 삽입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리가 앤을 데리고 레스토랑에 갔다가 나와서 자동차에서 트는 노래가 바로 블러섬 디리Blossom Dearie의 <Try Your Wings>라는 곡이다. 1926년생인 여성 싱어 블러섬 디리가 영화에서 83세로 고령으로 소개된다. 스탠다드 재즈 보컬리스트로 주로 50년대에 본격적으로 활동했고, 리가 아직도 클럽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은퇴할 나이임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디리의 생명력을 보여주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다음은 <Baby don't forget my number>라는 곡이다. 미용실 헤어드레서가 앤이 처음에 미용실에 들렀을 때 음악얘길 나누다가 립씽크 얘기가 나오고 밀리 바닐리Milli Vanilli를 두둔하는 말은 한다. 희대의 풍운아 밀리 바닐리! 그래미 상을 타자마자 1999년 립씽크라는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들이기도 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가 <여자여, 이게 진실인지 알잖아(Girl You Know It''s True)>의 표절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한 때는 전세계 랩, 댄스 음악계에 영향을 미친 흑인 듀오의 곡이 이 영화에 삽입되기도 했다.
또한 아버지가 수감되어있는 감옥에 앤이 면회가는 도중 흘러나오는 노래가 바로 <God Only Knows>란 곡이다. 영화에서는 The Langley Schools Music Projects라는 소년 합창단이 부른곡으로 수록되어 있지만 원곡자인 Brian Wilson의 노래로 선택되었다. 아버지가 왜 감옥에 갔는지 그 이유가 나오진 않지만, 그래도 그 이유는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증오할 만한 정도는 아닐 것이리라. 마치 신만이 알듯이...
끝으로 이 영화의 엔딩에 나오는 노래가 바로 1990년대에 활동한 인기 듀오 Alpha의 <Sometime Later>로 원곡의 노이즈까지 삽입되어 있어 더욱 친근감을 주고 있다.
* 힐링 포인트
1. 암진단을 받고 덤덤히 눈물을 흘리며 의사한테 생강사탕을 얻어 먹는 장면
2. 암진단을 받고 병원을 나온 앤이 비를 피하며 흘러나오는 나레이션(인생은 한낱 꿈이었
고 이제야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다.) 장면
3. 죽기 전에 해야할 일들을 적는 장면
4. 앤이 남편과 엄마에게 유언의 녹음하는 장면
5. 딸 아이들에게 매년 생일 때마다 들려줄 목소리를 녹음하는 장면
6. 평소엔 보이지 않던 것들(거리의 유리잔 연주자)이 들어오는 장면. 평범하고 일상적이지
만 삶의 깊이를 보여 주는 장면이고 연출력이다.
7. 자신만을 사랑해 주는 리와 비오는 날 레스토랑 밖에서 헤어지는 장면
8. 남편 돈이 쥐구멍 같은 집과 휴가조차 엄두 못내는 초라한 삶 속에서도 열심히 산 앤을
사랑하고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며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 장면
9. 직장 동료 로리에게 병 때문이 아닌 토하는 진짜 이유를 말하는 장면
- 8살 때 제일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가 모두에가 나를 갈보라고 했기 때문
- 15살 때 평생 가고 싶었던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기 때문
- 17살 때 첫애를 낳고 밤을 새워가며 키우느라 아무런 꿈도 가질 수 없었기 때문
- 아빠가 감옥에 가서 만나지도 못하기 때문
- TV 광고 속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데 내 딸은 바보같은 광고 노래만 부르고 있기 때 문
10. 키스해주지 않으면 소리지를 거라며 장난치며 차 안에서 리와 나누는 키스 장면
11. 슈퍼마켓에서 꿈을 꾸듯 사람들이 움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
12. 옆집에 이상 온 같은 이름의 간호사 앤과 샴 쌍둥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둘이 이름도 같고 대화의 소재도 샴 쌍둥이라서 더욱 중의적인 뜻이 포함됨)
13. 앤이 엄마에게 어렵게 아빠가 있는 감옥을 알고 찾아가서 만나는 장면
14. 앤이 침대에 누워 독백하는 장면 (내가 없는 삶 동안 가족들이 행복하기를... 누구에게
뭘 기도해야 할지 몰라도 무조건 기도해야해. 살지 못한 남은 인생을 후회할 필요도 없 어...)
* 덤으로 볼 추천 영화
버드의 마지막 휴가(1950), 내사랑 히로시마(1959), 쉘부르의 우산(1964), 남과 여(1966), 로미오와 줄리엣(1968), 러브 스토리(1970), 사랑을 위하여(1991), 굿바이 마이 프랜드(1995), 러브 액추얼리(2003), 윌로우 트리(2005), 라스트 홀리데이(2006), 버킷 리스트(2007), 잠수종과 나비(2008), 50/50(2011),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 펴지(1997),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번지점프를 하다(2000), 파이란(2001), 국화꽃 향기(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서서 자는 나무(201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