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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복
철령 높은 봉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원루를 비삼아 띄어다가
임 계신 구중심처에 뿌려본들 어떠리.
* 이항복 : 李恒福; 1556(명종 11)-1618(광해군 10). 조선의 문신. 호는 백사(白沙)
본관은 경주. 알성 문과에 급제, 여러 요직을 거쳐 영의정이 되었으며
임진왜란 때 많은 공을 세웠음. 오성부원군에 봉해졌으며 오성대감이라
불렀으며, 오성과 한음(이덕형의 호) 의 일화로 유명함.
* 철령 : 鐵嶺, 강원도 회양군과 함경남도 안변군 사이에 있는 높은 재.
* 고신원루 : 孤臣寃淚, 외로운 신하의 억울한 눈물.
* 구중심처 : 九重深處, 아홉 겹으로 둘러싸인 깊은 곳, 즉 대궐.
이덕형
큰 잔에 가득 부어 취토록 먹으면서
만고 영웅을 손꼽아 헤어보니
아마도 유령 이백이 내 벗인가 하노라.
* 이덕형 : 李德馨; 1561(명종 11)-1613(광해군 5). 조선의 문신. 호는 한음(漢陰),
본관은 광주(廣州). 별시 문과에 급제, 여러 요직을 거쳐 영의정에
이르렀으며,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 가서 구원병을 요청하는 등 공이 컸음.
광해군 때 영창대군의 처형과 폐모론을 반대하다가 삭직 당함.
'오성과 한음'의 일화로 유명하며, 글씨에 뛰어났음.
* 유령 : 劉伶, 유영. 서진(西晉)의 사상가로 죽림칠현의 한 사람. 술을 몹시 즐겼으며
'주덕송(酒德頌)'이라는 글이 있음.
* 이백 : 李白, 당나라의 대시인 이 태백. 술을 아주 좋아했음.
박인로
반중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동기로 세 몸 되어 한 몸 같이 지내다가
두 아운 어디 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고.
날마다 석양 문외에 한숨 겨워하노라.
* 박인로 : 朴仁老; 1561-1642. 조선의 무신. 시인. 호는 노계(蘆溪). 본관은 밀양.
임진왜란 때 별시위가 되어 왜적을 무찔렀고, 1599년(선조 32) 무과에
급제, 벼슬이 용왕위 부호군(종4품)에 이르렀음. 천재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많은 걸작가사를 남겼으며, 송강 정철을 계승하여 가사문학을
발전시키는데 큰공을 세웠음.
태평사, 누항사, 선상탄 등 많은 가사와 시조를 남겼음.
* 반중조홍감 : 소반 위에 놓인 일찍 익은 붉은 감.
* 없을 새 : 없는 까닭으로.
* 글로 : 그런 이유로.
* 세 몸 되어 : 3형제가 되어.
* 석양 문외 : 夕陽門外, 저녁 무렵 대문 밖에.
김상용
사랑이 거짓말이, 임 날 사랑 거짓말이.
꿈에 뵌단 말이 긔 더욱 거짓말이.
날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이리.
* 김상용 : 金尙容; 1561(명종 16)-1637(인조 15). 조선의 문신. 호는 선원(仙源),
본관은 안동. 김상헌의 형. 증광 문과에 급제, 여러 내외직을 거쳐
우의정에 이르렀음.
이정구
님을 믿을 것가, 못 믿을 슨 임이시라.
미더운 시절도 못 믿을 줄 알았어라.
믿기야 어려워마는 아니 믿고 어이리.
* 이정구 : 李廷龜; 1564-1635. 조선의 문신. 학자. 호는 월사(月沙),
본관은 연안(延安). 윤근수의 문인. 진사로 증광 문과에 급제, 여러 벼슬을
거쳐 좌의정에 이르렀음. 한문학의 대가로 글씨에도 뛰어났으며, 신흠,
장유, 이식과 함께 조선 중기의 4대문장가로 일컬어짐.
* 믿을 것가 : 믿을 것인가.
* 못 믿을 손 : 못 믿을 것은.
* 어려워마는 : 어렵건만은.
신 흠
한식 비 온 밤에 봄빛이 다 퍼졌다.
무정한 화류도 때를 알아 피었거든
어떻다 우리의 임은 가고 아니 오는고.
술이 몇 가지요, 청주와 탁주로다.
다 먹고 취할 선정 청탁이 관계하랴.
달 밝고 풍청한 밤 이어니 아니 깬들 어떠리.
* 신흠 : 申欽; 1566(명종 21)-1628(인조 6). 조선의 학자. 문신. 호는 상촌(象村).
본관은 평산(平山). 진사시로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음.
정주학자로 문명이 높았고, 장유, 이식과 함께 조선 중기 한문학 대가로
일컬어졌으며, 글씨를 잘 썼음.
* 화류 : 꽃과 버들.
* 피엇거든 : 피었는데. 피었거늘.
* 어떻다 : 어째서. 어찌하여.
* 취할 선정 : 취할망정
* 풍청한 : 風淸, 바람이 맑은.
장 만
풍파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양장이 물 도곤 어려왜라.
이 후란 배도 말도 말고 밭 갈기만 하리라.
* 장만 : 張晩; 1566(명종 21)-1629(인조 7). 조선의 문신. 호는 낙서(洛西).
본관은 인동(仁同). 생원 진사 양시에 합격하고 별시 문과에 급제, 여러
내외직을 거쳐 우찬성(종1품)에 이르렀음. 문무를 겸비하고 재략이 있었음.
영의정에 추증되었음.
* 구절양장 : 九折羊腸, 굽이굽이 틀어진 양의 창자처럼 험준한 산길.
* 물 도곤 어려왜라 : 물보다 어렵구나.
김덕령
춘산에 불이나니 못다 핀 꽃 다 붙는다.
저 뫼 저 불은 끌 물이나 있거니와
이 몸에 내 없는 불이 나니 끌 물 없어 하노라.
* 김덕령 : 金德齡; 1567(명종 22)-1596( 선조 29). 조선의 의병장. 자는 경수(景樹),
본관은 광주(光州). 성혼의 문인.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정돈,
여러 차례 적의 대군을 무찔러 왜적이 가장 무서워하는 의병장의 한
사람이 되었음. 1596년 반란을 일으킨 이몽학과 내통했다는 무고로 옥에
갇혀 국문을 받다가 옥사했음. 나중에 신원 되어 병조 참의에 추증되었음.
* 내 없는 : 연기 없는.
정 온
책 덮고 창을 여니 강호에 배 떠 있다.
왕래백구는 무슨 뜻 먹었는고
앗구려, 공명도 말고 너를 쫓아 놀리라.
* 정온 : 鄭蘊; 1569(선조 2)-1641(인조 19)조선의 문신. 호는 동계(桐溪). 본관은
초계(草溪). 정인홍, 정구의 문인. 정인홍이 권신이 되자 절교했음. 진사로서
별시 문과에 급제, 병자호란 때 이조 참판(종2품)으로서 김상헌과 함께
적화를 주장했음. 영의정에 추증.
* 왕래백구 : 往來白鷗, 가고 오는 백구. 오락가락하는 갈매기.
* 앗구려 : 아서라. 감탄사.
김상헌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 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 김상헌 : 金尙憲; 1570(선조 3)-1652( 효종3). 조선의 문신. 호는 청음(淸陰),
본관은 안동(安東). 윤근수의 문인. 정시 문과, 문과 중시에 각각 급제,
벼슬이 좌의정에 이르렀음. 숭명파(崇明派)로 절의(節義)가 있어 신망을
받았으며, 글씨를 잘 썼음.
이안눌
천지로 장막 삼고 일월로 등촉 삼아
북해수 휘어다가 주준에 대어두고
남극의 노인성 대하여 늙을 뉘를 모르리라.
* 이안눌 : 李安訥; 1571(선조 4)-1637(인조 15). 조선의 문신. 시인. 호는 동악(東岳),
본관은 덕수. 정시 문과에 급제, 여러 내외직을 거친 후 예조 판서에
이르렀음. 청백리에 녹선(錄選)됨. 시인 권필과 쌍벽을 이룬 시인으로
이태백에 비유되었고, 글씨도 잘 썼음. 좌찬성에 추증.
* 주준 : 酒樽, 술동이.
* 노인성 : 老人星, 사람의 수명을 맡은 별.
* 뉘 : ‘때'의 옛말.
홍서봉
이별하던 날에 피눈물이 난지 만지.
압록강 내린 물이 푸른빛이 전혀 없네.
배 위의 허여 샌 사공이 처음 보롸 하더라.
* 홍서봉 : 洪瑞鳳; 1572(선조 5)-1645(인조 23). 조선의 문신. 호는 학곡(鶴谷),
본관은 남양. 사마시를 거쳐 별시 문과, 문과 중시에 급제,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음. 병자호란 때 최명길과 함께 화의를 주장했고, 수차에
걸쳐 청나라 진영에 왕래하며 항복의 절차를 협의했음. 문장과 시에
능했고, 글씨도 뛰어났음.
* 난지 만지 : 난둥 만둥. 났는지 말았는지.
* 허여 샌 : 허옇게 샌.
* 보롸 : 보노라. 본다.
정충신
공산이 적막한데 슬피 우는 저 두견아
촉국 흥망이 어제오늘 아니어늘
지금히 피나게 울어 남의 애를 끊나니.
* 정충신 : 鄭忠臣; 1576(선조 9)-1636(인조 14). 조선의 무신. 호는 만운(晩雲),
본관은 광주(光州). 무과에 급제, 이괄의 난 때 공을 세우고 그 후
포도대장, 경상도 병마절도사를 역임. 천문, 지리, 의술 등 다방면에
정통했고 청렴하기로도 이름이 높았다.
* 두견 : 杜鵑, 촉나라 망제의 죽은 혼이 되엇다 는 새.
* 촉국 : 蜀國, 중국 상고시대의 작은 나라, 진에 멸망되었음.
* 지금히 : 지금에 이르도록.
* 끊나니 : 끊느냐. '-나니'는 의문 종지형.
장 현
압록강 해진 후에 어여쁜 우리 님이
연운만리를 어디라고 가시는고
봄풀이 푸르거든 즉시 돌아오소서.
* 장현 : 張炫; 조선 인조 때 통역관. 병자호란 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볼모로
심양에 끌려갈 때 따라간 바 잇고, 나중에 지사(知事) 벼슬을 지냈음.
* 어여쁜 : 가엽슨.
* 연운만리 : 燕雲萬里, 중국의 서울 연경(燕京)으로 가는 머나먼 길.
김광욱
공명도 잊었노라 부귀도 잊었노라.
세상 번우한 일 다 주어 잊었노라.
내 몸을 나머지 잊으니 남이 아니 잊으랴.
세버들 가지 꺾어 고기 꿰어 들고
주가를 찾으려 단교를 건너가니
왼 골에 행화 져 쌓이니 갈 길 몰라 하노라.
* 김광욱 : 金光煜; 1580(선조 13)-1656(효종 7).조선의 문신. 호는 죽소(竹所),
본관은 안동. 증광 문과에 급제, 벼슬이 좌참찬(정2품)에 이르렀음.
이언적, 이황의 문묘종사를 반대하는 정인홍을 탄핵했으며, 폐모론 때에는
정청에 참여하지 않아 파직 당한 일이 있었음.
* 번우 : 煩憂, 번거롭고 시름겨운.
* 주어 : 모조리.
* 세버들 : 가는 버들. 세류.
* 주가 : 酒家, 술집
* 단교 : 斷橋, 헐어진 다리.
* 왼 골 : 온 골짜기.
* 행화 : 杏花, 살구꽃.
홍익한
수양산 내린 물이 이제의 원루 되어
주야불식하고 여흘여흘 우는 뜻은
지금의 위국충성을 못내 설워하노라.
* 洪翼漢 : 1586(선조 19)-1637(인조 15). 조선의 문신. 3학사의 한 사람. 호는
화포(花浦), 본관은 남양. 이정구의 문인. 생원으로 정시 문과에 장원.
평양부 서윤을 지냈음. 병자호란 때 화의론에 적극 반대, 오달제, 윤집과
함께 청나라에 잡혀가 살해되었음. 영의정에 추증.
* 수양산 : 首陽山, 백이 숙제가 절의를 지켜 고사리를 꺾어 먹다가 죽었다는 산.
* 이제 : 夷齊, 백이와 숙제.
* 원루 : 寃淚, 원한의 눈물.
* 주야불식 : 밤낮으로 쉬지 않음.
* 여흘여흘 : 물이 여울목을 흘러갈 때의 나는 소리.
윤선도
산중신곡' 중의 '만흥' 1.
산수간 바위 아래 띠집을 짓노라 하니
그 모른 남들은 웃는다 한다마는
어리고 햐암의 뜻에는 내 분인가 하노라.
* 그 모른 : 그 마음을 모르는
* 어리고 : 어리석고
* 햐암 : 향암(鄕闇). 시골구석에 살아서 사리에 어두운 사람.
'산중신곡' 중의 '만흥(漫興)'2.
보리밥 풋나물을 알마초 먹은 후에
바위 끝 물가에 슬카지 노니노라.
그 밖의 여남은 일이야 부랄 줄이 있으랴.
* 슬카지 : 실컷
* 여남은 : 다른 남은
* 불알 줄 : 부러워 할 줄.
'산중신곡'의 만흥(漫興) 3.
잔 들고 혼자 앉아 먼 뫼를 바라보니
그리던 임이 오다 반가움이 이러하랴.
말씀도 웃음도 아녀도 못내 좋아하노라.
* 오다 : 온다고
* 아녀도 : 아니하여도
산중신곡' 중 '오우가'의 서시.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 수석과 송죽이라 : 水石松竹. 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중 '춘사' 1.
앞 개에 안개 걷고 뒤 뫼에 해 비친다.
배 떠라 배 떠라, 밤물은 거의 지고 낮물이 밀어온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강촌 온갖 곳이 먼빛이 더욱 좋다.
* 앞 개 : 앞 바다.
*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 닻을 감을 때나 노를 저을 때 나는 소리(의성어).
* 윤선도 : 尹善道; 1587(선조 20)-1671(현종 12). 조선의 시인. 문신. 호는 고산(孤山)
본관은 해남(海南). 진사로 별시 문과 초시에 장원, 증광 문과에 급제,
벼슬이 예조 참의. 동부승지(정3품)에 이르렀음. 성격이 강직하여 여러
사정으로 20여 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고, 19년 간 은거 생활을 했음.
그 동안 훌륭한 작품을 남겨, 가사문학의 대가인 정철과 더불어 시조
문학의 대가로 국문학사상 쌍벽을 이루었음.
이명한
서산에 일모하니 천지에 가이없다.
이화에 월백하니 임 생각 새로워라.
두견아, 너는 누를 그려 밤새도록 우나니.
* 일모하니 : 日暮. 해가지니
* 이화 : 梨花. 배꽃.
* 월백 : 月白. 달빛이 희니. 달빛이 밝으니
* 두견 : 杜鵑. 뻐꾸기
꿈에 다니는 길이 자취 곧 나량이면
임의 집 창밖이 석로라도 닳으련마는
꿈길이 자취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 나량이면 : 날 것 같으면.
* 석로 : 石路, 돌길.
* 이명한 : 李明漢; 1595(선조 28)-1645(인조 23). 조선의 문신. 호는 백주(白洲),
본관은 연안. 벼슬이 예조 판서에 이르렀음. 성리학에 조예가 깊고, 시와
글씨에 뛰어났음. 병자호란 때 척화파로 심양에 잡혀갔던 의분을 노래한
6수가 전함.
정두경
금준에 가득한 술을 슬카장 기울이고
취한 후 긴 노래에 즐거움이 그지없다.
어즈버, 석양이 진타 마라 달이 좇아 오노매.
* 정두경 : 鄭斗卿; 1597(선조 30)-1673(현종 14). 조선의 문신. 학자, 호는
동명(東溟), 본관은 온양. 이항복의 문인. 별시 문과에 장원, 벼슬이 홍문관
제학(종2품) 이르렀음. 시문과 서예에 뛰어났음. 대제학에 추증.
* 금준 : 金樽, 술을 담은 좋은 단지.
* 슬카장 : 싫도록. 실컷.
* 어즈버 : 아!
* 진타 : 盡, 다했다. 끝났다.
* 오노매 : 오노매라. 오는구나.
정태화
술을 취케 먹고 두렷이 앉았으니
억만 시름이 가노라 하직한다.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시름 전송하리라.
* 정태화 : 鄭太和; 1602-1673. 조선의 문신. 호는 양파(陽坡), 본관은 동래.
별시 문과에 급제, 여러 내외직을 거쳐 영의정에 이르렀음.
* 두렷이 앉았으니 : 여럿이 둥글게 둘러앉았으니.
강백년
청춘에 곱던 양자 임으로야 다 늘거다.
이제 임이 보면 날인 줄 알으실까.
진실로 날인 줄 알아보면 고대 죽다 설우랴.
* 강백년 : 姜栢年, 1603(선조 36)-1681(숙종 7). 조선의 문신. 호는 설봉(雪峰),
본관은 진주. 정시 문과에 급제, 좌참찬(정2품)에 이르렀음. 영의정에 추증.
* 양자 : 樣子, 모양. 모습.
* 임으로야 : 임으로 말미암아.
* 다 늘거다 : 늙었다.
* 고대 : 금방.
송시열
임이 헤오시매 나는 전혀 믿었더니
날 사랑하던 정을 뉘에게 옮기신고
처음에 뮈시던 것이면 이대도록 설우랴.
* 송시열 : 宋時烈, 1607(선조 40)-1689(숙종 15). 조선의 문신. 학자. 호는
우암(尤庵). 본관은 은진(恩津). 김장생, 김집의 문인. 생원시에 1등으로
합격, 천거로 여러 벼슬을 거쳐 좌의정에 이르렀음. 왕세자(경종)책봉을
반대하다가 제주도에 귀양, 상경도중 사사되었음. 일생을 주자학 연구에
몰두한 거유(巨儒)로 예론(禮論)에 밝았으며 뛰어난 학식으로 많은 학자를
길러냈음. 글씨는 대자를 잘 썼음.
그의 많은 저서는 <송자대전(宋子大全)>에 수록되어 있음.
* 해오시매 : 헤아려 주시매. 뜻을 알아주시기에.
* 뮈시던 : 미워하시던.
* 이대도록 : 이다지도.
효종
청강에 비 듣는 소리 긔 무엇이 우습관대
만산홍록이 휘두르며 웃는 고야.
두어라, 춘풍이 몇 날이리 웃을 대로 웃어라.
* 청강 : 淸江. 맑은 강.
* 비 듣는 : 비 떨어지는.
* 우습관대 : 우습기에
* 만산홍록 : 萬山紅綠, 산에 가득한 꽃과 풀(잎).
* 휘두르며 : 제멋대로.
청석령 지나거냐, 초하구 어디메오.
호풍도 참도찰사 궂은비는 무슨 일고.
뉘라서 내 행색 그려다가 임 계신 데 드릴꼬.
* 청석령 : 靑石嶺, 평북 의주 부근에 있는 지명.
효종이 심양(瀋陽)으로 잡혀 갈 때, 지나 간 곳.
* 지나거냐 : 지났느냐.
* 초하구 : 草河口, 평북 의주 부근에 있는 지명.
효종이 심양(瀋陽)으로 잡혀 갈 때, 지나 간 곳.
* 호풍 : 胡風, 오랑캐 땅에서 부는 바람.
* 참도찰사 : 차기도 차구나.
* 임 : 부왕인 인조.
* 효종 : 孝宗, 1619(광해군 11)-1659(효종 10). 조선 제 17대 왕. 봉림대군에 봉해
졌을 때, 병자호란으로 형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 볼모로 잡혀가 8년 동안
있었음. 청나라에 원한을 품고 이를 설욕하고자 북벌(北伐)을 계획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음.
인평대군
세상 사람들이 입들만 성하여서
제 허물 전혀 잊고 남의 흉 보는고야.
남의 흉 보거라 말고 제 허물 고치과저.
* 인평대군 : 麟坪大君, 1622(광해군 14)-1658(효종 9). 조선 효종의 아우.
병자호란의 비분을 읊은 시가 전하며, 글씨와 그림에 모두 능했음.
* 성하여서 : 살아있어서.
* 보거라 말고 : 보려고 하지 말고.
이화진
초당에 깊이든 잠을 새소리에 놀라 깨니
매화우 갓 갠 가지에 석양이 거의로다.
아희야 낚대 내어라, 고기잡이 늦었다.
* 이화진 : 李華鎭, 1626(인조 4)-1696(숙종 22). 조선의 문신. 호는 묵졸재(默拙齋),
본관은 여주. 정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우부승지(정3품)에 이르렀음.
* 매화우 : 梅花雨, 음력4-5월에 오는 비. 장마.
* 갓 갠 : 금방 갠.
* 거의로다 : 다 기울어 가도다.
* 낚대 : 낚싯대.
남구만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긔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 남구만 : 南九萬, 1629(인조 7)-1711(숙종 37). 조선의 문신. 호는 약천(藥泉),
본관은 의령. 송준길의 문인. 사마시를 거쳐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음. 문사(文詞). 서화(書畵)에 뛰어났음.
* 노고지리 : 종달새. 종다리.
* 우지진다 : 우짖는다.
* 소치는 : 소 기르는.
* 상긔 : 아직.
* 일었느냐 : 일어났느냐.
* 하느니 : 하느냐.
박태보
감장 새 작다하고 대붕아 웃지 마라.
구만리장천을 너도 날고 저도 난다.
두어라, 일반 비조니 네오 긔오 다르랴.
* 감장 새 : 굴뚝새. 빛이 검고 몸집이 작음.
* 비저 : 飛鳥, 다 같은 날 새.
* 네오 긔오 : 너나 그거나.
흉중에 불이나니 오장이 다 타간다.
신농씨 꿈에 보아 불 끌 약 물어보니
충절과 강개로 난 불이니 끌 약 없다 하더라.
* 신농씨 : 神農氏, 중국 고대 제왕의 이름. 농사와 제약을 가르쳤다 함.
* 강개 : 慷慨 의분.
* 박태보 : 朴泰輔, 1654(효종 5)-1689(숙종 15). 조선의 문신. 본관은 반남.
알성문과에 장원, 이조좌랑. 암행어사 등을 역임했음. 인현왕후의 폐위를
극력 반대하다가 심한 고문을 당하고 죽었음. 영의정에 추증.
김창업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 할 이 뉘 있으며
의원이 병 고치면 북망산이 저러하랴.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 김창업 : 金昌業, 1658(효종 9)-1721(경종 1). 조선의 문신. 호는 노가재(老稼齋),
본관은 안동. 영의정 김수항의 4남. 영의정 김창집의 아우. 도학, 문장으로
이름을 떨쳤음. 그림에도 뛰어났음.
김유기
춘풍 도리화들아, 고운 양자 자랑 말고
장송 녹죽을 세한에 보려무나
정정코 낙락한 절을 고칠 줄이 있으랴.
* 김유기 : 金裕器, 조선 숙종 때의 명창. 시조를 잘 했으며 김천택과 교분이 두터웠음.
* 도리화 : 桃李花. 복숭아꽃 오얏꽃
* 녹죽 : 綠竹, 푸른 대나무.
* 세한 : 歲寒, 음력 연말 무렵의 추위.
* 낙락한 절 : 정정하고 높은 절개.
주의식
말하면 잡류 라하고 말 않으면 어리다 하네.
빈한을 남이 웃고 부귀를 새우는데
아마도 이 하늘 아래 사롤 일이 어려왜라.
* 주의식 : 朱義植, 조선 숙종 때의 가인. 호는 남곡(南谷). 숙종 때 무과에 급제,
칠원 현감을 지냈음.
* 잡류 : 雜類, 잡된 무리.
* 어리다 : 어리석다.
* 새우는데 : 시샘하는데
* 사롤 : 사뢸. 즉 말할. 또는 살게 할.
* 어려왜라 : 어렵구나.
김성최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해 옴세.
백년 덧 시름 잊을 일을 의논코자 하노라.
* 김성최 : 金盛最, 조선 숙종 때의 문신. 호는 일로당(佚老堂), 본관은 안동.
진사시에 합격, 1683년(숙종 9) 단양군수에 이어 내외직을 역임.
통정대부로 목사(정3품)에 이르렀음.
* 부르시소 : 부르시오.
* 백년 덧 : 백 년 동안.
구지정
쥐 찬 소리개들아, 배부르다 자랑마라.
청강 여윈 학이 주리다 부럴소냐.
내 몸이 한가하여마는 살 못 찐들 어떠리.
* 구지정 : 具志禎, 조선 숙종 때의 문신. 시인. 본관은 능성(綾城).
남구만의 추천으로 임용되어 공주, 황주 등의 목사를 지냈음.
* 쥐 찬 : 쥐를 잡아 찬.
* 소리개 : 솔개.
* 청강 : 淸江. 맑은 강.
* 부럴소냐 : 부러워할 소냐.
* 한가하여마는 : 한가하고서는.
윤두서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다 흙만 여기도다.
두어라, 흙이라 한들 흙일 줄이 있으랴.
* 윤두서 : 尹斗緖, 1668(현종 9)-? . 조선의 문인. 화가. 호는 공재(恭齋), 본관은
해남. 진사시에 합격, 시문에 능했고, 동식물, 인물 등을 잘 그렸음.
현재(玄齋) 심사정, 겸재(謙齋) 정선과 함께 삼재(三齋)라 불림.
윤유
대동강 달 밝은 밤에 벽한사 띄워두고
연광정 취한 술이 부벽루에 다 깨거다.
아마도 관서 가려는 예뿐인가 하노라.
* 벽한사 : 신선이 타는 배. '벽한'은 푸른 하늘과 은하수, 곧 하늘을 뜻함.
* 깨거다 : 깨었다.
* 관서 가려 : 關西 佳麗, 관서 지방의 좋은 곳.
청류벽에 배를 매고 백은탄에 그물 걸어
자 남은 고기를 눈살 같이 회쳐 놓고
아희야 잔 자로 부어라, 무진토록 먹으리라.
* 청류벽 : 淸流壁, 평양 을밀대 근처에 있는 긴 석벽.
* 백은탄 : 白銀灘, 평양 능라도 근처에 있는 여울.
* 자 남은 : 한 자가 넘는.
* 눈살 같이 : 흰 살 같이.
* 자로 : 자주.
* 윤유 : 尹游 1674(현종 15)-1737(영조 13). 조선의 문신. 호는 만하(晩霞), 본관은
해평. 생원으로 정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예조판서에 이르렀으며, 당대의
명필로 이름을 떨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