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행사에 대한 이해를 위해
저희가 접할 수 있었던 자료들을 인용해
대략 정리해 보기로 하지요.
계룡산 산신제는 음력 3월16일을 전후해 열리는 축제로서 유교식, 불교식, 무교식이 어우러진 제의인 현대적인 의미의 축제로서 되살리기 시작한 것은 5년에 불과하지만 그 기원을 찾아가면 천오백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인 축제입니다.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항시 보이지 않는 앞날을 위해 무엇인가 찾아 마음 속으로 의지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신에 의지하고 하늘에 의지하고 조상에 의지하고 심지어 고목 암석까지 신앙의 대상으로 삼지요. 그런 연유로 명산을 찾아 산신을 위하고 대천을 찾아 수신을 위하는 '산신제' '수신제'가 시작되고, 이런 풍속이 상고시대부터 제도화되면서 규모와 절차는 다르지만 관과 민이 다같이 봉행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도 닦기 위해 오르는 산'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계룡산은 흔히 종교박물관이라 얘기되지요.
능선이 닭 벼슬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계룡산은 그 정기 때문에 조선의 도읍지가 될 뻔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삼악(북의 묘향산, 남의 지리산, 중앙의 계룡산) 중 중악으로 예로부터 신성하게 여겨, 매년 태평성대를 갈구하는 산신제가 바로 계룡산 중악단에서 수백년 동안 거국적으로 거행되어 왔습니다.
국립공원으로 풍광이 수려하고, 많은 역사적 사연도 간직하고 있는 계룡산은 동학사, 갑사, 신원사 등 명찰과 열 한 곳의 굿당을 품고 있는 충남 제일의 명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계룡산 산신제는 계룡산산신제보존회가 주최하고 공주민속극박물관에서 기획하며, 계룡산 산자락 마을인 양화리 주민들이 참여하여 만든 축제입니다. 세계에서 정한 '산의 해'에 치러지는 이번 축제는 특히 일본의 전통연희 특집으로 꾸며졌습니다.
행사별로 보면
■ 유가식 산신 제례
예부터 나라에서는 해가 바뀌면 국태민안과 시화연풍을 위해 예조에서 제관을 선정하여 제를 지내고 기도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농어촌에서는 마을 전체가 단결하여 목욕재계하고 무병장수, 무사안녕과 풍년 풍어를 기원하였습니다. 그 자리가 바로 '산신단'과 '수신단'입니다.
우리 고장의 명산인 계룡산, 그 곳에 자리한 계룡단은 웅진단과 함께, 산천제의(山川祭儀)가 국행제로써 거행되어 온 유서 깊은 곳입니다. 봄(春), 가을(秋)로 나라로부터 향(香)과 축(祝)을 내려 받아 공주향교가 주관한 이 제향은 관(官)과 민(民)이 함께 한 거국적인 행사로서 엄격한 예전(禮典)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선왕조의 몰락과 함께 이 산천제의의 맥이 단전되어 오다가, 1998년 공주향교가 세종실로(世宗實錄) <제산천의(祭山川儀)> 등에 따라 재개(齋戒)와 진설(陳設)과 행례(行禮)를 따라 복원하여 국행제로서의 면모를 되찾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제의는 4월 26일 새벽6시에 공주향교가 주관해 계룡산 계룡단터에서 치러졌습니다.
■ 유가식 웅진단 터 제례
공주시 웅진동 '고마나루' 송림 속의 곰사당에서 북쪽의 길을 따라 50여 미터쯤 가다 보면, 금강변에 느티나무 고목과 우람한 소나무가 서 있고, 이름 모를 분묘(墳墓) 3기(基)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 원래의 웅진단 자리입니다.
이곳에서 거행되었던 웅진단 수신제례는 계룡단 제례와 함께 조선조의 가장 대표적인 산천(山川祭禮)이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웅진은 독(瀆)으로서 중사(中祀)의 위함을 받음으로써 소사(小祀)로 모셔졌던 계룡단보다 한 등급 높은 제사로 모셔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역시 26일 오전 11시에 공주향교가 주관해 웅진단터에서 진행했습니다.
저의 비디오가 이 행사들을 놓쳤습니다. 아쉽군요.
■ 계룡산 풍장놀이
계룡산 신원사가 위치한 양화리 마을의 어른들로 이루어진 풍장패가 26일 오후2시와 28일 오후1시, 어린이풍장패가 27일 오후 1시30분, 청년들로 이루어진 '놀이패 풍장'이 28일 오후 6시에 각각 계룡산 산신제를 축하하는 잔치마당을 벌였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지역주민들이 모두 참여해 신명나는 한 판을 벌이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 계룡산 산신 축원
계룡산 자락에는 우리의 민속신앙을 지켜가며 충청도의 법도 있는 굿판을 이어가는 법사와 보살들이 있습니다. 그 중 이 축원을 주도한 박천종법사와 노연화 보살은 계룡면 양화리의 고 정일중 법사에게서 충청도의 법도있는 굿판을 배웠다고 합니다.
육계주 - 태을보신경 - 부정경 - 고축 - 신명축원 - 상산거리 - 대감거리 - 퇴송의 순서로 이어진 이 굿은 소리로 시작해서 소리로 끝나는 듯 했습니다. 그 중 익숙한 가락이... 우리가 흔히 경기민요로 많이 듣고 있는 창부타령이었습니다. 창부타령이 원래 무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굿 과정에서 창부가 부르는 타령을 듣게 되다니...ㅜ.ㅡ
■ 삼바소
일본의 인형극단 푸크의 2인극 '삼바소'는 단연 이 축제의 가장 인기프로그램이었습니다. 땅을 갈고 씨를 뿌리는 일본농민의 삶에서 우러나온 춤 '삼바소'는 일본의 고유 인형극 분락쿠(文樂)의 인형기술을 현대화 시킨 것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분락쿠의 인형이 3명의 인형조종사가 필요한데 반해서, 한명의 인형 조종사가 바퀴가 달린 상자 위에서 두손과 발을 이용하여 조종하는 것이 다르답니다.
먼저 엄숙한 표정의 일본 무당 인형을 이용해 둘이서 하는 삼바소를 보여주었는데, 이것을 보고 난 뒤에 일본의 굿 오카야마 빗츄카구라를 보니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나서 해학적인 표정의 농부인형을 갖고 옷을 바꿔입히면서 '작은 수레타고 노는 댓가치 요술'과 '작은 수레타고 노는 해학적 춤판'을 보여주었는데 작은 바퀴달린 상자에 앉아 앉은키만한 인형을 머리와 어깨 손 발에 연결해서 실제 인형 조종자의 신체움직임을 이용해 인형을 움직이는 방법의 특이함도 눈길을 끌었지만 특히 우리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인형의 해학적인 표정과 소품을 다루는 기술, 짧으면서도 경쾌한 음악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지요. 그 후에서 축제장 곳곳에서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샤떼! 샤떼!'로 시작되는 그 노래를 흉내내는 것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공연과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6호 서산박첨지놀이를 통해서 두 나라의 전통인형극 세계를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민요패 소리왓 소리판굿
2001년 제7회 정기공연 작품이었던 '우리할망넨 영 살아수다'를 30분용으로 대폭 축약해서 27일 오후 2시와 28일 오후1시 30분에 각각 한 차례씩 축제장 마당에서 공연했습니다. 이번에는 변향자 회원이 연출하고 오영순, 문석범, 안민희, 현애란, 양윤호, 변향자, 허수빈 회원이 출연했는데, 특별히 안민희 회원의 딸인 주세연(3살)이 극중 아역으로 출연하여 플래시 세례를 받기도 했습니다. 또 문석범 회원은 공연이 끝나고 나서 싸인을 해달라는 10여명에 둘러싸이는 이례적인 사건도...
흙마당이라 배우들이 움직일 때마다 먼지가 풀썩풀썩 나는데다,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심한 제주사투리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지않고 열심히 응대해주는 우수관객들로 해서 많은 힘을 얻은 공연이었습니다.
이외에 송정희 회원이 기획으로, 저와 주석종 후원회원은 기록겸 아기업개로 따라갔답니다. ^^
■ 오카야마 <비추카구라(備中神樂)>
일본의 빗츄우(備中) 지방에서는 신사(神事, 신을 제사 지내는 의식) 중심의 가구라(神樂)에, 기비(吉備) 신화와 이즈모(出雲) 신화를 소재로 한 신노우(神能-신화극)를 가미한 모습으로 '비추카구라'가 오늘에 전승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비추카구라 연희단이 27일 오후 2시30분과 28일 오후 6시에 시연했습니다.
이번에 연희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자를 못넣어서 이해가 될는지?)
*사카키마이
신들을 맞아 카구라가 행해지는 무대와 그와 관련된 신주와 태부들을 정화하는 춤. 일본에서 신나무는 가장 신성한 나무로, 그 잎이 지닌 정화력에 영향을 받게 된다. 깨끗하게 정화한 방위는 동,남,서,북,중앙으로 이것은 오행사상과 풍수론과도 상통한다.
*뱍카이신지
카구라가 연출되는 무대에 고진(조왕신)을 비롯하여 인연이 있는 신들을 초빙한다. 도우자카지와 진자카지가 있고, 뱍카이의 움직임은 천상계에서 신들이 강림하여, 지미찌 팔방에 뺑 둘러선 것은 신들의 진좌를 나타낸다.
*사루다히꼬마이
카구라에 등장하는 신들을 선도하는 춤. 사악한 기운과 악령을 제거하고 길을 여는데 붉은 비고면과 도검이 특이하다.
*오쿠니누시마이
군주로서 영내를 순행하는 춤. 오오쿠니누시는 군주인데 일본 전국에서 복신으로 숭상받고 있다. 여기서도 수복원만의 복의 씨앗을 뿌린다.
■ 충청남도 무형문화제 제4호 <산유화가>
참여/출연 : 부여 세도 두레 풍장 보존회
저희 박홍남선생님을 만나뵐 수 있을거라 기대했었는데, 아쉽게도 두분의 기능보유자 중 다른분인 조택구씨가 일행을 이끌고 오셨더군요. 그래도 박홍남 선생님과 조택구 선생님의 소리를 비교해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소리꾼은 그 판의 광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맞습니다. 소리가 더 흥겹게 느껴지는 건 소리 사이사이 관객과 나누는 재담이 있어서일겁니다. 사회자 또는 관객들, 일행들과 맛나게 나누는 재담들을 들으며 우리는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랫동안 소리와 만나고, 사람들과 만나야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산유화가는 부여 세도 지역에 전승되는 민요의 하나로 농사일을 하면서 피로를 잊고 능률을 올리기 위해 부르는 일노래입니다. 산유화가는 메나리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산유화를 풀어서 ‘뫼놀이’라 한 것이 메나리로 되었다는 설과 옛 민요 ‘미나리꽃은 한철이라’하는 데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 다른 명칭으로는 뫼놀꽃, 미나리 등이 있지요. 이 민요는 노인분들에 의해서 토막토막 구전되어 왔습니다. 나라(백제)를 잃은 슬픔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이기 때문에 구슬프고 처량한 느낌을 줍니다. 남녀가 주고 받는 형식으로 불리워지며 모심기, 김매기 등의 농요로서 뿐만 아니라 노동과 관계 없이도 불리워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7호 <승 무>
참여/출연 : 이애리/엄정자
행사내용 :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8호 <승무> 보존회
제가 이 부분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리로만 들어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
■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7호 <서산 박첨지놀이>
충청남도 서산시 음암면 탑곡리에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전승되어 오는 이 민속인형극은 한 마을의 사람들에 의하여 놀아지는 전통인형극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앉아 이 민속인형극을 만들어 노는 가운데 살이 붙여지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된 작품이라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몇년 안 된 일이라고 합니다.
남사당패의 꼭두각시놀음과 그 줄거리와 극술은 유사한 데가 많으나 전승지인 충청남도 서산지방의 풍광과 인심 그리고 짙은 사투리로 재담이 짜여져 있습니다.
인형을 만들어 옷을 입히고, 조종을 하며 반주를 하는 모든 일을 마을 사람들이 고루 맡으니 명실공히 살아있는 인형극이라 할 만 하지요.
일본의 삼바소와 비교해 본다면, 삼바소가 간결하고 함축된 언어를 사용하는 대신 몸 전체를 움직이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비해 막대인형으로 인형을 조정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크거나 그림이 화려하지 않은 대신 구수하고 여유있는 충청도 특유의 입담으로 엮어나가는 재담이 특징적이었습니다.
■ 불가식 산신대재
신원사는 백제시대에 창건된 절로 계룡산 산사 중에서 가장 소박한 형태의 절집을 유지하고 있어 가장 산사답다는 평을 듣는 곳입니다. 특히 불가식 산신대재(山神大齋)가 열리는 중악단은 우리 나라 삼악인 묘향산, 계룡산, 지리산 가운데 오직 하나 남아있는 사우(祠宇)라고 합니다.
1999년 3월 2일, 중악단과 그의 부속건물 2동이 국가지정 보물 제1293호로 지정되면서 신원사에서는 우리나라 유일의 사우를 모시게 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지요.
현재 신원사에서는 조석으로 예경할 뿐 만 아니라 매년 음력 3월 16일 격식을 갖춘 산신대재의 법요식(法要式)을 올리고 있다.
여기서는 천수바라춤과 4다라니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비빔밥을 공양하더군요.
■ 임오년 꽃맞이 굿
최영장군당굿보존회 서경욱만신이 벌이는 화려한 황해도당굿입니다.
최영장군은 고려말 요동정벌에 나섰으나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죄를 뒤집어 써 참형을 당하니 고려를 지키려 한 비통한 마지막 장군입니다. 이 최영장군이 무속신앙에서 신격화되어 지금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모셔지고 있습니다.
최영장군 당굿은 신청울림 - 상산맞이 - 초부정, 초감흠거리 - 소대감거리- 성주거리 - 칠성,제석거리 - 별상거리 - 영정거리 - 군웅, 타살거리 - 먼산장군거리 - 대감거리 - 토일성수거리 - 신장거리 - 장군(작두)거리 - 조상거리 - 목신서낭거리 - 마당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리와 춤이 어우러져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굿이었습니다.
■ 계룡산 노래자랑
가수 송대관씨를 초청하여 이 마을의 주민들을 위한 노래잔치를 벌였는데, 동네 노인들 노래 실력이 대단하다는 후일담. 특히 '내청춘을 돌려도-'를 부른 79세 할머니의 얘기가 두고두고 회자되었지요. 그런데 글쎄 여기에 양윤호 회원이 출전하여 인기상을 받았답니다. 이게 다 공연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덕이 아닐까요?
■ 먹거리 장터 와 토산품/공예품 장터
참여/출연 : 양화리 청년회/부녀회
계룡면 청년회와 부녀회에서 차려내는 맛깔나고 향수 어린 민속음식주점. 충남의 공예가들의 수공품과 지역토산품을 홍보·판매의 장터.
여기에는 지역주민들 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잡상인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답니다. 동네 가게에서 만들어파는 두장에 천원짜리 쑥떡과 동네할머니가 만들어내오는 도토리묵도 맛있었구요.
■ 행사명 : 민속놀이 마당
참여/출연 : 양화리 청년회/부녀회
행사내용 : 민속축제에서 즐길 수 있는 우리의 민속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팽이치기, 윷놀이, 투호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