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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사랑 산악회
 
 
 
카페 게시글
산행 사진 후기 스크랩 선인봉 연대배첼로,써미트... 추락하는 것은 다만 로프가 있을뿐...
붉은구름 추천 0 조회 404 07.09.25 14:19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등반은 갈망(渴望)되고 이어 준비된다."

 

이젠 제법 바위에 덤덤해 질때도 되었건만 어찌 이리 갈증이 싶하단 말인가...

 

지난주는 일때문에 참석치 못하였으니 꼭 14일만인데 2주동안 만지지를 못해 까실한 화강암이 그리웠다.

 

그렇지만 늘 마음한 구석엔 등반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는데 막상 바위에 붙어 부대끼고 산악회원들과 일상에 그리고 등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두려움은 천천히 사라진다.

 

 

 

 

 

등반예정지는 선인봉 연대배첼로와 써미트길...

 

두 루트 모두 처음 가보는 길인데 등반 피치가 길고 인공등반 많아 금요일까지만 수영과 헬스장에서 몸풀고 토일요일은 힘을 비축해두었다.

 

인터넷으로 공부도하고...

 

          

 

루트 이름= 연대배첼로(5.11a)
루트길이
= 174m, 제 5피치로 구분된다.
등반 장비= 로프50m1동, 퀵드로우 10개, 프렌드1조, (2인 1조)
개척자= 1969년, 연세대학교 산악회

 

 

차를 집에 두고 전철을 이용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도봉산역에 하차하여 일행보다 10분정도 늦게 오른다.

 

선인봉은 엷은 안개에 싸여 있어 신령스럽기까지 한데 날씨도 좋고 기온이 올라 웃도리를 벗고 반팔로 오르니 한결 기분은 상쾌하다.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더한고.....로 시작되는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 고등학교때는 시험에도 잘 나와 입에 달고 살았지....

입으로 흥얼거리고 싶은 그런 봄날이다.

 

엊그제 겨을 지나 새 봄이 도라오니
   (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
복숭아꽃 살구꽃은 석양 속에 피어 있고
)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중(細雨中)에 프르도다.
     (
푸른 버드나무와 향그런 풀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서 푸르도다.
)
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
(이 풍경을 조물주가)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으로 그려내었는가?
)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사롭다.
     (
조물주의 신통한 재주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
)
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春氣)를 못내 계워 소리마다 교태(嬌態)로다.
     (
숲 속에 우는 새는 봄기운을 끝내 이기지 못해 소리마다 교태를 부리는 모습이로다.
)
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에 다를소냐.

 

 

 

이바 니웃드라, 산수(山水) 구경 가쟈스라.
     (
여보게 이웃 사람들아, 산수 구경이나 가자꾸나. )
답청(踏靑)으란 오늘 하고, 욕기(浴沂)란 내일하새.
     (
답청은 오늘하고, 냇물에 가서 목욕하는 일은 내일 하세. )
아침에 채산(採山)하고, 나조해 조수(釣水) 하새.
     (
아침에는 산에서 나물을 캐고, 저녁 때에는 낚시질하세. )
갓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 노코,
     (
이제 막 발효하여 익은 술을 갈포로 만든 두건으로 걸러 놓고 )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
꽃나무 가지 꺾어서 잔 수를 세며 먹으리라. )
화풍(和風)이 건듯 부러 녹수(綠水)를 건너오니,
     (
화창한 봄바람이 문득 불어 푸른 물결을 건너오니 )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연대배첼로 1피치등반중인 산미테님... 

저 위 소나무에 확보점이 있고 그곳에서 2피치가 시작된다.

 

오늘등반은 2팀으로 나눠 산미테님과 내가 연대배첼로 길로 선등하고 써미트길은 동배성이 선등하기로한다.

 

연대배첼로(5.11a)는 연대 산악회 오준보. 김종철. 이만수씨 등이 1969년에 개척한 길이다.

이 길은 슬랩, 크랙, 페이스, 등 다양한 등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미세한 크랙과 벙어리 형태를 갖추고 있어 까다로우며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어 재미있는 등반이 이루어지는 상급자 루트다.

제1피치 (AO.5.8) 40m 요델 길에서 약20여m더 숲지대로 오른 다음 홀드가 양호한 작은 바위를 좌측으로 넘어서 오르면 루트가 보인다. 미세한 크랙을 따라 오르면 좌측 방향으로 볼트가 이어진다. 이곳을 인공등반으로 통과된다. 그 다음 직상 크랙이 연결되나 확보물은 하나도 없다. 개척때는 하켄을 설치 하였지만 지금은 프렌드 작은 사이즈를 설치 해야 하며 약 15m 쯤 크랙으로 이어진다

 

        

 

주로 크랙에 발가락으로 재밍하며서 올라야하는데 폭이 넓은 곳은 엄지발가락으로 좁은 곳은 세끼발가락을 많이 이용하게 되는데 발가락이 아파 눈물이 쏙빠진다.

뭐 쏙 빠질 정도는 아닌가...

       

 

써미트 2피치로 등반중인 동배성.... 

 

심리적으로는 인공등반이 많고 급경사인 써미트길이 나에겐 훨씬 더 부담스러웠다. 

 

        

 

산미테님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에 겨울에는 빙벽 얼음이 녹으면 바위로 오시는 강단있는 선배님이시다. 

 

바위에서는 막걸리 한잔도 입에 대지 않고 등반에 대한 꼼꼼함과 안전에 관한 강의는 하루종일 들어도 끝나지 않는다.

 

제2피치 (5.9), AO 크랙과 볼트길이다. 볼트 4개를 인공 등반한 뒤 직상 크랙으로 진입한다.

경사 약 75도의 약 20m쯤 되는 수직 벙어리형 크랙이다. 크랙이 깊지 않아서 까다롭다. 양쪽 크랙 날개가 평면을 유지하기 때문에 손과 발을 재밍 하거나 아니면 한쪽 발과 손만 크랙을 이용 하면서 올라도 된다. 하지만 발 재밍은 발이 몹시 아픈 곳이다 위로 갈수록 경사가 완만 해지며 소나무 옆의 쌍볼트에서 확보한다.

 

소나무옆 쌍볼트에 확보인 광명님의 안내로 오신 광명님 산친구분...

자외선은 나의 적...

 

 

겨울 수리봉에서 발목 삔 이후 회복하고 오랜만에 나오신 태백청솔님... 

웃음이 어린아이처럼 해맑다.

 

 

월요팀의 마스코트 여전사 광명님...

 

침어(沈魚) 물고기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헤엄치는 걸 잊고 물에 가라앉았다는 고사가 있다.

 

 

제3피치 (5.11a) 50m 페이스에 크랙과 슬랩이 부분적으로 되어 있다. 밴드를 따라 좌측으로 이동한 뒤 직상하고 있는 나.....

 

여기 피치에서 큰일이 벌어지는데 아직까진 어느누구도 모른다.

 

직상하여 약 5m 쯤 지점이 3피치의 크럭스다. 가파른 페이스형 슬랩 부분에 발을 디디며 좌향 레이백으로 일어 서야 하는데 미묘한 밸런스와 유연성을 요구한다. 이 구간을 넘어서면 부분적으로 양호한 크랙으로 이어지며 좌측 테라스 크랙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확보한다.

 

당시 찍은 사진이 없어 얼마전에 등반하신 쌍뚜와님의 사진이 마침 있어 올려본다. 

 

 

자세 좋습니다. 쌍뚜와님...

 

사실 여기가 밸런스와 유연성이 요구되는 크럭스다. 

여기를 무사히 통과후에....

 

 

지금 쌍뚜와님이 퀵도르를 클립하는 곳은 든든해 보이는 녹슨 큰 하켄이다...

하지만 이젠 이 루트에서 그 하켄을  볼수가 없다.

 

무사히 크럭스를 통과후 저 위에 보이는 크랙앞까지 올라가서 좀 쉴려고 먼저 오른 산미테님이 크랙에 박아놓은 프렌드를 잡는 순간 안으로 밀렸는지 쑥 빠지는게 아닌가....

 

그때의 황당함이란....

 

찰라의 순간이었다.

 

크럭스는 모두 돌파하고 프렌드에 체중을 싣지 않아도 서 있을수 있는 곳이었는데... 

 

아!!!

 

잠시 기우뚱하더니

 

"추락"... 어떻게 추락이라고 외치긴 외쳤네

 

"우두둑"

 

등부위가 바위에 닿는 느낌이 나면서 헬맷이 바위에 부딪치고도 한참 떨어진다.

그래도 멈출때가 됐는데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흐미... 멈춰서 보니 3피치 출발 소나무확보점과 거의 평행되게 매달려 있었다.

한 15미터 정도는 떨어졌나보다.

 

자세히 보니 확보물 2개가 터졌다.

 

프렌드와 녹슨 대하켄....

 

갑자기 떨어지니 몸무게가 많이 실렸나보다

 

그래도 1월달부터 한 헬스와 수영이 유연성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손에 찰과상과 옆구리 타박상으로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다.

 

선등에 있어 추락은 다반사지만 다치지 않게 추락해야되는 것이다.

 

산미테님 왈    "남의 장비를 믿지마라"

 

 

멋진 자세로 써미트 3피치를 등반하는 동배성...

 

이후엔 허리통증이 있어 주마링으로 써미트길로 정상에 올랐다. 

 

인수 영길과 민남길에서 2-3미터 미끄러지는 추락은 있었고 의대길에서 짧은 거리 추락후 다시 등반하는 정도의 정도는 있었어도 이런정도는 처음이었다.

 

추락에는 다만 로프가 있을뿐이었다.

 

 

오늘의 전리품인가...

 

저 하켄이 빠질 줄이야.

일주일에 한번하는 등반에 온사이트 선등을 무리인가.

 

씁쓸하군...

 

 

선인봉 정상에서...

 

수직세계에서는 준비하지 않은 자에게는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는 걸 오늘 새삼느끼고 큰 공부했다.

 

 

 

 

공명(功名)도 날 끠우고, 부귀(富貴)도 날 끠우니,
     (
공리와 명예도 나를 꺼리고, 부귀도 나를 꺼리니 )
청풍명월(淸風明月) 외(外)예 엇던 벗이 잇사올고.
     (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외에 그 어떤 벗이 있겠는가 )
단표누항(簞瓢陋巷)에 흣튼 혜음 아니하네.
     (
누추한 곳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헛된 생각을 아니 하네. )
아모타, 백년행락(百年行樂)이 이만한들 엇지하리.
     (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상춘곡 마지막연으로 오늘 등반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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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7.09.27 22:14

    첫댓글 그만하시길 얼마나 다행입니까요.. 허걱.. 다시 읽어봐도 무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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