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노란색은 왕이다
심 영 희
검은 아스팔트 위에 그어진 노란 선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아침이다. 어제 비가 왔기에 세상 전체가 깨끗해진 것이다. 그래서 도로 위에 그려진 방지 턱의 노란색 선과 흰색이 유난히 깨끗해 보이고 친근감이 느껴진다. 그 방지 턱을 차창 너머로 무심코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 도로 위에 그려진 선이 빨간색이거나 분홍색 또는 초록색을 칠해 놓았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자 절로 아니라고 머리가 흔들어 진다.
옷으로 배색을 맞춘다면 검은색과 빨간색은 아주 잘 어울리는 색상이다. 하지만 검은 도로 위에 빨간색 선을 그어 놓았다면 전혀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도로의 중앙선과 차선을 구분하는 표시로 또는 위험 방지 턱이나 커브길 반사경 등은 모두 노란색과 흰 선으로 되어 있다. 더욱 중앙선으로 그어진 노란색은 아름다움과 동시에 위엄도 보여준다. 두 줄로 그어진 노란 중앙선을 보며 감히 누가 중앙선 침범을 할 생각을 하겠는가.
검은색과 노란색 흰색은 정말 잘 어울린다. 넓고 검은 아스팔트 위에 삼팔선처럼 반을 가로지른 노란 중앙선과 직선이거나 점선으로 그어진 하얀색은 정말 깨끗하고 조화가 잘 이루어 진다. 여기에 버스전용도로라는 명분아래 파란색을 칠해놓았는데 도로와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파란색을 칠한 도로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나는 노란색을 아주 좋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학창시절에는 모든 행사에 거의 교복이나 체육복 차림으로 참석했기에 사복 입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어쩌다 평상복을 입을 기회가 주어지면 나는 꼭 노란색이나 고동색 회색의 옷을 입었다. 그 중에서도 노란색 옷을 제일 즐겨 입었다. 그 색깔의 옷이 마음에 들었다기보다 그 색깔이 좋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노란색을 금색이라 하기도 하고 똥색이라고도 한다. 고동색은 밤색 또는 나무 색, 회색은 쥐색 또는 재색하며 사물의 색깔을 붙여 부르기를 더 좋아했다.
노란색은 희망의 색이라고 하는 반면 노란색을 좋아하면 질투가 많다고 한다. 세상에 질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없는 척 하거나 조금 덜 할 뿐이지. 질투가 나던 안 나던 노란색이 무조건 좋은 것을 어찌하랴.
유치원이나 어린이 집 차량은 모두 노란색이다. 어린이나 유치원 교사나 그 차량 운전기사가 질투가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눈에 쉽게 띄어 보호에 최상이기 때문이다. 또 노란 차를 보면 어린 병아리가 연상된다. 노란 차 안에는 병아리처럼 어린 아이들이 타고 있다. 그래서 운전을 하면서도 노란 차에게는 양보를 잘 해주는데,그렇게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란 차가 얌체처럼 추월을 하고 달리면 차에 쓰인 글씨로 초점이 맞춰진다.
일상에서 노란색이나 흰색은 검은색으로부터 잘 드러나는 색상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또 모든 색상은 그 사람과 단체의 상징이다. 교복이나 체육복은 그 학교의 얼굴이며 군복과 경찰 복은 직업인의 간판이다. 소방서 직원들도 그 뒤를 따른다. 온 국민들은 제복을 보고 그들의 직업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몇 년 전 경찰복 상의가 하늘색에서 흰색으로 바뀌어졌다. 조금은 아쉽다. 내 판단으로 말이다. 하늘색 상의에 권 색 바지는 잘 어울렸다. 여기에 경찰 모자를 쓰고 허리에 권총 띠를 차면 참다운 경찰 모습이었다. 그런데 흰색 상의는 조금 안 어울리는 것 같다. 흰색과 권 색은 잘 어울리는 색상인데도 경찰복으로는 조금 점수가 약하다. 하늘색 경찰복이 산뜻하게 다가왔다면 흰색 경찰복은 무감각이다. 그 이유는 일반인들도 여름이면 거의 검정색 하의에 흰색 상의를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
경찰복 상의가 하늘색에서 흰색으로 바뀌어지고 아직 홍보가 안된 어느 날 친구네 딸이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네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 서있는데 어떤 사람이 자꾸 손짓을 하며 가까이 다가와 승용차 유리를 두드리기에 문을 열고 “아저씨 나 알아요”하고 물어보았더니 “운전하면서 휴대폰 하지 마십시오”하기에 이상해서 쳐다보았더니 그 아저씨가 바로 새 경찰복을 입은 경찰관이었다고 하면서 친구가 깔깔대고 웃었다.
이렇게 경찰복 상의는 파란색이고 중앙선은 노란색이고 1, 2차선 등 차선 경계는 흰색으로 그어져 있고 소방차는 빨간 차라는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깨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도 여전히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색상마다 장점과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노란색만큼 위상이 높은 색도 없을 것이다. 의사나 간호사가 흰 가운을 입고 환자들을 치료하기는 하지만 이들은 이미 아픈 곳이 있어 병원을 찾아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노란색이 턱 버티고 있는 중앙선은 그 누구도 침범해서는 안 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중앙선을 넘으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고 큰 사고는 우리들의 생명을 노린다. 왕의 명령을 어기는 자들은 벌을 받듯이 노란색의 경고를 어기면 큰 사고가 생기고 노란색의 지시를 잘 따르면 오늘 하루도 안전하다.
그러니 노란색은 색 중에 왕이라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