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교회음악가를 양성하는 진정한 리더
성공회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 교회음악전공 조인형 교수

국내에는 매년 음악을 전공으로 삼아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을 사는 이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각자의 교회와 성당 등 자신들의 종교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쓰임 받기 원하고 있다. 모든 종교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음악과 기독교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수어지교(水魚之交)와 같은 존재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기정 사실이다. 오르간과 합창이 교회음악에서 시작되었듯 음악의 역사는 기독교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화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신생 교회가 쏟아져 나오고 현존해 있던 교회들은 빠른 속도로 발전을 이루고 있다. 기독교의 발전과 위력이 날로 실감나게 하는 요즘, 교회 안에서 진정한 교회음악가의 역할을 다 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뛰어난 실력으로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교회에서 지휘자, 반주자, Soloist, 음악 전도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회음악인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진정으로 교회음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교회음악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현대 교회음악 관계자들의 숙제일 것이다.
기자가 찾은 곳은 서울 구로구 항동 1번지에 위치하고 있는 성공회대학교. 1호선과 7호선이 환승되는 온수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다. 캠퍼스 정문에 들어서자 아담한 캠퍼스와 널찍한 운동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개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정리가 덜 된 듯 분주한 학생들의 모습에 생기발랄하고 기분 좋은 풋풋함이 느껴졌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성공회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 교회음악과의 조인형 교수를 만났다. 오르간 전공 전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학생 레슨이 한창이었다. 그의 방 안에서 은은한 오르간 소리가 들려왔다. 오르간 소리에 취해 한 잔의 차를 거의 비웠을 때쯤 그가 나왔다.
교회음악전문인이 되기 위한 등용문
조인형 교수가 말하는 성공회대학교

“제가 있는 교회음악과는 대학원 과정이에요. 학부전공과 상관없이 교회음악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대학원이지요. 그 어느 곳 보다 교회음악만큼은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성공회대학교의 교회음악석사과정은 우리나라의 교회가 발전시켜온 신학과 신앙, 기독교 2000년 역사에서 계승하여 지켜온 예배의 철학과 음악을 '지금', '이곳'에서 다시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독창성을 갖는다. 특히 앞으로 교회 문화가 가지는 종합적인 기능에 대비하여 교회음악의 영역을 넓히고, 기악과 성악, 합창, 음악예배, 타 예술과의 연계 등 교회의 여러 선교적 행사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교회음악지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교회에서 음악활동을 한다고 해서 그것 자체만 보고 깊이 있고 통찰력을 지닌 교회음악을 한다고 보긴 어려워요. 하나님의 말씀이 온전히 음악에 담겨서 성육신(Incarnation)화 하는 경지까지 도달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교회음악이라 할 수 있지요. 즉,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그분의 음성을 들리게 하는 거룩한 사명이 교회음악가에 있는 만큼 이를 평생의 은혜로 감당할 교회음악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저희 학교를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사람에게서 사람을 키우는 힘을 발견하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느냐, 안 했느냐가 교회 봉사의 직분을 맡는 기준치는 아닙니다.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교회음악에 몸담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또한 전공자라 하더라도 교회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사전 준비 없이 지휘자나 오르가니스트로 부르심을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희 대학원은 그런 분들을 위해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희 대학원생들의 학부 전공이 각양각색이예요. 음악, 수학, 미술, 교육학, 경영학, 간호학 등등요.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대학원 신입생들을 선발할 때 학부 전공을 크게 중시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신앙적 소양을 먼저 봐요. 물론 잠재되어있는 음악 실력도 당연히 보죠. 이런 분들을 집중 교육을 통해서 전혀 손색없는 교회음악지도자로 양성하는 것에 대해 더 할 수 없는 자부심을 느껴요.”
조인형 교수의 차분한 어조와 표정 속에서 교수와 학생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서로 나누면서 생성되는 봉사의 자세, 섬기는 자세를 느낄 수 있었다. 아직 깨지 않은 알을 품으며, 훗날 멋진 결과물로 만들어낼 때까지 과정 속에서 그는 한 명의 학생을 새로운 결과물로 탄생시키는 선구적 정신이 강한 사람, 겸손하고 선량하나 능력 있는, 유능하나 오만하지 않은 진정한 리더로써 자질을 학생들에게서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회라는 교단에 대한 선입견!
교단이 달라서 교회음악을 배울 수 없다?

학교 이름에서 오는 교단에 대한 괴리감 때문에 몇몇의 혹자는 선입견을 가지고 교회음악에 대한 본질을 추궁하며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겠다.
“우선 우리 학교가 성공회 교리나 음악만을 가르치는 곳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 드리면서 다음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성공회라는 선입견을 장점으로 바꾸어볼까요? 교회음악을 배우는데 있어서 교회음악의 역사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중요한 것이 바로 미사라고 하는 전례입니다. 어려서부터 성공회에서 자란 저에게 교회력이나 미사음악은 매우 친숙한 용어이자 생활이었습니다. 오히려 개신교 (성공회도 개신교에 속하지만) 예배나 찬송가를 배우기 위해 다른 교회를 찾아 다녀야 했죠. 개신교 출신 음악가나 학생들에게 교회력이나 상투스 (Sanctus), 아뉴스데이 (Agnus Dei)와 같은 용어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저희 대학에서의 교회음악수업은 교회력이나 예전음악의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런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좋은 예를 들어드리지요. 저희 학교에서 매년 정기연주회를 하는데 몇 해 전에는 그리스도의 고난기간 중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거행된 14처 기도회 전례에서 저희 학교 합창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직접 성가대로 참여하여 F. Liszt의 <Via Crucis - 십자가의 길>을 연주했었습니다. 이 수업에 참여했던 모든 학생들이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기에서 받은 음악적/예전적 감동을 이야기하며 고마워하고 있음을 봅니다. 교회력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개신교 예배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느낀 것이지요. 이런 것이 바로 우리 대학의 장점입니다. 성공회 대학교는 ‘열림’을 교육이념의 하나로 여기는 학풍을 중시하고 있어요. 즉 절대로 교단에 함몰되지 않지도 않고 폐쇄적이지도 않다는 말씀입니다. ”
복음을 전하는 글로컬 음악인
교회음악지도자의 길을 안내하는 동반자

성공회대학교의 교회음악전공 내에는 조인형 교수와 더불어 함께 사역에 동참하는 이들이 있다. 진정한 교회음악지도자 양성에 힘을 쏟는 든든한 지원군이 함께 있어 학생과 교수 간의 긴밀한 유대관계로 기분 좋은 첫 걸음을 시작할 수 있다. 각 전공별로 적임되어 있는 교수진은 열린 생각으로 전인적 교육과 실력을 함께 어우를 수 있는 훌륭한 티칭을 자랑한다.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원학연 교수님,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의 지휘자이신 홍준철 교수님, 오르간 제작자 (마이스터) 홍성훈 교수님, 오르가니스트 강민정, 박옥주 교수님 등 여러 각계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지신 분들이 우리 성공회대학교에서 수업을 하세요. 교수진과 커리큘럼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고 자부합니다. 저희는 항상 준비가 되어있어요. 학생 한 명, 한 명이 진정한 교회음악가가 될 수 있도록 성심 성의껏 온 힘을 다해 열정을 다 쏟고 있어요.”
끊임없는 탐구와 지식을 향한 열정으로
미래에 대한 한 걸음 더 가까이

한 명의 낙오자 없이 교회음악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한 노력으로 성공회대학교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학생과 교수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하나의 꿈을 이루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그들의 열정을 음악에 맡긴다. 한 사람의 지도자로 혹은 동반자로 남기 위하여 앞서지 않으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동반의 역량을 기르는 조인형 교수는 앞으로의 교회음악에 대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회는 양적으로는 굉장히 잘 되고 있어요. 세계 최대 규모의 교회를 비롯해서 엄청난 규모의 교회가 전국에 많잖아요. 이런 나라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양적 발전에 비해 교회음악에 대한 발전은 사실 답보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되돌려 생각하면 그만큼 교회음악에 대한 발전 가능성은 아주 많다는 것이지요.”
무한한 가능성에서 우리나라 교회음악계를 책임지며 짊어나갈 든든한 지도자가 나오길 그와 함께 기대해본다.
글 | 이진아 / choir & organ 2009년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