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 경상대 시대의 음악 감상실 문을 열며
2010년 12월 14일 길람
진주 클래식 감상음악회는 이 곳 저 곳 여러 번 장소를 옮겨가며 바람을 타고 흘러 다니다가 드디어 경상대학교 음악교육학과 2층 강의실 한 칸을 차지하게 되었다.
창밖으로는 12월의 차가운 바람이 창살을 흔들며 지나가고 여기저기 우뚝 선 대학건물들은 어둠에 묻혀 숨을 죽인다. 벽 쪽으로 높이 올려 붙은 스피커들 덕분에 위에서부터 쏟아져 내리는 굵은 톤의 음악을 극장수준으로 듣게 되었다. 한사랑 교회, MBC 사우회, 정행금 국악학원, 삼락회 사무실 등등 여러 곳을 전전하는 가난한 음악 동호회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불평 없이 어려울수록 더욱 결속력 있게 다가와 주는 회원들이 있어서 음악 동호회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었다.
그저 눈앞에 펼쳐진 현실적인 상황일 따름이지 우리들 속을 헤집고 다가오는 음악의 본질은 늘 부자였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함께 음악을 나누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비좁은 한 칸짜리 사무실이나 어렵게 빌린 남의 사무실 낡은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무더운 여름날 선풍기 하나를 돌리며 땀을 뻘뻘 흘리는 상황쯤은 이미 훌쩍 훌쩍 건너 뛸 수 있는 만물 도랑 이다.
음악은 비밀의 정원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영토에서 싱싱하게 푸른 잎들을 쑥쑥 키워내고 붉은 꽃을 피운다. 둔탁하고 낡은 기계를 울리며 흩어져 가는 순간과 순간 속으로 과감하게 전체를 초대한다.
아무런 의심 없이 낭떠러지 끝에 서서 파랗게 손짓하는 음악의 바다로 홀연히 뛰어내린다.
한 치의 번민 없이 ... .
무엇이, 왜, 어떻게 기다리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순간을 함께 간다.
곡이 끝나는 10분을 영원으로 알고 서로의 공감을 깊이깊이 포옹한다.
제5기 경상대 시대의 문을 열며 겨울이 끝나고 빨리 봄이 오길 기다린다.
넓은 강의실에 살랑살랑 초록의 봄바람이 밀려오고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을 초대해야지’ 하는 기대에 매서운 동장군은 저만치 물러나고 가슴은 이미 봄바람에 펄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