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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23일 일요일, Guatemala City
(환율 US $1 = 8 quetzal)
오늘 San Pedro를 떠나서 과테말라 수도 Guatemala City로 왔다. 드디어 7주간의 스페인어 공부를 끝내고 과테말라를 떠나서 벨리즈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중미에는 7개의 나라가 있는데 3년 전 중미 여행을 했을 때 벨리즈는 안 갔기 때문에 이번에 가는 것이다. 벨리즈 여행이 끝나면 멕시코 여행으로 이어지고 멕시코 여행이 끝나면 육로로 미국 국경을 넘어서 California로 들어가게 된다.
오늘밤은 Guatemala City에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벨리즈 국경도시인 Puerto Barrios로 가기 때문에 버스 터미널 근처에 호텔을 잡았다 (55 quetzal). 7주 전 과테말라에 도착하던 날 작은 배낭을 도난당했던 바로 그 버스 터미널이다.
호텔 안은 조용하고 비교적 깨끗했으나 호텔 밖은 엉망이었다. 무시무시하기까지 했다. 네거리마다 3명 1조의 무장 경찰들이 서있고 거리에는 여기저기 노숙자들이 보였다. 남자 노숙자들 한 무리가 있는 길 건너 한 구석에 젊은 여자가 잠자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후 6시경) 차림새가 노숙 생활을 막 시작한 여자 같았다. 좀 겁에 질린 듯 한 표정이었다. 저 여자는 무슨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을까? 길 건너에 있는 남자 노숙자들이 오늘밤 나쁜 짓이나 하지 않을까? 지난 36년간의 내전으로 망가진 과테말라 경제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서 농촌에서 도시로 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Guatemala City의 치안은 엉망이 되었단다.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는 이 지역은 Guatemala City에서 제일 위험한 곳이라는데 서울로 치면 60년대의 서울역 근처라고 할 수 있겠다.
길거리에 나가면 소음 때문에 귀막이를 안 하면 골이 어질하도록 정신이 없어진다. 호텔 방에 짐을 풀고 Plaza Mayor 광장으로 걸어갔다. 서울로 말하면 시청 앞 광장 같은 곳인데 Lonely Planet에 의하면 Guatemala City의 최고 구경거리는 일요일 오후에 Plaza Mayor 광장에 가서 주말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오늘이 일요일이다. 광장에 당도해보니 사람들로 꽉 차있다. 시청 앞이 아니고 동대문시장 같다. 여기저기 약장사들이 확성기로 떠들어댄다. 둘러서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주말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 같이 보이지 않는다. 실업자들이나 노숙자들 같다. 한쪽에서는 약장사들에게 질세라 개신교에서 나온 사람들이 확성기로 설교를 한다. 사람 구경은 둘째 치고 도저히 귀가 따가워서 있을 수가 없어서 쫓기다시피 호텔로 돌아왔다.
Lago de Atitlan 호수 지도
Lago de Atitlan 호수 경치
Lago de Atitlan 호수 경치
Lago de Atitlan 호수 경치
Lago de Atitlan 호수 경치
San Pedro 선착장에서
드디어 7주간의 스페인어 공부를 끝내고 벨리즈로 향한다
2003년 3월 24일 월요일, Puerto Barrios, Hotel Europa
(환율 US $1 = 8 quetzal)
아침 7시 반 버스로 Guatemala City를 떠나서 Puerto Barrios로 향했다. 버스는 지정 좌석 버스로 (40 quetzal) 좋았으나 큰 배낭을 다리 가운데 놓고 앉아서 좀 불편했다. 이 버스에도 큰 배낭을 짐칸에 넣지 않고 좌석에 가지고 탔다. Xela를 떠나면서 짐을 5kg나 줄여서 가뿐하기는 했지만 5kg 정도 더 줄면 좋겠다.
네 시간을 달려서 카리브 해변 도시 Puerto Barrios에 도착했다. 고도 1,500m의 Guatemala City에서 카리브 해변으로 내려오니 완전히 열대지방으로 변했다. 에어컨 버스에서 (Litegua Bus) 내려오니 화끈한 공기가 얼굴에 부닥친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미리 걸어갈 방향을 정해 놓았는데 (서쪽, 바닷가로) 정작 내리고 보니 어느 쪽이 서쪽인지 헛갈린다. 지도를 보고 방향을 다시 정하려고 하는데 택시를 타라고 붙잡는 택시 기사들이 정신을 빼놓는다. 한사람을 떨쳐 버리고 몇 발자국을 가면 또 한 사람이 들러붙어서 "Taxi Livingston"을 외친다. 이곳에서 40Km 떨어진 Livingston으로 가자는 얘기다. 이 사람들은 Livingston 손님을 잡으면 하루 벌이를 하고도 남는 모양이다. 이렇게 달라붙는 사람들 십여 명을 피해서 힘들게 버스 터미널을 빠져나갔다.
숨을 좀 돌린 다음에 지도와 컴퍼스로 방향을 잡은 다음에 걷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걸어서 Hotel Europa 호텔에 (45 quetzal)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Puerto Barrios는 United Fruit Company라는 미국 회사가 종업원들을 위해서 건설한 소위 "company town"이다. United Fruit Company는 한동안 중미의 경제와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회사다. 이 회사는 쓸모없는 땅이던 Puerto Barrios 지역의 정글에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바나나 농장을 만들고 철도를 건설해서 바나나를 Puerto Barrios 항구로 수송하고 다시 배로 미국으로 수송해서 싼값에 팔았다. United Fruit Company가 이렇게 바나나를 중미에서 대량으로 가져오기 전까지는 바나나는 부자들이나 먹을 수 있던 과일이었단다. 하루아침에 부자들이나 먹을 수 있는 과일을 거의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과일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United Fruit Company는 불안정한 중미 정치로부터 바나나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의 후원 아래 중미 정치를 주물러서 중미 나라들에게 "Banana Republic"이란 불명예스런 별명을 선사했다.
내일은 배로 Puerto Barrios를 떠나서 벨리즈의 Punta Gorda로 간다. 이렇게 거의 8주의 과테말라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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