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1883카프카1917재칼
재칼과 아라비아인(Schakale und Araber 1917)(1부 유순한 동물들)
in 칼다 기차의 추억(프란츠 카프카, 이준미 역, 하늘연못, 2017), pp. 17-25(P.571)
[소설가는 한편의 좋은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의 글들을 쓰는 것 같다. 말하자면 어느 날 하루아침에 문단의 총아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편의 글을 쓰고 찢고 또 쓰고 그러다가 이리 저리 남은 조각들이 어느 날에는 그럴듯한 연결을 마련하고, 무엇인가 줄거리와 전달의 의미가 잡히어 한편 글이 되는 것이리라. 그 노력이 자연(인성)의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으로서 독자의 공감 얻고, 시대의 사건과 세상사에서 공명을 일으킬 때 그 작품이 회자(膾炙)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과정이 뼈를 깎는 고통이면 그만 두는 것이 낫고, 학습(논어: 학이습지)을 열심히 하는 것도 즐거움이고 이 즐거움을 아는 동지가 한 번 찾아오는 것도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50SLC)]
*카프카에 있어서 동물 또는 곤충에 대한 이야기는 일반적 사전적 지식을 벗어난다. 자칼, 원숭이, 개, 쥐 등과 변신에서 갑충 등에서 그는 삶의 태도에서 현실의 삶이 아닌 또는 현실의 삶에서 벗어난 삶에 대한 서술을 하려 한다. 헤겔은 현실의 현상을 환각(hallucination)이라 부르지만, 카프카는 현실의 현상과 전혀 다른 차원의 환각이 있다는 점을 알린다. 그런데 일상인이 이 환각을 느낄까? 카프카는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 느낌을 표현할 줄 모르거나 또는 표현하고 싶어하지 않거나 이다. 왜냐하면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일상인의 고(苦)이기 때문이다.
*들뢰즈 식으로는 겉감의 현상과 달리 안감의 현상이 있다. 상층에 대한 겉감의 현상은 거짓이라고들 한다. 안감의 현상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거짓이라기보다 꿈과 같고, 어쩌면 환각과 같아, 가까이 가기에는 두렵고 멀리 두고 보기에는 사랑스럽다. 이런 구별을 하는 경계가 모호하고 흐릿하여, 방심하고 있는 순간에는 가까이 다가오고, 조금이라도 현실에서 상층에 관심을 가지면 추구를 계속하는 한, 그 경계는 점점 더 멀어지고, 게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까이 있음에도 무한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 아득한 추억처럼 있게 된다. 나이 들면서 아스라이 먼 그 경계에 있을 줄 알았던 것이, 하나 하나 힘이 줄어서 방심(무심, 하심, 하방)처럼 아무 것에도 관심이 사라질 때 그 먼 곳에 있던 것이 바로 나 옆에 나 앞에 와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몸이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고, 사람도 주변에서 점점 멀어지고, 결국은 자기가 해야만 하는 일이 한정되어 있으면서 그 경계가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50UMF)
***
목차
1부 유순한 동물들 15
[in 칼다 기차의 추억(프란츠 카프카, 이준미 역, 하늘연못, 2017), pp. 15-174(P.571)]
재칼과 아라비아인 17 / 황새 같은 새 26 / 혼혈 30 / 독수리 33 / 초록빛 용 36 / 뱀 주술사 37 / 짧은 우화 39 / 유대인 교회당의 동물 40 / 학술원에의 보고 48 / 짧은 우화 2 69 / 엘버펠트의 말들 70 / 변신 74-174.
2부 여행자의 하룻밤 175
3부 세상의 상인들
4부 법과 공동체
5부 일상의 근심
6부 관객의 열망
# 옮긴이의 말 / 간추린 작가 연보
***
1부 유순한 동물들 15
# 재칼과 아라비아인 17- 25 [(Schakale und Araber 1917)]
[[잔인성인가? 사막에 자칼이 있듯이, 북쪽 산악에는 늑대가 있다. 늑대가 닭을 채 가듯이 자칼은 양을 채갔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북쪽에는 늑대가 보름달을 쳐다보고 소리는 외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있듯이, 자칼의 사막에는 울음이 있다는 것인가. 울음에 내비친 잔인성 뒤에 감추어진 증오. 그 울음을 멈추기 위해 사막의 상인들이 긴 여행에서 한번 마주치는 자칼에게 아라비아 상인들은 재물로서 낙타를 바쳤던가? 자연의 이법상 자칼의 양식인 양들을 아라비아인들이 잡아먹고, 자칼은 사막으로 쫓겨나 썩은 고기를 먹게 된 그 긴 역사에서, 아라비아인에게 한 마리 낙타를 얻는다고 증오가 사라질까?
양들을 즉 빼앗긴 것을 되돌려 줄 수 있는 이들이 북쪽에서 온 이방인이리라 라는 전승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간직한 어머니의 어머니로 무한 소급 올라가는 어머니의 뜻을 간직한 것은 지칠 대로 지친 자칼 우두머리의 권력과 권위가 아니라, 자칼 무리들의 욕망이다. 그 욕망의 표현으로, 가위를 가져와서 늙은 자칼의 목을 따라는 것은, 마치 크로노스의 고치를 자르는 것과 같이, 이제 거세되어 더 이상의 욕망을 흐름을 만들지 말게 하자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막에는 그들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가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희생양이 아니라 희생낙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도 아라비아 대상(隊商) 안내인 이다. 그리고 자칼 무리들이 맑은 신선한 밤하늘 밑의 사막을 가로지르게 내버려 두어야지, 이방인이 관여할 것이 아니라고 하는 아라비아인들도 역시 뜨거운 태양과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 사막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다. 가로지르기가 서로 다르지만 하나는 생존을 다른 하나는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지배 속에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저항과 봉기가 있듯이, 자연 속에서 생존의 어려움이 생기면 자기 거세가 있을까? 나로서는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50SLJ)]]
우리는 오아시스에 텐트를 쳤다. 동행자들은 잠이 들었다. 키가 크고 하얀 옷을 입은 아리비아 남자가 내 옆을 지나갔다. 낙타들을 돌보고 다시 잠자는 곳으로 가는 중이었다. / 나는 풀밭에 등을 대고 쓰러졌다. 자고 싶었다 하지만 잘 수가 없었다. 저 멀리서 재칼이 구슬피 울부짖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나는 다시 똑바로 앉았다. 갑자기 그렇게 멀리서 들리던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내 주변에 재칼이 무리 지어 있었다. 흐릿한 금빛 눈들이 번쩍이다가 사라졌다. 날씬한 몸들은 마치 채찍 아래에서처럼 규율에 맞추어 민첩하게 움직였다. (17)
“나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가장 나이 많은 재칼이다. 여전히 여기에서 자네에게 인사를 할 수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우리가 자네를 끝없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건 사실이지만, 나는 이미 희망을 거의포기하고 있었다. 나의 어머니도 기다렸고, 어머니의 어머니도, 그리고 계속해서 어머니의 어머니도, 그렇게 거슬러 울라가 모든 재칼의 어머니까지 자네를 기다렸다. 내말을 믿어라!” (18)
“선생님, 세상을 둘로 나누는 이 싸움을 당신이 끝내야 합니다. 당신과 같은 사람이 그것을 할 거라고, 우리의 조상들이 그렇게 묘사했습니다. 우리는 아라비아인들로부터 벗어나 평화를 가져와야만 합니다.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얻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주위의 지평선에 아라비아인들이 없어져야 하고, 그들이 조살하는 숫양의 슬픈 외침이 없어져야 합니다. 모든 짐승들은 평화롭게 주거야 하며, 우리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그 피를 다 마셔야 하고 뼈까지 깨끗이 먹어야 합니다. 깨끗함, 우리가 바라는 것은 깨끗함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울었다, 모두들 흐느껴 울었다. (22)
“그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오. 아라비아인들이 존재하는 한, 이 가위는 사막을 떠돌고 있을 것이고, 세상이 끝날 때까지 우리와 함께 떠돌게 될 거요. 재칼들은 모든 유럽인들에게 중대한 업적을 행하도록 제의할 것이오. 그들에겐 모든 유럽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바로 그 적임자들처럼 보이지요. 이 동물들은 어리석은 희망을 가지고 있소. 바조, 그들은 진짜 바보라오.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는 그들을 사랑하오. 그들은 우리들의 개라오, 당신네들 것보다 더 아름다운. 그냥 보기만 하시오. 밤에 낙타가 한 마리를 죽였는데, 내가 그것을 여기로 하져오게 했오.” (24)
“당신이 맞소, 선생.” 그가 말했다. “우리는 그들이 그들의 사명을 다하도록 놔둡시다. 게다가 이제 출발할 시간입니다. 당신은 그들을 보았습니다. 놀라운 동물들 이지요. 안 그렇소? 그런데 그들이 왜 그처럼 우리를 증오하는지!” (25)
# [황새 같은 새] 26-29
즉시 나는 종이와 잉크를 가져와서 새의 부리를 잉크에 담갔다. 그러고 나서 나는 새로부터 그 어떤 저항도 받지 않고 다음과 같이 적을 수 있었다. “나, 황새같은 새는, 내가 날 수 있을 때까지 당신이 물고기들, 개구리들과 벌레들(이 마지막 두 식품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내가 추가했다)과 같은 먹이를 내게 준다면, 당신을 내 등에 태우고 남쪽 나라들로 데려다 줄 것을 약속한다.” (28) [카프카 법률을 공부했기 때문일까? 서면의 증서를 필요로 하는 약속을 하다니...]
# 혼혈 30-32
나는 반은 아기 고양이고 받는 새끼 양인 이상한 동물 한 마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나의 아버지가 소유하셨던 오래된 상속물인데, 내 시대에 와서야 진화했다. 이전에는 아기 고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훨씬 더 새끼 양에 가까웠고, 지금은 그러나 그 둘의 비율이 서로 똑 같다. 머리와 발톱을 세우는 것은 고양이고, 크기와 모습은 양이고, 깜박거리는 순한 눈과 부드럽고 빽빽하게 밀착된 털, 껑충껑충 뛸 뿐만 아니라 살금살금 걷기도 하는 움직임은 둘 다의 모습이다. (30, 시작문단의 첫 부분)
# [독수리] 33—35 [ Der Geier, Titel von Brod.]
내발을 부리로 조는 독수리 한 마리가 있었다. 장화와 양말은 이지 찢어졌고, 이제는 내 발을 쪼고 있다. ... (33, 시작 문장)
[신사는 해결에 총알 한방이면 된다고 했다]
독수리는 우리의 대화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고 나와 그 신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제 나는 독수리가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것을 알았다. 독수리는 높이 날아올라 충분한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몸을 활처럼 완전히 뒤로 젖혔다. 그러고 나서 마치 창던지는 사람처럼 부리를 내 입을 통해 내 몸 안으로 깊숙이 찔러 넣었다. 나는 뒤로 넘어지면서, 마치 내안의 모든 심연들을 가득 채우고 모든 해안을 넘쳐 흐르는 피 속에, 독수리가 꼼짝없이 빠져 죽은 것 같은 해방감을 느꼈다. (35 마지막 문단) [다 주라, 그러면 받은 그도 나와 하나가 된다?]
# [초록빛 용] 36
# [뱀 주술사] 37-38
... 먼저 너는 커다란 원을 표현해야 해. 이어서 원의 안쪽에 딱 붙어서 둘째 그리고 셋째 원을 만들어 가는 거지. 마지막에는 머리를 높이 세우고 있다가 나중에 내가 부는 피리의 선율에 맞춰 천천히 머리를 낮추는 거야. .. (38)
# 짧은 우화 39 [Kleine Fabel, Titel von Brod.]
[쥐와 고양이.. 이솝 우화처럼 짧게 한 문단으로 쓰려고 한 것 같다.]]
# [유대인 교회당의 동물] 40-47
우리 유대인 교회당에는 담비만 한 크기의 동물이 한 마리 살고 있다. 그 동물은 겉보기에 썩 괜찮아 보이며, 약 2미터 정도 거리까지는 사람들의 접근을 허용한다 .색깔은 밝은 청록색이다. ... (40)
[내가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글 중에는, 정통 유대 시나고그에는 여성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 미국에는 여성랍비도 있다고 한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불교 신자인 한국인 어머니와 유대인 미국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랍비 워닉 북덜(42) 씨가 지난주 신자들의 투표를 거쳐 뉴욕 맨해튼 센트럴 유대교 회당의 새 수석 랍비로 인준 받아 7월 1일 공식 취임한다고 전했다 - “한국계 첫 여성랍비, 美 최대 유대교 회당 이끈다” : 42세 워닉 북덜 7월 수석랍비 취임, 기사입력: 2014/01/20 [15:56] ⓒ 매일종교신문
.. 만약 그 동물이 사라진다면, 남성들은 그것이 현재 있는지 따위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고, 대다수 여성들은 아마 십중팔구 의기소침해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교회당 안에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에 적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동물은 그런 것을 해가 지나면서 차츰차츰 꿰뚫어 볼 수 있었을 텐데. ... (46) [이글의 많은 부분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서술로 되어 있으며, 그것이 그 동물의 심성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는 신만이 안다는 의미도 된다. (50SLJ)]
# 학술원의 보고(Ein Bericht für eine Akademie, 1920) 48-68
[이미 “마실에서 천 사흘 밤 이야기”(17.07.26)에 등재되어 있음. / 인간과 원숭이, 원숭이 측면에서 인간을 보면 무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인간 귀찮은 동물 쯤 일까? (50SLJ)]
# 짧은 우화 2 69
[「짧은 우화」처럼 고양이와 쥐의 둘째 시리즈 일 것이다]
# 엘버펠트의 말들 70-73
... 왜냐하면 점검되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심오하고 정말 통제하기 어려운 신념만으로 고무된 한 개인이, 더구나 미숙한 한 개인이, 모든 전문가들에 비해 어디까지나 옳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로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75 마지막 문장)
# 변신(Die Verwandlung, 1916) 74-174.
[“마실에서 천사흘밤 이야기”(17.06.23)에 이미 등재되어 있음]
(4:15, 50SLJ) (4:36, 50UMF)
설1883카프카1917재칼.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