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는 창(唱)을 하는 것처럼 또는 구슬픈 곡(哭)을 하는
것처럼 들리는 이 기도 소리는 천주교 신자들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바치는 기도인 "위령기도"(爲靈祈禱)에 곡을 붙인 것으로,
한국신자들은 전통적으로 이 기도를 "연도"라고 불러왔다.
연옥에서 단련받는 영혼을 위해 바치는 기도라는 뜻이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바치는 위령기도는 교회 초기부터 이어져 오는
가톨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민족특유의 정서를
담은 가락을 붙여서 위령기도를 바치는 모습은 다른 나라에서는 찿아볼 수 없다.
성경의 시편과 성인호칭기도, 찬미기도 등으로 이뤄져 있는 연도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깊은 슬픔과 탄식, 애절한 청원과 희망이 교차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기도문과 민족 정서가 담긴 음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상장예식]이라는 통일된 기도책에 통일된 악보까지 담겨 있어
전국 어디에서나 똑같은 가락과 박자로 기도를 바칠수 있지만,
20년 전만 해도 연도는 지역마다 조금씩 달랐다. 기도문은 같았지만
지역 특유의 정서가 반영돼 노랫가락에서 차이가 났던 것이다.
마치 지방에 따라 "타령"이나 "아리랑"이 다르듯이.
그런데 1980년대 후반 김득수(프란치스코, 전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장)씨가
각 지방을 다니며 구전으로 내려온 연도가락을 채록, 표준화된 악보를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서울대교구는 옛[성교예규]에 실려 있던 위령기도의 말마디를
현대 어법에 맞게 고치고 통일된 악보를 실어 1991년 [성교예규]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그리고 지난 2002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이를 수정 보완하고 전통적인
상례와 장례 예식뿐 아니라 화장(火葬), 우제(虞祭), 면례예식 등을 곁들인
"가톨릭 상장례 예식서"(안)를 승인했다. 이에따라 나온 기도서가 [상장예식]이다.
[2009년 3월 1일 평화신문 25면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