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5:18-27/ 주와 함께 살기

[한심당]

[요한복음 산책]

요 15:16-25

[공동번역] 

16.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택하여 내세운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세상에 나가 언제까지나 썩지 않을 열매를 맺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실 것이다. 17.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나의 계명이다." 18.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도 나를 먼저 미워했다는 것을 알아두어라.

19. 너희가 만일 세상에 속한 사람이라면 세상은 너희를 한집안 식구로 여겨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내가 세상에서 가려낸 사람들이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20. 종은 그 주인보다 더 나을 수가 없다고 한 내 말을 기억하여라. 그들이 나를 박해했으면 너희도 박해할 것이고 내 말을 지켰으면 너희의 말도 지킬 것이다. 21. 그들은 너희가 내 제자라 해서 이렇게 대할 것이다. 그들은 나를 보내신 분을 모르고 있다.

22. 내가 와서 그들에게 일러주지 않았던들 그들에게는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이 자기 죄를 변명할 길이 없게 되었다. 23. 나를 미워하는 자는 나의 아버지까지도 미워한다. 24. 내가 일찍이 아무도 하지 못한 일들을 그들 앞에서 하지 않았던들 그들에게는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한 일을 보고서도 그들은 나와 또 나의 아버지까지 미워한다. 25. 이리하여 그들의 율법서에 '그들은 까닭 없이 나를 미워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는 말씀이 이루어졌다."

[주와 함께 살기]

1. 두 이야기

  한 주를 지내면서 제 마음속에 앙금처럼 남아있는 두 개의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정부가 장준하 선생님에게 훈장을 추서 하려다 무산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교원총연합회가 정부의 교육 개혁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사건입니다.

  월간 <사상계>의 발행인이었던 장준하 선생에 대한 문화 훈장 추서가 끝내 무산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정부는 잡지의 날을 맞이해서 고 장준하 선생께 은관 문화훈장을 추서 하려 했으나 유족들이 금관이 아닌 은관은 고인에 대한 예우로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에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금관문화훈장으로 격을 높여 추서 하는 문제를 재검토 했으나 잡지 공로자에게 최고 훈장을 준 관례가 없다는 이유로 훈장 추서를 취소하였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5.17 구테타와 관련해 유죄 선고를 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훈장은 유지하는 쪽으로 정부의 방침을 정했다고 합니다.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일생을 바친 애국자의 서훈에는 인색하고, 제 욕심을 위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철권통치를 자행한 군사독재자들의 훈장은 유지시킨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장준하 선생의 삶은 한마디로 민족을 대신한 고난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일생은 항일 독립과 반독재 민주화, 민족통일을 위해 바쳐졌습니다. 일제에 의해 학병으로 전쟁에 동원되었던 선생은 그곳을 탈출하여 사선을 넘어 임시 정부를 찾아가 광복군이 되었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김구 선생님의 비서로 민족의 통일을 위해 헌신하였고 이승만 정권 때부터 민주화 운동의 기수가 되었습니다. 53년 4월에는 우리 민족의 지성사에 길이 빛날 <사상계>를 창간하여 해방된 조국의 '자유'와 '민권'을 신장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습니다. 이런 업적이 국제적으로 인정되어 62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막사이상' 언론부문 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5.16 구테타 이후 박정희 정권에 맞서 선생은 치열하게 민주화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군사독재에 의해 9번이나 옥고를 치뤄야 했고 <사상계>도 여러 차례 정간을 당하다가 끝내는 폐간되고 맙니다.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에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선생은 75년 8월 등산 도중 의문의 추락사를 당합니다. 우리 민족의 큰 별이지는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했다고 자랑하는 김대중 정부에 와서도 선생의 의문사에 대한 해명 없이 은관 문화훈장 추서라는 지난 시절에 대한 입막음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선생에게 수여하기로 한 은관 문화훈장의 추서 이유도 민족을 위한 선생의 삶이 아닌 잡지에 대한 기여로 축소한 것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입니다. 굳이 이런 문제를 따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언론사 사장들에게는 주어졌던 금관문화훈장이 어째서 이 땅의 언론사에 가장 혁혁한 공로를 세운 장준하 선생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는 발상은 어디로부터 나온 걸까요?

  유족들이나 뜻있는 민주 인사들의 생각은 훈장의 추서보다는 선생의 의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선생의 삶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또 하나의 찝찝한 이야기는 한국교총이 정부의 교육개혁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는 보도입니다. 지난주 목요일 63빌딩에서는 한국교총 주최로 전국교육자대표자 대회가 열렸습니다. TV 뉴스를 보니까 한 2천 명 정도가 모였는데 대부분 연세가 많으신 것으로 보아 초·중·고 교장, 교감 등이 다 모이신 것 같았습니다. 이들은 "교육자치 말살기도 즉각 중단, 교육부 장관 물러가라"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두른 채, 정부의 교원 개혁 정책에 격렬히 반발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교총은 이제까지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집회를 가져보지 못한 단체입니다. 언제나 권력 편에 서서 기득권을 지키는데만 전력을 다했던 교원 단체입니다. 교육을 권력의 충실한 시녀로 만들어 주고 대신 영달을 누려왔던 겁니다. 그러던 단체가 정부로부터 개혁을 요구받자 집단적 반발을 하는거죠. 이들의 주장은 정부의 개혁 정책이 현장 교원의 사기저하와 의욕상실을 초래하면서 교육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요즘 저는 새교육공동체 광명시민협의회 창립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10월초에 교사, 학부모, 학교 운영위원, 시민 단체 인사 등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12월 초 창립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새교육공동체는 정부의 교육개혁을 올바른 방향에서 견인해내고 교육계내의 기득권 세력의 반 개혁적 움직임에 대처하려는 자발적 시민운동입니다. 벌써 시군구 지방자치 단위에서 이런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위해 몇 차례 회의를 하면서 교육 일선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한결같이 제기하는 문제는 학교가 교장선생님의 왕국이라는 것입니다. 일제시대로부터 지금까지 교장, 교감 등 일선 학교 책임자들은 한 번도 도전을 받지 않은 채 교사와 학생들 위에 군림하였습니다. 이제 새 정부 아래서는 그런 기득권을 축소하고 그 동안 쌓인 교육 문제를 풀자는데, 그것이 자신들의 이해와 상충된다고 반대하는 집회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씁쓸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초 지방자치 단위 별로 새교육공동체 모임이 만들어지는 조짐이 보이면서 교육청과 교장들은 앞다투어 먼저 선점 하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도모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집니다. 가장 깨끗해야할 교육계와 종교계마저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부패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앞으로의 우리 미래가 어찌 될는지 걱정이 됩니다.    

2. 청빈의 사상

  몇 년전 일본 열도를 태풍처럼 휩쓴 베스트 셀러가 있었는데 그 책이 바로 <청빈의 사상>입니다. 이 잭은 지금도 일본인들 사이에 꾸준히 팔리는 책으로 일본인의 정신적 지주가 무엇이며 일본 문화의 본류가 무엇인지를 밝혀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니카노 고지란 사람인데 일본 국학원 교수를 거쳐, 소설, 평론, 수필, 번역, 강연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하는 일본 지성의 대표라 할 수 있습니다.

  나카노 고지는 이 책을 쓴 동기를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전세계 사람들이 일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관련한 문제입니다. 일본 상품의 세계시장 진출과 석권은 일본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일본인은 돈만 아는 사람들로 왜곡되어 있어, 일본 문화의 본류가 그런 것이 아님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대량 생산에 따른 대량 소비 시대를 살면서 야기된 문제, 예를 들면 지구 자원의 고갈, 환경 파괴, 인간성 상실 등의 위기가 일본인 조상들이 이룩하고 고이 지켜온 문화인 청빈의 사상 속에서 극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나카노 고지는 전후 물질문명의 풍요로움 속에서 자신들의 뿌리를 잊어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참된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일본 문화의 본류를 '생활을 간소화하고, 참된 마음가짐의 풍요로움을 추구한 청빈 사상이라고 보고 그런 삶을 살았던 선각자들의 삶을 소개합니다.

  나카노 고지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이제부터 이야기하려는 것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일본에서도 그다지 들을 수 없게 되었지만, 분명히 지난날, 이 나라에서 살고 있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단지 그러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방식은 하나의 사상이 되어 대대로 존중되어 온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지금에 와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 되어버린 '청빈'이란 낱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사상이 되겠지만, 추상적으로 그것을 언급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그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편이 좀더 이해하기 쉬우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바로 그 이야기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이 책은 전 2부 2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15장은 도검 감정과 서예에 있어서 유명한 혼아미 가문의 인물들, 고독을 즐기며 침묵수행으로 큰 영향을 끼친 료칸 선사, 평생 돈을 손으로 만져보지 않은 서화의 달인 다이가, 비오는 누옥에 만권의 책을 갖고 오직 노래짓고 노는 일로 단순한 삶을 살았던 아케미, 평생을 누더기로 여행하며 "그러기에 인간이 죽음을 미워한다면 삶을 사랑해야 한다. 살아 있는 기쁨을 어찌 매일 즐기지 않을 소냐" 라고 말하며 수없는 시와 노래를 남긴 바쇼 등의 삶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2부는 상품 발명, 돈벌이 방법등 부귀와 영화를 추구하는 것이 일본인의 삶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 맑고 자유로운 마음을 얻어 참된 기쁨과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할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1부에 나오는 다도에 정통했던 혼아미가의 고에쓰에 관한 일화 하나만 소개해보죠. 고에쓰는 당시 그 지역의 큰 부자 상인과 40년 남짓한 우정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부자 상인이 고에쓰의 인품에 감복하여 오랜 세월 그를 극진하게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섣달 그뭄날, 그러니까 설날 전날에 고에쓰가 모처럼 그 친구의 집을 들렀습니다. 그 친구의 집에는 문에서 뜰까지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찼는데, 분위기가 험악하고 살기 등등해서 당황하던 차에 주인이 나와서 고에쓰를 방으로 인도했습니다. 방안에는 그 집에 자주 출입하는 스님이 앉아 있었고 고에쓰는 밖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 무슨 일인지를 물었습니다. 스님은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이 일은 이 집안의 가풍이며, 연중행사입니다. 이 집에서는 한 해 물품을 댄 사람과 이 집에서 일한 사람을 섣달 그믐 날 한데 모아 두고서 셈을 합니다. 밀린 임금과 물품대를 지급하는데 값을 깎기도 하고 일부러 계산을 틀리게 해도 워낙 많은 사람을 치루기 때문에 항의도 못하고 돌아가기 일쑤이므로 이 집은 이득을 남기게 되죠. 그래서 이런 일이 전통이 되었답니다. 그려'

  이 말을 들은 고에쓰는 그 길로 집을 나와 다시는 그 상인과 상종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에쓰의 이런 태도는 불의한 일을 하고 재물을 탐하는 자와는 사귈 가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사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님을 역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주와 함께 살기

  오늘 본문은 제자들이 세상을 살면서 어떤 일을 당하게 되며 그럴 때 어떻게 처신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일러주신 주님의 말씀입니다. 먼저 주님은 세상이 제자들을 미워할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그 이유로는 제자들이 세상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세상은 이미 그보다 먼저 예수님을 미워하였다는 것이죠.

  당시 예수님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미워하여 핍박한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님을 받아드리고 그의 말을 지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받아드리지 않고 핍박하는 무리, 즉 세상으로 표현되는 그들에게 예수님은 자신의 삶과 가르침이 그들을 심판하는 도구가 될 것임을 말씀하십니다.

  세상이 진리를 따르는 사람들을 핍박하게 되는 이유로 예수님은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첫 번째는 제자들이 세상 풍조를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문에서 말하는 '세상'이란 하나님을 떠난 세계요, 하늘의 뜻을 거스리고 사는 사람들이며, 어두움이 왕권을 행사하는 곳을 가리킵니다. 자기의 이익을 지키려고 진리를 거스리며, 이웃을 고통으로 밀어 넣는 그런 풍조에 따라 사는 사람들입니다. 돈과 권력을 추구하며, 더 많이 가지려고 애쓰는 자들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자신들과 같은 생각과 태도, 삶의 방식대로 살지 않는 이들은 그러기에 미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들의 이익과 기득권을 보호하는 입장에 서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제거해야 될 적이니까요. 초대 교회 신자들이 로마의 사상이나 유대 기득권자들의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신도들의 공동생활을 해 나갈 때 그들은 초대교회 신자들을 가만 두지 않았습니다. 로마 정부와 유대 지도자들은 신자들을 제국의 일치를 위협하고 하나님을 모독하는 집단으로 매도하여 핍박을 했습니다. 성도간의 사랑의 교통을 도덕적으로 문란한 패륜아의 행위로 몰아세웠고, 성만찬 예식을 사람의 피를 마시는 행위로 매도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세상이 예수님과 그를 보내신 하나님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바로 역사적인, 영적인 무지가 문제란 것입니다. 예수님의 삶과 그가 펼친 하나님 나라 운동의 참된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자신들의 생각과 아집에 눈이 멀어 버렸기 때문에 그들은 하나님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가는 길이 멸망의 길인 줄도 모르고 열심히 달려가면서 자기들을 따르지 않는다고 핍박을 자행한다는 말입니다.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 꼴입니다. 국정감사의 현장에서는 서로가 옳다고 잘났다고 매일 삿대질, 고함, 욕설이 난무합니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치부가 연일 폭로되고 있구요. 이 땅의 아픔을 끌어안고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간 사람들이 매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상이 오래갈 리가 없습니다. 진리를 따라 사는 이들이 소외되고 고통  당하는 세상이 계속될 수 없습니다.

  이제 세상을 서서히 방향을 틀기 시작하였습니다. 물질 만능 주의 아편에 중독되었던 인류가 점차 그 늪에서 빠져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문명의 대전환을 제창하고 있고, 정신적 가치, 영적 가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류 전체의 의식도 많이 진보하였습니다. 인류는 예수님이 가르치셨던 하나님 나라를 향해 성큼 한발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그 나라는 이미 그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 사이에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정신적 가치, 영적 가치를 앞세우는 나라입니다. 생각이 바뀜으로 참된 기쁨과 평안을 누릴 수 있는 나라입니다.

  물질문명의 해악을 충분히 경험하고, 그것이 참된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세상에 속하기를 거부하고 하나님 나라의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주와 함께 산다는 것은 세상을 거슬러 사는 것입니다.  

[노자 80장] 작은 나라 적은 백성

소국과민(小國寡民)하여, 사유십백지기(使有什佰之器)라도 이불용(而不用)하고, 사민중사(使民重死)하여 이불원도(而不遠徙)니라。수유주여(雖有舟輿)라도 무소승지(無所乘之)하고, 수유갑병(雖有甲兵)이라도 무소진지(無所陳之)하니라。사인복결승이용지(使人復結繩而用之)하고, 감기식(甘其食)하고, 미기복(美其服)하고, 안기거(安其居)하고, 낙기속(樂其俗)이니라。인국(隣國)이 상망(相望)하고, 계견지성(鷄犬之聲)이 상문(相聞)이로되 민지노사(民至老死)토록 불상왕래(不相往來)하니라。

과(寡)/적을 과  십(什)/열사람 십  백(伯)/맏 백, 우두머리  원(遠)/멀 원  도(徒)/무리 도, 걷다  수(雖)/비록 수, ~할지라도  승(乘)/탈 승  진(陳)/늘어놓을 진  부(復)/다시 부  승(繩)/줄 승, 새끼  린(隣)/이웃 린  망(望)/바랄 망, 기대하다 

작은 나라는 백성도 적어서 비록 수십 수백 사람이 쓸 기물이 있어도 쓰지 않고, 백성으로 하여금 죽음을 중하게 여겨 멀리 떠나지 않게 한다. 배와 수레가 있다 할지라도 탈 일이 없으며, 갑옷 입은 병사가 있지만 전선에 진(陳)을 치게 할 일이 없다. 백성들로 하여금 결승(結繩)때로 돌아가 그것을 사용하게 한다. (거둔 곡식으로 밥을 지어) 맛있게 먹게 하고, (손수 길쌈한 천으로) 옷을 지어 아름답게 하고, (아담한) 집에서 편안히 살며, (자신들이 가꾼) 습속을 즐기게 한다. 이웃나라가 마주 보이고, 닭 울음과 개 짓는 소리가 가깝게 들리지만 백성들은 늙어 죽도록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이 장은 노자 할아버지가 꿈꾸는 이상향(理想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자 할아버지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작은 나라다. 작은 나라니 백성들도 적을 수밖에 없다. 적은 수의 백성이지만 다스리는 자나 백성이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수 백 명을 대신할 수 있는 불도저나 크레인 같은 장비가 있어도 구태여 쓸 일이 없다. 큰 빌딩이나 구조물을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배와 자동차 같은 운송수단이 있어도 쓸 일이 없다. 왜냐하면 백성들이 자신의 자리를 떠나려 맘먹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일구어 얻은 곡식과 채소로 배불리 먹는다. 자신들이 손수 지은 옷으로 우아한 아름다움을 나누고,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집에서 편안한 몸을 누인다. 때로는 대대로 내려온 습속을 마을 공동체가 함께 즐기기도 한다. 이웃나라가 닭 울음소리나 개짓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 있지만 이 나라의 백성들은 이웃나라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동진(東晉) 때의 시인 도잠(陶潛:자는 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무릉도원(武陵桃源)에 관한 이야기다.

  < 어느 날 한 어부가 고기를 잡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한참을 가다 보니 물 위로 복숭아 꽃잎이 떠내려 오는데 향기롭기 그지없었다. 향기에 취해 꽃잎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앞에 커다란 산이 가로막고 있는데, 양쪽으로 복숭아꽃이 만발하였다.

  수백 보에 걸치는 거리를 복숭아꽃이 춤추는 가운데 자세히 보니 계곡 밑으로 작은 동굴이 뚫려 있었다. 그 동굴은 어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조금씩 넓어지더니, 별안간 확 트인 밝은 세상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끝없이 너른 땅과 기름진 논밭, 풍요로운 마을과 뽕나무, 대나무밭 등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두리번거리고 있는 어부에게 그곳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이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으며, 얼굴에 모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어부가 그들에게 궁금한 것을 묻자,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조상들이 진(秦)나라 때 난리를 피해 식구와 함께 이곳으로 온 이후로 우리는 한 번도 이곳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입니까?" 어부는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고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며칠간을 머물렀다. 어부가 그곳을 떠나려 할 때 그들은 당부의 말을 하였다. "우리 마을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나 어부는 너무 신기한 나머지 길목마다 표시를 하고 돌아와서는 즉시 고을 태수에게 사실을 고하였다. 태수는 기이하게 여기고, 사람을 시켜 그 곳을 찾으려 했으나 표시해 놓은 것이 없어져 찾을 수 없었다. 그 후 유자기라는 고사(高士)가 이 말을 듣고 그곳을 찾으려 갖은 애를 썼으나 찾지 못하고 병들어 죽었다. 이후로 사람들은 그곳을 찾으려 하지 않고, 도원경은 이야기로만 전해진다.>

  이 장의 이야기는 도연명의 무릉도원(武陵桃源) 이야기와 닮았다. 자신들의 삶에 만족해하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행복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남의 것을 탐내고 부러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에게 눈을 돌려 자신의 삶과 비교할 일이 없다. 그저 주어진 삶에 안빈낙도(安貧樂道)한다.

  큰 나라를 이루려고도, 큰 건물을 지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수백 수천 명의 힘을 대신할 중장비도 필요가 없다. 대단위의 도시를 형성하지 않으니 원자력발전소도 필요 없다. 각자가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지 않으니 대단위의 농장이나 목장도 필요 없다. 워낭소리에 나오는 가족 같은 소 한 마리면 먹을 농사가 거뜬하다. 아낙네는 누에를 치거나 베를 심어 옷을 잣는다. 섬세한 여인네들의 손에서 비단 옷, 삼베 옷이 지어져 겨울과 여름을 잘 나게 한다.

  백성들은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겨 멀리 돌아다닐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민중사(使民重死)하여 이불원도(而不遠徙)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죽을까봐 전전긍긍한다는 말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이 구절에는 노자 할아버지가 보고 있는 그 혼란한 세상에 대한 강한 반발이 숨어 있다. 노자 할아버지가 꿈꾸는 세상과는 정 반대인 현실 세계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것이다. 도연명의 무릉도원에 사는 사람들이 동굴 밖만 나서면 어마어마한 너른 세상이 있음에도 자신들만의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노자 할아버지가 꿈꾸는 세상도 그것과 닮았다.

  다른 세상을 엿보지 않으니 수유주여(雖有舟輿)라도 무소승지(無所乘之)하고, 수유갑병(雖有甲兵)이라도 무소진지(無所陳之)한다. 배와 수레가 있다 할지라도 탈 일이 없으며, 갑옷 입은 병사가 있지만 전선에 진(陳)을 치게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사인복결승이용지(使人復結繩而用之)한다는 말은 순수하게 꾸밈없이 살아도 행복했던 그 옛날의 요순시대와 같은 태평성세의 시대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결승(結繩)은 글자가 없었던 원시시대에, 노끈이나 새끼 따위로 매듭을 맺어서 그 색깔이나 모양, 수효 또는 상호간의 거리 등을 이용하여 일정한 사상이나 개념을 표시하는 방법이었다. 즉, 매듭으로 기억의 편리를 꾀하고 의사를 소통하는 방편으로 삼았던 것이다. 결승을 통해 의사소통(意思疏通)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했다. 약속한 일이나 사건의 대소(大小)에 따라 새끼의 크기가 달라지고, 사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매듭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결승은 약속한 사람들이 서로 나누어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이를 서로 맞추어 보고 그 사실을 확인하곤 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결승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문자가 사용되기 이전 새끼줄을 묶어서 수를 셈하던 방법. 중국의 ≪역 易≫ 계사전(繫辭傳)에 의하면 “상고에는 결승에서 시작하여 후세의 성인이 이것을 서계(書契, 刻記)로 바꾸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은 동양 문화권에서는 셈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결승과 각기는 수를 나타내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결승과 각기가 이용되었다. 더구나, 서민층에서는 이 방법이 폭넓게 쓰여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1910년대까지는 전라남도의 농촌지방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결승은 지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원칙적으로 5진법 원리를 적용하였다.>

  그러니 복결승(復結繩), 결승(結繩)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그 순수하고 꾸밈이 없었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되겠다. 감기식(甘其食)하고, 미기복(美其服)하고, 안기거(安其居)하고, 낙기속(樂其俗)이라는 표현이야 말로 복결승(復結繩)에 걸맞는 노자(老子) 다운 표현이라 하겠다. 복결승한 사람들은 땀 흘려 거둔 곡식으로 밥을 지어 맛있게 먹고, 손수 길쌈한 천으로 옷을 지어 입고, 아담한 집에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편안히 살며, 전해져 내려온 공동체의 습속(習俗)을 즐긴다.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되는 이들 중 헬렌과 스콧 니어링 부부가 있다. <조화로운 삶> 이란 책으로 널리 알려진 이들의 이야기는 생명, 생태주의 적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헬렌은 24살 때 평화주의자, 사회주의자였던 스콧 니어링을 만나 삶의 가치관을 바꾸게 된다. 스콧 니어링은 자본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가난한 이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인물로, 대학교수 시절 아동 노동 착취와 제국주의 국가들의 세계 대전에 반대하다 해직된다.

  1932년 둘은 자신들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미국 버몬트의 한적한 시골로 이사한다. 그곳에서 직접 돌집을 짓고, 땀 흘려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의 생활을 시작한다. 문명화된 현대 사회에서 벗어나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것, 그리고 많이 가지기보다는 검소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을 실천에 옮긴다.

  그들은 하루를 온전히 일에만 바치지 않았다.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시간만 노동에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독서와 명상, 여행처럼 자기 자신의 유익을 위해 사용했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가능한 손을 이용해 일을 했다. 현대 문명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식사 또한 특별한 조리법이 없었다. 통밀 빵과 생과일, 소금을 안 친 팝콘처럼 가능한 조리하지 않은 음식을 먹었고, 육식을 하지 않았다. `사과든 토마토든 풀 한 포기든 먹으려면 그것을 죽여야 한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자연의 경이를 소비할까.`에 그녀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현대인이라면 먼 시대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생활을 헬렌과  스콧 니어링은 50여년 가까이 실천에 옮긴다. 스콧 니어링은 1983년 100살이 되던 해, 죽음이 앞에 왔음을 느끼고 스스로 음식을 끊어 죽음에 이른다. 헬렌 니어링 또한 1995년 92세의 나이로 죽는다. 둘 다 인생을 충분히 즐기다, 행복하게 떠났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지 않았다. 누가 뭐라 하던 자신들의 행복한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도시문명에 찌든 사람들은 그들의 삶에 대해 손가락질 하지만 과연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만 하는 이 세상에서 참된 이상향은 어디에 있는지 애써 찾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