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애인이 되지 않았다면(권오태)
내가 장애인이 되지 않았다면
수많은 장애인들,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
그들의 눈물과 아우성을
그들의 아픔을 몰랐을 것이다.
내가 장애인이 되지 않았다면
그런 장애인들이 이 험난한 세상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다만 생존만을 위해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내가 장애인이 되지 않았다면
신(神)이 약한 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들의 작은 신음(呻吟)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들어주시고
그들의 칠흑 같은 어두운 삶에도
빛을 비추어 주시는지
신(神)의 큰 사랑을 몰랐을 것이다.
내가 장애인이 되지 않았다면
인생의 고뇌에 대해서
인생의 깊이에 대해서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생(生)과 사(死)의 의미에 대해서
이토록 치열하게
고민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장애인이 되지 않았다면
나는 고통 속에 숨겨놓은
신(神)의 소중한 보물과 축복을
몰랐을 것이다.
나는 장애인이 되어서
참으로 큰 복을 받았다.
나는 장애인이 되어서 감사하다.
나는 장애인이 되어서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빗소리(권오태)
아파트 유리창을 타고
주루룩 주루륵 빗물이 흘러내린다.
휠체어에 앉아 정원수들이
시원하게 샤워하는
모습을 훔쳐본다.
공해와 미세먼지로 찌든 나뭇가지
구석, 구석을 깨끗이 씻어낸다.
하루 온종일 씻고 또 씻는다.
이젠 그만해도 되련만
정작 씻어야 할 것은 내 마음이거늘
온갖 더러움과 죄와 탐욕으로
찌든 내 마음을 씻고 또 씻어야 하건만
이미 깨끗해진 애꿎은 나무들만
차가운 늦가을비에
온종일 씻고 또 씻는다.
<약력>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학교부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졸업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
*1985년 3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목사안수
*미국 풀러 신학대학원 졸업
*경안고등학교 교목 역임
*대국 영남신학대학교 강사 역임
*대구 동부제일교회 담임목사 역임
*서울 신설동교회 담임목사 역임
*2012년 3월 서울동노회 은퇴목사
2017년 1월 ‘절망의 벽 앞에서’ 출판
2018년 6월 ‘문예사조文藝思潮’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
2020년 10월 ‘그래도 행복합니다’ 첫 시집 출판
현.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과 재학
카페 게시글
짚신문학 제23호 원고
권오태, 제23호 원고 시 2편 올립니다.
곽만영
추천 0
조회 120
21.08.12 20:25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