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공적인 업무를 스스로의 힘에 의하여 수행하여야 한다.
오늘 이야기는 이른바 파파라치에 관한 것이다.
파파라치는 일정한 상금을 노리고 벌이는 다소 야비한 행위이다.
연예인들의 사생활 폭로를 위해 시작된 장사가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지 나라에서 가장 애용하는 수단이 되어 버렸다.
파파라치의 전형은 아마 국가보안법상 포상제도가 아닌가 싶다.
어렸을 때 벽보에 붙은 "간첩신고 상금 500만원,보로금 추가 지급"이란 문구에 간첩이란 놈이 얼마나 나쁘면 저렇게 천문학적 상금이 붙었을까,저렇게 많은 상금을 줄 수 있을까,나라 망해 먹을 간첩놈들 등등 수많은 상상과 우려와 동경을 하던 기억이 새롭다.
국가의 존립 유지와 스파이전의 현대적 양상에 대처하기 위해 국군이나 경찰이나 공무원들도 있지만 국민된 도리로서도 간첩은 발 붙일 곳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뭔가 깨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소설 같은 것을 보면 연적을 매국노 내지 첩자로 신고하여 그를 없애고 좋아하던 여자를 차지하는 야비한 인간들이 등장하기도 하여 더욱 그리하였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국민들에게 서로 감시하고 경계하고 고자질 시키는 것은 국가안보라는 명제 아래 부득이하다는 데에서 생각이 멈추곤 했다.
그후 법제관이 되어 재무부에서 국유재산법을 고쳐 은닉 국유재산 신고자에게 일정한 포상을 한다는 제도를 도입하려 할 때 필자는 관련 공부의 망실로 인한 국유재산 관리문제가 심각하고 전문 꾼들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그 방법 밖에 없다는데 동감하였다.
그러나 얼마 안되어 재무부 실무자의 푸념을 들었는데 신고자의 대부분이 과거 국유재산을 빼돌려 팔아 먹은 그 장본인들로서 형사 민사 책임추궁이 어렵게 된 시점에서 자신들이 빼돌린 재산을 사들인 선의의 피해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작태에 대하여 분노를 금치 못하는 것이었다.
그뒤 도로교통법 위반사범의 신고 포상제도가 도입되자 카파라치라는 용어까지 등장하여 본격적으로 논쟁이 시작되었고 그 제도가 예견한 바 대로 엄청난 부작용을 나타내어 폐지되고 나서 쓰레기 무단투기사범,조세포탈사범,노래방 불법영업사범 등 무려 65종의 파파라치 제도가 성업을 이루게 되었다.심지어 인터넷 싸이트에 들어가면 파파라치 요령에 관한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심지어 파파라치 양성 학원까지 생겼다고 한다.백수들도 많은데 이런 일로 용돈이나 벌어 쓰라는 꼬임이 솔깃하다.
이러한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할까.
도로교통사범의 포상제도가 기업형 신고꾼의 등장을 비롯한 수많은 문제를 낳아 폐지하였는데 이리도 많은 유사제도가 판을 치는 것은 무슨 근거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공무원들은 고도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출 것을 전제로 국민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할 일을 작은 정부니 예산 절감이니 전문성 부족이니 하여 국민들 상호간의 감시와 고자질 시스템으로 떼우려는 것은 우리 정부가 과거 전제왕조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주차 견인업무도 법제처에서 민간에 맡기면 안된다고 그리 이야기 했건만 기어이 시작하더니 영리 목적의 무리한 단속으로 여러가지 마찰을 빚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재개발사업 현장의 철거반원들이라든지 도로상의 주차감시요원을 아르바이트로 사용하는 것 역시 공무원들의 몸사리기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내지 무사안일은 이러한 형태로도 나타남을 심각하게 생각한다.
예산 부족으로 조직 확대가 어려우면 야근을 해서라도 맡은 분야에서 펑크가 나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던 선배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철밥통이라고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궂은 일에도 팔을 걷어부치는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법제처에서는 파파라치를 도입할 때에는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야 하고 법령에서 도입근거를 마련할 때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입안심사기준을 새로 만들고 있다.
파파라치에 관한 사항도 반드시 포함될 것을 기대한다.
추가할 사항:범죄행위를 인지하였을 때 공무원은 형사소송법 제234조제2항에 의하여 고발의무를 지지만 일반 사인은 그러한 의무가 없고 다만 공동체 정신에 입각하여 고발을 함으로써 민주시민의 자세를 보여주게 된다.선진국일수록 시민들의 고발정신이 투철한데 우리나라는 범행을 목격하고서도 금전적 이득이 없으면 전혀 나서지 아니하여 문제이다.그런데 국가에서 금전적 유인책으로 파파라치를 양산해 내는 것은 공동체 정신의 황폐화를 초래하게 된다.당장의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 그런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심사숙고하여야 한다.
의견1) 기준을 만들 수 있을까만 내 생각으로는 나라의 존립을 위해 근간이 되는 범죄(옛날로 치면 반역죄 같은)에나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했으면 좋겠다.
신고포상 제도는 공동체 유지(우선)라는 목적에서 발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이는 심히 철학적인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고대 로마(그 문화를 계승 했다고 하는 현재의 서양문화의 한면도 마찬가지)에서와 같이 공동체에의 귀속감을 확인함으로써 개인의 존재가치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할 만큼 공동체 우선의 가치관 아래서는 신고가 미덕일 수 있겠으나 , 개인간의 관계를 중시했던 동양(유교문화권)에서는 남의 잘못을 고자질 하는 행위는 인륜에 반하는 짓이며,풍속을 해치는 짓으로 지탄받을 일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떠나서도 나라는 게으름 피우고 백성들은 저희들끼리 다투게 하여 편하게 실적을 올리고자 하는 것은 먼 안목을 가진 계책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단속에 드는 비용보다 포상금 지급비용이 싸게 먹힌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이런 제도를 남설하는 것은 천박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견2) 국가의 권력이 직접미치는 행위에 대하여는 국가 공무원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로교통법 등을 위반하여 벌금을 부과하는 행위는 국가권력의 발현으로 이러한 행위를 소위 파파라치를 통하여 한다는 것은 행정편의 주의적인 발상입니다. 또한 웬지 모르게 옛날에 도덕책에서 배웠던 북한의 주민 감시제도인 5호감시제가 생각납니다.
의견3) 신고 고발을 너무해도 문제이나, 신고 또는 고발정신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너무 참고 살다가 욱하여 주먹질하거나 살인을 하는 현상보다는 이렇게 나마 고발을 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절대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름철 더위에 지쳐 잠도 오지 않는 아파트에서 고성방가를 하는 사람을 볼때는 신고하고 싶은 생각이 아니 줘패고 싶은 생각이 너무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