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목적
산양(Naemorhedus caudatus)은 우제목(Artiodactyla) 소과(Bovidae)에 속하는 야생동물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제10호이며, 천연기념물 217호(1968.11. 20 지정)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고,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 부속서 Ⅰ에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주요 서식지는 비무장지대, 양구-화천지역, 울진·삼척·봉화지역 및 설악산지역으로 제한되어 있다. 산양은 계속되는 밀렵과 서식지파괴로 인해 개체수가 매우 감소하고 있으며,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하고 있을 정도로 멸종위기에 직면한 종이다. 따라서 산양에 대한 서식현황을 분석하여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녹색연합은 남한 최대의 산양 서식지인 강원도 삼척, 경상북도 울진, 봉화의 산양서식 실태를 조사하여 산양서식실태를 진단하고 산양 서식을 위협하는 요인을 분석하여 산양보호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조사지역
조사대상지역은 강원도 삼척시, 경상북도 울진군, 봉화군의 산양서식지와 인근 마을로, 면적은 대략 4만ha이며 2개도와 1개시, 1개군, 2개읍, 3개면, 그리고 17개리로 구성되었다.
강원도 삼척시-경상북도 울진군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야생동,식물의 보고인 지역으로, 영남권 전체를 아우르는, 산악권역의 중추이자 산림생태계의 보고인 낙동정맥(약 400km) 산줄기의 주요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천연기념물인 산양(217호)과 수달(330호), 하늘다람쥐(328호)를 비롯하여 멸종위기종인 삵과 담비 등 각종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국립공원에 버금가는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조사기간과 방법
녹색연합은 최근 5년 동안 울진-삼척 지역의 생태적 가치에 주목하고 야생동물의 서식실태를 조사해왔다. 특히 이 지역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주서식지임을 확인하고 산양서식범위와 개체 수를 파악하기 위한 정밀조사에 착수하였다. 2002년 5월부터 2003년 4월까지 1년 동안 총 20여 명의 조사연구원을 투입하여 현장조사로 산양 배설물과 발자국 등 흔적확인과 목격으로 산양 서식범위를 확인하였다 또한 문헌조사와 현장조사를 병행하여 산양의 서식위협요인, 토지소유구조?이용실태, 산림훼손 현황, 대규모 개발사업 현황을 파악하였다.
조사결과
1. 산양의 서식 실태
강원도 삼척시와 경상북도 울진군 지역의 총 339개소에서 산양서식흔적을 발견하였다. 이 중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원덕읍 일대 249개소, 경상북도 울진군 울진읍,북면,서면, 봉화군 석포면 일대 90개소를 확인하였다. 특히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에서 산양흔적을 196개소(57.8%) 발견하여, 조사지역 중 가장 많았다. 산양의 서식흔적은 주로 배설물을 통해 직접 관찰되었는데 총 327개소로 65.8%이다. 배설물은 크기는 가로 1~3cm로 평균 1.5cm정도이고, 보통 50~1000여개의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그 외 족적 66개소, 식흔 42개소, 영역표시 13개소, 휴식처 23개소, 직접 확인 등 6개소 순으로 산양의 서식을 확인하였다.
산양은 주로 전망이 트인 암벽이나 암릉지대, 절벽이나 가파른 바위 주변 능선에 생활의 터전을 삼고 있었다. 248개소(73.2%)의 흔적이 바위가 있는 급경사의 높은 산지 절벽과 능선에서 발견되었고, 식생은 소나무와 참나무 등 교목이 주종을 이루었다. 산양서식흔적이 많이 발견된 곳은 500m 이상의 고산암벽지대가 245개소(72.3%)였다. 그러나 인위적 간섭이 없을 경우 200m~300m의 낮은 산지에서도 산양의 흔적이 94개소(27.7%) 발견되어 산양은 인위적 간섭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산양의 흔적은 햇빛이 잘 드는 남동, 북동, 남서사면에서 총 167개소(49.3%) 발견되었다.
2. 산양 서식지 환경 실태
국내 최대 산양서식지인 울진-삼척지역은 산양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밀렵, 도로에 의한 서식지 분할, 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생태계훼손, 폐,휴광산의 산림환경 훼손과 토양오염 등으로 산양의 서식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송전탑
산양 서식지에는 한국전력공사의 송전선로 3개 노선이 들어서있다. 울진-신태백345kV, 울진-신영주 345kV, 울진154kV 노선이다. 송전탑 건설 기간 중 건설 소음, 진동, 장비와 사람들의 빈번한 출입, 산림훼손, 서식방해와 서식지 파괴가 발생하였다. 특히, 울진-신태백 345kV 송전선로 건설 이후 발생한 불법폐기물 매립과 산사태는 산양서식지를 심각히 위협하고 있다. 울진-신태백 345kV 송전선로 건설로 인해 삼척시 원덕읍 사곡리와 가곡면 오저리, 풍곡리, 동활리 일대 산양 서식지가 산사태와 송전탑 건설로 인한 서식지 단절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현재 이 지역은 765kV 초고압송전선로 추가건설이 예정되어 있어 산양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있다.
-밀렵
산양이 울진-삼척지역에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밀렵도구인 올무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것만 다섯 번이다. 2000년 1월 13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2000년 2월 14일과 24일,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대의 산지에서 밀렵도구인 올무에 의해 죽은 채 발견되었다. 지난 10년간 울진-삼척 전지역에 걸쳐 밀렵이 광범위하게 성행하였고, 현재에도 주요 능선부를 중심으로 야생동물의 이동통로에는 예외 없이 밀렵도구가 설치되어 있거나 흔적이 남아있다. 또한 밀렵구 근방 300~500m 내에서 수십 개의 밀렵구가 발견되어 밀렵이 울진-삼척 전 지역에 걸쳐 성행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광산
산양서식지 내 위치하는 광산은 총 17개소로 대부분 채석광산이다. 대부분의 광산은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복구 없이 방치되고 있다. 울진-삼척 지역은 채석광산(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운모 광산, 울진군 서면 소광리-수정 광산, 울진군 북면 주인리-형석 광산)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채석을 위한 진동 및 소음은 산양 서식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광산 개발 이후 사후복구 미비로 인해 유출되는 갱내수는 지속적인 토양오염과 산림환경훼손을 야기하고 있다.
-도로
울진-삼척 산양서식지에는 다양한 형태의 도로가 개설되어 있다. 36번 국도, 416번 지방도, 917번 지방도, 가곡-석포간 도로, 광산진입도로, 임업도로 등의 많은 도로가 산양의 서식지를 에워싸고 있다. 도로는 산양의 서식지를 분할 할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동을 용이하게 해 밀렵의 통로로 이용되기도 한다. 특히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도로는 삼척시 가곡면과 봉화군 석포면을 연결하는 석개재 관통도로이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산양 서식지 한가운데로 관통하여 야생동물 서식지를 단절하고 있다.
대책
-산양서식지실태조사
백두대간을 비롯한 산양의 서식지 대부분은 도로, 광산, 송전탑 건설 등의 대규모 난개발로 위협받고 있다. 이는 결국 산양서식지 훼손과 단절 그리고 고립으로 산양의 유전적 다양성을 해쳐 산양의 멸종원인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멸종위기야생동물의 보존과 관리를 맡고 있는 환경부조차 이 지역의 산양과 멸종위기종 서식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최대의 산양서식지 보전과 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서식실태에 대한 전면적이고 구체적인 조사가 선행되어야한다.
-산양서식지 환경실태조사 및 훼손지역의 생태적 복구
산양서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해야 한다. 송전탑, 광산, 도로 등이 서식지 단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밀히 조사하여 서식지 훼손과 파괴를 최소화해야한다. 또한 이미 산양서식지를 훼손한 지역을 시급히 복원하여 서식지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밀렵에 대한 대책마련
정부기관과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이 긴밀히 협조하여 밀렵방지 교육, 홍보, 밀렵구 수거, 순찰 감시 등 전면적이고 꾸준한 밀렵방지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보호지구 지정
울진-삼척 지역은 산양을 비롯한 다수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다. 70년대 중반까지 서식했으나, 현재는 사라진 반달가슴곰과 표범을 제외하면 포유동물로는 주요 법적 보호종과 천연기념물이 대부분 서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은 생태?자원적 가치에 맞는 보전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우선 국내 제일의 산양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한 산양보호지구지정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녹색연합의 요구
1. 환경부는 울진-삼척 지역 산양서식실태를 정밀하게 조사하라.
2. 환경부는 울진-삼척 일대의 산양서식지를 자연생태계보전지구로 지정하라.
3. 환경부는 산양서식지를 위협하는 765kV 송전탑 환경영향평가를 재평가하라.
4. 환경부는 이미 훼손된 산양서식지를 생태복원하고 종합관리대책을 마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