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
이제야 알겠어요. 대한이에 대한 감정이 뭔지...
사랑이 아닐지는 몰라도 대한이 없으면 안된다는 거예요.
차마 사장을 볼수가 없어 고개를 들고 엉거주춤 일어나 초인종을 눌렀다.
“엄마. 나야. 빨리 문열어.”
대한이를 부축하기 위해 대한이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하지만 대한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야. 위대한. 일어나봐 좀!!”
한참을 낑낑거리며 대한이를 일으켜 세울라고 힘을 쓰고 있는데
사장이 대한이 팔을 나꿔채 부축하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어머어머 이게 무슨일이야?”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엄마가 호들갑을 떨며 사장과 대한이를 번갈아 처다봤다.
“죄송은 무슨..이쪽으로 데리고 와요.”
엄마가 앞장을 서고 그 뒤를 사장이 따라가 손님방에 대한이를 눕혔다.
“이게 무슨일이라니? 꿀물이라도 먹여야겠다.”
엄마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하며 방을 나갔고 정적속에서 사장과 멀뚱히 서있었다.
뭐라도 해야 했기에 대한이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가 잠바를 벗겨냈다.
휴... 사장한테 미안해 죽겠네.
“사민다..”
사장이 조용하게 이름을 불렀다.
차마 대답을 할수 없어 등을 돌리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너 정말 어렵다.”
어렵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사장이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어렵다고? 무슨뜻이지?
그나저나 이제부터 사장얼굴을 무슨 낯으로 보지?
정말 걱정이다. 아휴.................
“민다야. 대한이 옆에 꿀물 놓아두고 너도 니방가서 얼른자.”
엄마에게 꿀물을 받아들고 옆 탁자에 놓았다.
“응.”
“서사장 표정이 왜 저렇게 어둡니? 무슨 일 있었니?”
엄마가 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아...아니.”
휴.............
“이놈의 새끼. 어린게 왜 이렇게 술을 처먹었데??”
엄마가 욕을 하며 대한이의 양말을 벗겨내곤 엉덩이를 두들겼다.
“얼른 자라.”
“응.”
자고 있는 대한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곤 엄마와 함께 방을 나왔다.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잠은커녕 눈만 말똥말똥했다.
대한이 깼을라나??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 거야?
잠도 안오고 대한이가 걱정돼 손님방으로 건너갔다.
방으로 들어가니 대한이가 침대에 뻗어 쿨쿨거리며 자고 있었다.
“음..............무울..............”
물??
아니 이새끼가 술 처먹은 걸로도 모자라서 어디서 물 타령이야?
남은 지금 심란해 죽겠구만 쿨쿨 잘도 자네. 잠이 오냐 이놈아?
엄마가 가져다 준 꿀물을 대한이 입에 처넣었다.
헌데 힘이 너무 과했는지 꿀물이 대한이 얼굴에 넘쳐흘렀다.
절대 고의로 그런게 아니야. 대한아. ㅎㅎ
“뭐야?”
소리를 지르며 대한이가 벌떡 일어났다.
“흐흐. 대한아.”
“사민다?”
대한이가 상황파악이 안돼는지 주위를 휙휙 둘러봤다.
“우리집이다. 이놈아. 기억도 안나?”
“응? 별로.”
대한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씨익 웃었다.
자다 일어 난 대한이의 모습은 실로 엄청나게 귀여웠다.
“야. 위대한.”
“엉?”
졸려운지 양손으로 눈을 비비며 대답을 하는 대한이.
“내 선택은 너야.”
순간적으로 대한이는 눈을 비비던 손길을 멈추고 굳어져 가만히 있었다.
무슨 반응이 이래??
“뭐?”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대한이.
“재방송은 안해”
튕기듯 말하며 대한이를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니가 한말 진짜지?”
그럼 진짜지 가짜냐?
여전히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대한이에게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응.”
대한이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내 이마에 쪽소리나게 입을 맞췄다.
“야~”
“하하. 좋아서~”
대한이가 껄껄 웃으며 자꾸만 얼굴을 잡아당겼다.
“야. 아퍼! 하지마!”
하지만 내 반항에도 불구하고 대한이는 자꾸 얼굴을 꼬집었다.
아니 이새씨가 왜 이래?
“이뻐서 그래.”
“풋.”
아무리 내가 이뻐도 계속 볼을 꼬집으면 어떡하니?
이쁜것도 죄라니깐. ㅋㅋ
그때 갑자기 대한이 핸드폰이 울렸다.
이시간에 누구지?
대한이가 잠바를 찾더니 핸드폰을 집어 들어 전화를 받았다.
그리곤 한참동안 들고서 짜증스러운 얼굴을 하며 대답만 하더니 이내 전화를 끊었다.
“누구야?”
“할아범. 나 가봐야겠다.”
“할아버지 많이 화나셨어?”
“별로. 전화할게.”
“잘가~”
문밖까지 대한이를 배웅하며 손을 흔들었다.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대한이였다.
그런 대한이를 뒤로 하고 집으로 들어와 다시 잠을 청했다.
으... 앞으로 사장얼굴을 어떻게 보지? 정말 걱정이다.
사장걱정에 잠이 안올줄 알았는데 어느덧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아휴.............느릿느릿 회사갈 준비를 하곤 집을 나왔다.
민망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어 최대한 꾸물거리며 회사로 갔다.
사무실로 들어가 사장에게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사장이 문을 벌컥열고 들어왔다.
“사........사장님.”
“좋은아침. 사비서.”
사장이 내 머리를 툭 때리더니 사장실로 들어가버렸다.
뭐야? 생각보다 간단하네?
뭔가가 허전한 것 같기도 하고.......
대한이를 선택한건 난데 왜 이렇게 찝찝하지?
아휴. 난 정말 문제라니깐.
애써 사장생각이 밀려드는걸 떨쳐버리고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하는 내내 머리속에선 사장의 모습만이 계속 떠올랐다.
사장한테 내가 겨우 그 정도였나?
아무리 그래도 자기 약혼녀였는데.........
다른 남자를 선택한 여자에게 그렇게 쉽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인사를 할수 있나?
뭐야... 사장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던건 맞아?
하긴 사장이 나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했어.
아님 좋아한다는 말을 한번이라도 하길 했어. 나 혼자 쌩쇼 떤거지.
약혼기간 내내 다른 여자한테 눈길이나 줬던 사장인데
이제와서 내가 떨어져 나갔다 해도 별로 신경쓰이는건 없겠지.
참나. 지금 생각해보니 디게 열받네?
“사비서. 혐대회사 서류 좀 갖다 주겠소?”
갑자기 사장이 문을 벌컥 열곤 무뚝뚝한 얼굴을 하며 말을 내뱉었다.
“네? 네.”
서류를 챙겨 사장실로 들어가 서류를 건네주니 사장은 고개도 들지 않고 서류를 받아들였다.
뭐야. 뭔가가 허전해........
“사장님. 커피드릴까요? 아.. 커피말고 유자차.”
“됐으니깐 나가봐요.”
신경도 쓰지 않고 차가운 말투로 말을 하는 사장.
그 후로도 사장의 차가운 태도는 계속됐다.
사장은 그날 뿐만 아니라 그 후로도 계속 거리를 두곤 사장과 직원관계로 나를 대했다.
이러니 회사를 다니는것도 사장옆에 있는것도 아무런 재미가 없었다.
그저 사장얼굴을 볼때마다 가슴한쪽이 쓰린게 눈물만 나오려고 했다.
아....... 이러다가 우울병 걸리겠어.
장난이라도 치든가. 말이라도 좀 걸어 주든가.
필요한 말 외에는 한마디도 안걸고...........짜증나.......
눈에 고인 눈물을 옷 소매로 꾹꾹 눌러 닦아줬다.
바보같은 사민다. 사장이 필요없다고 한건 너잖아.
근데 왜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러는 거야?
자꾸만 눈물이 고이는걸 억지로 참으며 굳은 자세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사비서. 먼저 퇴근할테니 사비서도 퇴근해요.”
“네? 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코트를 입는 사장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장은 나를 쓸쩍 처다보더니 이내 눈길을 돌리고 나가버렸다.
하...뭐야....
따뜻한 눈으로 좀 봐주지. 그것도 안돼면 웃어주기라도 하지.
무뚝뚝한 얼굴로 대하기나 하고 사장 정말 밉다.
갑자기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손에 얼굴을 묻은채 한참을 울었다.
엉엉. 서글퍼.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처다보는 사장 때문에 서럽고 바보같은 나 때문에 서러워.
이내 뚝뚝떨어지는 눈물을 닦고 회사를 나와 대한이를 만나러 갔다.
약속장소로 가니 대한이가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37.
“대한아.”
“응. 왔어?”
대한이가 씨익 웃다가 이내 나를 보곤 인상을 찌푸렸다.
“너 울었어?”
“응? 아...아니.”
아. 세수라도 하고 올걸. 당황하여 얼굴을 만지작 거렸다.
“휴.. 그래. 뭐 먹을래?”
“음.............”
요즘들어서 별로 먹고 싶은게 없는데..............
“넌?”
“너 먹고 싶은걸로.”
“음...글쎄..... 오랜만에 삼겹살 먹고 싶다.”
“그래.”
대한이와 삼겹살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너 요 몇주 사이에 말랐어.”
“내...내가?”
“응.”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평소에는 아무리 살을 빼려고 해도 안빠지드만..”
“오늘은 좀 많이 먹어. 평소처럼 깨작거리지 말고. 알았지?”
“응.”
밥을 깨작깨작 거리며 먹고 있는데 문득 사장이 떠올랐다.
예전에도 사장이랑 삼겹살 먹으러 왔었는데...........
그땐 진짜 배고파서 거지처럼 먹었었지. ㅋㅋ
지금 생각하니깐 웃긴다. 킥킥.
“왜 웃어?”
“으응?”
“왜 웃냐고?”
“내가 웃었어?”
“응. 같이 웃자.”
대한이가 입가에 묻은 밥풀을 띠며 고기쌈을 내밀었다.
고기쌈을 받아 들곤 입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응. 전에 사장이랑 삼겹살 먹었던거 생각나서.”
“그래?”
“응. 그때 내가 하루 굶었었다는거 아냐. 그래서 얼마나 허겁지겁 먹었든지. 키
키”
고기를 굽던 손을 내리고 심각한 말투로 물어오는 대한이.
“회사........그만 둬야 하지 않아? 그렇게 있는거 안불편해?”
하긴... 매일 이렇게 지내는것도 숨막히고..........내년이면 다시 학교도 다녀야 하고.........
무엇보다 매일 사장과 얼굴을 부딪혀야 한다는게 너무 힘들어.
“응. 조만간 그만 둬야지.”
아직 회사를 그만두지도 않았는데 그만둔다는 생각 자체만으로도 눈물이 나오려 했다.
“언제?”
“조만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막혀와 밥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대한이와 헤어졌다.
쇗불도 단김에 빼랬다고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사직서를 써내려갔다.
사직서를 쓰는 내내 눈물이 울컥울컥 차올랐다.
마지막으로 사직서를 곱게 접어 봉투에 넣고는 잠을 청했다.
회사를 다니는것도 내일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도통 잠이오지 않았다.
이제 사장얼굴도 못 보는 건가?
낮은 목소리도. 잘생긴 얼굴도. 날 바라보는 사장의 눈도........
아무것도 볼수 있는건 없는건가??
사장의 웃는 모습을 본게 언제지? 웃는 모습 참으로 이뻤는데....
정말 다시는 볼수 없는 건가??
눈을 감고 사장의 웃는 모습을 떠올리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사직서를 챙겨 회사로 나왔다.
사장실로 들어가 책상주위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장이 들어왔다.
“사장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막혀왔다.
“사비서. 일찍 출근했네?”
“네...”
힘없이 말하며 사장이 코트를 벗고 의자에 앉을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기다렸다.
사장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코 끝이 시큰해지는게 눈물이 차올랐다.
사장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터지려는 울음을 참으려 숨을 멈추는 동시에 눈을 껌뻑거렸다.
사장이 의자에 앉을때까지 얌전히 서있다가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봉투를 내밀었
다.
순간 사장은 아무런 행동없이 봉투만을 처다보고 있었다.
“이게 뭐야?”
사장이 봉투를 받아들곤 나를 슬쩍 한번 처다본후 봉투를 열었다.
“사직서요.”
“사직서?”
“네.”
“왜? 대한이랑 결혼이라도 하나?”
아니꼽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하는 사장.
“그런거 아니예요!.”
왜 그런생각을 하지?
괜히 흥분해 사장에게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럼 왜?”
“내년에 다시 학교도 다녀야 하고. 학교 다닐라면 이래저래 준비할게 많아서요.”
핑계도 완벽하게 대네. 사민다.
그냥 사장 얼굴보는게 불편해서 그만둔다고 하지 그래?
“사비서.”
“네?”
“그럼 학교가기 전까지는 다니지 그래? 준비할게 있으면 중간중간에 다녀오기도 하고. 어때?“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하는 사장.
왜 붙잡는 거야?
당신도 나 보는게 불편하니깐 매일 그렇게 인상이나 쓰고 퉁명스럽게 말하는거 아냐?
“아니예요. 그만 둘래요.”
“회사다니는게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래서 애들은 짜증난다니깐?”
매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봉투를 집어던지는 사장.
“네? 뭐...라고 하셨어요?”
왜 이렇게 얄밉게 말을 하는거야?
“후임 구해질때까지 일하는건 알고 있지?”
그......그런가? 아참. 그렇겠군.
“당연히 알고 있죠.”
“그때까지 일하고 그 뒤는 그만두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
하.......참나........ 뭐 이딴 놈이 다 있어?
소리는 왜 이렇게 질러 싸? 아직도 툭하면 소리질러대는 버릇을 못 고쳤군?
“말좀 이쁘게 하시죠? 짜증나.!”
몸을 획 돌리곤 신경질적인 발걸음으로 사장실을 나와 문을 소리나게 닫았다.
아. 열받아.
그만둔다는 사람한테 잘해주지는 못할망정 왜 신경질이야??
쓰러지듯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뚫어지게 야렸다.
짜증나.... 짜....증나..............진짜 짜증나..............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휴지를 뽑아 슥슥 문질러 닦았다.
코까지 팽팽 풀어가며 울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이 나왔다.
헉. 지금 눈 디게 충혈되어 있을텐데?
우는 모습을 들킨게 너무 쪽팔려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왜요.”
싸가지 없게 말을 내뱉곤 코푼 휴지를 밑으로 떨어뜨렸다.
“결제 서류 내놔야 될거 아니야.”
그냥 달라고 하면 돼지 왜 이렇게 짜증이야!
당신이 그러니깐 자꾸만 눈물이 멈추지 않는거 아냐!
눈물 때문에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서류가 잘 보이지 않았다.
“서류가 어디있드라........”
어색하게 말을 하며 손으로 서류를 찾아 뒤적거렸다.
그때 갑자기 사장이 고개를 들더니 입을 맞춰왔다.
뭐하는 거야?!
사장을 밀치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함이라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갔다.
사장님............
마음속으로 속삭이며 사장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목을 따듯하게 만지작 거리는 사장의 손길이 느껴졌다.
사장의 따뜻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집요하게 입을 파고들던 사장이 갑작스럽게 입술을 떼며 키스를 중단했다.
손안 가득했던 따뜻한 사장의 온기가 사라졌다.
“울면 키스한다고 그랬잖아.”
눈을 피해가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 사장.
말을 내뱉기 무섭게 사장은 사장실로 들어가버렸다.
사장이 남기고 간 온기를 찾느라 입술을 매만졌다.
휴..................
나 진짜 왜 이러냐....
왜 사장에게 미련을 못 버리는 거지?
후임은 의외로 빨리 구해졌다.
키스사건 이후로 사장은 언제그랬냐는 듯 또 사무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회사에서 일하는 마지막날.
계속 찾아오는 답답함에 가슴이 턱턱 막혀왔다.
아침일찍 출근해 새로온 비서와 일을 하고 있는데 느지막히 사장이 나타났다.
왜 저렇게 늦에 오는거야? 요즘 군기가 빠졌어.
“사장님 오셨어요?”
새로온 순자언니가 살갑게 웃으며 사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강비서. 좋은아침.”
사장도 미소를 띠며 순자언니에게 윙크를 하며 인사를 했다.
저놈의 바람기. 아직도 못 고쳤지?
“안녕하세요.”
사장에게 인사를 건네며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사장을 바라봤다.
하지만 사장은 짧게 고개를 숙인후 사장실로 들어갔다.
참나. 차별하는 거야 지금??
누가 당신한테 다정한 인사 받고 싶다 그랬어!! 아. 열받어.
사장실 문을 눈이 찢어질 듯 야리며 열을 내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이 튀어나왔다.
갑자기 튀어나온 사장 때문에 눈이 직통으로 마주쳤다.
황급히 눈에 힘을 풀곤 일을 하는척을 했다.
“강비서.”
“네. 사장님.”
“이거 잘못된거 같은데?”
사장이 서류뭉치를 들고 순자언니에게 가더니 하나하나 친절하게 가르쳐주는게 보였다.
내가 왔을땐 소리나 질러댔으면서...
야! 사장 너 그러는거 아니다. 마지막날인데 좀 살갑게 웃어주면 않돼냐?
사장의 뒷통수를 야려가며 신경질적으로 자판을 쳐내려갔다.
하지만 시끄러운 자판소리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야. 사장아. 눈길 좀 달란 말이다.
그런 차가운 눈 말고 따뜻한 눈길좀 보여달란 말이야..
그거면 된단 말이야........
왜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나오는거야?
사장에게 눈물을 들킬까봐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나왔다.
차가운 물을 틀어놓고 세수를 한다음 웬만큼 진정이 되자 비서실로 들어갔다.
“어디 아파?”
“네? 아니요.”
순자언니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대답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사장은 다시 일을하러 들어갔는지 모습을 찾아볼수 있었다.
한참을 넋놓고 있는데 순자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다야. 밥먹으러 가자.”
“벌써 점심시간이예요?”
“응. 배고파 죽겠다. 빨리 가자.”
“네.”
순자 언니와 구내식당으로 내려와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속이 거북스러워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다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