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만엽집은 마음 숨긴 이중가... 한 글자 여러 뜻
이영희 작가는 「만엽집」의 시가를 풀이하며 거의 모든 해독에서 차마 옮겨 적을 수 없는 19禁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면서 장택상 전 국무총리가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와 자신의 고향인 칠곡은 <멍지지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예를 든다.
‘설명하기가 면구스러울 만큼’ 야하다는 이 낱말을 설명하며 이렇게 비유하여 말한다.
“야하고 천한 말을, 야하고 천하지 않게 암호화하여 쓰고 지낸 조선조 선비들의 블랙 유머에, 유교로 통제됐었던 지식인 사회의 비판적인 분위기를 느낀다”
지난 회 액전왕의 시의 해석은 이러했다.
싸움에 지려오, 거스르려는 내 생각을 부스러뜨릴 수도 있소. 다만 (지통여왕에게) 기댔다가 욕보고 대사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하오.
여기에 대한 일본학자들의 한자 원문대로의 해석은 지극히 단순하다.
요시노의 옥송 가지는 사랑스러워라. 그대의 말씀을 가지고 다니네
시라고 할 수도 없는 일본 학자들의 해석과 자신의 해석 차이에 대해 이영희 선생은 액전왕의 시 마지막 구절의 한자 <欲(욕)>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欲(욕)>자는 훈과 새김 그대로 ‘욕심’과 ‘욕정’을 동시에 나타낸다.
즉 <八>자가 겹으로 흐르는 모양새 아래 <口>가 있어 구멍이 뚫려 있는 형상이고, 그 옆의 <夬(결)은 마음속에 공허한 구멍이 있어, 배 고파서 허리가 구부러진 사람의 형상을 나타낸 글자이다.
결국 <欲(욕)>자는 공허한 불만이 있는데 그것을 메우고자 하는 생각을 표현한 글자라는 결론이 추려진다.
다시 말해 지통과 문무의 애욕, 그리고 대권욕을 동시에 암시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고대 격동기의 가요에는 이렇게 겹침으로 뜻을 포개어 지은, 진한 암호의 의미에 눈떠야만 노래의 참모습을 드러내 준다고 한다.
그것은 단지 언어학 한 가닥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그 시대적 배경에 대한 상세한 알음알이에 더해 문학적 상상력의 날개까지 달아야 해독이 가능한 복합연구의 세계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왜(倭)가 국호를 일본으로 고친 것은 670년이다.
그러니까 신라 문무왕 10년, 백제 멸망 10년 후, 고구려 멸망 2년 후의 일이다.
일본 고대사를 훑어보면 이 시기에 앞서 어디서부터 왔는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왜(倭) 땅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제38대 천지왕, 제40대 천무왕도 그중의 하나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천지와 천무는 형제간으로 천지가 형이다.
아버지는 제34대 서명왕, 어머니는 제35대와 제37대의 제명여왕으로 되어있다.
천지는 분명히 서명과 제명의 친아들이지만 천무는 아니다. 이들은 남남이다.
나이도 오히려 천무가 천지보다 3년이나 위다.
이것은 이미 일본에서도 정설화되다 시피한 학설이다.
그렇다면 「일본서기」는 왜 이런 거짓을 짐짓 기록해 놓았을까?
한 왕가가 대대로 일본 천황의 왕통을 이어온 만세일계(萬世一系)의 지배자임을 내세우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거짓 기술의 내막을 단적으로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이 「만엽집」의 노래들이다.
솔직하고 대담하게, 당시의 사회상을 비판한 이들 노래를 통해 우리는 그 시대의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만엽집」은 터무니없이 오역되어 있다.
애당초 우리 옛말로 우리 조상들에 의해 읊어진 노래를 중세 이후의 일본말로 억지 해독해 온 것이다.
날조된 한-일 고대 교류사를 바로 잡아 주는 지극히 값진 문헌이 「만엽집」이다.
이 글은 1993년 5월 30일부터 조선일보 일요판에 연재된 기획물 ‘노래하는 역사’를 간추린 내용이다. 더불어 스크랩한 신문의 뒷면에 실린 30년 전의 사회 실상을 추억하는 내용을 덧대었다.
작가 李寧熙(1931-2021) 선생은 이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화작가, 한국일보 기자, 논설위원을 역임하였다.
* 만엽집(萬葉集·まんようしゅう /만요슈)
8세기 나라 시대에 편찬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 모음집( 20권 4,516수).
5세기부터 8세기까지의 시가이지만 대부분 7세기 초반에서 8세기 중반에 지어짐.
당시 일본에는 문자가 없어 우리의 향찰(이두 문자)와 비슷하게 일본어 발음을 한자로 표기.
그러나 문자에 대한 해석이 완전하지 않아, 여러 가지로 번역되고, 현재도 정확한 의미가 불분명한 것들이 있다. 만요슈의 많은 노래는 중국, 한반도(특히 백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30년 전쯤에
광고: 좋은 화장품은 세계가 공감합니다
<피어리스>는 1957년에 설립하였으나 IMF 당시 부도가 났고, 이후 2세 경영자가 <스킨푸드아이피어리스>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기억나는 또 다른 화장품 광고는 미국 배우 찰스 브론슨이 말을 타고 황야를 달려가 모닥불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으음~ 맨담~" 하며 턱을 쓰다듬던 CF 장면이다.
20대 초반에 그 양반 흉내 내는 사람들 많았는데...
몰랐던 사실은 <맨담> 브랜드가 일본 화장품 브랜드였고, 당시 <주단학 한국화장품>이 라이선스 방식으로 론칭한 브랜드라고 한다.
책 광고: 허수아비
우리 최인호 형이 쓴 거의 모든 소설이 영화화되었지만, 형님의 책 광고가 또 나온다.
그러나 내 기억 속엔 <가족>이 으뜸이다.
<가족> 이야기는 그가 침샘암 투병으로 연재를 중단하기까지 <샘터> 잡지에 총 402회까지('75년 9월부터 34년 6개월 동안) 연재되었다고 한다.
그 시기가 마침 군 복무 시절이라, 눈에 그려지듯 써 내려가는 가족 이야기 속에 우리 부모 형제를 그리워하며 위안받았던 기억이다.
글 속에 자주 등장하던 '도단'이로 기억되는 아들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
그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가톨릭신문>에 쓰던 신앙고백들을, 폐기한 PC에서 떼어낸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놓았을 텐데....(결국 버리고 말 걸 왜 보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올가을엔 광개토대왕비와 칠지도의 비밀이야기가 담겨있던 것으로 기억되는 <왕도의 비밀>, <잃어버린 왕국>과 <가족>을 꼭 읽어야겠다.
주요기사 제목
- 농특세, 저소득층 저축은 비과세: 농어촌 재원 조달을 위해 부과되던 농특세를 재형저축, 주택청약저축 등에는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 외국 유통체인 몰려온다: 여러 브랜드가 등장하지만 기억하는 이름이 거의 없다.
그중 네덜란드 마크로사가 <코스트코> 같은 개념으로 극동정유와 합작, 1호점을 오픈하는 방식이다.
- 생우도 수입 개방: 2001년부터 미국산 산 소(生牛)도 수입 개방할 뿐 아니라 쇠고기도 포장육으로 판매가 허용된다는 기사다.
그런데 관세가 43.6%란다. 이 무렵에는 미국 국적의 친척 누이 집에 가면 캘리포니아 쌀, 미국 소고기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